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에서 2월21일 밤 11시 15분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하루전에 끊었다.
당일 밤 집에서 좀 늦게 나오는 바람에 수원역으로 가게 되면 기차를
아슬아슬하게 놓칠 수 있을 것 같아 옆지기님에게 부탁하여 평택역으로 향한다.
평택역에는 출발 20분전에 도착하여 빵집에서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준비해 둔다.
기차에 탑승하니 막차인지라, 1호차안에는 2명정도 있을 뿐 여유가 있었다.
자전거와 함께 여행한다면 무궁화호가 좋다. 비둘기가 기차길위를 날러다닐 시절에는
무궁화도 호화기차였겠지만, 지금은 서민용 기차가 되어 버렸다.
하행선을 탈시는 69번~72번으로 맨 뒤좌석을 예약하는 게 좋다.
맨 뒤좌석 뒤에는 자전거바퀴를 빼고 자전거를 꺼꾸로 세워서 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반대로 상행선인 경우에는 1번~4번이 맨뒤좌석이 된다.
기차를 전세낸 기분이다. 야간열차의 여유로움을 만끽해 본다.
평택역에서는 밤 11시 37분에 출발했고, 순천역에는 새벽 3시 52분에 도착예정이다.
충분히 자면 4시간 잠을 잘 수 있다.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취해 보지만, 잠이 쉽게 오질 않는다.
출발 한시가 지나서야 무조건 잠을 청하기로 한다. 앞좌석을 돌려 다리를 뻗어 잠을 청한다.
어느새 곡성역에 이른다.
자전거와 스페어타이어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출발했다.
몸을 가볍게 하여 라이딩하는 것이 달릴때 부담이 없기에 최대한 짐을 줄였다.
곡성역을 다시 출발하면서 이런 생각에 잠겨본다.
무에서 출발하면 모든 것이 가볍고 반갑다.
무에서 출발하면 잃을 것도 없다.
무에서 출발하면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제 태어났다고 생각하자. 소유한 것 없이...
이제 사회초년생이라 생각하자. 모든 일들이 배울 것 투성이겠지.
그럼 얼마나 할일이 많겠는가.
그리고, 이번 여행을 자아성찰의 좋은 시간으로 삼자.
눈을 다시 붙였다 싶더니 어느덧 다음 정거정이 순천역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부랴부랴 베낭과 자전거를 챙기고, 기차를 내려 온다.
순천역에 내리니 새벽바람이 싸늘하다.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순천이 생태도시답게 자전거 일개 분대가 대열을 갖추어 반겨준다.
옥곡역으로 향하는 새벽 6시 기차를 끊었으니, 2시간 여유가 있었다.
대합실에서 부족한 잠을 좀 더 청하면서 휴식을 취해 본다.
6시가 좀 안되어, 순천역에서 기차에 오른다. 옥곡역까지는 기차로 20분거리이다.
옥곡역은 시골 간이역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적막한 새벽시간에 옥곡역이란 환한 네온사인 불빛만이 이곳이 옥곡역이란 것을 알려준다.
여기서 섬진강하구인 배알도수변공원까지는 10km 가량의 거리이다.
자전거길이 아닌 일반 도로이기에 길을 잘 찾아 가야한다.
사전에 지도로 답사를 했지만, 심금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다리를 건너면서 1km 달려 갔을 즈음
길을 잘못 들어선 기분이 든다. 옥곡IC 가 촤측으로 보이고, 정면 표지판에는 광양시청이 보인다.
좀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 다시 다리를 건너서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하고 우회전한다.
고개를 넘어가는 지점에서 우측 골목으로 외금마을표지판이 보인다. 거기에서 우회전하여 마을로 들어간다.
내리막길 그리고 농로길을 통해 미로 찾기라도 하듯 마을을 빠져나가 남해고속도로 옆길을 따라 이동한다.
태인이란 표지판이 보이니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 배알도수변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인적은 없었다. 적막함이 흐른다.
인증도장을 찍고, 출발한다.
이번 여행은 외로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섬진강 줄기따라 자전거 타고 내가 따를자 나를 따를자가 없으니 말이다.
어제 밤까지 비가 왔으니,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만나기 힘 들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학교시험이 있어, 함께 못 달린다고 했으니 말이다.
오로지 자연을 벗 삼아 달리는 수 밖에 없으리라.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구절이 생각난다.
수년전 마을도서관에서 열리는 정호승시인과 함께하는 시낭독회에 간적 있는데,
술자리에서 외로워하는 친구를 생각하며 시를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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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화에게 -
정호승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 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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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외로워하지 말아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란다.
나는 비가 오면 비가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그냥 달려 갈 것이다.
바람이 몹시 분다. 페달을 밟아도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
내리막길에서조차 페달을 밟지 않으면 시속 10km 대밖에 나오지 않는다.
맞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다. 인정도 사정도 없는 바람아 멈추어 다오~~~
약12km 정도 달렸을까 우체통모양의 화장실이 보인다. 그런데 우체통은 안보인다.
누군가에게 전할 마음의 편지마저 두고올 겨를도 없이, 매화마을을 향해 달렸다.
갈대쉼터를 지나 20km를 달렸을 곳에 섬진교가 보인다.
사진 한컷을 멋지게 찍어 본다. 약 5km를 더 달려가 보니, 매화마을이 나타났다.
매화꽃이 필 무렵이라면 멋진 매화꽃을 보았을 텐데 달리는 왼편으로 매화나무만 무성할 뿐
매화꽃은 보이지 않았다.
아들이 어릴 때 2002년 월드컵 열리는 해에 일본에 있는 매화마을을 전철타고 시골마을로 간적이 있다.
그때 본 매화꽃 풍경을 떠올리며 광양매화마을에 피었을 매화꽃을 가슴에 품고 달려 간다.
매화꽃밭에서 천진난만하게 웃던 어린 아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달리니 외롭지도 않더라.
섬진강풍경에 풍덩 빠져본다.
구름이랑 바람이랑 오늘은 너희들이 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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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많으셨습니다.
근데 사진이 그림같아요
꽃이핀것도?
멋집니다.
사진 잘보고갑니다.
꽃은 13년전 일본의 매화마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 섬진강ㅎㅎ
좋네요
구름도 바람도 모두가 친구... 자전거가 곁에 있으니깐요^^
자전거랑 친구삼아 어디든 갑니다..오라는데는 없어도~~~
어~~~~ 풍경이 기가 막히네요~~^^ 벌써 벚꽃이 핀건가요?? 멋지십니다~~^^==333
아들 애기때 찍은 벚꽃사진들이네요..ㅎㅎㅎ
좋은곳 가셨네요 ㅋ 언제함 같이가야죠 ㅋㅋ 고생하셨습니다..
광양 섬진강 주변 풍경 끝내주네...비가와서 운치도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