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즈음이면, 강원 홍천 서석에선 산수유나무와 생강나무에서 꽃이 피고 키낮은 제비꽃 핍니다.
햇볕이 따뜻해지고 바람 방향이 바뀌는 걸 식물들이 가장 먼저 알고,
찬바람 들지 않는 곳 나무들과 키낮은 풀들이 먼저 꽃을 피어요.
식물들이 싹을 내고 꽃을 피우면 꿀벌들이 기다렸다는듯이 바깥 활동에 열심을 냅니다.
벌통을 출입하는 벌들을 관찰해보면,
나가는 벌들은 마치 화살 날아가듯 대략 15~20도 각도로 쁑~하고 날아가고
들어오는 벌들은 뒷다리에 노오란 꽃가루 뭉치 달고 느긋히 벌통 앞에 내려 앉습니다.
오가는 벌들 보면, 부지런하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한참을 멍하고 바라보는데, 전문용어(?)로 벌멍이라고 하지요.
요즘 버드나무 근처 지나가면 꿀벌들의 날개짓 소리 아주 요란합니다.
버드나무에서 노오란 꽃가루가 엄청 나오는데, 이 향기를 어찌 알고 온 마을 벌들이 다 모여 있는 듯합니다.
꿀벌들은 꽃가루를 부지런히 모아서 벌통 안으로 가져가는데,
단백질인 꽃가루에 꿀을 조금 섞고 물로 반죽하여 아기 벌들에게 줍니다. 꿀벌 이유식이지요.
여러 이유로 벌통 안에 아기 벌이 없으면(여왕벌이 죽거나 다쳤을 때)
일벌들은 꽃가루를 모아오지도 않고 꿀을 따오지도 않습니다.
꿀벌의 부지런한 노동은 오로지 아기벌 육아를 위한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봄철에 벌통 오가는 벌들이 꽃가루를 가져오지 않으면 벌통 내부를 점검(내검)합니다.
앞선 생명이 뒤따르는 생명을 보살피고 돕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 것 같습니다.
봄벌 깨운지 보름이 지나고,벌통 내부 살펴주었습니다.
벌판 중간 부분 벌방에는 이미 벌방 덮개가 닫혀있습니다. 아기벌들이 자라는 중(우화)입니다.
이 시기 태어나는 벌들은 주로 일벌(암벌)이어서 21일 만에 출방합니다.
꿀벌 수백 마리가 죽고 수백마리가 태어나며 세대 교체되는 시기입니다.
세대 교체가 되고 강군(벌통에 1만5천~2만 마리)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봄철 꿀벌 농부의 일인데
너무 개입해서도 안 되고 너무 게을러서도 안 되는 허허실실이 필요한 때입니다.
부지런한 꿀벌 농부는 조금 한가한 이 때에 지난 해 벌통, 벌판 정리하고 벌통 받침대 만들어 분봉 준비합니다.
첫댓글 저 작은 문으로 드나들며 그런 때를 보내고 있군요. 가까이 사는 꿀벌 이웃들의 생 응원해요!
허허실실이란 말이 재미있어요. ㅎㅎ 오가며 만나는 꿀벌들이 이런 움직임 중에 있었군요~
꿀벌의 봄은 이렇군요~
허허실실~ 꿀벌과 농부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서로를 지켜주는 고마운 관계네요~^^
벌이 노란색에 가장 예민하다는걸 처음 알았네요. 벌에 대해 새롭게 배우게 돼요.
'벌멍' 보고 한참 웃었네요~~^^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꿀벌도 공동체 모두가 육아를 하는군요.
앞선 생명이 뒤따르는 생명을 돌보는 것, 생명이 노동을 하게 하고, 그 노동이 한 생명이 아닌 여러 생명(벌, 꽃, 나무, 사람)을 살리는 과정을 지켜보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저도 요즘 서한이랑 벌 배워요.
파주는 작년에 벌이 많이 줄었어서 양봉 농가들이 꿀생산 보다는 벌 늘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언제 만나면 벌얘기 나누고싶어요.
벌이 안고 들어가는 꽃가루 크기가 생각보다 크네요. 날아오는 동안 흘리지 않으려 힘 꽉주고 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