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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품(酒品)
벼슬에 품계가 있듯 술맛에도 등급이 있다. 중국 제나라 주호였던 순우곤에 따르면 주품의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마시는 방법’이다.
공석에서 돌려 마시는 회음주는 팔품, 술집에서 사 먹는 술은 오품이다. 사랑방에서 벗과 더불어 대작하는 술은 사품, 사랑방에서 혼자 독작하는 술은 삼품, 경치 좋은 곳을 찾아서 벗과 대작하면 이품이다. 가장 맛있는 일품의 술맛은 풍광 수려한 곳에서의 독작이라고 한다.
달밤에 국화와 대작한 조선의 문인 신용개, 술잔 속에 만월을 담아 마셨다는 영의정 상진 등은 ‘독작 풍류’의
요즘 사람들이 삼차, 사차까지 술집을 바꿔가며 누가 쫓아오듯 벌컥벌컥 술을 들이붓는 것은 상품(上品)의 술맛을 잃은 데서 비롯된 저급한 음주 문화라는 얘기다.
낮은 주품의 술에 취해 자신의 인품마저 끌어내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망년회
‘망년’(忘年)의 ‘년(年)’은 원래 해(year)가 아닌 나이(age)를 뜻한다. 옛사람들은 나이를 초월해 인품이나 지혜를 보고 벗을 사귈 때 ‘망년지교(忘年之交)’라는 표현을 썼다. 이 멋들어진 단어를 ‘가는 해를 잊는다’는 뜻으로 바꾼 건 일본인이다. 시끌벅적한 망년회 역시 가는 해를 ‘잊어야 할 시간’으로 여기는 그들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망각형’ 세밑 풍습이다.
마음 같아서야 잊고 싶은 기억을 술잔 속에 깡그리 녹여버리고 싶지만, 현실이란 질긴 것이어서 아침이면 또다시 숙취처럼 우릴 괴롭히게 되어 있다. 이 겨울에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위해 필요한 건 하룻밤의 망각이 아니라 경건한 수세와 진솔한 세모삼성이다. 어차피 해야 할 망년회라면 떠들썩한 술자리보다는 좋은 벗과 함께하는 ‘망년지교’의 정담(情談)이 더 바람직하겠고.
동짓날
달[月]이 그러하듯 계절도 차면 기운다. 입동 이후 조금씩 깊어지던 겨울은 어느 하루 긴 날숨을 토해낸 뒤 천천히 이지러지고, 길기만 하던 밤도 그날을 고비로 한 뼘씩 짧아지기 시작한다. 더는 깊어질 수 없는 삼동(三冬)의 절정! 겨울이 극에 이르렀다는 뜻의 동지(冬至)가 바로 그날이다.
동지 풍습의 대명사는 팥죽이다. 옛날 중국 공공씨의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몹쓸 병을 퍼뜨리는 역신(疫神)이 되었는데, 그가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역신을 쫓고자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올 동짓날엔 각자의 삶에서 되살려야 할 것을 하나씩 꼽아보면 어떨까. 시대는 달라졌어도 새 출발의 의미는 여전할 테니 말이다.
동지와 망년회
한해의 끝자락인 12월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망년회(忘年會)’, ‘송년회(送年會)’라고 불리는 행사들이 진행된다. 축제의 성격을 지닌 이 작은 행사를 통해서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통과의례를 치르곤 한다. 이 행위는 한편으로 놀이적 성격도 지닌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인 요한 하이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유희하는 인간이라고 정의했다. 놀이는 선악이나 진위(眞僞)와 같이 대척점이 있는 행위가 아닌, 이것을 넘어선 초월적 행위라는 것이다. 망년회나 송년회가 놀이나 축제의 의미로 진행된다면 전승해야 할 의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연말행사의 분위기는 하이징아의 정의와는 사뭇 다르게 전개된다.
망년회(忘年會)의 망(忘)은 잊다, 다하다, 끝나다는 의미이다. 망년회에는 한 해를 끝낸다는 의미와 함께 좋지 않은 일들을 깨끗이 잊자는 뜻이 들어있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가 되면 각자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부터 여러 모임들까지 앞 다퉈 한 해를 잊기 위한 여러 종류의 행사들을 진행한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의 일들을 돌아보며 좋지 않은 일들을 기억 속에서 지우고자 함이다. 동시에 새해엔 좋은 일들이 다가오길 바란다. 그 마음 대부분은 흥청망청 취하는 분위기로 마무리 된다. 간혹 광란의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이 시기는 ‘동지(冬至)’와도 맞물려 있다. 동지는 24절기 가운데 하나로 대설(大雪) 15일 후 소한(小寒) 전까지의 절기다. 양력으로는 12월 22일인 동지가 음력으로 11월인 동짓달의 초순에 들면 애기동지라고 하고,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또는 청년동지라 하며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 또는 노인동지라고 했다. 이는 양력으로 정해진 동지에 음력을 연결해서 동지에 대한 세시풍속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특히 동지는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하는 시기’라고도 한다. 동짓날은 1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밤이 가장 긴 날이니 양기가 가장 약하고 음기가 가장 강한 날이다. 하지만 동지를 기준으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해 양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므로 동지는 다른 의미에서 새해라고 불린 것이다. 양의 기운이 다시 부활한다는 의미를 강조해 주역(周易)에서는 11월을 자월(子月)이라 하고 동짓달을 1년의 시작인 새해로 삼았다. 궁중이나 경사대부의 집안에서는 동지하례(冬至賀禮) 또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라는 선물의례가 있었고, 민간에서는 동지부적(冬至符籍)의 풍속이 있었다. 동지를 맞이해서 서로 간에 진 빚을 청산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맞이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친척과 이웃 간에 묵은 감정을 풀고 마음을 열고 서로를 용서해 주는 풍속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망년회나 송년회라고 불리는 행사들도 동지를 전후로 절정을 이룬다. 한 해를 보내는 우리 민족의 풍속은 동짓날에서 보여지듯 긍정적인 의미로 진행됐다.
하지만 요즈음 행해지고 있는 세태는 전통적으로 전승되어온 동지의 세시풍속 의미는 점점 사라지고 요얼(妖孼)의 기운을 부르는 망령스러운 모임이 아닐 수 없다. 동양전통의 시간 개념은 환원적이고 순환적인 개념이었다. 처음과 끝의 한계를 전제로 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개념과는 대비되는 동양의 시간은 60갑자를 근간으로 이해되어왔다. 그래서 한 해나 60년이나 모든 주기는 환원적인 시간을 바탕으로 인식되었다. 동양적 시간의 범주에서 한해의 끝자락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불교계에서는 동지불공을 통해서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는 탐·진·치 삼독(三毒)을 새롭게 태어나는 양의 기운으로 깨끗이 파기하고 털어내는 계기로 삼는 의미일 것이다. 몸과 마음에 찌든 때를 버리고 새해엔 더 많이 복을 짓고 망언을 삼가 삼독에 물들지 말기를 다짐하는 자리가 불자들의 진정한 망년회, 송년회이다. 장재진 동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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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음식
팥죽
우리나라의 조리법 중에서 죽은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한 중요한 음식이다. 한때는 배고픈 시절 쑤어
조선시대 조리서에는 수많은 종류의 죽이 나오는데 크게 흰 죽과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식물성 죽, 그리고 동물성 재료를 이용한 동물성 죽으로 나눌 수 있다. 밥알이 제대로 보이는 옹근죽부터 쌀을 아예 반 정도 갈아 쑨 원미죽, 곱게 갈아 쑨 무리죽이 있다. 또한 묽은 농도의 미음은 알곡을 통째로 고아 체에 밭친 것으로, 쌀이나 찰기가 없는 조 등에 물을 많이 부어 반투명해질 때까지 쑤다가 걸러 밭친다. 응이는 곡물이나 칡 등의 녹말을 풀어 오미자나 생강즙 같은 향미액을 섞어 쑨 액체에 가까운 유동식이다. 죽은 농도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고, 들어가는 재료도 동·식물을 가리지 않아 종류가 무궁하다.
오행은 다섯 가지 요소, 즉 나무와 불, 흙, 쇠, 물의 흐름을 말하는데 이를 다섯 가지 색깔로 배대(配對)한 것이
다섯 색깔 중에서도 붉은색은 액을 막는 주술적 힘을 지닌 색이며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동지에 먹는 붉은 팥죽은 해가 길어지는 날을 축하하는 뜻에서 태양의 양기를 상징하는 붉은색을 강조한 음식이다. 음양오행에서 붉은색은 뜨거움과 양기, 남쪽을 의미하므로 동지에 붉은색 음식을 마련한 것이다. 실제로 팥은 수분 배설을 촉진해 수렴보다는 발산하는 양적인 작용을 한다. 또한 귀신은 음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동짓날에 양기를 상징하는 붉은 팥죽을 먹고 집안 곳곳에 뿌려 나쁜 기와 액을 막았다.
팥을 삶아 건져서 굵은 체에 대고 문지르면 껍데기는 체에 남고 아래에 고운 앙금이 생기는데 여기에 쌀을 넣고 죽을 쑤다가 잘 퍼지면 찹쌀로 경단처럼 만든, ‘옹심이’라고도 하는 새알심을 넣고 다시 끓인다.
정성 들여 쑨 팥죽은 먼저 사랑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 헛간, 우물 등 여러 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으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다. 약한 불에서 서서히 끓여야 붉은 색깔이 곱게 나며 간은 소금으로 맞추는데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어 먹기도 한다.
글_ 신언탁(한국의집 조리팀)
Korea Cultural Heritage Foundation 2012 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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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은 불의 신(火神)이기 때문에 주로 부엌에 모시며 주부들의 신이다. 이사할 때 연탄난로나 불을 먼저 들여가는 것, 이사문안(問安)에 성냥·초를 사가는 것 등은 본래 정화(淨化)겸 주요한 가신을 먼저 모셔들이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조왕은 많이 사라지고 건궁조왕(신체는 없고 관념만 있는)이 대부분이고 조왕중발이 그 신체에 해당된다. 조왕중발은 부뚜막 중앙 정면 벽에 흙으로 조그만 단을 만들고 거기에 중발을 놓은 것으로 그 만듦새는 다양하다. 아들이 객지에 나가거나, 특히 군입대라도 하면 안모시던 조왕중발을 새로 모시고, 새벽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정성을 드리는 예가 아주 흔하다. 남성을 인도하는 여성의 구원한 힘, 모성애의 보다 깊은 힘이 되는 종교적 상징물, 그것이 곧 한국의 조왕붕발이다.
집의 뒤안에는 터주와 업신이 있고 장독대의 칠성신도 있다. 터주는 터를 지켜주는 택지신(宅地神)이며 흔히 단지에 낟알이나 천을 넣고 주저리를 덮어 뒷곁에 모셔진다.
업은 터주와 형태가 유사하고 다만 단지에 천을 넣는 경우가 없고 낟알을 넣고 주저리를 씌운다. 업은 건궁업으로 재물신(財物神)의 성격을 지닌다. 창고나 나무가리 밑에 업신이 있으며, 그 업에는 인(人)업, 구렁이업, 족제비업 등의 종류가 있다. 그 중 구렁이업이 일반적인데 울안의 구렁이업이 나가면 기운이 쇠퇴하고, 들어오면 흥한다는 속설이 있다.
측신(厠神)은 흔히 변소귀신이라고 불린다. 이제 이 신은 신앙대상이 아니라 잡신 또는 귀신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골에서 특히 야간에 변소에 들어갈 때 헛기침을 하는 습속이 있다. 이것을 노크대신으로도 볼 수 있으나, 변소귀신에 대한 관념때문에 그렇게 한다. 변소귀신은 가신들 가운데 젊은 각시이다. 변소각시는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우며 젊고 화장을 즐긴다. 그래서 기침을 하는 것은 사람이 들어가니 사라지라는 신호라고 한다. ....
이제는 현대화·도시화의 물결로 초가가 기와지붕이 되고, 부엌이 널마루로 되었으며, 대청에 유리문을 넣고, 상수도가 갖추어져 있고…. 핵가족화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이어지던 가신신앙의 전승도 단절됨에 따라서 성주님도 떠나고 조왕님도 떠나 버리고 말았다.
/ 천진기의 민속 읽고 "철들기"
예전에는 "연말은 가족과 함께" 를 내걸었어도 망년회하면 새벽까지 퍼마시기를 한달내내했다.
술취해서도 어김없이 출근해서 일 잘하고(부장 이상이면 출근도장 찍고 싸우나에서 근무했지만^^) 상하 결속 잘되고 재미도 있었다. 참 얘기 나오면 무궁무진하다. 망년회라는게 그런거지 뭐 그리 따지고 가리고...
그동안 똑똑하게 산다고 한게 요즘 집구석이나 회사에서나 왜 그모양인가. 별로 재미없어 보인다.
맘껏 퍼마시고 소리도 꽥꽥 지르고, 다 털어버리고 기분이라도 풀어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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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