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토끼밥님의 재미있는 자전거 여행기!

제가 자주 가는 여행기 까페 있는데 한번 와보세요~ 까페 이름은 '자전거 타고 우리나라 한바퀴' 토끼밥이라구.. 고등학생인데, 재미있네요. ㅎㅎ 밥 먹을 돈이 없어서 건빵을 먹고 다녔다는...-_-;; 샘플로 첫번째 글 올려봤어요. 관심있으신 분은 함 들어와 보세요~ 즐~! '자전거 타고 우리나라 한바퀴' <a href="http://cafe.daum.net/gunbbangsong" target=nlink>http://cafe.daum.net/gunbbangsong</a> =========================================================== "태진아, 너 이거 수련회 꼭 가야돼." 후...... 전도사님은 벌써 나를 한시간도 넘게 설득하고 계신다. 방학 전부터 계속 하시던 말씀이다. 방학이 시작되고 오늘로서 일주일 째. 여름방학 기념으로 집에서 신나게 놀고 싶었지만, 그렇게 게으른 휴식을 즐기는 것은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에게는 꿈과 희망일 뿐.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딱 3일간 쉰 후에 2주가 넘는 보충수업 - 체육과 음악 등이 빠진 재미없는 보충수업과 밤 10시 반에 마치는 야간 자율학습, 일명 야자가 다시 시작 된 것이다. 방학 때 보충과 야자를 할거라곤 생각을 못했던 순진한 우리들 - 나와 핸섬, 류이현과 성률이는 1학기 시작부터 생각해 놓았던 5박 6일 간 남원부터 남해바다까지 가는 자전거 여행 계획을 방학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맞춰서 열심히 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방학 전에 세웠던 여행 계획들과 하고 싶었던 일들 - 하루에 12시간씩 잔다든지 - 은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방학 중 보충수업 계획을 듣고 나서 보충수업이 끝나는 3주일 후로 미루어 져 버렸다. 애써 짜놓았던 계획이 어이없이 미루어져 버리자 몇몇 녀석들은 의욕을 잃고 '진짜 자전거 타고 갈래?' 라는 말까지 하기도 했다. 그래서 방학 시작 전부터 '이번 방학은 정말 재미없는 방학이 되겠군.'하며 연일 툴툴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항상 우리 남원 고등학교를 위해 일하시는 교장 선생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무리 에어컨 씽씽 나오는 시원한 학교라도 가끔은 뜨거운 선풍기 바람 부는 집이 더 좋을 때도 있다. 방학 중에 보충 까지 하는 거라면 더욱. 그러던 중에 전도사님께서 학생 수련회에 가보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부모님도 원하시는 데다가 아무래도 수련회 가는 것이 방학 내내 해봤자 거의 절반은 딴 짓거리만 하는 보충 수업 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것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왠지 수련회를 가기가 싫었다. 별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하여튼 일주일도 넘게 이런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날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나는 수련회를 가기가 싫다. 그런다고 대놓고 '안가요. 싫어요.'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묵묵 무답으로 가만히 고개 숙이고 앉아 있었다. "태진아, 가라! 응? 안 갈래?" "......." 가만있는 나도 갑갑하고 귀찮았지만, 아마 내게 이런 말씀하시는 전도사님은 나보다도 훨씬 더 짜증이 팍팍 나실 듯했다. 그런데 가만히 고개를 푹 숙이고 발바닥만 쳐다보고 있자니 점점 이런 생각이 마음에 들어왔다. '학생 수련회는 다음다음 주까진데 오늘 하루 어떻게 넘긴 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날 때면 전도사님은 또 찾아오셔서 나를 설득하실 게 분명해.' 한시간도 넘게 계속 되는 전도사님의 설득과 나무람에 매우 질리고 지겨웠던 나에게 곧바로 또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냥 남원을 훌러덩 떠버릴까?' 곰곰이 생각 해보니 내가 남원에 있는 한은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전도사님이 날 찾아오실 듯 했다. 그때마다 오늘과 같다면? 그건 정말 싫었다. 게다가 마침 보충수업 비도 아직 안 낸 상태이고, 집에 굳이 남아있어 봤자 재미없는 보충 수업을 받으러 가야 했다. 방학 때 보려고 학교에서 빌린 책들은 유익하기는 할지라도 도서실 책장에서 책을 꺼낼 때 했던 다짐들을 훨씬 뛰어넘도록 어렵고 재미가 없었다. 컴퓨터 마저 어떤 나쁜 놈이 가져간 상태였다. 생각해보니 보충 수업을 하는 중에는 공부 이외에는 정말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친구들과 짜둔 자전거 여행 계획이 있지만 수련회와 보충수업이 끝난 후의 일이니 별개의 문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게 되자 전도사님의 말씀은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혼자 신이 나서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속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미리 짜놓았던 자전거 여행 계획도 있어서 준비물 같은 것도 쉽게 다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때 전도사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태진아, 내 말 들어. 수련회 가라. 알았지?" 나는 끊임없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얼굴에 철판을 단단히 깐 후 마지못해 간다는 듯이 '네...에....' 라고 대답한 후 길게 한숨도 한번 쉬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그럼 내일 6시에 출발이니까 5시 반까지 준비랑 싹 해놔라." 온 가족과 전도사님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비뚤어진 즐거움과 동시에 죄송한 마음이 계속 일어났다. 수련회에 간다고 말씀드리자 기뻐하시는 부모님과 전도사님의 모습을 바라볼 때는 진심으로 죄송하고 또 죄송했다. 하지만 생애 최초로 떠나는 장기간의 여행이 될 터였다. 그것도 '출가'라는 형식을 빌린 장기간의 여행. 그 엄청난 여행을 앞둔 불타는 가슴을 지닌 낭랑 18세 소년에게 그런 마음은 역시 한순간의 스치는 바람 같은 감정일 뿐,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에 죄송함과 죄책감은 오랫동안 눌러있지 못 하고 이내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웃음과 머리카락 나고 처음 겪을 최대의 모험을 앞에 둔 흥분한 가슴을 진정 시키느라고 계속 얼굴에 힘을 주면서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야만 했다. 아빠가 용돈으로 주신 30000원을 받았다. 마음속에 잔뜩 터진 웃음보가 들통 나지 않도록 얼굴에 힘을 잔뜩 주고 마치 수련회에 갈 것처럼 매는 가방 두 개에 짐을 꾸렸다. 옷, 이불 등을 챙기고 수련회 중 필요하지 않은 물건 - 지도, 일기장 같은 물건은 의심받지 않기 위해 찾기 쉬운 곳에 은근히 놓아두었다. 처음 보는 돗자리가 있어서 누나에게 주인을 물으니 자기 것이라고 한다. 훗 훗 훗.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신발장 위에 돗자리를 올려놓았다. 옷을 준비하다 보니 누나가 내가 좋아하는 반바지를 입고 자려하고 있었다. 반바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누나한테 바지 좀 벗어달라니까 보통 때는 안 그러다가 오늘따라 웬일인지 끝까지 안주겠다고 바락바락 신경질까지 냈다. 쳇, 반바지 하나 없다고 못 갈 것 같냐. 아쉬웠지만 포기하고 다른 반바지를 챙겼다. 밥이 문제였다. 싸고, 양이 많고, 배가 차고 힘이 되는 음식을 이것저것 생각해 보던 중에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 동네에 있는 마트에서 180그램 짜리 건빵을 3봉지에 1000원씩 팔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한 봉지씩 먹으면 될 거 같았다. 이것으로 음식 걱정도 끝. 이제 내일 어떻게 집을 빠져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 잠자리에 누워서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다. 우선 떠오른 것이 화장실. 없는 곳도 많지만 수세식 화장실에는 천장에 작은 문이 하나씩 있다. 문을 살짝 밀어 올리면 비좁은 공간에 굵직한 쇠파이프 관들이 지나가고 있다. 내게는 가끔 어른들이 보아서는 안 되는 만화책이나 그런 것을 숨겨주는 용도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짐을 다 숨기고 그 천장에 숨어서 가족들이 우왕좌왕하여 집을 비운 사이에 슬쩍 빠져나가는 계획을 세워보았다. 하지만 막상 천장을 살펴본 결과 나와 짐의 무게를 천장이 이길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되었다. 게다가 천장의 바닥은 먼지가 가득하여 너무 지저분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여기 숨어있는 것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생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것은 틀림없다. 다시 자리에 누워서 생각을 해보았다. '내일 5시에 가족들이 일어나니까 나는 한 4시 정도에 일찍 일어나서 어딘 가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가까운 성률이네 집으로 피하자. 설마 내쫓지는 않겠지. 거기서 계획을 정리하자.' 몸에 좀 무리는 가겠지만 이것 외에 더 방법은 없을 듯 했다. 시계를 4시에 맞추고 자리에 누웠으나 내일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떠난 후 가족들은 어떻게 지낼까... 보충 빼먹고 몇 대나 맞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여행을 떠나는 구나... 빨리 내일이 왔으면... 하는 사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