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산시로에서 광자가 되어 날뛴 추억을 뒤로 하고...
이곳도 떠나야 할 시간이 왔다.. 밀라노에선 고작 2개 했구나....
두오모성당 한번 들어가고.... 산시로에서 성지순례 이상의 과업을 이뤘으니... ㅋㅋㅋㅋ
어젯밤의 그 경기가 나의 한달 유럽여행의 50%라고 해도 전혀 거짓말이 아닐것이다....
6시 50분경 눈을 뜨니 옆침대의 일본친구들은 벌써 다 씻고 누워있는 내게 손을 흔들며 떠난다....
체크인할때 들었던 나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코리안은 콧배기도 뵈지 않는다...
혹시 North Korean 아니냐고 물어볼려다가.... 카운터 청년의 개 구라임을 장담하고 생각을 접는다.
호스텔을 나설때 백발의 어르신께서 당신 몸의 절반만한 캐리어를 끌고 또다시 여행의 하루를 맞이하러 나가시는 중이다...
누가 그러드라.. 나이는 숫자일뿐... 서양어르신들의 KTF적 마인드...
어젯밤 경기장 근처에서 혼란을 틈타 무임승차를 하고 남겨둔 비상티켓을 이용해 지하철을 타고 밀라노 중앙역으로 향한다...
두오모 근처가 서울의 종로나 을지로정도가 되지 않을듯 싶다... 출근시간이라 꽤나 붐비는데....
출근복장의 지하철내 사람들이 모두다 내리고 나니....
로마와는 다른 분위기의 깔끔하고 심플한 밀라노의 지하철이 모양새를 뽐낸다.
밀라노 역에 도착하자마자... 타임테이블을 미친듯이 눈으로 훓었다.....
타이밍~ 아주 죽여준다... 눈감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상 역으로 왔는데... 베네치아행 IC가 바로 출발이다....
게다가 10분연착이라서 약간의 여유를 갖고 승차를 할 수 있었다...
[오늘의 행선지!]
기차에서 내가 들어간 컴파트먼트...
6인의 객들이 3:3으로 마주보고 앉아..... 아주 뻘쭘하거나.... 아니면 완전 히히낙낙하거나.....할 수 있는~
여행을 하면서 기차의 구조를 우리나라도 컴파트먼트 형식을 도입하면 좋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었다..
(왜냐?? 당시 유럽여행중이었기에 유럽건 다 좋아보이는 사대주의에 도취되어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생각해보니... 전세계의 여행객들을 흡수하는 유럽대륙자체와....
최장거리 서울-부산의 절반짜리 한반도를 비교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흠.. 안될것 같다...
설날이나 추석때 마다 미여 터져버릴듯한 컴파트먼트를 상상하고 싶진 않다....
내가 앉은 컴파트먼트에 기차가 출발할때까지 누구도 들어오지 않는다...
문을 닫고 커튼을 쳐버리니 이 2평남짓한 방하나가 내세상이다.~~ 야후~!!!ㅎㅎㅎ
신나서 셀카질을 일삼다 밀린일기도 정리하다 보니.... 슬슬.....
" 덩 " 이 마렵더군...ㅋㅋㅋ
컴파트먼트 밖으로 나가서 내가 올라탄 차량의 끝에서 끝을 모두 살펴보니.... 젠장~!!!!
내가 탄 이 칸에는 진짜 나혼자 있는거다.... 안에 사람이 있는것처럼 밖에서 안이 안보이게 커튼을 곱게 닫아두고 문도 닫아두고...
조심스레.... 한가치 담배와 함께 거사를 치르고 있었다... 므흣한 표정으로...ㅋㅋㅋ
1주일간 이국땅에서 빵조각만 먹은 나의 흔적을 밀라노-베네치아 구간에 뿌리며...
(기차에서의 용변은 열차 바깥으로 논스톱으로 흩날린다....)
슬슬 마무리를 지어가는 와중.....
바깥에선 내가 앉아있는 화장실 칸의 문을 냅다 두드리며 빨리 나와보라고 보채고 난리도 아니다....
엇! 서양에선 노크를 안한다고 알고 있는데.... 뭐지???
!!! 아쒸~~ 담배핀거 걸렸나?? 젠자.....앙...!!!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군.. 그들은 이탈리안 경찰들이신데..............
그런데.... 그러나.... 그러해서.... 그렇기 때문에.... 그네들 왈!
마리오 캅스: 혹시 컴파트먼트에 짐을 놔두셨나요???
신사장: 흠....예스... 흠... 예스... 마이 백 이스.... 흠.... 거기.....
!!!!!!!!!!!!!!!!!!!!!!!!!!!!!!!!!!!!!!!!!!!!!!!!!!!!!!!!!!!!!!!!!!!!!!!!!!!!!!!!!!!!!!!!!
I'm stolen????????
사람은 없고 짐만 덩그러니 놓여있길래 경고해주러 주인을 찾고 있었단다... 화장실까지....
아이쒸~!! 식겁했잖아.. " OK, Thank you... "
근데... 신인철 정신 차려야 겟다.... 긴장이 풀린거냐?? 무슨생각으로 짐만 콤파에 두고 .... 참나~!!!
잠시 적응되어가면서 풀렸던 긴장을 꽈악! 졸라 매어야 한다~~!!
3시간가량의 기차여행끝에.... 지중해의 푸르딩딩한 바다와 동공이 풀려버릴듯한 햇빛을 받으며....
기차는 수상도시? 해상도시? 섬??..... 어쨌든 베네치아에 도착하고 있었다....
[신기하기만 하다.]
정말 신기한 동네구나라는 생각뿐이다....
기차역 앞엔 2MB께서 추진중이시라는 운하와 같은 수로... 그리고 그 위를 떠다니는 수상버스, 보트... 곤돌라들....
아름답고 감흥을 주는 도시 .... 그게 아니라 .. 난 도대체가 신기하다... 이 동네가....
역에서 한참 고민을 한다... 여기에서 하룻밤을 보내냐,,, 아님 다른 곳을 또 한번 밟으러 오늘 떠나냐??
사실... 밀라노까지의... 1주일간의 계획은 거의 완벽하다시피 준비를 해온 절차였지만.....
오늘부터가 슬슬 흔들리기 시작한다.... 거의 막나가자는 여행분위기로 접어들 느낌이다....
그래서 베네치아 역에서 순간 눈에 띈 비엔나행 야간 쿠셋예약도 순식간의 판단과 필링에 의존한 선택이었던거다..
어느덧 점심시간에... 슬슬 허기가 져가는군.... 역앞에서 피자 한조각... 아니 피자빵 한개를 집어들고 ...
다 마셔버린 빈 물통에서 한방울 한방울 혀로 핥아가면서 .....
[얼굴크기피자빵 물없이 먹기!]
진짜 목 막혀서 밥 숟가락 놓을 뻔했다....퓨,,,,
자... 슬슬 베네치아를 훓어보실까...???
바포레또.
베네치아에서 수상버스를 타는것 역시 좋은 기회일꺼라고 가이드북씨께서도 조언을 하셨고....
나 역시 너무도 신기해 보여서... 피차 유람선과 다를게 없는 수상버스를 위해 1일권 티켓을 살 심산으로.....
10유로 지폐를 내밀며...
정떨어지는매표소아가씨: 어디갈꺼야?
신사장: 산마르코랑 리알토다리 갈꺼야.. 1일티켓줘...
퉁명스러운매표소아가씨: 지금 배없어...
신사장: ???????????????? 배가 없다니?? 저기 물위에 떠있는건 배 아냐? 저게 기차는 아니잖아??
싸가지없는매표소아가씨: 몰라! 배없어. 표는 못사! 걸어갈 수 있을꺼야~~~
매표소문을 닫아버린다...
!!!!!!!!!!!!!!!!!!!!!!!!!!!!!!!!!!
신사장: 야!~ 야!~ 뭐?? 걸어가? 이런... 뭐야? 문안열어? 뭐야~ 이거?
미친게 분명하다.... 아님.. 순간 시트콤같은 상황을 벌인 서로가 영어가 안통한것도 아닌데...
걸어가랜다... 그리곤 문을 닫아벼린다... 완전 얼 빠진채로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서있으니... 유독 나만 친절한 사람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는 지도도 꽁짜가 아니다...게다가 다른 도시들처럼 주소나 지도만으로 길을 찾기엔 상당히 애매한 곳이다...
거리마다 거리의 이름이 적힌게 아니라 지역별로 지도에 표기되어 있기에 론리플래닛의 지도로는 상당한 연구가 필요한 스캐닝이다....
뭐 별수 있나/?? 슬렁슬렁... 또 골목골목을 누빈다....
[좁은 수로.]
[좁디 좁은 수로의 곤돌라]
[수로를 골목으로..]
어릴때 즐겨했던 툼레이더 시리즈의 게임속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군....
저 곤돌라를 타보고 싶다... 물론.!!! 그럴 마음만은 충분하다 이거다....
여행을 하면서 쓸데없이 돈 아끼겠다고 두 번다시 못올 기회를 차버리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60유로를 지갑에서 꺼내보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야 만다....
애써 스스로를 위안한다...
" 다음에 또 와서 그때 타면 되지~!! ^^ "
골목골목을 누비며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을 하는데....
[사람이 많을까? 비둘기가 많을까?]
[산마르코광장]
[산마르코광장의 빙판]
만조때에 광장에 바닷물이 차 오른후에...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나 보다...
태양빛이 들어오지 않는 음지 구석부분이 하얀 빙판으로 변해있다...
산마르코광장의 비둘기에 대해선 익히 들어와서..... 또 우리의 서울역시 닭둘기 많기로 얼마나 소문난 곳이 많은데....
놀랄것 없다고 스스로를 애써 달래고 얼래보아도.....
이건뭐... 두당 100마리씩은 차지하겠다 싶다....
산마르코 성당에 잠시 들렀다... 광장을 벗어나니....
[아드리아해의 푸른 냄새]
눈부시다...
저 푸른 바다향내와 각막을 찢어버릴듯한 태양빛이 따분해지기 시작한 나의 오늘 하루를 그나마 방방 띄어주는구나.
짜디짠 바다내음을 맡으며 한동안 바다를 응시하며 서선...
매해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대천해수욕장의 바다를 생각해내려고 애를 쓰다.....
문뜩... 이곳 베네치아.... 무지 덥다라는 생각이 든다...
2시의 땡볕을 맞으며 골목골목 또 뒤지기 시작한다.!!!
젤라또를 위해~!!!
찾긴 찾았는데... 로마에 비한다면 가격이나 맛이나....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 4스푼에.. 3유로?? 흠.. 거의 2배 수준이군...
달착지근하게 입에 달라붙는 젤라또를 살살 녹여먹으면서...
생각외로 베네치아가 매력적인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만은.....
슬렁슬렁.. 골목을 누비며 산타루치아역까지 도착을 했는데도 3시 30분에 불과하다....
야간열차 탈때까지 뭘 할까 생각할 겸 거리의 벤치에 앉아 있다가... 배낭을 베개 삼아.. 눈을 감아버린다...
신인철... 이제 적응좀 되나 보구나?? 한복판 벤치에서 낮잠이나 한숨 때릴려고 베네치아에 온건 아니다...
허나.... 몸도 쳐지고 베네치아를 더 둘러볼 여력과 마음도 없기에..... 기차역 근처에서 기차시간까지 좀 뻐겨야 겠다......
잠들다 일어나보니 몸이 으슬으슬 하고 쌀쌀하다....
[슬슬... 해가 져가는 베네치아]
기차역 주변을 배회하다 주택가에 들어서 놀이터에 도착한다...
[잠시의 느낌: 여유]
아이와 엄마, 아이와 할머니, 노부부들이... 놀이터에서 쉬고 놀고 이야기 하고 여유를 찾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을 하며 이런 광경, 장소들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다.
빨빨대고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유명 관광지를 가보고 사진도 찍고, 왔다갔다는 흔적을 남기는 일이 ....
시간을 낭비하는 하찮은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한 시간과 발걸음 조차도 여행의 일부이기에.....
하지만 그러한 발바리같은 역마살 여행의 틈바구니속에서 잠시동안 이런 여유와 평온을 찾아내고 나도 그속에 파묻혀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 보면....
얼굴에 씨~익하고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렇게... (^ㅡ^)
그래서 이번에도 그들의 틈에서 여유를 찾아보자는 취지에.......
그네에 앉아 그동안 써왔던 여행의 일기를 읽으며 나름대로의 평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놀이터 관리인으로 보이는 정복차림의 아주머님이.....
" Hey~! This is for children!! "
흠.... 놀이터 내의 많은 시선이 날 향하고 있다는걸 느꼈다.....
잠깐 앉아 있는것도 안된다는 것이다... 다 큰 어른이 왜 애들 그네를 뺐냐 이거다.....
"미 씨꾸지"를 외치며 재빨리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휴.... 완전 낯 뜨겁다....
저녁시간이다. 간단히 피자나 빵으로 배를 채우려고 했지만....
날이 춥고... 일기와 경비계산도 할겸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1시간 가량을 맥도날드에서 앉아 있다가 나오니.... 어두워진 베네치아가 또 다른 매력을 내뿜고 있다.
[조용한 수로]
수로의 배, 그리고 많은 곤돌라등은 사라졌지만 거리에는 아직도 많은 관광객들이 베네치아의 야경을 돌아보고 있다..
열차출발까진 1시간 30분가량 남았다... 이제 이태리도 안녕이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도 많았지만 못가본곳도 많고...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다음에 한번 더 올 수만 있다면... 피렌체와 밀라노만은 꼭 다시 찾으리....
쿠셋에 처음 들어왔다... 나는 도난의 우려때문에 가장 안전하다는 3층에 자리를 잡았지만 사실 그닥 불편하다는걸 못 느꼈다...
곧 남녀커플이 같은방으로 들어온다... 간단한 인사를 나눴지만.... 딱히 할 얘기도 없고... 피곤함에 밀려서 곧 잠이 든다....
한칸에 6개의 침대가 있는 방에 3명이 들어와 있으니 분명 침대는 3개가 남아야 하는데.....
4개가 남았다... 그들은 기여코 좁디 좁은 한 침대에 둘이 부둥켜 안고 잠을 자야 잠이 오나보다....
남아도는 침대는 뻘쭘하기만 하다...
안녕 이태리~
3월 9일 (수요일)
-아침 빵+물: 2.2유로
-점심피자빵: 3유로
-베네치아→베인나 쿠셋 예약비: 25유로
-젤라또: 3유로
-산마르코 황금제단 입장료: 1.5유로
-맥도날드: 6.7유로
-Total: 41.4유로
[베네치아는 일반적인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지도를 이용해 길을 찾고 목적지를 찾아가기가 상당히 애매한 곳이다. 하지만 거리를 거닐다 보면 리알토다리, 산마르코광장, 산타루치아역 등은 쉽게 찾을수 있도록 방향 표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화살표를 잘 쫓다 보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출처 : ★ No.1 유럽여행 ★>
첫댓글 올 여름에 베네치아에 여행 계획인데,많은 도움이 되었슴다.감쏴~~~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