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빅이어에 대한 오랜 갈증을 풀고, 새로운 황금기를 열어갈것이냐, 아니면 과거의 빛바랜 영광을 다시 칠할 것인가의 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맨체스터 시티가 승리하면서, 트레블이라는 역사적으로도 대단한 업적을 달성하면서 이젠 빅클럽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팀으로 거듭났다.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에서 기록했던 트레블에 이어 2번째 트레블을 기록하면서 역사상 최고의 감독에 근접 해갔다. 오늘 맨시티의 모습은 대단했고, 유럽 챔피언의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패배자도 기억해주고싶다. 필자는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 '역사는 승자의 것만 기억 된다' 라는 말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건 사실이고,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우리는 항상 파이널에서 이긴 팀의 경기력과 전술만 참고 대상으로 삼고 박수 쳤지 준우승자는 기억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준우승을 기록한 인터밀란을 더 기억해주고싶다.
사실 맨시티의 절대적인 우세가 예상 됐던것과는 다르게, 오늘 인터 밀란의 경기력은 정말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 펩 과르디올라라는 최고의 감독을 상대로 확실한 컨셉과 탄탄한 게임 플랜을 준비했고, 체계적으로 운영해가면서 경기력적으로 압도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주었던 인터 밀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인테르는 충분히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다. 이들은 재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롯이 전술과 게임 운영을 기반으로 올라왔고, 이 경기에서 돈으로 팀을 만든 팀과 대등하게 경기했던게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오늘은 인터 밀란이 준비한 챔피언스리그 파이널의 게임 플랜에 대해서 다루어보려고 한다.
먼저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던 이 경기에서 홈팀 자격을 얻었던 맨체스터 시티의 선발 라인업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근 3-2-4-1이라는 대단히 기형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역시나 이번 경기에서도 같은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면서 경기를 준비했다.
에데르송 골키퍼를 중심으로 네이션 아케-후벵 디아스-마누엘 아칸지가 백 스리를 구축 했고, 그 위에 2명의 피보테는 로드리와 존 스톤스가 선발로 출전했다. 펩의 이 변형 전술에서 가장 특이점은, 센터백으로 활약하던 존 스톤스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 한 것인데, 이 경기에서 스톤스는 이따가 잠시 언급하겠지만, 기존에 수비시 백 포의 센터백으로 후진, 공격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포진이라는 기존의 롤과는 다소 변화 된, 중앙 미드필더와 유사하게 전진성이 어느정도 부여 되는 역할을 맡았다. 다음 2선에는 양쪽 날개에 잭 그릴리쉬와 베르나르두 실바가 나왔고, 중앙에 일카이 귄도안과 케빈 더 브라위너가 선발로 출전했다. 최전방엔 엘링 홀란이 선발로 출전했다.
다음은 원정팀 자격이었던 인터 밀란의 선발라인업이다. 인터밀란의 시모네 인자기 감독은 부임 이후부터 3-5-2 포메이션을 활용하고 있는데, 인자기 감독 부임 이전 팀을 맡았던 콘테 감독의 유산이 어느정도 반영된 결과였다. 그리고 인터 밀란이 재정적인 위기가 오면서 선수 보강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이러한 결과는 그대로 팀 명단에 녹아들었다. 그래서, 선발 라인업 전에 벤치 멤버만 보면 코르다즈와 한다노비치라는 40세에 가까워진 키퍼 두명이 벤치를 채웠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는, 최정예 멤버로 벤치와 선발을 꾸려야하는 상황에 라울 벨라노바와 크리스티안 아슬라니라는 유망주 두명이 명단을 채웠다. 그리고 파리 생제르망과 계약을 맺은 이후, 인터 밀란 팬들에게 비난을 받을만한 행동만 골라서 했던 밀란 슈크리니아르가 3월 15일 포르투전 이후로 출전 기회를 잡을 뻔 했다.
그 외에도 인터 밀란의 경우,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온 팀이 맞나?싶을 정도로 부실한 스쿼드를 보여주었는데, 이 상황을 전술로 뒤집은 시모네 인자기가 더욱 대단해보이는 대목이다.
아무튼, 인터 밀란의 선발 라인업이다. 안드레 오나나 키퍼가 선발로 출전했고 알레산드로 바스토니-프란체스코 아체르비-마테오 다르미안이 백 스리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페데리코 디마르코와 덴젤 둠프리스가 양쪽 풀백 자리에 선발로 출전했고 하칸 찰하놀루-마르셀로 브로조비치-니콜로 바렐라가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선발로 출전했다. 최전방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와 에딘 제코가 선발로 출전했다.
인터 밀란은 이날 경기를 점유 하려고 하는 맨시티의 빌드업을 방해하기 위해 압박을 준비해왔다. 사실 원래 인테르가 이날 어떻게 경기를 준비할까?를 예상해봤을 때 전체적으로 라인을 내려서 맨시티를 수비한 뒤, 빠르고 킥력이 좋은 디마르코를 활용해 왼쪽에서 빠른 전진을 시도하고 역습을 만들어갈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터 밀란은 맨시티의 공격이 전진하기 전부터 압박 시도를 준비했다.
지금 인터 밀란은 맨시티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작할 때 1:1로 대응을 해주면서 시티가 가져가려고 하는 특정 공간에서의 수적인 우위, 혹은 인터 밀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자 그러기 위해서 인터 밀란은 어떤 대응을 했느냐, 먼저 미드필더로 배치 되었던 니콜로 바렐라의 위치를 수정했다. 사실 바렐라의 위치는 중앙 미드필더라는 단어로 한정 되지 못할 정도로 넓은 반경에서 다양하게 뛰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역할 중에 하나가 바로 압박시 쓰리 톱의 일부로 시프트 되면서 시티의 볼줄기에 따라서 움직이면서 시티 빌드업의 전진을 막았다.
지난 19-20 시즌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간의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뮌헨에게 완벽하게 박살 났던 경기에서 입증 되듯이, 빌드업 축구는 강한 압박이 들어오면 볼의 줄기가 힘을 잃고 뒤에서만 볼을 점유하는 축구로 변질 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게겐 프레싱이라는 독일에서 온 강한 압박 시스템이 전 세계에서 유행 했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강하게 압박 할 경우 압박한 선수들 간에는 갑작스럽게 공간이 발생하고, 그 공간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공간이기 때문에 허를 찔리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많은 팀들은 앞으로 달라붙어 전방 압박을 가하기보다, 필자가 자주 언급했던 '점핑'이라는 키워드처럼 한 두명의 선수를 건너 뛰면서 압박을 하거나 공간을 두면서 압박을 하는 스타일로 압박을 진행한다.
이 장면이 공간을 두고 압박하는 것의 이유를 뒷받침 하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바렐라(노란색 표시)는 맨시티의 왼쪽 스토퍼 아케를 압박해야하는 역할임에도, 다소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는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바렐라가 에데르송 골키퍼가 아케에게 볼을 줄 확률이 있음에도 그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그 이유는 등 뒤에 둠프리스(빨간색 표시)가 볼을 받기 위해 내려온 더브라위너를 압박하고 있다 해도 압박이 실패할 경우 시티가 원했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빌드업을 완성 시킬 기회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바렐라 뒤에 노란색으로 표시 한 넓은 공간이 있는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만약에 바렐라가 아케에게 다가섰다면, 에데르송이 저 빈공간으로 볼을 뿌렸을 수도 있고, 아케가 볼을 받았다면 빠르게 볼을 내주면서 빈공간을 공략 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뒤쪽에 시티의 귄도안(흰색 표시)가 어느정도는 자유로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티의 공격이 전개 될 수도 있었다. 인테르의 미드필더들은 앞쪽으로 쏠린 상태로 중원에서 수적인 우위도 내주고, 순식간에 역습도 얻어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여기에서 질문을 하나 던질 수 있는데, 만약 제코가 에데르송을 압박하고 바렐라가 아케를 압박했으면 되는거 아니었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압박을 하는것은 사실 인테르가 안했다기보다 못한 상황에 가깝다. 이 장면에서 검은색 체크 표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맨시티는 골키퍼 에데르송을 백 포의 일원으로 활용하면서 3명의 기존 수비수에 1명을 추가해 총 4명이 빌드업에 가담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인테르가 라우타로-제코-바렐라 3명으로 압박을 가한다? 그럴 경우, 자유로운 선수 1명이 나오게 되면서 수적인 주도권을 시티에게 내줄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러한 이유로 인테르는 강하게 압박을 걸어줄 수 없었다.
사실 이 경기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선수들이 부여 받은 역할들이 워낙 명확했다는 점이었다. 수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티는 꽤나 인테르를 상대로 볼을 전진 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시티의 전진이 어려웠던 이유는 인자기 감독이 선수들에게 부여한 역할이 너무나 선명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수비적인 부분이 초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수비적인 부분을 먼저 짚자면, 미드필더 바렐라(노란색 표시)는 첫번째 사진처럼 중앙과 아케를 압박하는 역할로 주로 움직였다. 중앙-측면을 오가면서 아케가 볼을 잡았을 때는 아케 가까이 붙어서 스크린을 걸어주거나, 아케에게 부담을 주는 역할로 활용 되었다. 아케가 볼을 뒤쪽으로 돌리거나 볼을 다른곳으로 뿌렸을 경우, 다시 중원으로 돌아가서 수싸움에 기여를 하는 역할로 활용 되었다. 또다른 미드필더 브로조비치(흰색 표시)의 경우, 수비 시 바렐라나 다른 선수들이 수비 커버를 들어왔을 때 나온 부스러기 같은 부분들을 태클로 끊어주며 볼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 브로조비치는 지상 경합 16회 시도에서 6회 성공이라는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성공률과 시도를 기록할 정도로, 수비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오른쪽 윙백 둠프리스(두번째 사진 검은색 표시)와 다르미안(검은색 표시)는 경기 내내 서로의 포지션을 교환하면서 다르미안이 높게 전진해 수비를 시도할 때 둠프리스가 뒤쪽으로 내려오면서 중앙으로 들어와 다르미안의 자리를 커버했고, 기존의 형태처럼 수비를 할 경우, 다르미안이 오른쪽을 커버하고 둠프리스가 좋은 피지컬로 전진 수비를 보여주었다. 사실 이런 수비수 간의 자리 교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왼쪽 윙백으로 나왔던 디마르코의 역할도 꽤 크다. 이날 둠프리스와 함께 양쪽 윙백 자리에 선발로 나온 디마르코(파란색 표시)는 수비를 진행 할 때 다르미안이나 둠프리스처럼 튀어나가는 수비가 아니라 뒤쪽으로 내려오면서 왼쪽 센터백 바스토니 옆으로 움직였고 이는 수비 라인에 최소 3명의 선수는 머물게 해주었다. 이렇게 어느정도 수비에서의 안정화를 만들어준 다음 둠프리스와 다르미안 두 선수 간의 위치 교환이 일어났기 때문에 맨시티의 주요 볼 배급원인 더 브라위너가 있던 오른쪽에서 빠르게 전진해 수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둠프리스나 다르미안이 전진 수비를 할 경우 미세하지만 디마르코부터 오른쪽으로 한칸씩 움직이는데, 이런 움직임은 백 포 시스템의 안정적인 수비처럼 보였다.
이날 인테르의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르미안(흰색 표시)의 넓은 활동반경이었다. 인자기 감독은 다르미안에게 상대 윙어 그릴리쉬를 마크 하는것이 아닌, 전반 초반에는 미드필더 더 브라위너를 압박하도록 지시했고, 이로인해 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아래쪽에서 다르미안과 위치가 바뀐 둠프리스가 그릴리쉬의 커버를 맡았다. 물론 다르미안이 과도한 전진을 하면서 뒷공간이 열릴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최대 전진 범위를 하프라인 뒤쪽으로 잡는것 또한 잊지 않았다.
이 부분은 다르미안의 이날 히트맵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다르미안의 히트맵은, 맨시티의 주된 공격 루트인 하프 스페이스에서 넓은 범위로 움직인것을 확인 할 수 있고, 하프라인 뒤에서 진하게 칠해져있는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가끔 하프 라인을 넘어서 전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이유는 이날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도 다르미안의 마킹 타깃인 더 브라위너를 내려서 볼을 받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더 브라위너를 활용해 다양한 방식의 빌드업을 시도하기 위해 위치를 조정 했지만 이른바 '다르미안 시프트'의 이런 효과는 더브라위너를 압박함과 동시에 중원에 수를 채워주었기 때문에 바렐라가 넓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2명의 공격수와 바렐라 총 3명이 전방 압박 라인을 구축 할 수 있었고, 맨시티의 백스리를 한명씩 압박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이렇게 전방 압박 라인이 펼쳐지게 되었을 때, 위에서 인테르의 청소부 정도로 정의했던 브로조비치가 그 뒤를 따라 올라 오게 되면서, 그림처럼 빨간색 삼각형이 그려졌다.
이 삼각형이 만들어지면서, 과르디올라가 지정한 3명의 핵심 빌드업 축을 모두 묶였다. 과르디올라는 센터백 진에서 볼을 배급 했을 때 다음 볼의 종착지로 더 브라위너, 스톤스, 로드리 이렇게 3명의 선수를 지정해두었다. 그러나, 인자기 감독은 다르미안을 통해 더 브라위너를 묶었고, 브로조비치와 3명의 공격진으로 삼각형을 만들어 로드리를 가뒀다. 그리고 여기에 표시 하지 않았지만, 노란색 축구화를 신고 심판 왼쪽에 있는 찰하놀루가 항상 스톤스를 주시하도록 해 스톤스로 가는 볼을 막았다. 사실 이날 스톤스에게는 다른 경기보다 유독 전진성이 많이 부여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인자기 감독이 좋은 마킹을 보여준 덕에, 볼을 가지고 전진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아무튼, 이로서 인테르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하고자 했던 빌드업을 완벽하게 묶을 수 있었다.
다르미안의 시프트가 이 경기에서 핵심적이었던 또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다르미안(흰색 표시)이 뒤쪽에 머물렀을 경우, 아예 수비 방식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둠프리스가 그릴리쉬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화가 없지만(빨간색 표시), 다른 선수들에게서는 큰 차이가 발생했다. 먼저, 전진해서 압박 라인을 만들던 바렐라(노란색 표시)는 다시 중원으로 내려와서 찰하놀루-브로조비치와 함께 미드필드를 장악한다. 바렐라는 이 때 다르미안이 붙던 더 브라위너를 마크하고, 중원의 미드필더들은 볼을 잡고 있는 로드리가 전진 패스하지 못하도록 로드리를 마크 하지 않고 공간을 방어했다. 그리고 다르미안이 올라오지 않을 경우 최전방에 있는 제코(파란색 표시)나 라우타로 둘 중에 한 선수가 내려오면서 로드리가 하프 스페이스를 벌리는 패스를 하는것을 막아준다. 이렇게 로드리의 패스 전진 패스 선택지를 극단적으로 줄여버림으로서, 인테르의 수비는 슈팅을 내주지 않았다.
여기에서 디마르코가 측면에 있는 베르나르두 실바를 압박하면서 역습을 만드는데(연두색 표시), 인터 밀란의 초기 공격은 전술적으로 짜임새 있지는 않았다. 다만 로드리나 더 브라위너 같은 미드필더들의 패스 선택지를 줄이고, 그 안에서 패스 미스를 이끌어내면서 볼을 빼앗고 앞으로 쏠린 맨시티를 이용해 역습하는 루트로 공격을 전개했다.
인터 밀란의 측면 윙백 활용은 기본적으로 넓게 벌려서 일반적인 윙백들처럼 전진 한 다음 크로스를 하는 방법이 있고, 그 다음은 지금 장면처럼 양쪽 윙백들을 넓게 벌렸다가 좁혀오게 하면서 맨시티의 수비수 등 뒤로 돌아 뛰게 해 볼을 받아 헤더나 여러 방법들로 볼을 공격수들에게 내주면서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이 있다. 물론 이 방법을 활용하기 위해 인터 밀란은 2명의 공격수를 모두 박스 안에 배치 시켜주었으며, 이런 방식으로 인해 인터 밀란의 포메이션은 골키퍼를 포함한 4명의 수비수 3명의 미드필더 2명의 윙어, 2명의 스트라이커가 서 있는 4-3-4 포메이션이 된다.
지금 윙백들에게 길게 전개하기 이 전에 골키퍼에게 다시 후방 빌드업을 쌓을 수 있도록 볼을 회수 시킨 장면이 더 인상적인데, 그 이유는 맨시티의 전술적인 컨셉을 너무나도 확실하게 이해했고 대응책을 세웠기 때문이다. 맨시티의 전술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중원에서의 수적인 우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포메이션 상에서도 도박 수를 던지면서도 2선과 3선에 많은 선수를 배치 시킨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인자기 감독은 그 부분을 놀랍게 활용했다. 이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센터백 라인-미드필드 라인-최전방 라인의 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간격을 좁게 해 중원 공간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지금 이 장면만 봐도, 노란색으로 표시 한 맨시티의 선수들 간의 간격이 얼마나 좁은지, 또 얼마나 많이 중앙에 위치 해있는지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간격이 워낙 촘촘했기 때문에 이 공간에서 풀어가기 어려웠는데, 인터 밀란은 여기에서 흥미로운 방법을 통해 볼의 소유권을 지켜낸다. 상술했듯이, 인터밀란의 경우 양쪽 윙백들의 기본 위치를 넓게 가져가는 팀이다. 이들은 측면으로 넓게 움직이면서 측면 라인과 맨시티의 선수들 사이에 공간을 만들게 되는데, 이 공간을 통해서 볼을 이동 시켰다. 여기에 최전방 공격수인 라우타로까지 넓혀서 양쪽 윙백과 라우타로 총 3명의 선수(검은색 표시)가 측면으로 넓게 벌리면서 중앙에 몰려있는 맨시티를 파훼하기 위한 대응책을 만들었고, 중앙 공격수 자리에 제코(흰색 체크)한명만 남기면서 맨시티의 백스리 위치를 고정 시켰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 3명은 맨시티 선수 7명의 압박을 받아주면서 측면에 있는 선수들에게 볼을 돌리는 역할을 맡았다.
이 다음 장면에서 오나나 골키퍼에게 볼을 빼주고 위에서 설명한 장면이 나오는데, 맨시티의 특징을 잘 잡아낸 부분이라 강조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잠깐 실수를 하나 잡고 가자면, 이 날 인테르는 전체적으로 과르디올라의 핵심적인 빌드업 축들을 잘 막아냈지만, 스톤스에게 몇차례 전진을 허용했다. 맨시티는 귄도안이나 더 브라위너가 내려왔을 때 반대쪽에서 스톤스가 올라가는, 시소라고 이해하면 쉬운 방식으로 패스를 쌓아갔다. 이 과정에서 귄도안이 내려오면서 인테르의 바렐라와 시프트 된 다르미안이 귄도안에게 가면서 중앙에 넓은 공간이 비었다. 맨시티는 로드리 같은 경우 거의 항상 중앙에 고정 시켜두었기 때문에 인테르의 미드필더들 중에 한 명은 반드시 가운데에서 볼의 전환을 막아주어야했다. 그리고 브로조비치와 다르미안은 이들의 대인 마크 타겟이 수시로 교환 되었다.(더 브라위너 -> 귄도안)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바렐라도 귄도안을 중원 경쟁 상대로 여기면서 압박을 걸었다.
이렇게 귄도안과 로드리에게 인테르의 미드필더들과 다르미안이 가게 되면서 수비진과 미드필더들 사이에 넓은 빈공간이 발생했는데, 이곳에 스톤스가 파고들면서 인테르의 진영에 다가갔다. 물론 센터백 라인에 아체르비라는 보험이 노련하게 올라와서 스톤스를 눌러주었기 때문에 더 깊숙히 전진하는것은 막았지만, 서로의 압박 타겟을 헷갈려서 생긴 큰 실수였다.
전반엔, 전체적으로 맨시티가 밀고 인테르가 수비적으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맨시티가 점유율에서 압도했고, 슈팅 숫자는 같았지만 기대득점 값이 보여주듯이 득점에 가까웠던 팀은 맨시티였다. 그러나, 필자는 인테르의 경기력이 맨시티에 비해 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자기 감독이 준비한 다르미안 시프트와 같은 수비 전술,지역 방어 등 좋은 컨셉을 들고 경기에 임한것은 전반전 인테르의 클린시트를 이끌었다. 전반전 인테르의 수비를 요약하고 바로 후반전으로 넘어가보자.
인테르의 수비 전술 요약: "우측 윙백 둠프리스와 백 스리 우측 스토퍼 다르미안 간의 위치 교환을 통한 일반적이지 않은 마크 타겟 설정(둠프리스는 그릴리쉬, 다르미안은 주로 더 브라위너)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르미안의 압박 타겟과 브로조비치의 압박 타겟의 교환도 자주 이루어졌다. (귄도안 <->더 브라위너) 바렐라가 넓게 벌리면서 최전방으로 올라갔고 라우타로-제코와 함께 3명의 공격진을 구성하면서 강한 압박을 걸어주었다. 그 뒤로 브로조비치나 찰하놀루가 올라오면서 핵심 미드필더인 로드리를 가두면서 맨시티의 빌드업을 봉쇄하고자 했다."정도가 가장 핵심 될만한 내용일것이다. 부가적인 부분이 있지만, 넘어가도록 하겠다.
사실 후반전은 맨시티가 선제골 넣고 난 다음부터 좀 유의미한 결과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선제골 실점 이후 인테르가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든걸 가져와봤다. 전반전부터 설명했던것처럼, 인테르는 양쪽 윙백들을 측면으로 넓게 벌린 뒤 안쪽으로 돌아 뛰게 했는데, 이 부분이 잘 통하면서 골에 가까운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인테르는 브로조비치를 많이 움직이게 하면서 볼을 배급 시켰는데, 여기에서 브로조비치(빨간색 표시)가 동료에게 패스하는 동안 디마르코(흰색 표시)는 박스 안으로 들어가서 공격진 2명과 찰하놀루,디마르코 이렇게 총 4명이 박스 안으로 자리를 잡았고 공격적인 슈팅을 만들었다.
이런 기회를 만들 수 있었던건 뒤쪽에 검은색으로 표시 된 바스토니에게 지분이 있다. 사실 이 날은 유독 공격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인자기 감독인데, 리그에서 인자기 감독의 모습은 백 스리의 양쪽 스토퍼들을 굉장히 공격적인 방법으로 쓰는것에 명성이 있다. 그래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그런 모습을 기대했을 때 전반전에 그런 모습은 나오지 않다가 후반전에 들어오면서 그 부분이 나왔는데, 이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후술하겠지만, 인자기 감독은 바스토니를 올리면서 브로조비치의 볼을 받을 선수를 늘려주었고, 선수가 추가 되었기 때문에 미드필더인 찰하놀루나 바렐라 같은 선수들이 박스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다만, 이날 바스토니 활용이 조금 특이했던건 원래 리그에선 바스토니가 왼쪽으로 넓게 움직이면서 공격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는데, 이날은 중앙과 측면에서 모두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브로조비치(흰색 표시)가 그 왼쪽 공간을 채워주었다.
사실 바스토니가 특히 이 장면에서 중앙으로 가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을 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반전에 부상으로 더 브라위너가 빠지고 포든이 들어오면서 생긴 역할 변화가 크다고 생각한다. 포든은 들어오면서 브로조비치와 1:1로 서로를 마크 하게 되었고 포든과 브로조비치는 항상 붙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맨시티의 미드필더들은 한줄로 서거나 중앙에 밀집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중원에 많은 선수들을 둘 경우 미들 서드에서 풀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빌드업이 좋은 바스토니를 활용하기로 하고 브로조비치를 왼쪽으로 내리면서 그의 마크맨인 포든을 측면으로 옮겨 맨시티의 중원 대형을 깼을 것이다. 어차피 바스토니의 마크맨은 공격수이기 때문에, 만약 굳이 바스토니를 잡겠다고 공격수를 내릴 경우 대형에 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맨시티의 공격수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장면이 바로 바스토니가 미드필드 지역에 가있는 장면이다. 인테르는 볼을 옆으로 쭉쭉 돌리기보다, 빠르게 공격을 만들고 마무리까지 가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거치기보다 최대한 빠르게 앞으로 볼을 보내는것이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공간을 만들어야했는데, 갑자기 뜬금 없이 미드필더를 측면으로 옮겨버리고 센터백을 올려버리니, 맨시티의 미드필더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그림에 선을 그어두진 않았으나, 육안으로 봐도 맨시티의 미드필더 라인이 꽤 많이 망가져있는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날 맨시티의 경기력이 평소보다 좋았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예라고 답할만한 사람은 없다. 이 경기에서 만약에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조금이라도 날이 서있었더라면, 인테르는 분명히 결과물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인테르의 강점이었던 미드필더들도 수비를 하는 과정에서 지치면서 전진패스도 안됐고.. 이런 과정들이 인테르의 패배 요인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인테르가 정말 득점에 99%이상 근접했던 장면을 들고왔는데, 이 장면 역시 백이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것에서 시작한다. 디마르코와 교체로 들어온 고젠스(검은색 표시)는 앞에서 들고왔던것과 같이 박스로 침투한다. 그리고 반대쪽에 있는 벨라노바(노란색 표시)도 박스로 들어와서 볼을 받아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모습들은 인자기 감독이 양쪽 윙백들의 언더래핑을 오버래핑만큼이나 중요시 한다는걸 알 수 있었다.
공격 전술은 너무 할말이 없어서 여기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수비 전술은 완벽했으나, 공격 전술에서 너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인터 밀란이었다. 그래도 공격적인 부분에서 위안을 좀 찾자면 양쪽 윙백들의 언더래핑이 그나마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루카쿠가 2번의 기회를 모두 날리면서 빅이어도 같이 걷어차버렸지만, 체력이 떨어진 상태, 상대적으로 열세인 팀을 끌고 파이널에서 우승에 근접했던 모습은 인상적이다.
다만, 공격적으로 짜임새가 없던건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쉽기만 하다. 분명 이길만한 경기였는데, 이걸 잡지 못했다는게..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할 정도로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이 날 밤 인테르의 모습은 잊지 못할것 같다. 수비전술, 그리고 우승팀을 상대로 보여준 대등한 경기력, 명장이라고 알려진 펩 과르디올라의 파훼법이 될 수 있었던 게임 플랜. 이 모든 것은 이날 밤 비록 인테르나치오날레가 패배자였음에도 기억하고 싶은 밤으로 만들어주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chris_ysw/223128247551 블로그 승원님
첫댓글 운영을 잘했음
루카쿠아니였으면 이겼을지도
루카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