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화동숙(今宵花同宿)
'오늘 밤에 꽃이랑 주무세요'라는 뜻으로, 고려 시대 대문장가 이규보가 여성의 삐침을 시로 표현한 말이다.
今 : 이제 금(人/2)
宵 : 밤 소(宀/7)
花 : 꽃 화(艹/4)
同 : 한가지 동(口/3)
宿 : 잘 숙(宀/8)
출전 : 대동시선(大東詩選) 第1卷
다음의 시는 이규보가 지은 '절화행(折花行)'이다. '절화행'은 젊은 여인의 마음을 노래한 작품으로, 개화기 때의 사학자 장지연(張志淵) 등이 편찬한 '대동시선(大東詩選)' 제1권에 이규보의 작품이라 하여 실려 전하나, 그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이 시가 보이지 않는다.
절화행(折花行) / 이규보(李奎報)
(꽃을 꺾어서)
牧丹含露眞珠顆(목단함로진주과)
모란꽃 이슬 머금어 진주 같은데
美人折得窓前過(미인절득창전과)
신부가 꺾어선 창 앞을 지나면서
含笑問檀郞(함소문단랑)
빙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花强妾貌强(화강첩모강)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檀郞故相戱(단랑고상희)
신랑이 일부러 장난삼아
强道花枝好(강도화지호)
꽃가지가 더 나은데?
美人拓花勝(미인척화승)
신부는 꽃을 던져 버리고
踏破花枝道(답파화지도)
밟아 짓뭉개면서
花若勝於妾(화약승어첩)
꽃이 나보다 예쁘다면
今宵花同宿(금소화동숙)
오늘 밤에 꽃이랑 주무세요!
고려시대 대문장가인 백운 이규보(李奎報)의 시 '절화행(折花行)'으로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수록돼 있다. 오늘날의 남자들은 아내나 연인이 "나 예뻐?"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당연히 예쁘지!"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시에 등장하는 남자는 마치 여성이 어떤 식의 반응을 하는지 보려는 것처럼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이에 여성은 짐짓 화난 듯 꽃을 던져 밟아 버리고는 신랑에게 "오늘 밤엔 꽃과 함께 주무시라"고 꼬집듯 말한다.
지금보다 800년 전쯤인 고려시대에 창작된 시이지만, 현대의 상황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당대 최고의 문호로 일컬어지던 이규보가 어떤 계기로 위 시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도 들어있지 않은 작품이다.
그의 경험담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시의 소재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 시를 읽다 보면 스토리 전개도 생동감이 있고, 현장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는 것처럼 전체 이미지가 또한 선명하다.
남자들은 위 시를 읽고선 '여성을 어떻게 달랬을까?'라는 궁금증이 들 것이고, 여성 가운데서는 '나 같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한 분도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여성들이 이전과는 달리 발언권이 센 편이다. 그리하여 여자들이 삐치면 남자들은 당황해하거나 난감해한다. 위 시를 읽다 보면 고려 시대에도 남자들 못지않게 여자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여하튼 이규보의 시 치곤 재미있어 골라보았다.
(注)
○ 절화행(折花行) : 절화는 꽃을 꺾는다는 뜻이고, 행(行)은 악부시체의 하나입니다. 굳이 제목을 글자대로 번역하자면, 꽃을 꺾는 노래라는 뜻이 되겠죠.
○ 모란함로진주과(牡丹含露眞珠顆) : 모란함로(牡丹含露)는 모란꽃이 이슬을 머금었습니다. 함초롬히 이슬이 맺힌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진주과(眞珠顆)는 진주처럼 영롱합니다. 과(顆)는 낟알, 이슬방울을 말합니다. 모란은 대략 5월, 6월경에 꽃이 핍니다. 이슬이 내린 걸로 봐서 저녁때이군요. 어떤 분들은 이 시를 해설하면서 이른아침이라고 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을 저녁이라고 봅니다. 이슬은 해가 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밤중이 되면 이슬방울이 제법 굵어집니다. 모란꽃에 이슬방울이 진주처럼 맺혔다고 하였으니, 초저녁은 아니고,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대인 것같습니다. 5월 초여름 밤, 활짝핀 모란꽃, 맑은 이슬방울, 이런 개념들은 익을대로 익은 풍염한 여인, 낭군의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 여인의 몸을 연상케 하는 시어들입니다.
○ 미인절득창전과(美人折得窓前過) : 미인은 아름다운 여인이지요. 건전한 생각만으로는 신부라고 보는 것이 옳겠지만, 한시에서 이런 경우 반드시 정처 신부만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절득(折得)은 꺾었다는 뜻입니다. 꽃을 꺾는다는 개념은 남자가 여인을 품에 안는 것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묘한 여운을 남기는 대목입니다. 꽃을 꺾어들고, 창전과(窓前過) 즉, 창 앞을 지나갑니다.
○ 함소문단랑(含笑問檀郞) : 함소(含笑)는 미소를 머금은 것입니다. 단랑(檀郞)은 낭군입니다. 정상적인 부부 사이라면 남편을 의미합니다. 미소를 지으며 낭군에게 물었습니다.
○ 화강첩모강(花强妾貌强) : 화강(花强)은 '꽃이 낫다'라는 뜻이죠. 여기서 강(强)이라는 글자는 '더 낫다'라는 뜻입니다. 꽃이 더 나아요? 첩의 모습이 더 나아요? 라고 낭군에게 묻는 것입니다. 첩이라는 글자는 정처, 즉 아내를 의미하는지 애인 사이인 애첩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후자일 경우가 더 감미로울 것같습니다.
○ 단랑고상희(檀郞故相戱) : 낭군이 짐짓 장난을 칩니다.
○ 강도화지호(强道花枝好) : 강도(强道)는 못이기는 체하며 말하는 것입니다. 화지호(花枝好)는 꽃가지가 좋다는 것이죠. 꽃이 당신보다 더 이쁘다고 농담을 하였습니다.
○ 미인투화승(美人妬花勝) : 화승(花勝)은 '꽃이 낫다'는 뜻이고, 투(妬)는 질투한다는 뜻입니다. 미인은 낭군의 말을 듣고서 질투심이 발동하였습니다.
○ 답파화지도(踏破花枝道) : 답파(踏破)는 밟아서 깨뜨리다. 꽃을 밟아서 깨부수는 것이니까, 발로 밟아 짓뭉개는 것이겠죠. 화지(花枝)는 꽃가지를 뜻하지요. 끝에 있는 도(道) 자는 '말한다'는 뜻입니다. 미인이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 화약승어첩(花若勝於妾) : 꽃이 만약에 첩보다 낫거들랑이라는 뜻입니다. 승어첩(勝於妾)은 '첩보다 낫다'라는 뜻입니다.
○ 금소화동숙(今宵花同宿) : 금소(今宵)는 '오늘밤'을, 화동숙(花同宿)은 '꽃과 함께 잠자다'라는 말입니다. 이 마지막 구절을 봐도, 이 시의 배경은 이른 아침이 아니라 늦은 저녁입니다. 현재가 아침이면, 오늘밤이라는 것은 앞으로 열두 시간이 더 지난 나중의 일이 됩니다.
좋은 시는 그것이 어떤 언어로 지어진 것이든 간에 긴장과 이완의 원칙이 숨어 있습니다. 낭군은 지금 당장 저 미인을 품에 안고 싶어합니다. 겉으로는 농담도 하고 넉넉히 여유롭지만, 내면에는 밀고당기는 숨막히는 긴장감이 숨어 있습니다. 낭군의 애간장을 녹이면서 미인이 짐짓 딴청을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시의 묘미입니다.
만약에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이 이른 아침이라면, 나중 저녁이 되기까지 열두시간 넘게 남은 시간들 때문에 긴장미가 없어집니다. 그동안의 낮시간, 즉 밝은 시간들은 남녀간의 사랑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개념들입니다.
(解) 1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 이규보(李奎報)는 고려 당대를 풍미한 불세출의 문인(文人)이다.
위 한시의 제목은 절화행(折花行)으로, 절화(折花)는 꽃을 꺾는다는 뜻이며, 행(行)은 한시의 갈래인 악부시체(樂府詩體)로, 사물이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굳이 제목을 글자대로 해석하여 보면, '꽃을 꺾는 노래'라는 뜻이 될 것이다.
위의 한시를 보면 시적 자아는 관찰자이다. 그 관찰자가 보기에 이제 갓 아낙이 되어가는 아리따운 여자가, 갓 결혼한 여인이 집 정원을 거닐다 어여쁜 모란꽃을 보고, 한 송이 따들고서 걸어간다. 가다보니 창문으로 보이는 방안에 준수하고 늠름한 자신의 신랑이 앉아 중얼중얼 책을 읽고 있다.
이때 장난기가 발동한 여인이 신랑의 책읽기를 방해합니다. 자신이 들고 있는 꽃을 내 보이며 말을 겁니다. "이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그러자, 어여쁜 부인과 어여쁜 꽃을 본 신랑 역시 장난기가 발동하여 한마디 툭 던집니다. "글세, 꽃이 당신보다 더 어여쁘구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여인의 표정이, 한껏 미소 짓고 있던 얼굴이 샐쭉한 표정으로 바뀌며, "그래요? 그럼, 오늘밤은 이 꽃하고 주무시구랴!" 하고 토라져 치맛자락 단호히 말아 쥔 채 횅하니 몸을 돌려 가버립니다.
그러자, 방안에 있던 신랑의 얼굴이, 한껏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던 표정이, 금새 당혹한 표정으로 바뀝니다. '그게 아닌데...' 라며 해명하려 일어서려 엉거주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광경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고 있던 관찰자가 빙그레 미소 짓습니다.
어쩌면 위의 한시에 나오는 젊은 남녀는 이규보의 아들과 며느리일지도 모릅니다. 갓 결혼한 아들과 사랑스런 며느리의 알콩달콩한 사랑싸움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아비로서 또 시아비로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그 감흥을, 자신의 감흥과 아들 내외의 살큼한 모습을, 한시에서는 드문 형식인 대화체를 사용하여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일필휘지로 그려낸 시를 계집종에 시켜 건네며, 귀엽고 사랑스런 며늘아기에게 건네며, 한시(漢詩) 말미에다, 넌지시 한 구절 툭 던지었을 것입니다.
(解) 2
제목에서 '절화(折花)'는 '꽃을 꺾다'는 뜻이고, '행(行)'은 악부체시(樂府體詩)의 하나로, 일반적으로 작품은 길이가 비교적 길고 형식은 융통성이 있고 자유로우며, 평측(平仄)과 격률(格律)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호쾌하고 힘차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토로할 수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제1구는 모란꽃이 함초롬히 이슬을 머금어 마치 진주알처럼 영롱하게 맺힌 모습을 표현했다. 모란은 대개 5월, 6월경에 꽃이 피고, 여기에 이슬을 머금었다고 했으니 밤이 깊었음을 짐작케 한다.
여기에서 초여름의 깊은 밤에 맑은 이슬방울을 머금은 활짝 핀 모란꽃은 농염(濃艶)한 여인의 모습, 곧 낭군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여인의 자태를 연상케 하는 시어들임을 알 수 있다.
제2구는 미인이 그 모란꽃을 꺾어 들고 낭군이 보이는 창가로 온 장면을 그려냈는데, 여기에서 '절득(折得)'은 '꺾어 들다'로 남정네가 여인을 품는다는 상징적인 뜻이고, 이 뜻을 미인이 표현했으니, 미인이 낭군의 품에 들고 싶다는 애교(愛嬌)이자 유혹의 몸짓을 연상하게 하는 절묘한 표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3구와 4구는 미인이 예쁜 웃음을 띤 얼굴로 모란꽃을 들고 와서 낭군에게 "꽃이 더 예쁜가요, 제가 더 예쁜가요" 하고 묻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첩(妾)'은 아내인 처(妻)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애인(愛人)으로서의 애첩(愛妾)으로 해석하면 그 분위기는 독자로 하여금 짐짓 농염한 정감(情感)에 젖게 한다.
제5구와 6구는 낭군이 장난치느라 미인의 물음에 애써 못이기는 체하며 "꽃이 당신보다 훨씬 더 예쁘구려" 하고 대답하는 장면이다.
낭군은 꽃을 꺾어 옆에 들고 물어 보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일부러 못이기는 체하며 꽃이 더 예쁘다고 한 것이며, 장난을 먼저 건 것은 미인이었기 때문에 낭군 역시 미인이 토라지기를 기대라도 하는 듯이 의뭉스러운 장난으로 대답한 것이다.
제7구와 8구는 미인이 자기보다 꽃이 더 예쁘다는 낭군의 말에 토라져 꽃가지 내던져 밟아 버리는 대목이다.
미인은 낭군에게 꽃보다 자기가 더 예쁘다는 말을 확인하기 위한 마음에 잔뜩 기대하고 물었지만, 낭군의 대답은 자기보다 꽃이 훨씬 더 예쁘다고 했다.
미인은 그렇게 대답한 것이 장난인 줄을 알면서도 그 대답이 어찌나 서운하던지 불쑥 꽃을 내던져 밟아 버린다.
제9구와 10구는 미인이 낭군의 대답에 질투심을 일으킨 대목이다.
낭군의 대답을 듣자, 미인은 뾰로통해지면서 이내 화가 잔뜩 나서 애써 꺾어 온 모란꽃을 짓밟아 뭉개고 나서 퉁명스럽게 말한다. "꽃이 저보다 더 예쁘다 하시니 / 오늘밤은 꽃과 함께 주무시구려."
미인은 낭군의 애간장을 녹이기라도 하는 듯이 짐짓 딴청을 부린다. 그러나 낭군은 귀여운 미인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여 오늘밤은 독수공방을 하게 될 처지에 놓여 있음에도 미인의 그 말이 밉지 않고 오히려 더욱 사랑스럽기에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을 따름이다.
미인이 낭군에게 "오늘밤은 꽃과 함께 주무시구려" 라고 한 것은 곧 내일 밤부터는 함께 자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이 시를 읽는 이들에게 미소 짓게 한다.
위의 시 '절화행'은 중국 북송(北宋)의 사인(詞人) 장선(張先)의 사(詞) '보살만(菩薩蠻)'과 거의 똑같은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牡丹含露真珠顆(모란함로진주과)
진주알 같은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美人折向簾前過(미인절향렴전과)
새색시가 꺾어 들고 주렴 앞을 지나네.
含笑問檀郎(함소문단랑)
살짝 웃음 지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花強妾貌強(화강첩모강)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檀郎故相惱(단랑고상뇌)
신랑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剛道花枝好(강도화지호)
예쁘기야 꽃이 예쁘다고 하네.
花若勝如奴(화약승여노)
저보다 예쁘다는 꽃이
花還解語無(화환해어무)
말은 알아듣지 못하나요?
(解) 3
기쁜 일 보다는 슬픈 일이 많은 것이 인생사라고 하지만 그래도 살다 보면 세파에 지친 우리들의 찌든 영혼을 일깨워 주고 잠시나마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들이 우리 주위에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대상과 척도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르겠으나 그 중의 하나가 시를 읽는 즐거움일 것이다.
아무리 먹고사는 일로 허둥대며 사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고 하지만 틈을 내 시를 읽으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우리 주위에서 언제나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문자로 구슬을 꿰듯 아름답게 엮어 내어 콧등을 찡하게 하고 때로는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게 하고 미소도 짓게 한다.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가 쓴 이 시는 신혼부부의 사랑 노래이다. 신혼부부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사랑싸움을 리얼하게 형상화하여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미소 짓게 한다. 이 시는 장지연이 편집한 '대동시선(大東詩選)' 제1권에 이규보의 작품으로 실려 있다.
제목 '절화행'은 '꽃을 꺾다'는 뜻인데, 행(行)은 악부체(樂府體)의 시를 뜻한다. 단랑(檀郞)은 신랑이란 뜻이고, 고(故)는 짐짓 또는 일부러 이며, 투화승(妬花勝)은 꽃이 더 예쁘다고 한 것을 질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답파(踏破)는 밟아서 짓뭉개다로 해석한다.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다. 중국 최초의 여자 황제였던 측천무후(則天武后)가 모란꽃을 좋아하자, 아첨하느라 당시 벼슬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너도나도 덩달아 이 꽃을 좋아하였다.
뜰에 가득 활짝 핀 모란꽃이 이슬을 머금어 마치 진주 같았다. 꽃이 이슬을 머금었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이른 아침임을 뜻한다. 첫날밤을 보낸 새색시는 이른 아침 곤히 자고 있는 신랑을 침대에 남겨 두고 넘치는 사랑과 가득한 행복에 겨워 꽃밭에 나선 참이었다.
문득 아름다운 모란을 보고 장난기가 서려 신부는 그 꽃을 꺾어 가지고 창가로 와서 자고 있는 신랑의 코끝에 대고 애교가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라고 물어 보았다.
신랑은 그 모습이 하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일부러 신부를 놀리느라고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라고 대답하였다. 꽃보다 색시가 더 예쁘다고 대답하였으면 시가 되지 않는다. 장난을 먼저 건 것은 신부였기에 신랑이 역시 장난으로 의뭉스럽게 대답한 것이다.
신랑의 대답을 듣자 새색시는 뾰로통하더니 이내 화가 잔뜩 나서 그 모란꽃을 짓밟아 뭉개고 나서 신랑에게, "꽃이 저보다 예쁘시거든, 오늘밤은 꽃하고 주무시구려!" 라고 쏘아붙이고 나가 버렸다. 신랑이 장난으로 내던진 말 한마디가 귀여운 신부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여 오늘밤은 독수공방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새색시가 "오늘밤은 꽃하고 주무시구려" 라고 한 말에 주목하여야 한다. 오늘 하룻 밤만 꽃하고 자라는 것이다. 내일 밤부터는 함께 자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시를 읽는 이들에게 미소짓게 한다.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부의 절묘한 앙증인가? 그러나 물론 신랑이 신부를 얼른 달래어 화를 풀어지게 한 후 그날 밤도 단꿈을 꾸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신혼부부의 가벼운 사랑싸움을 한 폭의 그림처럼 기막히게 형상화한 시를 읽으면, 우리들은 돌이킬 수 없는 꿈 많던 신혼 시절의 아름답고 즐거웠던 사랑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회상하면서 미소 짓게 된다.
귀엽고 날씬하고 상냥하던 신혼 시절의 아내가 세월이 흘러 어느 사이 머리는 반백이 되어 가고 뚱뚱한 아줌마가 되어 버렸으니 어찌 할거나!
이제는 다 큰 자녀들의 혼사를 예비하여 월급을 타다 주면 은행으로 달려가 적금을 붓는 아내의 모습에서 유수 같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사람이 사는 일인 것을!
신혼부부의 사랑싸움을 그린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가 버린 세월에 대한 애틋한 추억의 잔영을 떠올리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청춘을 뒤돌아보게 된다.
시란 이처럼 잊어버린 세월을 잠시나마 회상케 하고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현실을 깨닫게 하고 가버린 세월의 일들을 생각케 하는 이상한 마력이 있다.
살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그리고 삶에 대한 회의와 무상을 느낄 적이 있다. 그럴 때면 죄 없는 술잔만 핥지 말고 국악이나 교향곡을 틀어 놓고 따끈한 차를 마시면서 시 한 수를 천천히 읽어보자. 그러면 어떤 형태로든지 인생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고 마음의 평정과 미소와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은의 '만인보'에 나오는 '귀녀'라는 시에서도 '절화행'처럼 잔잔한 미소와 함께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게 한다. 새터에 살던 용녀의 동생 '귀녀'는 '둥글 넓쩍한 얼굴'이었는데, 고은의 어머니는 그녀의 자태를 '팡파짐한 년', '떡덩리 같은 년', '목단꽃 같은 년'이라고 하였다.
그런 귀녀를 시인은 소년 시절에 한 때 짝사랑하여 가슴 설레며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동백기름 얻어 바른 곱게 따 내린 귀녀의 목소리는 '맑은 물소리'와 같았기에 사춘기의 열병을 앓았다.
귀녀에게 품었던 당시 자신의 내밀한 비밀, 이루어질 수 없던 짝사랑의 아픔을 반백을 훨씬 넘기고서야 시인은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나는 귀녀네 식구가 되어/ 귀녀네 부엌 아궁이/ 함께 불도 때고 싶었다/ 귀녀가 싸는 뒷간에 가서/ 나도 똥싸고 싶었다."
귀녀네 식구가 되어 함께 불도 때고 귀녀가 싸는 뒷간에서 똥을 싸고 싶었던 소년 시절의 연분홍 빛 연정의 거짓 없는 고백을 읽으면 누구나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를 짓게 된다. 그것은 지금 인생의 뒤안길로 아스라이 살아져 버린 청소년기의 자신의 초상화가 크로즈업 되기 때문이다.
이 세상 사내 치고 소년 시절에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이러한 감정을 품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여기서 '귀녀'는 시인만의 귀녀가 아니라 독자들이 사춘기 시절에 잠을 못 이루고 연분홍 빛 꿈을 꾸며 가슴앓이를 하게 하던 소녀이다.
그 소녀의 이름이 귀녀가 아닐 뿐이지, 독자에 따라서는 교장 선생님의 딸인 단발머리 소녀 '혜숙'일 수도, 양조장 집 막내딸 '은실'이 일 수도, 건너 마을 회나무 집 셋째 딸 '종숙'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춘기의 이성에 대한 열병은 단지 성숙으로 가는 도정이자 통과의례일 뿐 지금은 가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신혼 시절의 아름다웠던 일들은 아스라이 멀어지고 현실에 닥친 문제들로 종종걸음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어느 날 우연히 펼쳐 든 시집에서 소년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시나, 신혼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시를 읽었을 때 우리는 웃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새삼 비춰 보고 웃음을 지으면서 담배 연기를 허공에 날리면서 "아! 내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고 마는 것인가?"라고 중얼거릴 것이다.
시란 뜨거운 뙤약볕 아래 길가는 나그네가 갈증이 났을 때 물긷던 아리따운 처녀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채 버들잎을 띄워 두 손으로 건네 주는 한 바가지의 시원한 물과 같은 것이다.
좋은 시를 읽었을 때 우리의 가슴에 파문이 이는 것은 목마른 나그네가 시원한 물을 마시고 난 후 느끼는 시원함과 행복감 같은 것. 그래서 우리는 시를 사랑하는 것이다. 시를 읽는 즐거움이여!
▶️ 今(이제 금)은 ❶회의문자로 仐(금)의 본자(本字)이다. 세월이 흐르고 쌓여(合) 지금에 이르렀다는 뜻이 합(合)하여 지금, 이제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今자는 '이제'나 '오늘', '곧'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今자는 人(사람 인)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今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알파벳의 A자 아래에 획이 그어져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口(입 구)자를 거꾸로 뒤집어 그린 것으로 입안에 무언가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전국시대 명문(銘文)에서도 今자는 '머금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본래의 의미와는 관계없이 '이제'나 '곧', '현재'와 같은 시간적인 개념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口(입 구)자가 더해진 含(머금을 함)자가 '머금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今(금)은 한자어(漢字語) 위에 사용하여 지금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①이제, 지금 ②오늘 ③현대 ④곧, 바로 ⑤혹은(그렇지 아니하면), 만약(萬若) ⑥이, 이것 ⑦저(발어사)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옛 고(古), 예 석(昔), 어제 작(昨)이다. 용례로는 지금의 세대를 금대(今代), 올 겨울이나 올해 겨울을 금동(今冬), 지금까지를 금래(今來), 현재 왕위에 앉아 있는 임금을 금상(今上), 오늘 저녁을 금석(今夕), 이승이나 지금의 세상을 금세(今世), 오늘 아침을 금단(今旦), 오늘 밤을 금야(今夜), 지금이나 옛날이나 마찬가지임을 금여고(今如古), 지금 세상의 사람을 금인(今人), 오늘을 금천(今天), 이번을 금회(今回), 올해를 금년(今年), 오늘이나 내일 사이를 금명(今明), 이제나 방금이나 지금 막을 금방(今方), 이제나 방금이나 일이 진행되는 바로 그때를 금시(今時), 오늘이나 지금을 금일(今日), 이번을 금번(今番), 이번 주일을 금주(今週), 이제 또는 이 시간을 지금(只今), 어제와 오늘 또는 요즈음을 작금(昨今), 옛날과 지금을 고금(古今), 눈앞의 형편 아래 또는 바로 지금을 목금(目今), 바로 이제나 지금을 방금(方今), 이제까지나 아직도를 상금(尙今), 지금이나 옛날이나 같음을 일컫는 말을 금고일반(今古一般), 지금이 옛날보다 못함을 이르는 말을 금불여고(今不如古), 지금과 옛날을 비교할 때 차이가 매우 심하여 느껴지는 감정을 일컫는 말을 금석지감(今昔之感), 어떤 일을 한 뒤에 이내 좋은 보람으로서 복을 누르게 됨을 이르는 말을 금시발복(今時發福), 이제야 처음 봄을 일컫는 말을 금시초견(今時初見), 이제야 비로소 처음으로 들음을 일컫는 말을 금시초문(今時初聞), 오늘 일을 일컫는 말을 금일지사(今日之事), 오늘은 옳고 어제는 그르다는 뜻으로 과거의 잘못을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깨달음을 이르는 말을 금시작비(今是昨非), 널리 옛일을 알면 오늘날의 일도 알게 됨을 이르는 말을 박고지금(博古知今), 어저께는 나쁘다고 생각한 것이 오늘은 좋다고 생각된다는 말을 작비금시(昨非今是), 때와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옛날과 지금이나 동양과 서양을 가리키는 말을 고금동서(古今東西),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고금동연(古今同然), 동양과 서양 그리고 옛날과 오늘 곧 어디서나 또는 언제나의 뜻을 이르는 말을 동서고금(東西古今), 시대가 변하여 예와 이제가 같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고금부동(古今不同), 아주 뛰어나서 예나 이제나 견줄 만한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고금무쌍(古今無雙),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늘 그러함을 일컫는 말을 비금비석(非今非昔), 옛적부터 이제에 이르기까지의 온 세상을 일컫는 말을 고금천지(古今天地), 이전에는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 와서는 그르다고 생각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작시금비(昨是今非) 등에 쓰인다.
▶️ 宵(밤 소, 닮을 초)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肖(소)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宵(소, 초)는 ①밤 ②초저녁 ③깁(명주실로 바탕을 조금 거칠게 짠 비단), 명주(明紬) ④작다, 그리고 ⓐ닮다(초) ⓑ비슷하다(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밤 야(夜),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낮 주(晝)이다. 용례로는 밤길을 감을 소행(宵行), 반딧불을 소화(宵火), 간사한 사람을 소인(宵人), 가을밤을 추소(秋宵), 한밤중을 반소(半宵), 한밤중을 중소(中宵), 밤과 낮을 주소(晝宵), 아름다운 밤을 가소(佳宵), 봄철의 밤을 춘소(春宵), 오늘밤을 금소(今宵), 어젯밤을 작소(昨宵), 어젯밤을 전소(前宵), 밤을 새움을 달소(達宵), 밤새껏을 궁소(窮宵), 간사스럽고 소갈머리가 좁은 못된 무리를 소소배(宵小輩), 날이 밝기 전에 옷을 입고 해가 진 후에 식사를 한다는 뜻으로 천자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정사에 골몰함을 이르는 말을 소의간식(宵衣旰食), 열 소경이 풀어낸다는 말로 매우 풀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의 속담을 이르는 말을 십소경해(十宵鏡解), 울부짖는 소리가 구름에 닿고 하늘에 미침을 이르는 말을 간운철소(干雲徹宵) 등에 쓰인다.
▶️ 花(꽃 화)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化(화)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초두머리(艹)部는 식물, 花(화)는 후세에 생긴 글자로 본래는 華(화)로 쓰였다. 음(音)이 같은 化(화)를 써서 쉬운 자형(字形)으로 한 것이다. ❷형성문자로 花자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花자는 艹(풀 초)자와 化(될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化자는 '변하다'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본래 소전에서는 땅속에 뿌리를 박고 꽃을 피운 모습을 그린 芲(꽃 화)자가 '꽃'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花자가 모든 '꽃'을 통칭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花(화)는 성(姓)의 하나로 ①꽃 ②꽃 모양의 물건 ③꽃이 피는 초목 ④아름다운 것의 비유 ⑤기생(妓生) ⑥비녀(여자의 쪽 찐 머리가 풀어지지 않도록 꽂는 장신구) ⑦비용(費用) ⑧얽은 자국 ⑨꽃이 피다 ⑩꽃답다, 아름답다 ⑪흐려지다, 어두워지다 ⑫소비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꽃구경을 하는 사람을 화객(花客), 꽃을 꽂는 그릇을 화기(花器), 뜰 한쪽에 조금 높게 하여 꽃을 심기 위해 꾸며 놓은 터 꽃밭을 화단(花壇), 꽃 이름을 화명(花名), 꽃처럼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화용(花容), 환갑날에 베푸는 잔치를 화연(花宴), 화초를 심은 동산을 화원(花園), 꽃과 열매를 화과(花果), 꽃을 파는 곳을 화방(花房), 꽃병 또는 꽃을 꽂는 병을 화병(花甁), 꽃놀이 또는 꽃을 구경하며 즐기는 놀이를 화유(花遊), 비가 오듯이 흩어져 날리는 꽃잎을 화우(花雨), 온갖 꽃을 백화(百花), 많은 꽃들을 군화(群花), 꽃이 핌으로 사람의 지혜가 열리고 사상이나 풍속이 발달함을 개화(開花), 떨어진 꽃이나 꽃이 떨어짐을 낙화(落花), 한 나라의 상징으로 삼는 가장 사랑하고 가장 중하게 여기는 꽃을 국화(國花), 암술만이 있는 꽃을 자화(雌花), 소나무의 꽃 또는 그 꽃가루를 송화(松花), 시들어 말라 가는 꽃을 고화(枯花), 살아 있는 나무나 풀에서 꺾은 꽃을 생화(生花), 종이나 헝겊 따위로 만든 꽃을 조화(造花),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짐을 이르는 말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무늬가 같지 않음 또는 문장이 남과 같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화양부동(花樣不同),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자태를 이르는 말을 화용월태(花容月態), 꽃이 핀 아침과 달 밝은 저녁이란 뜻으로 경치가 가장 좋은 때를 이르는 말을 화조월석(花朝月夕),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뜻으로 좋은 일에 또 좋은 일이 더하여짐을 이르는 말을 금상첨화(錦上添花), 말을 아는 꽃이라는 뜻으로 미녀를 일컫는 말 또는 기생을 달리 이르는 말을 해어화(解語花),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란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일컫는 말을 설부화용(雪膚花容), 마른 나무에서 꽃이 핀다는 뜻으로 곤궁한 처지의 사람이 행운을 만나 신기하게도 잘 됨을 이르는 말을 고목생화(枯木生花), 달이 숨고 꽃이 부끄러워 한다는 뜻으로 절세의 미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폐월수화(閉月羞花) 등에 쓰인다.
▶️ 同(한가지 동)은 ❶회의문자로 仝(동)이 고자(古字)이다. 여러 사람(멀경 部)의 말(口)이 하나(一)로 모인다는 뜻이 합(合)하여 같다를 뜻한다. 혹은 凡(범)은 모든 것을 종합하는 일과 口(구)는 사람의 입이라는 뜻을 합(合)하여 사람의 모든 말이 맞다는 데서 같다 라고도 한다. ❷회의문자로 同자는 '한 가지'나 '같다', '함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同자는 凡(무릇 범)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凡자는 큰 그릇을 그린 것으로 '무릇'이나 '모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모두'라는 뜻을 가진 凡자에 口자를 더한 同자는 ‘모두가 말을 하다’ 즉,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모임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발언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同자는 '함께'나 '같다', '무리'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同(동)은 (1)한자어(漢字語)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같은 한 그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한가지 ②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③함께(=同) ④그 ⑤전한 바와 같은 ⑥같다 ⑦같이하다 ⑧합치다 ⑨균일하게 하다 ⑩화합하다 ⑪모이다 ⑫회동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 일(一), 한가지 공(共),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이/리(異),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같은 시간이나 시기를 동시(同時),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보는 사람을 동료(同僚), 같은 의견이나 의사를 동의(同意), 한 나라 또는 한 민족에 속하는 백성을 동포(同胞), 같은 문자를 동자(同字), 함께 참가하는 것을 동참(同參), 아우나 손아래 누이를 동생(同生), 의견이나 견해에 있어 같이 생각함을 동감(同感), 같은 시기나 같은 무렵을 동기(同期), 주장이나 목적이 서로 같은 사람을 동지(同志), 데리고 함께 다님을 동반(同伴), 여러 사람이 일을 같이 함을 공동(共同), 여럿이 어울려서 하나를 이룸을 합동(合同),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서 보거나 생각함을 혼동(混同), 일정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임을 회동(會同), 조금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체로 같음을 대동(大同), 힘과 마음을 함께 합함을 협동(協同), 서로 같지 않음을 부동(不同), 같은 병자끼리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겨 동정하고 서로 도운다는 말을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침상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 속으로는 각기 딴 생각을 함을 이르는 말을 동상이몽(同床異夢),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으로 같이 고생하고 같이 즐긴다는 말을 동고동락(同苦同樂),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뜻으로 같은 조건이라면 좀 더 낫고 편리한 것을 택한다는 말을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간다는 뜻으로 원수끼리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는 같은 배를 타고 서로 협조하게 된다는 말을 동주제강(同舟濟江), 같은 배에 탄 사람이 배가 전복될 때 서로 힘을 모아 구조한다는 뜻으로 이해 관계가 같은 사람은 알거나 모르거나 간에 서로 돕게 됨을 이르는 말을 동주상구(同舟相救), 동족끼리 서로 싸우고 죽임을 일컫는 말을 동족상잔(同族相殘), 같은 소리는 서로 응대한다는 뜻으로 의견을 같이하면 자연히 서로 통하여 친해진다는 말을 동성상응(同聲相應), 발음은 같으나 글자가 다름 또는 그 글자를 이르는 말을 동음이자(同音異字), 기풍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서로 동류를 찾아 모인다는 말을 동기상구(同氣相求), 같은 성에다 같은 관향이나 성도 같고 본도 같음을 일컫는 말을 동성동본(同姓同本),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같은 의견의 사람끼리 한패가 되고 다른 의견의 사람은 물리친다는 말을 동당벌이(同黨伐異), 같은 뿌리와 잇닿은 나뭇가지라는 뜻으로 형제 자매를 일컫는 말을 동근연지(同根連枝), 겉으로는 동의를 표시하면서 내심으로는 그렇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동이불화(同而不和), 같은 목표를 위해 일치단결된 마음을 이르는 말을 동심동덕(同心同德), 같은 업은 이해 관계로 인하여 서로 원수가 되기 쉽다는 말을 동업상구(同業相仇), 이름은 같으나 사람이 다름 또는 그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동명이인(同名異人) 등에 쓰인다.
▶️ 宿(잘 숙, 별자리 수)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佰(백, 숙)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첨)은 이부자리로 쓰는 깔개 席(석)의 변한 모양, 佰(백)은 나그네가 숙소를 정하다에서 숙소, 또 묵다에서 오래 되다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宿자는 ‘자다’나 ‘숙박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宿자는 宀(집 면)자와 人(사람 인)자, 百(일백 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宿자는 宀자와 佰(일백 백)자가 결합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큰 관계는 없다. 왜냐하면, 宿자에 쓰인 百자는 모양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나온 宿자를 보면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宿자의 본래 의미는 ‘자다’였다. 후에 뜻이 확대되면서 ‘숙박하다’나 ‘오래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宿(숙, 수)는 ①잠을 자다, 숙박(宿泊)하다 ②묵다, 오래 되다 ③나이가 많다 ④한 해 묵다 ⑤지키다, 숙위하다 ⑥안심(安心)시키다 ⑦찾아 구(求)하다 ⑧재계(齋戒)하다(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다) ⑨크다 ⑩숙직 ⑪당직(當直) ⑫숙소, 여관 ⑬잠든 새 ⑭미리, 사전(事前)에 ⑮본디 ⑯평소(平素), 전(前)부터 ⑰여러해살이의 ⑱크게, 그리고 ⓐ별자리(수) ⓑ성수(星宿; 모든 별자리의 별들)(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복습이나 예습을 위하여 집에서 지어 오게 하거나 풀어 오게 하는 문제 또는 두고 생각하여 보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숙제(宿題), 날 때부터 타고난 운명을 숙명(宿命), 오래도록 지녀온 소원을 숙원(宿願), 여관이나 주막에 들어 밤을 자고 머무름을 숙박(宿泊), 머물러 묵는 곳을 숙소(宿所), 관청이나 회사나 학교 등에서 잠자고 밤을 지키는 일 또는 그 사람을 숙직(宿直), 붙어사는 동식물을 제 몸에 붙여서 그에게 양분을 주는 동식물을 숙주(宿主), 오래 전부터의 원수를 숙적(宿敵), 오래된 병환을 숙환(宿患), 오래된 묵은 원한을 숙원(宿怨), 마음속에 품은 시름을 숙포(宿抱), 잠자는 일과 먹는 일을 숙식(宿食), 오래 전부터 지니고 있는 희망을 숙망(宿望), 창자 속에 오래 묵어 있던 대변을 숙변(宿便), 예부터의 풍습을 숙습(宿習), 일찍부터 품은 뜻을 숙지(宿志), 이튿날까지 깨지 아니한 술의 취기를 숙취(宿醉), 동물이 어떠한 곳에 깃들여 사는 것을 서숙(棲宿), 비바람 등을 가릴 수 없는 집 밖의 장소에서 잠을 자는 것을 노숙(露宿), 남의 집에서 묵음을 유숙(留宿), 남의 집에 몸을 붙여 숙식함을 기숙(寄宿), 일정한 돈을 받고 여객을 치는 집을 여숙(旅宿), 앙심을 품고 서로 미워함 또는 그런 사이를 앙숙(怏宿),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묵음을 합숙(合宿), 집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을 귀숙(歸宿), 과부로 지냄을 독숙(獨宿), 한 방에서 같이 잠을 동숙(同宿), 잘 곳이 없음을 무숙(無宿), 여러 곳에 나뉘어서 숙박함을 분숙(分宿), 일정한 대가를 내고 비교적 오랫동안 남의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자고 먹고 하는 일을 하숙(下宿), 남녀가 한 숙소에 뒤섞여 함께 자는 일을 혼숙(混宿), 자는 범의 코를 찌른다의 뜻으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려서 화를 스스로 불러 들이는 일을 숙호충비(宿虎衝鼻), 밤낮으로 잊을 수 없는 근심이라는 뜻으로 깊은 근심이나 묵은 근심을 이름을 숙석지우(宿昔之憂), 바람에 불리면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잔다는 뜻으로 떠돌아 다니며 고생스러운 생활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풍찬노숙(風餐露宿), 한데서 자고 한데서 먹는다는 뜻으로 여행하는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노숙풍찬(露宿風餐), 함께 잠자고 함께 날아간다는 뜻으로 부부를 일컫는 말을 쌍숙쌍비(雙宿雙飛), 주살질은 해도 자는 새를 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나 정도를 넘지 않는 훌륭한 인물의 태도를 이르는 말을 익불사숙(弋不射宿), 길 없는 초원을 걷고 들에서 잠잔다는 뜻으로 산야에서 노숙하면서 여행함을 이르는 말을 초행노숙(草行露宿), 여행 길에 하룻밤 묵어 한 끼 식사를 대접받는다는 뜻으로 조그마한 은덕을 입음을 이르는 말을 일숙일반(一宿一飯)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