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못다한
냉면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냉면하면 흔히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이야기 합니다.
여기에 진주냉면을 더해 우리나라 3대 냉면이라들 합니다.
함흥냉면은 다른 냉면들과 독특한 차이를 보입니다.
냉면이 발달한 평양이나 해주, 진주지방은 모두 메밀을 재료로 면을 뽑았지만
유독 함경도에서는 감자녹말로 국수를 뽑았기에 독특한 맛의 함흥냉면이 생겨났지요.
함경도는 험한 지형 탓에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메밀조차 재배가 어려다보니
상대적으로 풍부했던 감자를 갈아서 국수를 뽑았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감자 재배지가 함경도였다는 사실도
함흥냉면의 탄생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렇듯 재료의 차이 때문에
함흥냉면은 본래 냉면으로 부르지 않았답니다.
함흥냉면의 본 고장인 함경도에서 조차도 냉면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도 북한에서는 함흥냉면을 농마국수, 또는 녹말국수라 부른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평안도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만들어 파는 평양냉면이 인기를 끌자
함경도 출신들도 농마국수라는 향토색 짙은 이름 대신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으로 국수를 팔았답니다.
심심한 맛의 평양 물냉면과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맵게 양념을 한 비빔냉면인 함흥냉면이
동시에 인기를 얻으며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함흥냉면의 또 다른 특징은 냉면에 회를 얹어 먹는 것입니다.
홍어회나 가자미식해, 또는 명태식해를 얹어서 비벼 먹었는데
이것이 회냉면의 시초가 되었답니다.
재료의 영향을 받아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들기 때문에
구수하고 담백하며 툭툭 끊어지면서도 쫄깃한 맛이 특징이며,
감자나 고구마의 녹말로 만든 함흥냉면은
찰지고 질기면서 꼬들꼬들 맛이 매력이지요.
보통 물냉면은 평양냉면,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이들 냉면의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평양냉면은 비벼 먹기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고,
반대로 함흥냉면은 비벼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닌듯 싶습니다.
요즘은 더운 여름철에 시원한 냉면을 즐기지만
차가운 냉면은 본래 겨울철 음식이었습니다.
늦은 가을에 추수하는 메밀로 국수를 뽑아야 제맛을 즐길 수 있었지요.
실제로 함흥냉면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냉면들, 이를테면 평양냉면이나 해주냉면, 진주냉면은
모두 메밀을 재료로 국수로 만들었습니다.
첫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날,
메밀면 사리위에 고명으로 얹힌 수육 한 첨 안주삼아
찬 소주 벌컥 들이켜고 콧물 훔쳐가며 먹던 냉면의 맛이란....
거기다가
슴슴한 육수까지 사발채로 들이키고는
연탄난로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던 주전자에서
면수 한 컵 호~호 불며 목젖이 뜨끔하도록 넘기면
차가워진 몸 덥혀지며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지요.
위의 사진들은 닭으로 육수를 내는 평양냉면으로
고향인 대전에 내려갈 때마다 종종 찾아가는 식당입니다.
4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평양냉면의 전통을 지켜내는 맛집이지요.
오늘처럼 눈이 하얗게 쌓인 날,
대전에 있었다면 분명
저 집 냉면사발에 코를 박고 있었을 터인데......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있으면
이한치한(以寒治寒)도 있어야겠지요?
션한 냉면이 생각나는 추운 날입니다.
개인적으로 함흥냉면이나 회냉면은 즐겨하지 않습니다.
평양냉면은 예전에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에
능수버들 휘늘어진 평양 대동강변의 옥류관에서
원조 평양냉면도 맛 보았고
진주에서 내놓으라 한다는 진주냉면도
종종 접 할 기회가 있었지요.
강원도 어디나 흔한 막국수 맛집들도
줄 서서 기다려가며 젖가락 들고 달려들었구요.
지역마다, 그리고 만드는 사람 손맛따라 맛도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양념이나 간을 세게 않은 슴슴한 육수에
까실까실 구수하게 끊어지며 메밀향 그윽한
평양냉면이나 막국수가 자꾸만 발길을 당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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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입니다.
점심때가 다 되어 숙소를 나섭니다.
겨울여행은 날이 추워서
여기저기 바깥구경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해까지 짧다보니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몇 시간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이 어두어 집니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과 여행을 하다 보면
일찍 서둘러도 10시가 넘고, 보통은 12시가 다 되어서
숙소를 나서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숙소에서 시간을 다 보낼거면
뭐하러 사무실 문 닫고 돈 써가며 여행을 하느냐?
쉬러 나와서까지 일찍 일어나고
피곤하게 하려면 뭐하러 여행을 다니느냐?
보통은 이런 다툼들로 여행지에서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오늘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는
순대만두골목의 순대국밥으로 정하고
늘 다니던 식당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뭐 식당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포장마차 분위기의 간이의자에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말이지요.
갑자기 그렇게 정한 건 아니었고요,
사실은 이 곳의 순대국밥을 먹고 싶어서
어제부터 서울로 올라오다 말고 충주로 방향을 잡은 거였지요.
순대국밥이 뭐 대단한 음식이라고 말입니다...ㅎㅎ
충주는 도시의 규모에 비하면
상설재래시장이 많습니다.
풍물시장, 공설시장, 무학시장, 자유시장, 중앙시장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어제 저녁에 들렸던 삼정면옥도 중앙시장 한 켠에 자리하지요.
가보지는 않았지만 옹달샘시장도 있다고 합니다.
무학시장과 자유시장 사이에는 순대만두골목이 있습니다.
순대와 김치만두를 파는 노점형태의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인데
여기 순대국밥이 다른 지방의 것들과 다른 특색이 있습니다.
일단 순대국밥 두 개를 주문합니다.
주문과 동시에 잘 익은 깍두기하고
머리고기, 내장, 순대 같은 부산물들을
작은 접시에 담아 줍니다.
국밥 마는 동안 우선 먹고 있으라고 주는
기분 좋은 서비스입니다.
만두도 서비스냐고요?
에이~ 그럴리가요.
김치만두는 건너 편 만두가게에서 2,000원 주고 사왔습니다.
예전에는 1,000원에 5개 였는데
여기도 물가인상률이 반영되었나 봅니다.
만두가 저래뵈도 매콤한 김치맛이 나서
제법 먹을만 하답니다.
덤으로 주는 서비스가 더 그렇듯 합니다.
바라만 봐도 그저 흐믓합니다~
순대국밥이 나왔습니다.
1년쯤 전에도 음성오일장과 함께
이 곳 충주의 시래기순대국밥을 소개했었지요.
서민음식인 순대국밥은 전국 어디를 가도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여기처럼 시래기를 넣고 만드는 지역은 없어 보입니다.
한 솥 가득 무우청 시래기를 넣고 푹~ 끓여서 구수한 맛을 내고
밥과 함께 토렴으로 말아 냅니다.
기름이 많은 느끼한 음식을 즐기다 보니
순대국밥도 순대와 내장종류 보다는
머리고기를 많이 넣어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 사람은 순대만, 또 누구는 머리고기만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 것들로 담아 국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는
집에 가져와 먹을 욕심으로 포장까지 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어차피 지금 출발해도
서너시는 족히 되어야 사무실일테고
왜 이런 때 많이 쓰는 '아름다운 말' 있잖아요?
"업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충주호 주변으로 드라이브라도 하며
오늘은 하루는 자빠지는 것으로.....
충주호 주변으론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즐비합니다.
단풍이 곱게 드는 가을이면 더욱 그러합니다.
종종 다니다 보니 이젠 충주호 주변의 지도를 보며
네비에도 없는 길을 찾아 다닐 때도 있지요.
어떤 길은 비포장 도로에
지나는 자동차 한 대도 볼 수 없는 길도 있고
막다른 도로를 만나 어렵게 되돌아 나오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어서
드넓은 충주호반과 어우러진 멋진 풍경들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어서 좋지요.
다만, 잔소리 들을 각오는 해야 합니다.
조수석에 앉아 편안한 운전에 익숙한 사람에겐
덜컹거리는 비포장 산악도로가 반가울리 없겠지요.
사람도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
대낮에도 으슥한 산중이기도 하고....
"내가 또 이럴 줄 알았다느니"
"나뭇가지에 자동차 다 긁히는데 이런 길로 다닌다느니"
"아까 진즉에 올라 갔어야 했다는 둥"
징징거릴 때마다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이런 비포장 도로가 나올 줄을 나도 정말 몰랐지, 낸들 알았겠어" 라며
조금 과도한 연기로 오버를 해야 겨우 겨우 살아남을 수 있답니다.
좀 전 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풍경사진을 담다보니 사진이 좀 이상합니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사진 가운데에 무슨 유리조각 모양이 보입니다.
랜즈를 닦아도 보고 아무리 해도 없어지지가 않네요.
젠장~ 핸드폰 카메라 렌즈에 문제가 생겼나 봅니다.
아마도 랜즈에 금이 갔던지 이물질이라도 들어갔나 봅니다.
마치 내 눈에 돌 조각이라도 박힌 것처럼
내 눈이 다 아려오네요~ㅎㅎ
서울에 올라와서 다음 날 서비스센타에 알아보니
랜즈 교체하려면 8-9원이나 든다고.....
요즘 공짜폰도 널렸는데
수리하기도 그렇고, 폰을 바꾸자니
이거 저거 어플이며 인증서도 옮겨야 하고
새로 다운받아야 하는 것도 귀찮고
이러다가 아주 망가질 때 까지 그냥 쓰는 것으로
내 귀차니즘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오늘도 그렇게 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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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댓글 ㅎㅎㅎ 아주 오랜만이네요. 글도,사진도 쉼없이 술술 읽혀요. 게다가 재미지게~~~
막국수에 수육은 소주각인데요. 시댁이 춘천이라.... 자주 먹었었는데 .....이십여년전 춘천 살을때는요~~
막국수는 또 해장에도 좋아요. 메밀에 그런 성분이 있대요.
막국수는 반은 비벼먹고 반 남았을때 동치미국물 넣어서 물막국수 맹글어 먹고 남은 양념에 또 동치미국물 넣고 휘휘 저어 마시면 해장에 끝내줘요~~~
투박하지만 잘 만든 막국수는 한 껏 멋을 부린
어떤 냉면보다도 감칠맛이 있지요.
제겐 양념이 강한 것 보다는 슴슴한 육수가 더 좋더라구요~
@화인/박춘호/010-5432-6254 그렇다면 춘천막국수 추천해요.
서울사람들 입맛엔 다소 안맞는 담백한 막국수집인데 2대째 하고 있고 면에 메밀함량이 높아 뚝뚝 끊어지고 육수도 담백하니 호불호가 갈리는집이에요.
한석규씨 단골집, ㅎ 쥔장은 남편친구(춘천막국수협회 회장), 쥔장부부가 운영해요.
친하긴하지만 슴슴한 맛에 자주 찾진 못했지만 가끔씩 땡길때가 있어요.
사실 춘천막국수 바로앞에 맛집이 있긴한데....손님 바글바글한 ... 이름이 가물가물하네요.
맛집이라던데 못가봤어요. 바로앞에 춘천막국수라....ㅎ
@봄날/응암/현경아/355-9955 식당 상호하고 지번이나
최소한 법정동이라도 알려주셔야죠~ㅎ
@화인/박춘호/010-5432-6254 상호가 춘천막국수에요.상호만 봐도 짐작가시죠? 원조 맞구요~~
춘천시 당간지주길76 (033-254-2232)입니다.
소양강 처녀상 바로 앞골목이라 식사후 산책도 아주좋아요~~~
@봄날/응암/현경아/355-9955 고맙습니다~ㅎ
꼭 기억해 두었다가
후기 한 번 올리겠습니다~
와우~~~
순대국...쥑여줘요~~~
충주 무학시장 순대곡목....
시래기순대국 최고랍니다.
언제 잔차타고 지날 일 있으면 강추합니다~ㅎ
먹방은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