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칭 생략)
특정 인물, 특정 단체가 아닌 "self-executing" 토네이도 캐시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리스트(SDN)에 올라갔다는 소식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다소 맞지 않는 비유이긴 하지만 나비효과처럼, 지분증명 전환(더 머지)을 앞둔 이더리움 커뮤니티와 이더리움 개발자 회의(All Core Dev)는 심각한 우려와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ethw처럼 계속 작업증명으로 남아있겠다고 선언한 일은 이 혼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유가 무엇이냐?
우선 코인데스크 주필 닉 카터(카터 전대통령과 먼 친척일 지도?)의 글 "If Ethereum Starts Slashing, It Burns"를 살펴보자. 장문의 글이긴 하지만 토익 천점은 우습게 넘고 수능 영어 만점은 기본으로 하는 코인판 잘난 사람들은 몇 분만에 읽어내려 갈 것이다.
토네이도 캐시의 제재는 매우 이례적(unprecedented)이다. 왜냐하면 사람이나 단체가 아닌 코드에 대한 제재이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심지어 이더리움 대형 채굴풀 중 하나인 이더마인은 일찌감치 토네이도 캐시와 관련된 트랜잭션들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더마인처럼,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전환 후 검증자들이 트랜잭션 검열을 요구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나는 그저 32개 이더를 걸고 노드 클라이언트를 실행해서 검증에 참여하는데, 어느 날 CTU 요원들이 들이닥쳐 당신 지금 자금세탁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있지? 함께 남산으로 가야겠어, 어서 나와...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미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전임 개발자도 아니고 특정 기능을 커밋한 컨트리뷰터)도 네덜란드에서 체포된 마당에 검증자들도 역시 위법을 저지르는 공동정범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말이다.
지분증명에서는 다수의 거래소, 스테이킹 서비스들도 거래를 처리한다. 이들의 지분은 50%를 육박한다. 지분증명은 66% 이상의 합의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작업증명에서는 50% 해시파워를 사실상 확보하는 것이 실익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이들 거래소나 스테이킹 서비스들은 미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인데 당연히 정부의 규제를 준수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더리움은 트랜잭션이 검열가능한 탈중앙화 블록체인이 되는 것이다. 검열이 되는데 탈중앙화라고? 이는 "소리없는 아우성"과도 유사한 표현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만약 이더리움 코어 개발자들이 검열을 하는 검증자들을 "슬래싱"해서 쫓아내도록 프로토콜을 수정하고 그렇게 노드 클라이언트들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토네이도 캐시처럼 이더리움 역시, 비탈릭 부테린 포함 이더리움 재단의 모든 사람들이 SDN 목록에 이름을 올릴 지도 모를 일이다.
비탈릭 부테린은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당연히 이런 제재와 검열에 반대하고 있다(러시아 태생임을 감안하면 뭔가 수상하긴 하다).
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이더리움 지분증명 검증자로 참여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더리움은 그냥 어용 블록체인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더리움 코어 개발자 벤자민 에징튼은 이런 경우 지분증명 체인이 검열 체인과 비검열 체인 두 개로 갈라지고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벤자민이 제시한 해결책은 매우 단호하다. 만약 지금 검증자들 중에 정부의 지침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검증자들은 지금 즉시 떠나라고 말한다. gtfo=Get the fuck off
이것이 바로 지분증명 이더리움이 안고있는 새로운 리스크다. 그리고 이건 근본적인 문제와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날밤새서 코드를 수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코인판 개미들이 해야할 일은 크리스탈 클리어하다...
출처: https://www.coindesk.com/layer2/2022/08/25/if-ethereum-starts-slashing-it-bur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