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불곡산(佛谷山) 임꺽정봉의 절묘한 풍광
(불곡산 제1편)
루수/김상화
신종 바이러스라는 코로나 19로 인해 2개월간 거의 산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요즈음 몸과 마음이 편치
않다. 아마도 몸살이 날 것만 같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산에 가고 싶은 마음에 宋光 선생과 함께 산에 가고 싶다고 전화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갈 수 없다며 산울림에서 번개 산행을 한다고 하니 밴드를 보라고 귀띔해준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산울림 밴드를 열어보았다.
보자마자 나의 눈은 휘둥그레진다. 양주에 자리 잡고 있는 불곡산(佛谷山)으로 번개 산행을 하러 간다는 것이다. 필자는 불곡산(佛谷山)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 사이트를 보는 순간 얼마나 반가운지 그곳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하늘을 찌른다. 너무도 기쁜 나머지 함성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산울림 가족과 가면 마음의 병이 깨끗이 나을 것만 같다. 그로 인해 내 몸은 기쁨으로 가득하다
신께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라고 한다. 그래서 그로 인해 행복을 찾으라고 밝은 햇살을 보내려나 보다. 막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하늘은 파랗게 물들고 있다. 창문을 열자마자 사랑의 해님이 쏟아지고 신선한 공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보다. 인생은 무엇인가
하려고 하는 열정이 있을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 필자는 그 순간을 맞이했나 보다. 모처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오늘 하루를
불사르고 싶다. 그럼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가!! 또 불곡산(佛谷山)이란 미지의 산을 간다는 것이 한없이 기쁨으로 다가온다. 두견새 우는
소리에 진달래꽃이 깜짝 놀라 핀다고 하는 봄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사람이 우울하다. 그러나 오늘만이라도 필자는 몇 분의 산울림 가족과
함께 산행하면서 축복받는 날이 되고 싶다.
잠실역에서 반갑게도 신인희 감사를 만났다.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 외로움을 잠재운다. 늘
보아도 반가운 분이다. 친절이 몸에 배어 있으며 무슨 일을 하든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다. 산을 잘 타기도 하지만 산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우리는 차를 몇 번 갈아타고 양주 시청 앞에 도착했다. 필자를 포함해 6명의 전사가 봄의 향기로움을 만끽할 것이다. 불곡산(佛谷山)을
오르며 아름다움도 감상해 보자. 오늘 리더는 조용하면서도 선한 웃음과 강인한 체력을 가진 변용각 님이다. 대교 아파트 앞에서 고즈넉한 오솔길을
택해 오르기 시작한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향기로운 봄 내음이 풍겨온다. 새들도 봄의 찬가를 부르는 듯 여기저기서 감미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 산행은 자연이 주는 환상적인 여정이 될 것 같다. 왜 이러한 예감이 머리를 스칠까? 아마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행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감상하며 한참을 걸었다. 평화로운 대지엔 무거운 흙을 뚫고 어린 새싹이 뾰족뾰족 올라오기 시작한다.
너무도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저놈들이 자라 산 전체를 파란 카펫를 깔아놓을 것이다. 만물을 창조한 신께서 얼마나 위대한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필자는 숨이 차고 다리가 뻑적지근 해지기 시작한다. 등산하기가 너무도 힘이 든다. 그래서 한참을
걷다 쉬면서 숨을 고르고 다리에 피곤을 풀고 걷기를 거듭한다. 이것을 본 황면연 회장이 천천히 쉬어 올라가라고 위로를 한다. 그러면서 내 뒤에
따라오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나 때문에 자기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나를 위해 봉사하는 것 같다. 고마움과 미안한 생각이 머리를 짓누른다. 한편
내가 이토록 쇠약해졌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쇠약해진 것이 아니고 나이를 먹은 탓이라고 나 자신 결론을 내리련다.
아무리
힘이 들고 몸에 무리가 따른다 해도 나는 기필코 해내고 말 것이다. 이렇게 속으로 다짐을 하며 있는 힘을 다해 올라간다. 처음부터 가파른 깔딱
고개였지만 지금서부터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암릉(岩陵)이다. 아찔하게 스릴도 느끼고 싶다. 위험도 따르지만 젊은 사람들처럼 기교를 부리며
재미있게 올라가고 싶다. 그러한 곳을 도전해야 진정한 산행 수필가로 자격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암릉(岩陵)은 언제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위험하게 암릉(岩陵)으로 이루어진 깔딱 고개라서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땀이 흘러내려 온몸을 적신다. 얼굴에선 땀방울이 비가 내리듯 정신없이
떨어진다. 얼마 안 가면 임꺽정 봉이다. 그런데 너무도 위험한 곳이니 그곳은 올라가지 말라고 몇 분이 말린다. 옆 안내판엔 노약자는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글이 붙어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겁이 조금 든다. 그렇다고 올라가지 않을 몸이 아니다.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 해도 기필코 올라갈
것이다. 이곳을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토록 고생하며 여기까지 왜 왔겠는가! 네발로 기어오르려고 마음을 가다듬고 주님께 기도했다. 어떠한 위험과
고통이 따를지라도 무사히 오르게 해 주십시오. 하며 간절하게 애원도 했다.
잠시 기도를 마치고 산악인의 안전을 위해 암릉(岩陵)에
늘어뜨린 밧줄을 잡았다. 그 밧줄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배가 나오고 몸에 쓸데없는 군더더기 살이 붙어 몸이 매우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서 올라간다. 힘도 들지만 스릴 만점이다. 어느 곳은 바위가 수직으로 된 곳도 있다. 이러한 곳은 양주시 지자체에서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손으로도 잡고 오르내릴 수 있으며 발을 디딜 수 있게 쇠로 "ㄷ"자 핀을 만들어 바위에 박아 놓았다. 양주시장을 비롯해 지자체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필자는 힘도 들지만, 스릴을 만끽하며 올라간다. 정상 임꺽정(林巨正) 봉까지 약 50m
정도 남았다고 한다. 그런데 먼저 올라간 회원들이 내려온다. 아마도 내가 올라오지 못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변용각 님께 다시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청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힘이 들 텐데도 불구하고 빙그레 웃으며 올라온다. 이렇게 남을 위해 자기를 버리고 희생하는
분이다. 봉사하는 마음과 정신은 누구나 본받아야 할 변용각 님이시다. 그 마음씨가 너무도 갸륵해 머리가 숙어진다.
드디어 고생
끝에 임꺽정(林巨正) 봉까지 올라왔다. 무엇보다도 임꺽정 봉이라고 쓰여있는 정상석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돈다. 나도 해냈다는 기쁨과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왔다는 희열 때문일 것이다. 의적(義賊) 임꺽정(林巨正) 정상석을 끌어안아 보았다. 말 한마디 없다. 그러다 잠시 후 잘 왔다고
칭찬을 하는 것 같았다. 임꺽정 얼굴에 뽀뽀부터 했다. 임꺽정(林巨正)은 조선의 3대 도적으로 불리는 조선 중기의 의적(義賊)이었다. 조선 중기
양주의 백정 출신 도둑으로 일명 임거정 혹은 임거질정이라고도 한다. 명종 때의 정치적 혼란과 흉년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관아를 습격하고 창고를 털어 빈민에게 나누어 주는 등 의적 활동을 벌였다. 아무리 도적의 왕이라 해도 어찌 이렇게 위험한 곳까지 올라와서 활동
했을까? 정상석엔 불곡산 임꺽정 봉 해발 449.5m라고 써 놓았다. 사진을 몇 카트 찍고 사방을 바라보니 꿈만 같다. 이렇게 아름답고 경이로운
곳을 살아생전 또 올 수 있을까? 역사적인 이 장소를 오늘 올라오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아마도 삼국시대 고구려
군대가 이곳에서 진을 치고 전쟁을 했나 보다. 불곡산 8보루(堡壘)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고구려) 석축 보루(해발
445.3m)이다. 불곡산 8보루는 불곡산 주 능선의 북서쪽에 치우친 봉우리 정상부에 위치한다.
이곳에서는 서쪽의 백석읍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보루(堡壘)는 봉우리 정상부를 감싸듯 외곽을 따라 축조되었는데 평면 형태는 가운데가 잘록한 장타원형이다. 서쪽 급경사면에는 별도의
석축 시설을 하지 않았고 동쪽을 위주로 석축이 조성되었으며, 구간에 따라서는 3m 정도 높이를 유지하는 성벽도 확인되는데 잘 다듬어진 장방형
석재를 사용하였다. 유물은 삼국시대에서 고려 시대에 속하는 여러 시기의 토기편이 소량 확인된다.
*보루(堡壘)= 보루는 적군을 막거나
공격하기 위해 흙이나 돌로 튼튼하게 쌓아놓은 진지를 가리키는 군사용어다.
불곡산의 세 번째 봉우리인 이곳은 일명 ‘임꺽정봉’으로
부르고 있다. 양주 유양리는 임꺽정의 태생지 전설 등 임꺽정과 관련된 많은 일화가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는 지역이다.
이 주위의 골짜기는
청송(靑松) 골(소나무가 많아 붙인 이름), 청소(靑笑) 골(소나무가 웃는다고 하여 붙인 이름), 천연(天然) 골(자연이 아름답다고 하여 붙인
이름), 천(天) 골(골짜기가 많아 붙인 이름) 등 여러 가지 이름이 남아 전해지는데, 이곳 지명과 소설 속 임꺽정의 소굴인 청석골’과 유사하여
이를 연관 지워 말하는 주민도 있다.
이 지방에서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난 임꺽정은 조선 시대 홍길동·장길산과 함께 3대 도적으로 조선 왕조
명종 때 약 3년간에 걸쳐 황해도를 중심으로 평안도,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지방까지 활동했던 도적집단의 우두머리이다.
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인 그는 우리에게는 소설 속의 인물, 괴력을 지닌 전설적인 인물로 더욱더 익숙해 있으며, 천대받던 백정의 신분으로 당시 집권
세력의 탄압 등 사회적 모순 속에 살아남기 위해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를 우리는 한낱 도적의 괴수로서가 아니라, 영국의 로빈후드와 같이
민중에게 대리만족을 시켜 준 의적(義賊)으로 기억하고 있다. 임꺽정(林巨正)은 일반 도적 무리와는 달리 조직적인 집단을 형성하여 엄청난 세력을
갖추었으며, 조정에서는 체제 유지의 불안을 느껴 그를 체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으나 신출귀몰한 그의 행적과 그를 옹호하는 민중의 도움
속에서 조정에서 파견한 토포사(討捕使) 남치근(南致勤)에 의해 체포되기까지 무려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토포사(討捕使)= 조선
중기의 도둑을 잡는 일을 맡아보던 벼슬이나 그 벼슬아치를 이르던 말
*남치근(南致勤)= 조선전기 전라도 병마절도사, 전라도 순변사,
한성부판윤 등을 역임한 무신이다.
불곡산(佛谷山) 1편은 여기서 맺고 2편에서는 거북바위 등을 빚어낼 것이다.
2020년 0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