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리 영등당>
한수리, 수원리에는 영등당, 개당, 대섬밧당 등의 신당이 있다. 각각 황영등, 문씨할망, 대섬밧 영감또를 모시는데 모두 영등신의 다른 이름으로 보인다. 영등신을 단독으로 모신 곳은 이곳 뿐이어서 영등신앙을 살펴볼 수 있다.
1. 대강
위치 : 제주시 한림읍 한수리 939
방문일 : 202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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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수리 영등당
당우는 특별히 없고. 기묘하고 복잡하게 뻗어나간 보기에도 영험스러운 팽나무를 신목으로 하여 바닷가 자연석을 제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자연 자체가 신당이다.
*한수리 영등당 소개
영등신을 모신 당으로 한수리 서쪽 밭 가운데에 있다. 영등신은 매년 2월 1일에 제주를 찾아와 농어민에게 풍요를 주고 2월 15일에 돌아간다고 한다. 당은 팽나무를 신목으로 하여 그 앞에 돌로 제단을 만들고 주위를 돌담으로 둘러놓은 형태이다. 신명은 영등대왕이다.
본풀이에 따르면 신은 황영등이라는 이름의 영등대왕인데, 용왕황제국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한수리 어부들이 고기 낚으러 배를 몰고 가다가 풍파에 몰려 애꾸눈이섬에 표류하며 도착하였다.
그 섬에 사는 애꾸눈이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자들로서 좋은 반찬이 왔다고 벼르고 있던 참인데, 영등대왕이 이를 알고 어부들을 몰래 살려 도망치게 해주었다.
어부들은 영등대왕의 지시대로 ‘관음보살’을 염송하면서 한수리 가까이 오게 되자, 안심하고 ‘관음보살’ 염송을 중단하였더니 다시 광풍이 일어나 배는 또 다시 애꾸눈이섬에 표류하며 도착하였다. 영등대왕은 다시 선심을 베풀어 뭍에 닿을 때까지 ‘관음보살’을 염송하면서 가라고 하여 살려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너희들 때문에 죽게 될 것이요, 2월 초하루에 제주에를 찾아갔다가 15일에 돌아올 것이니 내 공을 잊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하였다. 과연 애꾸눈이들은 좋은 반찬을 놓치게 하였다고 하여 영등대왕을 세 토막으로 잘라 죽여버렸고 그 시체 토막이 제주의 세 포구에 표류하며 도착하였다.
그러자 한수리 어민들은 영등당을 만들어 영등대왕을 모시고 그를 추모하는 굿을 시작하였다. 얼마 전까지는 매년 2월 초하루에서부터 4일간 영등당에서 큰 굿을 하고, 15일에는 짚으로 작은 배를 만들어 영등대왕을 태워 보내는 행사를 해왔는데, 지금은 당굿이 없어졌다.
당시는 당굿을 하려면 매인 심방과 소무들이 한수리를 비롯하여 수원리·한림리·대림리 등 근처 마을까지 집집을 돌면서 굿을 쳐주어 잡곡 한 양푼씩을 모아다 그것으로 제물을 차리고 심방들의 품삯을 주어 굿을 하였다.
제주도에서는 일반적으로 여러 마을의 본향당에서 영등신을 위한 영등굿을 하며 영등신을 단독으로 모시고 영등굿을 해온 곳은 도내에서 이 당뿐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재)
2) 대섬밧 하르방당
영등당의 영등신과 대동소이하다. 이곳도 영등당이다. 영등신과 어부가 헷갈리고, 어부의 아들과 영등신이 헷갈리나, 일부 본풀이가 계통을 잡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은 같은 내용을 다른 판본으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위적으로 신당을 만들고, 영등신위와 영감신위를 모셔놓았다.
3) 남당
문씨 할망을 모시는 본향당. 남당, 혹은 개당이라고도 한다. 갯가, 즉 포구에 있어서 개당이다. 개당은 해신당을 말한다. 돈짓당이라고 하기도 한다. 개는 육지에서도 흔히 쓰는 말이다.
술일이 제일이다. 어부를 관장하는 신격이라 어부들이 제사를 올린다. 2013년 개설한 데크길 덕분에 누구나 만조시에도 진입할 수 있어서, 올레길15코스를 걸으려는 관광객도 편하게 되었다. 남당 가는 길 이정표를 쫓아 데크길에 오르면 도착하는 곳이 바로 1) 영등당이다. 1)과 2) 3)은 결국 같은 당인 셈이다.
영등당 숨바꼭질 같다. 좀 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물이 차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남당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2)를 지어 같이 모시다가 다시 데크길을 만들어 1)원조신에도 쉽게 다다가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신당의 위상이 달라지고, 또 특별히 신격이 높은 영등신을 모신 곳이라 데크길로 물때 상관없이 원래의 자연신당을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해 놓았는데, 그 사이 만들어 놓은 '대섬밧 영감또' 신당이 결국 같은 신을 또 섬기는 이웃한 당이 되고 만 것 같다.
신당 들어오늘 길목에는 용수천이 솟아 나오는 샘이 있어 나그네에게도 발을 담글 수 있도록 해 놓았다.
2) 팽나무의 고장 제주의 전형적인 팽나무 신목
팽나무 용처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제주는 신목이 주로 팽나무이다. 관의 입김이 서린 곳에는 팽나무와 소나무가 함께 있다. 신천단이 대표적인 경우다. 산천단은 제주목사가 설치한 한라산 산신제를 지내는 곳이다.
팽나무와 소나무는 각각 민과 관의 상징이기도 하다. 조선왕실에서는 궁궐 목재에서부터 관곽, 도래솔에 이르기까지 왕실 나무로 쓰기 위해 금표를 설치하여 소나무를 관리했다. 팽나무 관리는 따로 할 필요가 없어서 기록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팽나무는 목재로 쓰기가 소나무만 훨씬 못해서이다. 소나무 도벌은 문제가 됐지만, 팽나무 도벌은 문제삼을 일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팽나무를 이정표나무로 많이 썼다. 임진란을 소나무와 삼나무의 대결이라고도 하는데, 두 나라에서 각각 군함의 목재로 썼기 때문이다. 단단한 소나무를 사용한 우리가 이순신장군을 필두로한 해전에서 단연 압도하여 승리했는데, 자연환경과 군사전략과도 상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팽나무는 달주나무, 매태나무, 평나무, 폭낭 등으로도 불린다. 팽나무 열매를 아이들이 팽총에 넣어 쏘면 '팽'하고 소리를 내며 날아가 팽나무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폭낭으로 부른다. '낭'은 나무의 제주어다. '폭'은 낭과 함께 읽으면 '퐁' 발음이 된다. 실제로 표기도 '퐁낭'이라고 하기도 한다. 아래 아의 처리가 오로도 아로도 가능한데 여기서는 오로 처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육지의 팽나무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잎사귀는 나비가 좋아한다. 고목은 팽이버섯 서식지다. 팽이버섯은 아마도 요즘 우리가 흔히 먹는 상품용 버섯이 아닌 팽나무버섯을 말하는 거 같다.
팽나무는 북한까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지만, 전라, 경상, 제주에 많고 특히 남서부에 많다. 가장 크고 아름다운 나무는 고창군 무안면 수동리의 나무로 알려져 있다. 제주는 신목으로 쓰이는 외에도 정의현 청사가 있는 거리에 느티나무와 함께 팽나무군이 조성되어 있어서(본카페 성읍민속마을 조에 소개) 민과 관이 모두 아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를 다니다보면 곳곳에서 팽나무 가로수를 만난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나무는 제주의 이미지를 갖는다. 제주 배경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한림 명월리의 팽나무 가로수를 만날 수 있다. 관과 민, 민속과 일상생활 속에 고루 스며든 팽나무는 제주 시공을 대표하는 나무인 것이다.
팽나무는 천 년을 넘게 살아, 보호받는 노거수 중에서 느티나무 7,100본 다음으로 많아 1,200본이나 된다. 이중 제주지역 나무는 99본인데 제주 전체 노거수 159본의 절반 이상이다. 보호수 팽나무는 전남, 경남, 제주 순으로 많다. 팽나무는 오래 사는 느티나무, 은행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정자나무이기도 하다. 정자나무의 80%는 느티나무, 팽나무는 10% 정도다.
세 정자나무 중에서 모양이 오묘하기로는 팽나무가 으뜸이다. 멋있는 외양만큼 그늘도 많이 제공하여 일상의 정자나무로도 좋고, 신비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어 신성성의 신목으로도 좋다. 팽나무는 원래 가지를 많이 쳐서 한 기둥으로 자라지 않는 데다가 특히 바닷가 나무는 바람을 이겨내느라 가지가 이리저리 굽어 있어 신령스러운 기운이 한층 더하다.
팽나무는 곰솔과 함께 바닷가에서도 잘 자라므로 포구나무라고도 한다. 짠물에도 잘 자라고 태풍, 해풍에도 잘 버틴다. 바닷가에서까지 잘 자라는 강인함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초월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바닷가 신당의 신목으로 더 어울리는 이유다.
그중 오만 방향으로 구부러져 있으면서 신당이 따로 없이 신목으로만 이루어진 이 영등 신당의 팽나무는 압권이다. 신목 팽나무로서 가장 전형적이면서도 신이로운 나무가 아닐까 한다. 와흘 본향당의 팽나무가 훼손되면서 더 그렇게 된 거 같다.
영등신위 영감신워
신체로 삼은 순비기나무는 죽어 있다. 신체에 휘감은 물색과 제사때 당집 옆에 따로 마련된 제단에 신체를 옮겨 모신다는 내용으로 보면 죽은 덩굴뿌리를 가져다 신체로 삼은 걸로 이해된다.
숨비기나무는 숨베기나무라고도 하며, 제주 해녀들이 물질 후 뿜어내는 휘바람같은 숨비소리에서 이름을 따온 나무이다. 해안가에 많이 자라는 키가 낮은 나무로 열매는 무릎 통증에 좋다고 해녀들이 많이 먹는다.
제물을 담아 넣어두는 궤가 설치되어 있다.
신체를 덮은 물색과 궤.
또 하나의 신당이 설치되어 있다.
한수리 본향개당 영등당
팽나무 신목 곳곳에 물색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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