봉평칼국수
11시부터 식당안은 손님으로 가득이다. 아마 아점으로 먹는 사람도 많은가보다. 주말인데도 손님이 가득, 언제나 그렇다. 손님이 많아도 친절하고 음식은 한결같이 성의가 있다. 진하고 틉틉한 국물, 쫄깃한 맛이 일품인 수제 옹심이, 비결은 여럿이다.
1.식당얼개
상호 : 봉평칼국수? 천안
주소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대흥로 215 백자빌딩 104호
전화 : 041-577-3889
주요음식 : 메밀칼국수, 메밀만두
2. 먹은날 : 2023.11.4.점심
먹은음식 : 옹심이칼국수 9,000원
3. 맛보기
일대에 소문난 맛집이다. 여자손님들이 많다. 경찰 아저씨들도 땀 흘리며 먹는다. 일품식이라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니 잠깐 들러 먹기 좋아 직장인들도 좋아하고, 자연식이라 여자분들도 선호한다. 특히 나이 든 여자분들이 더욱 많다. 가격도 부담 없으니, 언제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집이다.
주차는 길가도 가능하고, 바로 옆에 대흥공영주차장도 있어 편리하다. 주말에는 거리주차가 무료이다. 요즘은 재개발로 일대가 어수선한 구도심 지역이지만 맛집 영업과 방문에는 지장이 없다.
혼자 와서 만두 하나를 시켜도 꽁보리밥에 김치와 무생채를 준다. 인심도 빼 놓을 수 없는 영업 비결이다. 찬은 간단하게 배추김치와 무김치지만 정성을 다했고, 푸진 인심을 보여준다.
칼국수는 수제비든 빨리 먹고 일어서는 집이니 줄이 있어도 금방금방 식탁에 앉을 수 있어 기다리는 시간에도 부담이 덜하다. 식당 식사와 카페 커피가 분리된 우리 식사문화의 근저에는 이처럼 편리한 식당 메뉴가 크게 한몫을 한다.
메뉴, 맛, 인심, 주차, 사람이 모여들 조건을 다 갖추었다. 서민들의 벗이 될 만한 식당이다. 식당 이름은 재밌게도 메밀의 본고장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이다. 대중성, 전문성 다 잡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옹심이가 정말 쫄깃하다. 손으로 빚어 못난이가 된 옹심이가 입안에서 고르지 못한 식감으로 맛의 충족감을 최대화한다. 이걸 만드느라 얼마나 힘이 드는고. 너무 고른 입자는 식감의 만족을 주기 어렵고, 소화에서도 빠른 진행으로 혈당을 높이기 쉽다. 맛의 만족도와 건강 만족도가 같이 가는 사례다.
울퉁불퉁 못난이 질감은 소화액 침투가 균질하지 않아 소화속도를 낮춰 혈당 상승 속도를 조절한다. 거꾸로 밀가루 쌀가루 음식이 안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절구공이로 쳐서 어쩌다 남은 밥알이 식감을 높이는 손인절미도 같은 원리에서 좋은 음식이 된다.
옹심이로만 단조로운 식재료 한계를 피하려고 메밀칼국수와 함께 했다. 칼국수는 메밀의 맛을 확실히 보이는 검은 색이다. 국물은 틉틉하고 감자옹심이는 뜨물빛의 못난이고, 칼국수는 짙은 갈색으로 색깔의 단층을 보여 단조로움을 피한다. 맛있고 보기좋은 음식이다.
보리밥. 진짜 꽁보리밥이다. 예전에는 빈곤의 상징인 꽁보리밥이 이제는 건강과 웰빙의 상징이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보리의 위상이 재미있다. 경제 상승 단계에서는 즐겁게 생각하는 '올챙이 적'이다. 보리가 어려운 시절을 미화시킨다.
아무리 씹으려 해도 입안에서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보리쌀, 지금은 즐겁게 숨바꼭질하지만, 이전에서는 안 잡히는 요놈 때문에 가난이 서럽기도 했을 터. 밭에서 일하는 남정네들에게 내가는 들밥도 다 보리밥, 지금은 가난이 아닌 풍요와 여유의 상징인 보리밥을 맛있는 열무김치와 비벼 가난도 들밥도 아름답게 소환한다.
특히 이 김치가 일품이다. 아직 익지 않은 김치가 배추도 열무도 사각거리면서 하나가 되려는 양념맛을 잘 담고 있다. 간도 약간 심심한 듯 적당하다.
이렇게 양념장 조금 넣고 비비니 흙내나는 들밥이 된다. 옹심칼국수와 더하면 갖가지 탄수화물 음식의 변주가 된다. 양도 많아져 포만감에도 흐뭇하다.
4. 먹은 후
1) 단백질 섭취를 위하여
음식은 흠잡을 데 없는데 식단에 단백질이 없다. 쌀이나 보리에 들어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한끼 식사에서의 단백질 섭취량에는 부족해 보인다. 아예 메뉴에 포함하든지, 별도 메뉴로 구성해서 '균형잡힌' 식사가 가능하도록 해주면 어떨까. 메뉴 내에서는 계란 하나를 깨뜨려 넣으면 될 거 같고, 별도의 메뉴라면 계란말이를 따로 준비하면 될 거 같다.
충주 중앙탑 근처 막국수식당에서는 얼마전부터 프라이드 치킨 메뉴를 접목시켜 성공하였다. 막국수가 보다 궁핍했던 시절의 메뉴로는 충분하지만 점차 양보다 질을, 가격보다 완전성을 따지는 시대에 식사의 충실함을 위해서 고려해봄직하다.
2) 봉평은 메밀 성지?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으로 평창과 봉평은 메밀 성지가 되었다.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얀 메밀꽃은 그대로 봉평장의 상징이 되었다. 폐농한 메밀을 불러내 특산물로 만들고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메밀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효석은 작품보다 메밀을 부활시킨 공적이 더 큰 것인가. 식민치하의 장똘뱅이의 삶이 어찌 아름답기 쉽겠는가. 그 어려운 삶마저 아름답게 승화시켜 거꾸로 식민치하의 삶을 미화시킨 혐의가 있는 효석, 그가 아름답게 그려내는 향토와 토속적 삶은 사실은 추상이지 실상이 아니었을 터.
그래도 문학의 힘은 세다. 식민치하로 한정시키면 그런 혐의를 벗기 어렵지만, 시대를 넘는 삶을 그린다면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도 있을 터. 이제 식민치하의 삶이 아득하게 되었으니 미화된 삶만 기억해도 되는 것인가 .
그렇게 강해진 봉평과 평창과 강원도의 메밀 힘은 제주 메밀까지 먹어버렸다. 사실 요즘 메밀은 제주가 더 많이 생산하지만 가공력을 구비못한 제주의 메밀은 강원도로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라 졸지에 강원도는 생산과 가공의 중심이 되어 메밀산업을 다 흡수해버렸다.
당연히 봉평은 메밀 성지가 되었다. 20년 전 30년 전에 가본 봉평에는 메밀이 드물었다. 문학은 봉평에 메밀 성지의 지위를 맡겼다. 문학이 현실 세계에 간섭하는 매우 실제적인 사례다. 오늘 만나는 '봉평' 메밀에 효석의 입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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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아산 탕정에 내려와 살고있는데, 사는 곳이 고향이라고 천안 아산 얘기만 나오면 귀가 솔깃합니다. 이렇게 맛있는 동네 식당을 소개해주니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는데, 집사람이 다가와 들여다보고는 한마디 합니다. "어머어머! 나, 옹심이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내일 오전엔 온양오일장에 갔다가 오후엔 아산 곤충박물관에 들를 계획이라, 모레 점심때 가볼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천안 아산 지역 좋은 식당 많이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손님이 많아 11시부터 밀려요. 그래서 부리나케 먹고 나와야 되는 집이니 색다른 음식을조금 여유있게 드시고 싶다면 천안역 1번출구에 더 가까운 월남식당 흐엉웨를 추천합니다. 본 카페 외국식당 란에 소개한 곳인데 호치민 지역 음식을 먹을 수 있어요. 즐거운 아산 생활을! 아산에도 좋은 식당 많습니다.
저에게 안성맞춤인 식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