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방[宏盛房]>
소문난 식당이다. 맛으로도 친절로도 풍성한 인심으로도 소문이 자자해서 궁금해서라도 들러봐야 할 집이다. 토박이 식당의 냄새가 외양에서부터 풍긴다. 지역마다 하나씩은 키워오는 토착 중국집, 이집이 바로 그집이다. 거기다 전통과 명성에만 의지하지 않고 현재형으로 최고의 맛과 음식을 제공해준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집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홍성방
주소 :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항구로 76(하모리 938-4)
전화 : 064-794-9555
주요음식 : 중국음식
2.. 먹은날 :2022.5.18.저녁
먹은음식 : 코스요리 1인 17,000원
3. 맛보기
전국 최고의 탕수육이 아닐까 한다. 맛의 편차가 크지 않은 음식이지만 이렇게 맛있게 할 수도 있는 줄은 몰랐다. 쫄깃하고 깊은 맛, 튀김옷도 맛있지만 돼지고기의 맛도 대단하다. 거기다 플레이팅까지 놓치지 않는다.
탕수육. 전설의 그 탕수육이다. 찹쌀탕수육, 꿔바로우[과포육, 鍋包肉]라고 부르는 탕수육이다. 꿔바로우는 동북지방 음식이다. 원조는 연변쪽이다. 북경 등 대도시는 탕수리지라고 해서 한국보다 더 달고 신 소스에 밀가루 탕수육이다. 연변 탕수육은 이렇게 길고 둥근 모양이 아니라 납작하고 둥근 모양이다. 연길에 가면 제대로 된 꿔바로우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찹쌀에 둥근 탕수육이니 북경식?과 동북식이 섞인 셈이다. 한국에서 만든 새로운 탕수육 모형이다. 거기다 양파를 둥글게 탑처럼 얹어 장식했다. 약간 느끼한 기름 탕수육을 양파에 곁들이면 풍미가 한층 더 살아난다. 모양도 요리도 조금 변형된 제주식 탕수육인가? 어쨌든 멋지고 맛있는 최고의 탕수육을 만들어냈다.
*칠리새우. 굵고 통통한 새우가 적당히 단맛의 소스 옷을 새콤달콤 입고 나온다. 맛도 쫄깃 통통 튀겨 입안 가득 새우살로 찬다. 고추 양념은 살짝 매운 맛을 입히는 거 같으나 부담되지 않는 정도다. 주 메뉴 둘로만도 양도 성도 찬다.
계란탕. 걸쭉하게 끓인 계란탕이 국물에 대한 요구를 해결해준다. 재미있는 것은 배추의 재발견. 제주 음식의 특징 중 하나가 배추와 열무의 활용이다. 그중 배추는 어느 음식에나 들어간다. 날씨 덕분에 월동배추도 있어 겨울에도 싱싱한 배추를 먹을 수 있는 제주에선 어디에나 배추를 넣어, 짬뽕에도 넣는다. 여기도 예외없이 배추 등장, 제주에 왔구나. 중국음식이라 해도 지역적 특색 속에서 만들어지는구나. 제주식 중국음식, 재밌는 발견이다.
해물짜장면. 여러 해물이 들어 있어 맛을 풍부하게 해준다. 물론 면발은 쫄깃해서 원하는 짜장면 맛을 누릴 수 있다. 낯선 곳에 가서 짜장면을 시키는 것은 그곳 음식 선택이 미덥지 않았을 때나 그곳 음식이 물렸을 때인데, 그 어느쪽도 아니어도 주요리와 함께 밥상을 온전하게 해준다.
밑반찬이 중국음식에 한국과의 결합다. 웬 섞박지? 맛을 섞박아줘서 끝까지 느끼하지 않게 해준다. 덕분에 중국음식이 더 신선해진다.
4. 먹은 후 : 홍성방의 제주화
식당 이름을 분명 '홍성방'으로 알고 왔는데 '굉성방'이어서 주위를 몇 번이나 두리번거렸다. 홍성방이 따로 있는 게 아닌가 해서 말이다. 설마 굉(宏)을 중국어로 읽어 가게 이름을 삼으랴, 했었다. 찬찬히 보니 중국집 분위기가 있는 것도 같아 들어가보니 다행히 진짜 홍성방이었다.
굉성방(宏盛房)이 '홍성방'이 된 것은 중국어 발음을 음차한 덕분인 거 같다. 중국어로는 '홍셩방', '홍청방'이라 읽어야 하니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라 해도 말이다. 굉(宏)은 크다는 말, 성(盛)은 음식이나 주발의 뜻이 있으니 큰 잔치음식을 말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한상 크게 차려 불러먹이는 음식이다.
거기다 세로쓰기이다. 우리는 가로쓰기여서 宏盛房이라고 써야 하는데 방성굉이다. 세로쓰기를 한자씩 한 것이다. 세로쓰기는 옛 한문쓰기 방식이다. 부산의 유명 중국식당 홍성방(鴻盛房)은 한자가 다르다. 우리말 그대로의 홍이다. 중국적인 발음과 쓰기방식이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은 제주 홍성방만의 드문 특징인 셈이다.
제주는 '궨당문화권'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 사람은 오랫 기간 동안 역사적으로 특별한 고난을 겪으면서 일체감을 갖게 되었고, 일상생활에서도 여러가지 모습으로 구현되는 뭍과 다른 특성을 갖게 되었다. 음식 문화에서는 밥을 한 그릇에 퍼 놓고 먹는다든지, 비빔밥을 함께 비빈다든지, 잔치에 모두를 불러먹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홍성방은 그런 제주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된다.
중국적인 요소와 한국적인 요소, 그리고 제주적인 요소가 혼합되어 홍성방 음식과 문화가 생겨난 것으로 보아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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