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에서도 대회를 주최한 소양강배 한광호 대회장
10월2일. 소양강배 대학생대회 취재를 위해 금배부 단체전이 열리고 있는 홍천으로 먼저 향했다. 가을 색을 띠기 시작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평휴게소에 도착하니 마스크를 벗은 여행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길고 긴 코로나의 숨 막히는 일상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금벌판을 가로 질러 홍천 종합운동장 테니스코트에서 한광호 소양강배 대회장을 만났다. 한 대회장은 지난 5월 위기의 큰 수술을 마친 상태로 깔끔하게 회복된 모습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가득 쌓은 경품들을 나눠주는데 여념이 없었다. 각 코트에 준비된 행운상은 총 374점.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권오영 서각 작가님의 작품부터 80여 만 원 하는 소나무 뿌리로 담은 송근봉주. 커다란 대추로 빚은 대추주. 테니스코리아에서 협찬한 샌드위치 메이커등 진심이 담긴 경품들이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1200여 명의 대학생들을 위한 페스티벌을 준비한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인터뷰 내용을 적어본다.
*이 대회를 주최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지난 8월에 양구에서 열린 대학생대회 현장에 갔는데 학생들의 테니스 열기가 대단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꼭 대학생들을 위한 대회는 열어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양구 대회는 여름 방학에 휴가 가는 개념이고 춘천대회는 친구들끼리 엠티 mt 오는 개념으로 성격이 다른 대회다. 전국적으로 가장 큰 대학생 대회는 양구대회와 소양강배 인데 재학생만 출전할 수 있는 양구대회와는 달리 소양강배는 졸업생이 팀당 한 명씩 뛸 수 있어 선후배간에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송암테니스장 24면 중 9면이 공사 중이어서 외부코트를 많이 사용한 점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800여명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대회 요강을 오픈하자마자 이틀 만에 1000명이 넘게 접수가 들어와 놀랐다. 단체전이 1200명, 개인전이 400명, 총 1600명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이 부족해 홍천종합운동장 코트까지 분산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홍천은 거리상으로 좀 멀어서 걱정했는데 금배 40팀이 신청해 한 팀도 안 빠지고 다 참석했다는 것은 또 다른 놀라움이었다.
*올해도 닭갈비와 한우 불고기를 준비했나요?
닭갈비가 280킬로, 한우불고기가 100킬로, 돼지불고기가 40킬로. 맥주가 50만 cc.
맥주 안주로 준비한 것은 떡볶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많이 협찬해 주어 대학생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 될 것으로 본다. 소양강배 대학생 대회의 가장 큰 장점은 대학축제처럼 낭만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맥주가 있고 안주가 있고 자유로운 대학생들의 축제 분위기를 만끽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현재 한회장님 몸 상태로 큰 대회를 치르기에는 무리 아닌가요?
주변에서는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라고 한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이 소양강배에 쏟아 왔는데 여러 사유로 중단하고 싶지 않았다. 소양강배 진행위원및 위너스 클럽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 감사 인사를 드린다. 또 수년간 소양강배가 열릴 때마다 한우 소불고기를 협찬해 준 홍천사랑말 나종구 대표와 닭갈비 사장님들. 그리고 권오영 서각작가님. 그 외에도 이곳에 다 나열할 수 없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올해도 풍성하게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
*건강했던 지난 시절을 뒤돌아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나요?
가족이나 비지니스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소양강배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탄탄하게 해야 하는데 아직은 좀 미흡하다. 소양강배 진행위원 핵심멤버 15명이 주축이 되어 하는데 그들도 생활인이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체계를 더 잘 해 놓았어야 한다는 점이다.
4개월 전 수술하고 회복기에 접어들어 일상의 리듬을 찾아가기 시작한 한광호 대회장님. 그는 코로나 이전까지 수년 간 ‘5세부터 100세까지의 테니스 향연’을 모토로 어린이부, 시니어부, 대학생부, 혼합복식부, 단식부등 매 해 2천명이 넘는 동호인들을 춘천으로 향하게 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동호인 테니스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대회를 진행해 왔다. 한 대회장이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테니스가 좋아서 이렇게 큰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표현하기엔 임팩트가 부족하다. 사명(使命)처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소명의식이라고 하면 맞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해 내는 그 용기와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글 사진 송선순
2022 춘천 소양강배 대학생 대회
‘제18회 소양강배 춘천 전국 동호인 테니스대회’ 대학부가 10월2~3일 양이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참가접수 이틀 만에 1600여명이 지원해 조기마감 될 정도로 규모가 커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춘천을 알릴 좋은 계기가 되었다.
송암국제테니스장 일부가 공사 중인 관계로 주변 코트와 홍천종합운동장까지 총 11개 구장에서 2일은 단체전, 3일은 개인전이 열렸다. 단체전은 금배부 81팀, 은배부 43팀, 여자부 71팀 총 195팀이 참가했고 3일 치러진 대학부 개인전엔 금배부 118팀, 은배부 58팀, 여자부 80팀 등 총 256팀이 참가했다.
한광호 대회장은 “7년째 소양강배 대학부 대회를 하다 코로나로 2년 쉬고 다시 시작했는데 대학생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매년 대학생들과 소통을 하면서 조금씩 대회요강을 바꿔왔는데 이번에는 여대생부 단체전을 단단복으로 바꾼 것이 좋은 예다”고 전했다.
홍천 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강대출 홍천군 테니스 협회 회장은 “한광호 대회장은 테니스에 대한 애정이 강한 분으로 저는 감동하며 롤 모델로 삼고 있다”며 “이런 전국대회를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연속적으로 주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어려운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해 나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고도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번 대회의 참가비는 단체전 남자부 15만원, 여자부 10만원이다. 최근 동호인 개인 대회 참가비도 5~6만원인 것에 비하면 참으로 가뿐하다. 거기에 참가 품으로 비트로 정품 티셔츠와 볼 한 캔을 주고 점심을 준다. 단체전에서 최소 두 번 이상의 경기를 뛰게 해 주었고 예탈을 했으나 이 대회에 참가한 것에 대해 후회가 되지 않는 대회라고 한다. 거리불문, 장소 불문, 날씨 불문. 반드시 참가하고 싶은 대회라고 말하는 대학생들의 참신한 웃음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예전에는 개인에게 시상되었던 경품이 올해는 학교별로 단체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행운품이 374점을 구비했고 최다 참가팀인 고려대(114명)는 80여만원 상당의 소나무 뿌리로 만든 송근봉주를 받았고 두 번째로 많이 참가한 팀은 경희대와 서울대 팀이다.
강원대 대표로 뛴 장도현은 4년 전 졸업했다. 쟁쟁한 선배들이 많은데 선수로 발탁이 된 것에 매우 기뻤다고 한다. 장도현은 “젊은 후배들이랑 함께 경기를 하다 보니 옛날 재학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몹시 즐거웠다”며 “첫 대회부터 전국에서 가장 큰 대학생 대회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감이 맞았다. 대학생들이 가장 참가 하고 싶은 대회가 소양강배라는 것. 우리 고장에서 이렇게 좋은 대회가 개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진행하느라 고생하는 춘천시 협회분들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오후 3시부터 굽기 시작한 닭갈비의 고소한 냄새가 위를 자극했다.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도 쓰지 않은 대학생들이 빨간 테이블에 둘러 앉아 ‘청바지’를 외쳤다. 그 뜻을 물으니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란다. 60대 7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건배사가 왜 이런 청춘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테니스로 실컷 땀을 흘리고 시원한 맥주에 뜨거운 닭갈비와 소불고기를 안주로 먹을 수 있는 이런 낭만. 특히 오늘같이 보슬비를 맞으며 낭만을 즐긴다는 것은 청바지의 속뜻을 재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닭갈비가 280킬로, 한우불고기가 100킬로, 돼지불고기가 40킬로. 맥주가 50만 cc. 그 외에도 떡볶기와 계란후라이 등 소양강배준비위원회는 선수들을 위해 다양한 먹거리를 준비했다. 위너스 클럽 여성 회원들은 지글지글 음식들을 익혀 내고 맥주를 따라 주느라 바빴다.
일을 일로만 생각하면 감사도 확신도 없으나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뜨겁게 한다는 믿음을 가질 때 기쁨의 힘도 커진다는 것을 아는 분들의 봉사였다. 생맥주를 마시던 학생들은 “양구는 너무 덥고 치열한 느낌이라면 춘천은 약간 쿨 다운하면서 다 같이 즐겁게 생맥주와 닭갈비도 먹으면서 좀 더 즐길 수 있는 느낌, 진짜 축제를 즐기는 마음이라 졸업을 해도 꼭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 70명 참석한 연세대학교 테니스 동아리 진리팀은 남자 금배, 여자 금배 단체전 우승과 은배 준우승을 차지해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다. 이예원 연세대 동아리대표는 “예선에서 각기 다른 코트로 갔던 팀들이 결승 때는 모두 송암코트로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는 것이 재미있었다”며 “양구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화 목 토에 모여 열심히 노력한 보람을 느낀다. 대학생들을 위해 멋진 자리를 만들어 주신 소양강배 주최 측에 감사 인사를 남긴다”고 전했다.
114명 참석해 최다 참가상을 받은 고려대 윤상현 동아리 회장은 “3년만에 열린 춘천 대회에서 금배부 3위, 은배부 우승, 여대부 3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서 기뻤다”며 “테니스란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부원들의 열정적인 응원 덕분이다”고 전했다.
서울대 체대 4학년인 장원경은 평소 베드민턴을 하다가 대학 입시 때 라켓을 처음 잡았다. 라켓 운동은 자신 있다고 생각해서 테니스를 선택했는데 애를 먹었다. 테니스는 그동안 해 봤던 종목 중에서 가장 어려운 스포츠이나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도전해 나가고 있단다. 졸업해도 나올 수 있는 이 소양강배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한다.
늘 바쁜 의대팀도 만났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모여 운동한다는 고려대 의대 정성현은 “그동안 의대생들 대회만 출전하느라 전국규모의 대학생 대회는 처음출전하게 되었다”며 “지역 곳곳의 다양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과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이 대회가 춘천을 더욱 특별한 매력을 가진 도시로 이미지 메이킹 하기에 충분한 행사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항공대팀은 소수의 인원이 개인전에 참석했다. 박성민 동아리회장은 “비기 와서 개인 10점 슈퍼타이 선취제인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번엔 더 많은 부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젠 동아리 내부운영에 좀 더 힘써야겠다는 교훈을 얻고 간다”고 했다.
양이 틀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은 다양한 경품과 푸짐한 대회 시상품을 안고 돌아갔다. 단체전 금·은배 우승팀에겐 상금 100만원과 테니스라켓(6개), 닭갈비 12㎏, 우승기(300만원 상당)가 제공됐고 단체전 여자부 우승팀엔 상금 50만원과 테니스라켓(6개), 닭갈비 8㎏, 우승기(200만원 상당)가 전달됐다. 물질이든 경험이든 꿈이든 함께 나누면 커진다는 나눔의 상호작용처럼 주최 측이나 참가한 학생들이나 모두가 기쁨과 희망이 커진 대회였다. 제18회 소양강배는 대학생부에 이어 13일에 어르신부. 15일에 단식부가 치러진다.
*대회 결과
대학 동아리부 단체전
금배부
우승- 연세대 준우승- 전북대 공동3위- 고려대. 서울대
은배부
우승- 고려대 준우승- 연세대 공동3위- 서강대, 카이스트
여대부
우승- 연세대 준우승- 경희대 공동3위- 고려대 KUTC. 고려대 P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