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청소년기와 요즘 청소년기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생일파티’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그랬겠지만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접을 받은 적도 없는 것 같고, 기껏해야 미역국에 내가 좋아하는 계란 반찬이 전부였다. 어쩌다 용돈이라도 받게 되면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져서 집 앞 수퍼마켓으로 달려갔지만, 학교 친구들로부터 축하한다는 인사도, 생일선물도 받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내 생일은 겨울방학기간인데다 날씨도 무지 추운 1월이다)
어쨌든 그런 가슴 아픈(?) 유년의 기억 때문인지 난 자신의 생일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
요즘 아이들의 생일파티는 한마디로‘돈 잔치’를 하는 것 같다.
우선 어감이 비슷한 돌잔치만 봐도 근사한 뷔페에서 여는 게 유행인데, 아기의 사진을 실사로 출력한 화려하고 멋진 프랑카드는 기본이고, 뷔페식당 한편에는 양장본으로 된 깜찍한 아기의 앨범도 자리하고 있어 손님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렇게 초대되는 손님의 수나 장소, 메뉴의 가격까지 따져보면 웬만한 결혼식 비용하고 맞먹는다.
개인적으로는 연세 지긋하신 부모님도 아니고 이제 막 첫 돌을 맞는 아이한테 부모가 너무 과한 서비스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주부가 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교육의 영향처럼 나도 나중에 그 사람들을 닮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초등학생들의 경우엔 엄마를 졸라 그 또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롯데리아나 맥도널드로 반 친구들을 전부 초대해서 세트 메뉴를 시켜주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좀 산다 하는 집에선 더 높은 수준으로 대접하겠지만, 그 정도가 평균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의 생일파티를 위해 뭉칫돈을 쓰고 계신다.
내가 주위에서 본 청소년들은 생일선물로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금일봉’을 전달하는 게 가장 실속 있다고 얘기한다. 주인공에게 직접 물어봐서 갖고 싶어 하는 선물을 사주는 것도 좋지만 보통은 눈치 없이 고가의 브랜드를 원하기 때문에 차라리 친구들 몇 명이 함께 돈을 모아 ‘알아서 사라’고 주는 것이다. 또 퀵서비스를 이용해 수업시간에 꽃과 케잌을 배달하는 당찬 친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집에서 두둑하게 용돈을 받는 아이들은 생일계를 들어서 선물도 사고 파티도 즐긴다고...
생일파티의 장소는 소박하게 노는 친구들은 단골로 다니는 분식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노래방 등을 애용하고, 조금 세게 나가는 친구들은 나이트를 제일로 꼽는다고 한다.
요새는 중학생만 되어도 외출할 때 화장을 하는 건 기본이므로 옷차림만 살짝 신경 써도 대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교 주변의 호프집도 당당하게 들어가는 아이들이 상당하다.
운 좋게 재벌 연인을 사귀어서 한강 유람선이라든가 까페를 통째로 빌려서 깜짝 이벤트를 선물받기도 하고, 트렁크를 열면 하늘높이 올라가는 오색 풍선들, 나 혼자만을 위한 놀이공원의 회전목마,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
시시각각 시대가 바뀌고, 언론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얻게 되는 정보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갈수록 순수함보다 섹시함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을 보며‘청소년답지 않게 어른 흉내만 낸다’고 탓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낸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청소년들의 의식과 문화를 공감하고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청소년복지 강의를 통해 나에게 부족한 점을 보충해보려 한다.
첫댓글 언니 너무 많이 아는 거 아니요? 진~ 짜 잘 썼어 역시 얘들하고 같이 사니까 달라
언니 너무 많이 아는 거 아니요? 진~ 짜 잘 썼어 역시 얘들하고 같이 사니까 달라
화진쓰.. 관심가져줘서 고마워^^ 근데 너무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내가 진짜 잘하는 줄 안다니까~ 이럼 곤란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