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절 규(絶叫) 옥청성불은 다시 침중하게 말했다. [놀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 그 말을 들었을 때 투황 역시 너무 놀라 그 정보를 거짓이라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암흑상영의 정보는 정확했네. 그들이 제시한 증거를 중심으로 투황은 하오문의 정보망을 이용해 조사를 했었네. 역시 천우대존도 검성을 붕괴시킨 복면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네.] [믿을 수 없습니다. 천우사마세가의 사마운지, 화중화 사마낭자와 단사영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 당시 강호인들은 당연히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랬는데 어떻게 천우대존이 검성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사실이네.] 옥청성불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황보군은 고개를 젓고 말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어째서…] 옥청성불은 무거운 불호성을 발했다. [아미타불…] 잠시동안 석실 안엔 침묵이 감돌았다. 그 침묵을 깨며 옥청성불이 다시 입을 열었다. [투황은 그 때부터 탕마성불의 뒤를 조사했네. 또한 취선을 만나 개방과 하오문의 정보망을 연합하여 염왕족을 조사하기 시작했네. 그러는 한편 그들 두 사람은 노납처럼 강호를 떠난 늙은이들을 찾아다니며 항차 닥쳐올 무림겁난에 대비하기로 했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철검성(鐵劍城)이네.] […] [그러던 지난 가을이었네. 염왕의 족적(足迹)을 찾던 하오문의 정보망에 강호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절세고수들이 항산(恒山)에 운집해 있음이 걸려들었네. 애초 우리들은 항산에 있는 그들이 염왕의 후예들로 오해했었네, 우리들은 죽음을 불사한 채 항산으로 갔네 . 만약 그들이 염왕족들이라면 동귀어진을 하는 한이 있어도 그들을 죽이려고 떠난 길이었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의 동조자들을 얻게 되었네.] […] [항산에 은거해 있던 신비세력은 염왕족이 아닌 천왕(天王)의 후예였네.] [천왕!] 황보군은 정신이 없었다. -천왕(天王)! 불도속(佛道俗)의 정종삼학(正宗三學)은 물론 지고한 오의를 지닌 유문(儒門)의 정통무학까지 두루 섭렵하고 그 정대함을 더욱 빛나게 한 신인(神人) 천왕! 그의 후예들이 항산에 은거해 있었던 것이다. 옥청성불은 아연해 있는 황보군을 응시하며 말했다. [천왕의 후예들은 이미 염왕족의 동태를 오래 전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었네. 그들과 우린 손을 잡았네. 하나 강호 전면에는 늙은이들의 철검성이 나서고 천왕인들은 그 정체를 감추기로 했네. 천왕의 후예가 나타났음을 염왕족들이 알게 되면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네.] […] [철검성은 흑련과 대치하면서 은밀히 음모를 캐기 시작했네. 염왕족을 조사하면 할수록 우린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되었네. 바로 암흑상영! 강호인이 아니면서도 강호의 일에 대해 자기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아는 암흑상영이 지난 십 년 동안 강호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혈겁에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었네.] […] [강호의 피바람은 암흑상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은 강호사에 깊이 개입하고 있었던 것을 개방과 하오문이 알아낸 것이네. 우리는 이 점을 중시여기기 시작했네. 철검성의 발호도 따지고 보면 암흑상영이 투황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빚어진 일이었네. 우린 암흑상영을 역추적하기 시작했네.] […] [그리고 며칠 전 암흑여왕(暗黑女王)이라 불리는 암흑아상영주가 흑련의 새로운 지배자인 흑라제후와 동일인임을 알아냈네.] [흑라제후와 암흑여왕이 동인일!] [그렇다네, 놀랍게도 그녀는 암흑상영을 등에 지고 흑련을 조종한 것이네. 우리의 초점은 그녀에게 맞추어졌네. 끈질긴 추적과 조사 끝에 그녀가 염왕의 후예인 위지천과 동문(同門)이란 사실을 알아냈네. 또한 그들이 꾸미는 혼돈지계의 전모를 알게 되었네.] [아…] [그러나 우리가 알아낸 엄청난 음모를 백화맹에 알리기도 전에 그만 그들에 의해 우리의 꼬리가 드러나고 말았네.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한 것이 천려일실의 우가 되고 말았네.] [실수라니요?] [어처구니없게도 북개방의 방주인 개왕(蓋王)이 우리도 모르게 바뀌치기 된 것이네.] [바꿔치기! 그럼 가짜!] 황보군은 흠칫했다. -개왕! 개방의 정통성을 무시한 채 개혁(改革)을 주장해온 북개방의 방주! 실리주의(實利主義)의 표본(標本)이라 칭해지는 인물로 자파(自派)의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강호 정통성은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옥청성불은 하얀 수염을 떨 정도로 분노했다. [칠 년 전 개방에서 추방된 천면신개(千面神蓋)란 자가 개왕을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고 있었음을 모른 채 우린 개방의 소식망을 이용해 백화맹주인 천우대존에게 혼돈지게를 알리려다가 이렇게 쫓기는 몸이 되고 만 것이네. 이제 알겠는가? 왜 취선이 스스로 죽음을 돌보지 않고 황보시주를 이곳에 데려 왔는지를…] [아…] 황보군은 비로서 취선이 죽음을 택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검성을 붕괴시켰다는 죄책감! 염왕족에게 이용을 당하고 심지어 많은 사람들의 희생 끝에 알게 된 혼돈지계의 음모를 개방 때문에 자칫하면 알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자책감! 그러한 것들이 그를 죽음으로 몬 것이다. 바로 황보군을 만남으로 인해… 옥청성불은 황보군을 굳어진 신색으로 주시했다. [황보시주는 지금 이곳에서 들은 이야기를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천우대존에게 전해야 하네, 그가 당금 무림의 혈겁을 종식시킬 열쇠를 쥐고 있네.] [각골명심하겠습니다.] 황보군은 결연한 어조로 응답했다. 옥청성불은 비로소 안심이 된다는 듯 품 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이것은 개방과 하오문의 여러 시주들이 생명과 바꿔 알아낸 연명부(連名簿)네.] […?] [이 두루마리엔 백화맹에 잠입해 있는 염왕족들과 그동안 진행되어온 혼돈지계의 전모가 적혀 있네. 이것을 천우대존에게 전해 주게.] [목숨을 걸고 기필코 전하겠습니다.] 황보군은 두 손으로 연명부를 받아쥐었다. 그것을 손에 쥔 황보군의 눈엔 결연한 빛이 뻗어나오고 있었다. 옥청성불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불호성을 읊조렸다. [아미타불…강호의 운명이 이젠 황보시주의 손에 달렸네. 석존의 가호가 있기를…] 황보군은 연명부를 바라보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 하남에서 무창으로 향하는 관도 위를 단사영은 걷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은발을 곱게 빚어 묶은 냉군향이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간혹 걸음을 걸으며 단사영의 옆얼굴을 응시하는 냉군향의 눈가엔 행복이 가득차 있었다. (이대로 공자님과 강호를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 보금자리를 꾸미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자신만의 생각임을 누구보다 더 잘안다. 벽력권왕 반장을 죽여 북천용궁과 검성의 원수를 갚았다고는 하지만 단사영에겐 아직도 피맺힌 원한이 남아 있음을 그녀는 안다. 남몰래 나직한 한숨을 내쉰 냉군향은 시선을 하늘에 두었다. 하늘은 맑았다. 어느새 낮의 기온은 청명한 봄날의 햇살은 따사로움을 느끼게 했다. 하늘로부터 시선을 내리던 한 순간 냉군향의 눈에서 이채가 뻗어졌다. (앗! 저것은!) 시선을 내리자 관도 옆 수풀 속에 한 그루의 커다란 노송이 서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노송의 줄기에 무슨 기호(記號)가 그려져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솔가지 끝에 하얀 천쪼가리를 묶어 두었는데 나비 모양의 매듭이 세 개나 매여져 있었다. 그것은 북천용궁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호였다. (언니! 언니의 기호다!) 그녀의 머리에 냉가려의 얼굴이 떠올랐다. 냉군향은 즉시 몸을 날려 나무에 다가가 자세히 기호를 살펴보았다. [틀림없어! 이건 언니가 만들어 놓은 기호야!] 그녀는 기호를 더듬어 방향을 잡았다. 그곳에는 한 줄기의 조그마한 소로(小路)가 있었다. 냉군향은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있는 단사영에게 말했다. [사영, 이 신호는 언니가 자기 있는 방향을 가리킨 신호예요.] (빙백용녀 냉가려가 근처에 있단 말인가?) 단사영이 소로 쪽으로 시선을 두는 순간 냉군향은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길을 재촉했다. [어서 언니를 찾아가요.] 단사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로로 접어들었다. 한참동안을 걸으니 조그만 산이 하나 나타났다. [이상한데? 여기서 기호가 끊어지다니…] 냉군향은 중얼거리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눈에 띠는 기호나 특별한 표식은 없었다. 이때 단사영이 울울창창한 숲속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숲속에 조그만 오두막집이 하나 있군.] 냉군향이 자세히 살펴보니 숲 사이로 조그만 모옥(茅屋) 한 채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렇군요!] 그녀는 크게 기뻐하며 모옥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사냥꾼들이나 약초를 캐는 초부들이 이슬을 피하기 위해 지어놓은 듯한 모옥 주변은 괴괴할 뿐 인적이라고는 없었다. 냉군향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때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이어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자가 있었다. 인영은 하얀 백발에 주름의 골이 깊게 패인 노파(老婆)였다. 손에 용두장(龍頭杖)을 들고 있는 노파의 인상은 험상궂기 짝이 없었다. 그녀를 본 순간 단사영은 검미를 찡그렸다. (저 노파는 두양성 공동묘지에서 본 노파다. 그렇다면 이곳에 철검성의 군사인 공손문이 있단 말인가?) 용두괴장을 든 노파는 철검성 군사인 공손문이 타고 있던 녹색가마를 호위하던 두 명의 노파 중 한 명이었다. 일순 노파는 단사영을 알아보고는 탄성을 발했다. [엇! 공자는…철검혈랑 단사영!] 노파는 두양성 공동묘지에서 단사영을 유의 깊게 보았기 때문에 대번에 그를 알아본 것이다. 이때 그들의 말소리를 들었는지 모옥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며 한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가냘픈 체구에 하얀 백의를 걸친 여인이었다. 단사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눈가에 잔 파랑이 일었다. (냉가려!) 이때 그녀를 발견한 냉군향이 소리치며 달려갔다. [언니!] [넌… 넌 향아!] 그들은 서로 마주본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다음 순간, [흑흑흑…] 냉군향은 소리를 내어 울면서 냉가려의 가슴 속으로 뛰어들었다. 냉가려도 오랜만에 그녀를 만난 기쁨에 그녀를 얼싸안았다. 다만 단사영만이 말없이 그녀들의 상봉(相逢)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후에야 냉가려는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 [나는 혹시 네가 죽지나 않았나 하고 얼마나 상심했는지 아니? 연락이라도 줄 것이지, 영영 안 볼려고 그랬어?] [미안해, 언니…] 냉군향은 눈물을 닦으며 냉가려를 바라보았다. [나쁜 계집애, 언니 속만 썩히고…] [다시는 안 그럴게.] [또 말없이 떠났다가는 그땐 가만두지 않을 테니 알아서 해!] [알았어, 언니.] 냉군향이 배시시 웃었다. 냉가려도 덩달아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냉가려는 시선을 단사영에게 돌렸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살며시 냉군향을 밀어냈다. 그녀는 단사영에게 포권을 취했다. [향아를 구해 주셔서 고마워요, 벽력권왕의 죽음은 이미 강호 전역에 소문이 파다해 들어 알아요. 북천용궁의 한을 풀어준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가와요.] [냉낭자가 철검성과 함께 행동한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소. 혹시 저 안에 그들이 있는 것이 아니오?] [철검성 사람들은 이곳에 없어요. 모두들 상산(湘山)으로 떠났어요.] [상산?] [예, 그곳에 철검성의 본단이 있어요. 소녀도 그들과 함께 행동해야 하지만 하루 뒤로 길을 미루었지요, 단공자님과 향아가 남하 중이란 강호 소문을 듣고 어쩌면 만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에 기호를 남겨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그랬는데 하늘의 도움인지 이렇듯 만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냉가려는 눈에 기쁨의 빛을 발했다. [아참, 이럴 것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시죠.] 냉가려는 활짝 웃으며 먼저 들어가라는 듯 길을 터주었다. 단사영은 철검성 사람이 없다는 말에 일단 안심이 되었다. 그들을 만나봐야 귀찮은 일만 초래될 뿐이다. 잠시 후 그들은 모옥 안으로 들어가 둘러앉았다. 냉군향과 냉가려 두 자매(姉妹)는 그동안 자신들이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바빴다. 단사영은 묵묵히 그들 자매의 말을 들을 뿐 말이 없었다. 단사영은 냉씨자매의 얘기가 길어지자 슬그머니 모옥을 나왔다. 어느새 사위는 어둠에 잠겨져 있었다. 밤하늘을 주시하는 단사영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군향의 일은 빙백용녀가 알아서 할 것이다 . 그렇다면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겠구나.) 단사영은 떠날 생각을 했다. 작별 인사 없이 떠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것이 더 편했다. 잠시동안 모옥을 바라보던 단사영은 이내 몸을 돌렸다. 그의 걸음은 모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그가 하나의 구릉을 넘으려 할 때였다. 돌연 그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인기척!) 그는 공력을 귀에 집중하여 주위의 동정을 살폈다. (한 명, 두 명…모두 다섯 명이군.) 과연 다섯 명의 괴한들이 구릉 주변의 숲과 바위 주변에 매복해 있었다. 그들은 숨을 죽인 채 단사영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는 듯했다. (구릉 아래에 모옥이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냉씨자매인가?) 단사영은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떼었다. 주변의 매복을 눈치채지 못한 척하며 그들의 동태를 역으로 살필 생각이었다. 약 일각의 시간이 지나갔다. 구릉 옆 커다란 바위 밑으로부터 조용히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는 여기서 냉가 계집들을 계속 감시하고 있거라.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마라, 철검혈랑 놈이 떠났다고는 하지만 그 계집들은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나는 방주님께 보고하러 가야겠다.] [네, 알았습니다.] 구릉 곳곳에서 나직한 대답들이 들려나왔다. 이어 바위 뒤로부터 한 줄기 인영이 번개처럼 솟구쳐 올랐다. 인영은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잠겨들었다. 휙-! 검은 인영은 어느 폐장(廢莊)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 세월 동안 버려진 듯 장원은 귀신이라도 나올 듯싶었다. 그러나 장원안 대청 앞 마당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어서 대낮같이 밝았다. 대청 안에는 약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옷차림은 한결같이 남루하기 그지 없었다. 거지떼들! 그렇다. 토지묘 안에 있는 거지들은 북개방(北 幇)의 인물들이었다. 그것도 허리띠의 매듭들이 여섯 개 이상인 점을 보아 개방 내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는 요직 고수들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곳은 북개방의 분타 중 한 곳이란 말인가? 헌데 그들 모두는 마치 대적(大敵)을 맞으려는 것처럼 완전히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검은 인영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땅에 엎드려 부복했다. 그러자 마당에 있던 거지들 중 중앙에 앉아 있는 인물이 그를 향해 물었다. [다녀왔느냐?] [네.] 깊숙이 허리를 굽히는 검은 인영의 허리띠에는 네 개의 매듭이 져 있었다. 밝은 불빛 아래 드러난 그의 얼굴은 쥐턱에 코 밑에 팔자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여우처럼 간사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는 북개방의 순찰부당주(巡察部堂主)로 추적술과 은신술이 뛰어난 잠영은걸(潛影隱乞)이다. 잠영은걸은 중앙의 중년거지를 향해 고개를 더욱 읊조렸다. [놈은 어디론가 떠나고 그곳에는 빙백용녀, 무정설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노파뿐입니다. 계집들을 잡으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방주(幇主)!] 그렇다. 중앙에 앉아 있는 중년거지는 북개방의 방주였다. -개왕( 王)! 그러나 개방인들은 몰랐다. 그가 칠 년 전 개방에서 추방을 당한 천면신개란 사실을… 개왕은 다시 잠영은걸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놈이 어디로 간 것 같더냐?]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그 놈이 계집들의 곁을 떠났다는 점입니다.] [지금 곧 파발을 띠워 철검혈랑 단사영을 추적한다. 만약 그가 장강을 넘기 전 단 한 명의 개방인이라도 죽인다면 그땐 그의 피로 이 땅을 적실 것이다.] [존명!] 북개방인들은 고개를 숙였다. 일순 대장로 파의신개가 입을 열었다. [하오면 북천용궁의 냉씨 아이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오, 방주!] [사로잡는다. 만약 여의치 않으면 죽이시오!] [알겠습니다. 곧 수하들을 파견하겠습니다.] 바로 그 때였다. [아하하핫…] 일장의 광소소리와 함께 두 개의 그림자가 마치 독수리처럼 마당에 날아내렸다. 북개방인들은 의외의 사태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은 모두 얼굴빛을 굳히며 마당을 바라보았다. 나타난 사람은 놀랍게도 황보군(皇甫君)과 염앵앵(廉鶯鶯)이 아닌가? [음!] 문득 개왕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때 황보군은 다시 한번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어디들 갔나 했더니만 이곳에 떼거지로 모여 있었구나!] 그는 번쩍이는 눈으로 북개방인들을 바라보았다. 개왕은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천뢰무적검(天雷無敵劍)! 본방은 귀하와 아무런 은원도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곳에 와서 횡포를 부리다니! 가친의 얼굴을 보아 오늘 일은 마음에 두지 않을 테니 물러 가시오.] 찰라지간, 황보군의 입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핫핫핫! 가친의 이름을 들먹일 필요는 없다. 천면신개! 가면을 벗어라!] [가면이라니? 무슨 허튼 소리냐? 어찌하여 본좌를 천면신개라 하느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개왕, 즉 천면신개는 얼굴을 울그락붉으락 변색시키며 외쳤다. 황보군은 가증스럽다는 듯 그를 노려보았다. [정녕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모양이군, 좋다! 본인이 네놈의 가면을 벗겨주겠다.] [후후후, 너무 건방지군!] 개왕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오만한 놈! 네가 요즈음 약간의 명성을 얻었다고 눈에 뵈는 것이 없나 보구나. 진정한 하늘이 무엇인지를 오늘 가르쳐 주겠다.] 개왕은 손짓을 했다. 눈깜빡할 사이에 황보군은 십여 명에 이르는 북개방인들에 의하여 포위되고 말았다. 그들은 이십대 후반의 청년거지들이었다. 눈에서 예리한 정광이 뻗어지는 것이 모두 호락호락하게 보이지 않았다. (으음! 이들은 개왕이 직접 가르쳤다는 용호십팔개(龍虎十八蓋)가 분명하다. 만만치 않겠는데…) 이 순간 용호십팔개는 일제히 검을 뽑아들고 황보군을 겨누었다. 개방인들은 타구봉(打狗棒)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용호십팔개는 검법을 연마했다. 그들의 검법은 개왕이 직접 사사해준 것들로 이미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용호비검법(龍虎秘劍法)이다. 강맹하기 짝이 없는 검류를 지닌 용호비검은 이들 용효십팔개의 이름을 강북 무림에 떨치게 했다. 그러나 천뢰무적검과 염앵앵은 태연히 그들을 둘러보았다. 긴장의 순간이 흘러갔다. 일순 용호십팔개 중 일개(一蓋)인 황룡개(黃龍蓋)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쳐라!] 쌕-! 쉬이익…! 용호십팔개가 일제히 천뢰무적검을 향해 덮쳐갔다. 어지럽게 움직이는 것 같으나 실상 일사불란한 배치에 의해 전개되는 검진이 발동된 것이다. 그 순간, 황보군의 검이 공중에 무수한 검화를 뿌렸다. [천뢰전(天雷電)!] 번쩍! 검광이 너무나 밝아 일시지간 눈 앞이 하얗게 아려진다고 느끼는 순간 두 명의 거지의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악!] 하나는 목이 달아나고 하나는 심장이 반으로 쪼개어졌다. 개왕은 황보군의 검법을 보고 크게 놀랐다. [뇌전십팔풍(雷電十八風)!] 그렇다! 지금 황보군이 전개한 검법은 너무나 심오해 그것을 연성한 사람이 없다는 황보세가의 뇌전십팔풍이었다. 그 중 빠름에 강점을 지닌 쾌절(快絶) 천뢰전검식이 펼쳐진 것이다. 개왕조차 황보군의 검이 어떻게 휘둘러졌는지 보지 못할 정도의 쾌검식(快劍式)이었다. 이 순간 황보군은 풍운십팔풍검법을 연이어 전개해내고 있었다. 그의 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지없이 한 사람씩의 시체가 남았다. 용호십팔개는 잠시 주춤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차츰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단 몇 수에 벌써 다섯 명의 동료들이 황천에 오르지 않았는가? 개왕의 눈썹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이놈!] 휘리릭… 그는 이형환위(利形換位)의 경공술로 대청을 내려와 천뢰무적검의 앞에 섰다. 황보군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흥! 직접 나서겠다 이건가?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 흑라제후의 주구(走狗)!] 번쩍! 다시 하나의 검화가 폭출되었다. 예리한 검기는 개왕을 향해 덮쳐갔다. 그러나, 개왕은 용호십팔개와는 다른 고수다. 그는 검화를 재빨리 피하면서 반격을 가했다. [천승만기장(天乘萬氣掌)!] 그가 쌍장을 어지럽게 떨치며 황보군의 좌우 어깨를 잡아갔다. 찰라 기합소리와 함께 다시 천뢰무적검의 장검이 방향을 바꾸어 날아갔다. [뇌풍귀영(雷風鬼影)] 검강이 개왕의 두 팔을 짤라낼 듯 풍차처럼 덮쳐왔다. 개왕은 다급히 세 걸음이나 물러서 있었다. 급히 피하긴 했지만 그의 어깨에서는 시뻘건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개왕의 얼굴에도 공포의 빛이 역력히 떠올랐다. (난 이 놈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자!) 사실 껍데기만 개왕일 뿐 그는 천면신개가 아니던가? 천면신개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황보군과 맞설 수 없었다. 이때, 다시 천뢰무적검의 검끝이 그를 향해 그어갔다. [수라뇌격(修羅雷擊)!] 쌔애액-! 뻗어진 검강이 개왕의 심장을 짖이길 듯 노려왔다. [과연 뇌전십팔검이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다.] 개왕은 두 눈에 새파란 독기를 뿜어냈다. 일순 그의 소맷자락에서는 한 개의 물체가 튀어나왔다. 휘익! 천뢰무적검은 그가 암기를 발출했음을 짐작하고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자기가 속은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한 개의 동전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쨍! 동전이 황보군의 검에 반동강이 났다. 반으로 쪼개진 동전이 땅에 떨어질 즈음 돌연 개왕의 신형이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는 게 아닌가? [황보군, 강산이 푸르른 한 땔감이 떨어지지 않는 법! 오늘의 빚은 결코 잊지 않겠다.] 개왕은 한 소리 일갈만 남긴 채 달아나기 시작했다. 너무나 뜻밖의 일에 북개방의 고수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개왕은 등을 돌린 채 사라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 때였다. 휙!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천뢰무적검의 머리 위를 덮쳐 왔다. [앗!] 황보군은 크게 놀라며 재빨리 검은 그림자에게 검을 돌렸다. [엇!] 검은 그림자는 날렵하게 몸을 뒤집으며 그의 검을 피해내고는 사뿐히 땅에 내려섰다. 그러나 그의 옷자락은 이미 길게 찢어져 있었다. 검은 그림자는 바로 단사영이었다. 단사영은 잠영은걸의 뒤를 미행해 오래 전부터 이곳에 숨어 있었다. 처음 황보군과 염앵앵이 나타났을 때 그는 흠칫 놀랬다. 황보군과 재회를 나누고 싶었지만 옆에 염앵앵이 있기에 좀 더 사태를 지켜볼 의향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뜻밖으로 개왕이 도망가자 그를 향해 덮쳐가려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천뢰무적검은 단사영이 자기에게 공격해 오는 것으로 오인하고 검을 휘둘러 대었던 것이다. 그 순간 그 틈을 이용하여 북개방 거지들은 이미 어디론가 모두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단사영은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그는 개왕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다 . 그를 잡아 취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천뢰무적검에 의해 방해를 받았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지 않았던가. 허나 이 순간 단사영의 기분과는 달리 황보군과 염앵앵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 드리워졌다. [아니? 단형(段兄)!] [오빠!] 황보군과 염앵앵은 그에게 달려들어 얼싸안고 기뻐했다. 염앵앵은 눈물까지 글썽거리고 있었다. 염앵앵은 앙증맞은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오빠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했을 때 믿지 않았어요. 그리고 얼마 전 오빠가 벽력권왕을 죽였다는 소문이 나돌기에 무작정 남쪽으로 가던 중이었어요. 헌데, 여기에서 오빠를 만나게 되다니…] 황보군도 한마디 거들었다. [하하하! 네 이럴 줄 알았다니까! 단형, 만나서 반갑소, 정말 반가워…핫핫핫!] 단사영은 개왕을 놓친 게 무척 아쉬웠지만 자신을 반겨주는 그들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황보형, 소앵, 만나서 반갑소.] 단사영은 웃음을 띤 채로 황보군과 염앵앵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개왕과 싸우게 된 것이오?] 염앵앵이 갑자기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개왕은 무슨 개왕이에요, 그 자는 가짜예요. 그는 흑라제후의 조종을 받는 파천무영비 가운데 한 사람이에요.] [파천무영비! 그럼 조금 전 그 자가…!] 단사영이 흠칫 놀라자 황보군이 검을 검집에 집어 넣으며 한 마디 했다. [그 자는 천면신개(千面神蓋)란 자요.] [천면신개! 그게 정말이오? 그는 죽었다고 하던데…] [아니오,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흑라제후에게서 무공까지 배워 개왕을 죽이고 그 행세를 한 것이오. 그렇기 때문에 북개방이 흑라제후의 수중에 들어간 것이오.] [그런 일이 있었군.] 단사영은 그 말에 개왕을 놓친 것이 더욱 후회되었다. 하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다 . 천면신개는 벌써 도망을 쳤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돌연 단사영의 안색이 굳어졌다. [아차! 어쩌면 그 자들이 냉낭자들에게 갔을지도 모른다!] 불현듯 떠오른 것이 조금 전 그들이 한 대화였다. 흑라제후의 명으로 냉씨자매를 잡을 계획을 그들이 꾸미고 있었지 않은가? 이때 황보군이 검미를 찌푸리며 물었다. [냉낭자라면 혹시 북천용궁의 냉낭자를 말하는 거요?] [이럴 것이 아니라 가면서 이야기합시다.] 단사영은 벌써 몸을 날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황보군과 염앵앵은 단사영의 촉박한 걸음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깨닫고는 급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휘… 세 사람은 절정의 경공술을 발휘해 밤하늘을 갈랐다. 덜컹-! 단사영이 거칠게 문을 열고 모옥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황보군과 염앵앵도 급히 따랐다. 찰라, [한밤중에 무슨 일이에요?] 어둠 속에서 냉가려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의 음성은 잠이 덜 깬 듯 멍멍했다. 일순 단사영의 얼굴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다행이군, 불이 꺼져 있고 기척이 없기에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는데 잠을 자고 있었군.) 사실 그가 이토록 황망히 서두른 데에는 까닭이 있었다. 모옥은 불이 꺼진 상태였다. 달려오면서도 귀를 기울였건만 기척도 일지 않았다. 그가 모옥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것이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모옥 안의 여인들은 절정의 고수들이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급히 달려오는 단사영의 기척을 느끼지 못할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하자 가슴이 덜컹해진 단사영이 서둘러 모옥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 때였다. 팟-! 불이 밝혀졌다 . 그와 동시 호롱불을 든 냉군향이 세 사람을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어머, 황보공자님 아니세요?] [아니! 냉군향 소저 아닙니까?] 황보군과 냉군향은 서로 몹시 반가워했다. 이윽고 그들은 모두 방안에 둘러앉았다. 염앵앵과 냉씨자매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으므로 황보군이 소개시켜 주었다. [여기 이 꼬마 숙녀는 금도장(金刀莊)의 염앵앵 소저요.] [반나서 반가워요, 두 분 언니.] 염앵앵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일순 냉가려의 아미가 모아졌다. [금도장! 그럼 구주신도(九州神刀) 염우비(廉雨飛) 장주의 딸이겠군요?] [냉언니, 일전에 저희 장원에서 고생을 하셨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일에 대해선 정말이지 할 말이 없어요. 죄송해요, 정말 뭐라 사과의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염앵앵은 당황해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냉가려의 쌀쌀맞은 태도는 금새 바뀌지 않았다. 허긴 그녀로서는 금도장이라면 좋은 기억이 없지 않은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비도탈혼 염자강의 꾀임에 넘어가 하마터면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거기에다가 금도장이라면 흑련에 속해 있는 방파다. 자연 그녀는 염앵앵을 쌀쌀맞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냉군향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는 염앵앵이 바늘 방석에 앉은 사람마냥 안절부절치 못하자 슬쩍 대화를 바꾸었다. [염낭자, 나와 나이 차이도 많지 않은 것 같으니 동생이라고 부를게요?] [고마워요, 군향 언니.] [동생은 어떻게 황보공자님과 함께 이곳에 오게 되었어?] [그건…] 염앵앵은 말꼬리를 흘리며 힐끔 단사영은 바라보았다. 이 무렵 단사영은 탁자 한 쪽에 앉아 말없이 탁자 위에 올려진 호롱불만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무정한 모습에 염앵앵은 웬지모를 슬픔을 맛보았다. (치이, 내가 누구 때문에 가출을 했는데 반갑다고 안아주면 팔에 곰팡이가 끼나? 내가 궁지에 몰려 있는데 도와주면 어디 덧나나? 흥! 흥이다!) 염앵앵은 속으로 콧방귀를 흥흥거리고는 냉가려의 말에 대답했다. [오빠를 찾아 왔어요.] [오빠?] [예, 사영오빠 말이에요, 오빠가 벽력권왕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남쪽으로 오다가 황보공자님을 만났어요.] 그녀는 자신이 가출하여 황보군과 만나 이곳까지 오게 된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헌데 그녀의 말이 취선의 죽음에 이르렀을 때였다. 돌연 말 한마디 없던 단사영이 크게 놀란 외침을 발했다. [취선이 죽어? 정말 그가 죽었단 말이냐? 소앵?] 중인들은 그가 왜 그토록 놀라는지를 알고 있다. 취선은 그의 원수 중 한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 순간 염앵앵은 도끼눈을 하며 단사영에게 쌀쌀맞게 말했다. [오빠, 취선 노선배님을 욕하면 안 돼요.] [소앵, 사실대로 얘기해라, 정말 취선이 죽었느냐?] 단사영이 염앵앵을 잡아먹을 듯이 말할 때다 . 이번에는 황보군이 단사영에게 진정하라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여는 게 아닌가? [단형, 노선배님은 진정으로 강호를 걱정하시던 의인이였소. 그 분은 죽음으로 단형에게 용서를 바랬소.] [진정한 의인, 용서, 죽음? 후후후…우습군, 그가 의인이면 절대마종도 의인일 것이오.] [아니오, 이것을 보시오.] 황보군은 품 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단사영에게 주었다. 단사영은 그것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오직 자신의 손으로 취선을 죽이지 못했다는 것에 분노할 뿐이었다. 황보군은 고개를 저으며 옥청성불이 해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의 얘기가 게속되는 동안 단사영과 냉씨자매의 얼굴은 크나큰 충격과 경악으로 굳어들어갔다. 어느새 단사영은 탁자 위에 올려진 두루마리를 풀어 읽고 있었다. 잠시 후 황보군의 얘기가 끝났다. 찰라 단사영의 입에서 괴기로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크크크…그랬단 말인지…크크크…재미있군, 재미있어…크핫핫핫!] 돌연 그는 하늘이 무너질 듯한 웃음을 토해냈다. 그 웃음은 상처입은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절규(絶叫)였다. [크핫핫핫!] 계 속 |
첫댓글
잘읽어 보구 갑니다
이브닝 시간 따스하게 보내셔요^-^
감사히 읽어 봅니다
고은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