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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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녕하다고 무사하다고 쓰지만 안녕하지도 무사하지도 않다
네 이름이 병이어서 처방 될 수 없는 병이어서 병명 없는 병을 앓고 있다
하루하루가 하염없는 날들이다
새벽 네 시에 서재로 나간다 서재는 어둠 속에 있다
관성처럼 자판을 두드려 문자를 띄운다
문자들은 생각이기도 하고 낙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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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재에 불두화 두주를 심었다 내년에는 흰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보라색 꽃이 피는 수국은 구하지 못했다 수국은 내 꿈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수국의 보라색 마음을 전하고 싶다
수국이 보라색깔에 머무는 동안 내 사랑을 고백 하겠다
그리하여 그녀를 떠나겠다
세상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국이 먼저 깨닫고 보라색 꽃을 껴안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