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산행급수는 어느 정도인가?
8급 : 他意(타의)
휴일이면 방콕에서 종일 TV 리모컨을 손에 쥐고 산다.
단체나 회사에서 결정된 산행에는 어쩔수 없이 투덜거리면서 겨우 따라 나선다.
물론, 면바지나 청바지 위에 등산양말을 덮어 신고 다닌다.
올라 갔다가 다시 내려올 것을 힘들게 왜 올라가나?하며 비아냥거리며 투덜거린다.
*특징:
멀쩡한 하늘에서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거나 산행이 취소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7급 : 證明 (증명)
산이 좋아서라기보단 사진 찍으러 간다. 애써 걷기보다 물 좋고 경치 좋으면
장소 안 가리고 스태플러 찍듯 찰칵찰칵 사진만 찍느라 정신이 없다.
*특징:
경관 좋은곳을 배경으로 증명사진 찍는 버릇이 있고 사진을 어느 산에 갔다왔다는 증거로 활용한다.
6급 : 攝生 (섭생)
오로지 먹으러 산엘 간다.
배낭 가득 먹을 거리를 챙겨 갖고 계곡 등을 찾아 퍼질러 앉아 음식을 탐한다.
*특징:
엄청 먹었는데도 음식의 반 이상이 남아서 다시 짊어지고 내려오며
“아 나는 왜 요즘 이리 입맛이 없을까” 하며 자신의 몸 걱정을 한다.
5급 : 中途(중도)
산행을 하긴 하되 꼭 중도에서 하산한다. 그리고 제 다리 튼튼하지 못함을 탓하지
않고 "산이 뻑세다"는 둥.. 꼭 뫼만 높다 탓한다.
*특징:
“뭐 꼭 정상을 올라야 하나. 올라가면 누가 밀가루 배급이라도 준단 말이냐” 하는 등... 자기 합리화를 빠뜨리지 않는다.
4급 : 花草(화초) 패션
줄곧 집에만 방콕~하고 있다가 진달래나 철쭉꽃 피는 춘삼월이나,만산홍엽으로
단풍이 불타는 가을철이 되면 갑자기 산에 미친다.
주로 억새가 멋진 산이나 폭포수가 좋은 곳이면 오케이...
겨울에는 준비된 장비가 없다는 핑계와 추위때문에 못가겠다고 한다.
주로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여 없는 형편에도 카드를 긁어서 좋은 옷과 장비 및
배낭 같은 것들을 산다.
(좋아하는 이성이 있으면 더욱 미친다.)
*특징:
예쁜 꽃이나 단풍을 꼭 배경으로 끼고 여자 옆에 착~ 달라 붙어서 사진을 찍는다.
3급 : 飮酒(음주)
산을 조금은 아는 인간들이다.
산행중 꼭 정상주와 하산주를 마셔야 산행이 완결됐다고 주장하며, 산을 열심히
찾는 이유가 성취감 뒤에 따르는 맛난 정상주와 하산주 때문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배낭속에 알콜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을 오히려 산행의 묘미를 모른다고 핀잔을 준다.
*특징:
술의 종류, 알콜 도수, 값을 막론하고 그저 양만 많으면 된다는 두주불사형이 많다.
주로 1리터짜리 막걸리나 큰 PET 병 얼맥을 두개 내지 세개씩 무겁게 지고 다닌다.
가끔 자랑삼아 값비싼 양주를 무겁게 배낭에 넣고 와서 선심 쓰는양 한잔씩 돌린다.
하산점에 이르기 전에 얼굴이 벌개진채로 다시 식당이나 술집을 찾는다.
(산에서 취해서 숫제 하산을 못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주변에 꽤 많은 분포를 보이는 듯 하다. ^^*
2급 : 選手(선수)
산을 마라톤 코스로 생각하고, 산을 몇 개 넘었다느니, 하루에 이렇게 많이 걸었다느니 하는걸 무지하게 자랑한다.
이틀 연속으로 했느니... 3일을 연속으로 했느니 하는 말을 생각없이 내뱉는다.
삼.관.우.청.광이니... 불.수.사.도.북이니... 태극종주니... 14성문 종주니...등등
그리고 은근히 그 종주를 몇시간에 해치웠는데 죽는?줄 알았다고 엄살을 떤다.
그러다가 무릎이 망가져서 뻗은? 산꾼들을 주위에서 종종 보곤 한다.
그러나 막상 달리기 시합이나 마라톤, 고산 원정산행에 나가면 별루 신통치 않다.
(자신을 ○○산 멧돼지라고 자랑한다.)
*특징:
이런 인간들을 따라 나서면 대개 굶게 된다.
행동식이라는 명분으로 육포나 쵸컬릿 등등 칼로리 위주로 먹는다고 등산 FM처럼
하는것 같이 잘 안 먹는다. 골병이 들 예감이 든다.
먹을 때도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해치우고 오로지 걷고 또 걷는다.
(완전히 특수 유격훈련 또는 공수훈련 수준이다.)
*의외로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ㅎㅎ
1급 : 無時(무시)
산행의 정신을 좀 아는 까닭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제사가 있으나
아이가 아프나 상관없이 한 번 계획한 산행은 꼭 한다.
*특징:
폭풍이 몰아쳐 “오늘 산행 취소지요?”하고 물으면“넌 비온다고 밥 안먹냐?”하며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단순무식이 돋보인다.
'비 온다고 김일성이 안 쳐내려 온다더냐?'는 식으로 반대 의견을 무시해 버린다.
이런 정도의 급수임에도 山에서 몰래 숨어서? 담배를 뻐끔거리는 사람들을 본다.
*등산 안하는 날에도 주로 등산복만 입고 산다 그리고 등산 가게만 기웃거린다.
초단: 夜間(야간)
산행할 시간이 없음을 한탄하며 주말은 물론, 퇴근후 밤에라도 산에 오른다.
산에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산병 초기증세 환자...??
생활의 1/3이 山과 연결되어 있다
가입한 산방의 접속시간이 거의 매일 1시간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특징:
깜깜한 밤에 산꼭대기에 올라가 지가 무슨 늑대라고 "아~우~" 하면서 달을 보며 소리도 지르는 해괴한 모습을 가끔 보인다.
2단: 面壁(면벽)
바위타기를 즐겨, 틈도 없는 바위에 온몸을 비벼 넣으며, 바위가 애인인듯, 안고
할퀴고 버팅기고...바위를 상대로 온갖 퍼포먼스를 한다.
장비를 준비하느라 월급 탄 돈을 틈틈이 모아서 산악 장비점에 모두 갖다 바친다.
이 정도면 등산 이력서에 무슨 무슨 등산학교를 졸업한 것은 기본이다.
머릿속에는 山은 위로민 오르는 것이지, 옆으로 멀리 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하체를 단련한다고 이따금 아마추어 산방의 산행에도 가끔 얼굴을
내민다.
*특징:
이쯤되면 대학 졸업때까지 책 10권도 못 봤단 말이 실감난다.
3단: 面氷(면빙)
여름에도 날씨가 영하 10도 이하로 추워지기만을 학수고대 한다.
얼음도끼와 쇠발톱을 꺼내놓고 폭포가 얼어붙기를 축원하다가, 무슨 빙장에 결빙
소식만 들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서 빙벽의 얼음에 몸을 던진다.
아예 사무실에다 휴가를 내고 설악산의 모처에서 3박4일 등으로 빙벽만 오르내린다.
*특징:
빙판 길에 가족이 넘어져 다쳐도 겨울은 추워야 한다고 박박 우긴다.
4단: 合計(합계)
더 높고 안 가본... 어려운 산은 없나...?? 하며 눈에 불을 켠다.
산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 외국 원서를 번역하며 평소 안하던 공부를 하기도 한다
GPS 기기 등도 구입하여 공부하고 산에 관한 지출이라면 최우선으로 써버린다.
전국의 발 길이 닿지 않은 오지란 오지는 모두 뒤지고 다닌다.
*특징:
산병 중증환자로서 '운수납자'(雲水衲子:탁발승을 멋스럽게 부르는 말)
흉내를 내어 고행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5단: 雪山(운산)
드디어 설산인 히말라야로 떠나게 된다.
생즉필사(生卽必死), 사즉필생(死卽必生)이라 ...알 듯 모를 듯 비장한 출사표를 내고 설산에 도전한다.
*특징:
설산으로 간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돌아왔다는 소식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ㅠㅠ
6단: 自我(자아)
드디어 산심을 깨닫고, 진정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마음의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따라서 무조건 높고 험한 산에 취해서 잊고 있던 '사람과 산'의 관계를 알게 된다.
*특징:
국가에서 주는 훈장을 가끔 받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집사람에게 찍혔던 '山에 대한 집념'이 비로소 결실을 거둔다.
7단: 回歸 (회귀)
산의 본질적 의미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있다는, 단순하고 심오한 진리를 깨닫고,
다시 우리나라의 낮은 山을 찾게 된다.
*특징:
"걷는자 만이 오를수 있다"는 지극히 쉬운 원리를 어렵게 깨우친 충격을 못 이겨,
실실 웃는 하회탈같은 모습으로 평소의 얼굴 표정이 바뀐다.
8단: 不問(불문)
"산 아래 산 없고 산 위에 산 없다" 라는 평등 山 사상의 높은 경지에 이른다.
入神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주로 허름한 옷차림에도 옷 매무새나 장비에는 별 관심이 없고, 집안의 구석에는
곳곳에 안쓰는 장비나 옷들이 수북하다.
*특징:
묻지마 관광처럼,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묻지말라는 선문답을 하며 유유자적 홀로
50리터 이상의 묵직한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산행을 즐긴다.
9단: 小山(소산)
작은 山도 엄청 크고... 높게 보는 겸허한 안목이 생긴다.
작은 山을 즐겨찾으나, 그러나 힘들어서 높은 산을 못 올라 간다는 말은 안 한다.
*특징: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과는 반비례하여 주로 입으로 양기가 오른다.
동네 뒷산이나 남산 정도의 산행을 끝내고도, 하산주를 마실때면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주로 산행경력이 30~40년 이상의 연령이 60세가 넘은 고령자들에게 많다.
책을 써 내느니, 회고록을 펴 내느니 하면서 자신이 다녔던 옛 산행의 자료들을
추억과 함께 보물처럼 지니고 살아간다.
과거에 무슨 산악회를 운영했다던가... 무슨 연맹의 간부 등을 역임한 경력도 있다.
가끔 차를 타고 가면서도 산만 보이면 산을 타던 과거를 회상하면서...<끝>
<채점 후 당신의 산행 급수 결과는 어떠한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터넷에서 떠돌아 다니는 글을 나름대로 조금 각색한 것이니 재미로 읽으시고 참고만 하세요~!!
개인의 산행능력과는 다른 점이 많겠죠?? ^^
저요?? 음~~ 6급 정도는 될 것 같아요. 너무 후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