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슬프게도 비 예보가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부스를 설치하는데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집니다. 일단 축제 현장 셋팅을 완료하고 다같이 모여 화이팅을 해봅니다. 부디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아달라 모두의 마음을 모아 기도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겠지, 하며 축제를 시작하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활짝 개입니다.
괴산교육도서관 앞마당에는 각종 체험과 전시 부스가 차려졌습니다.
청소년카페 "어스"의 청소년들이 진행하는 보드게임 체험, 숲속작은책방의 문패 만들기, 도토리숲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한 나무 레터링 책갈피 만들기, 괴산교육도서관에서 진행한 뱃지 만들기 등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체험장들이 열렸어요.
특별히 한솔수북 출판사에서 괴산 어린이들을 위해 그림책 선물을 증정해주셔서, 이날 축제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선물받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괴산책문화축제가 빛났던 것은 주말의 귀한 시간을 내서 적극적으로 함께해준 청소년들 덕분입니다. 괴산책문화네트워크 회원들의 주니어들, 그리고 송면중학교 독서동아리 5명이 이날 자원활동가로 나서서 여러 개의 부스를 책임져주었습니다. 덕분에 일손부족을 크게 덜 수 있었고요... 지역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책문화축제의 의의도 살려주었어요. 이날 하루 멋진 청소년들의 활약 덕에 축제가 빛났습니다.
괴산로컬잡지 툭 2호에 "책그림전" 지상 전시로 얼굴을 알린 펀그린 작가님도 멀리 광주에서 오셔서 그림 전시를 해주셨어요. 책과 자연을 주제로 한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들은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았지요. 현장에서 그림을 직접 구매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괴산의 대표 캘리그래피 예술가 박걸 선생님의 "첫인상 캘리그래피"도 있었습니다.
부스에 찾아온 이들을 보고 첫 눈에 들어온 느낌으로 그분께 어울리는 글을 써주는 퍼포먼스인데요, 무료로 멋진 글들을 많이 써주셨어요.
축제장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먹거리죠....
이날은 특별히 괴산두레학교 선생님 세 분이 "정 많은 분식집"을 맡아 쌀쌀한 날씨에 제격인 어묵과 떡볶이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어른들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어린이들은 코코아 음료를 마시고 짜장 떡볶이와 매운 떡볶이 2종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축제가 채 끝나기 전 준비한 음식은 모두 완판이 되었네요.
그리고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돗자리 도서관>.
멀리 대전에서부터 와서 함께해주신 와작와작 선생님의 그림책 읽어주기가 상설로 열렸습니다. 괴산의 숱한 이야기들을 품고 8백년 세월을 지켜온 괴산 제1호 보호수....큰 나무 아래 내일의 희망인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은 세상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장면 같습니다.
이날은 중원대학교 학생들의 버스킹 공연이 있어서 버스킹 사이사이 조용한 틈을 이용해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어요.
그리고!!!
괴산책문화축제의 하일라이트!!!
그것은 바로 바로 "꽝 없는 뽑기"였습니다.
이날 축제장에서 뭐 하나라도 참여하면 무조건 뽑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 뽑기의 특징은 꽝 없이 100% 당첨이라는 건데요...사소한 엽서 세트나 스티커, 노트 같은 선물도 있었지만 최고의 선물은 바로 그림책이었습니다. 한솔수북 협찬으로 좋은 그림책들을 원하는 걸로 골라갈 수 있는 이런 소중한 기회라니요.....
뽑기 부스는 하루종일 북적북적....진행을 맡은 청소년들이 간식으로 배당된 샌드위치도 다 못먹을 정도로 사람들이 계속 줄을 이었어요. 어린이도, 어른도 뽑기란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이자 놀이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괴산에서 처음으로 열린 책문화축제.
지원금도 없고, 오로지 잡지 "툭"을 판매한 기금으로만 축제를 진행해서 어려움이 컸지만 행사를 진행하며 보람이 너무 컸기에 올해도 2회 째 축제를 이어오게 되었는데요. 올해는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열심히 도와주셨습니다.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보이니 충북도에서도, 괴산군에서도, 그리고 괴산의 유일한 대학인 중원대학교에서도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셨어요.
덕분에 외롭지 않게, 감사하게, 작년보다 훨씬 더 풍족한 책문화축제를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역의 어떤 행사도, 축제도 모두 뜻깊고 의미가 있지만 저는 군립도서관도 없는 척박한 농촌 지역에서 우리들 스스로 일군 책문화축제가 정말 귀하고 소중합니다. 괴산에서 책을 만들고, 책을 팔고,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한데 모여 힘을 합해 책과 문화의 힘을 이야기하는 이런 자리....그 의미를 많은 이들과 깊게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들의 소망이 하늘에 닿았는지 축제 내내 하늘은 맑았고 날씨는 딱 좋았습니다.....만....마지막 한 시간을 남겨두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급작스러운 번개와 천둥에 우박이 후두둑 떨어져서 축제의 마지막을 요란하게 마무리해주었어요.
다행히 모든 행사를 마친 이후여서 남아있던 분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저희도 예정 시간인 5시를 한 시간 앞둔 4시부터 부스를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에 사람도, 파라솔도, 테이블도 모두 비에 젖어서 몸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보람되었습니다.
소가 없으면 외양간은 깨끗하되 얻는 것이 없지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몸은 편안하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연대 협력하여 이렇게 하나의 일을 이뤄가는 것, 그것이 내 삶의 작은 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