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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은망덕한 놈! 언제부터 이런 밀자 노릇을 한 것이냐?" 회하조옹이 입술을 실룩거리며 여균을 닥달했다 "영주에게 부하된 자가 서찰을 보내는 것이 어찌 밀자의 행위란 말이오? 영주의 이목을 속이고 뭔가 다른 음모를 꾸미는 당신들 이 오히려 반도가 아니오?" 여균이 당당히 대꾸했다 "이런 찢어 죽일 놈! 우린 필요에 의해서 혈영이란 조직에 가담 했지만 결국 혈영의 주인은 우리들이다. 인원으로 보나 역할로 보나 우리 장강수로연맹이 뭐가 아쉬워 흑유부의 그 졸자들 아 래에 속한단 말이냐?" 회하조옹이 눈을 부릅떴다 "그럼 처음부터 손을 잡지 말 것이지 겉으로는 동료인양 간이라 도 빼어줄 듯 하다 마지막 순간에 가서 뒤통수를 친다면 그런 조직은 앞날이 없다고 생각하오. 그러면 우리 혈영은 이제껏 보 아온 많은 흑도의 무리들처럼 힘이 반분되고 결국은 정파나부랭 이들에게 도륙되어 다시 어두운 진창 속으로 내몰릴 것이오. 난 그걸 막고 싶소. 누가 영주가 되던 그건 상관없소.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그런 꼴은 보고싶지가 않소. 영주자리가 탐나거든 지금 당장이라도 나백상 영주와 칼을 맞대 시오. 그래서 총타주가 이긴다면 새로운 영주의 자리에 오르시오. 그런다면 나 같은 놈은 절대로 생기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총타주가 진다면 깨끗이 물러나시오. 그건 조직을 위한 아름다운 행위가 될것이오. 진정으로 조직을 위한다면 그렇게 하시오" 여균이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의 뜻을 피력하자 회화노옹도 일순 눈을 껌벅 거리며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였고 다른 여러 사람들도 주춤 시선이 흔들렸다 "이. 이놈! 안되겠다. 내 조침(釣針)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모양 이구나" 회하조옹이 동요하는 부하들을 추스리려는 듯 과장된 행동으로 낚싯대를 흔들며 여균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리릭-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낚싯줄이 수많은 물살을 그리며 여균을 향해 쏟아져 나갔고 그 끝에 걸린 낚시 바늘이 아가리를 벌리며 여균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파앗- 여균이 살짝 어깨를 들어 조침을 막았고 조침이 스친 여균의 어 깨에서는 핏물이 솟아올랐다 "이것으로 노선배에 대한 내 마지막 예의는 차렸다고 보오. 이제 부터는 내 손속이 무례하다는 말은 하지 마시오. 당신도 그만한 경지에 이른 사람인 이상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런지는 판단할 자질은 있으리라 생각하오. 순간의 안락과 평온을 위해 양심을 저버린 이상 설사 내 목을 친다 하더라도 가슴속 깊이 자리한 패배감은 지울 수 없을 것이오" "이. 이놈!" 회하조옹의 볼이 부르르 떨렸다 "자 그럼 노선배의 솜씨를 기꺼이 견식하겠소" 여균이 철렁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춤에서 금강묵쇄(金剛墨鎖)를 풀어 한 손에 굳게 쥐었다 "어린놈이 너무 당돌하구나" 회하조옹이 콧김을 내뿜으며 낚싯대를 휘둘러갔지만 왠지 그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낚싯대의 감촉은 이제까지와는 판이하게 달 랐다. 마치 이제껏 본적 없는 커다란 월척을 놓치고 난 후 잔챙 이를 끌어 올릴 때의 손맛처럼 모든 동작들이 심드렁해졌고 권 태로워졌다. 휘청 휘어지는 낚싯대의 탄력도, 휘익 하고 허공을 베어 가는 낚 싯줄이 뿜어대는 짜릿한 파공성도, 어느것 하나 지금껏 느꼈던 전율을 주지 못했다 철컹- 무디어진 조침이 여균의 쇠사슬에 걸렸다 여균이 불끈 힘을 주어 쇠사슬을 잡아 당겼다 파앗 회화조옹이 월척을 걷어올리듯 낚싯대를 강하게 위로 잡아챘다 피잉- 낚싯줄 중간이 뚝 끊어졌다 "이런 빌어먹을 경우를 보았나?" 회하조옹이 한심스런 얼굴로 자신의 낚싯대를 바라보았다 설사 장정 몇 명을 한꺼번에 낚아 휘두른다 하더라도 꿈쩍하지 않을 교룡삭(蛟龍索)이 허무하게 끊어졌다. 그것은 결쿄 여균의 힘이 남달랐어도, 교룡삭이 손질이 덜 되어 서도 아니었다. 낚싯대를 잡은 회화조옹의 손에서 뻗어나간 내력 이 순탄치 못하고 주춤거려 낚싯줄이 그 끊어진 진기의 틈에 균 열이 가고 같이 끊어진 것이다 "에구! 에구! 이 몸도 이제 늙었구나. 예전엔 저런 팔팔한 놈들 을 보면 군침이 먼저 돌아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는데 이젠 정반대로 젊디 젊은 놈과 마주하니 오금부터 저려와 제대 로 힘을 쓰지 못하겠구나. 쯧쯧... 어디 가서 농어회라도 한 접시 하고 와야지 이대로는 안되겠다. 너희들이나 마음껏 싸워라 내 몫은 했으니 난 가봐야겠다" 회하조옹이 낚싯줄을 거둬들이며 꼬리를 말았다 '저 늙은이가?' 담우개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본인이 싫다고 꽁지를 마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일이다. 늙은이의 말대로 여균에게서 밀지를 뺏어 챙겨준 것만 해도 영감의 몫은 다한 것이다. 내친김 에 저놈까지 한번에 잡아 주었다면 자신은 느긋이 구경만 해도 될 상황이었으나 저 노인이 빠진 이상 남은 사람들로는 여균 저 놈을 확실히 잡기는 어려웠다. 천상 자신이 나서서 매듭을 지어 야 할 일인데 그건 정말 귀찮은 일이다. 자칫 몸 한군데 작은 상 처라도 생긴다면 며칠을 두고 신경이 쓰여 입맛을 잃을 것이다 쩝 하고 담우개가 입맛을 다셨다 "한꺼번에 덤벼 저놈을 잡아라" 담우개가 손짓을 하자 주춤거리며 서 있던 사내들이 여균을 향 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혔다 "하앗" 한 소리 외침과 함께 한 사내가 여균의 머리위로 뛰어오르며 수 직으로 칼을 내려찍었다 철렁- 여균의 손목이 크게 한 번 움직였고 땅바닥에 늘어져있던 쇠사 슬 끝이 무섭게 휘말아져 올라왔다 퍼억- 허공에서 칼을 내려찍던 사내가 쇠사슬에 부딪쳐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차-" "타앗-" 그것을 신호로 사방에서 여균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 고 여균의 쇠사슬이 미친 듯이 춤을 추었다 때로는 덤불 속을 빠져나가는 뱀의 몸체처럼 휘리릭 앞으로 쏘 아져 나와 뛰어드는 사내의 가슴을 때렸고 때로는 크게 휘어지 며 측면을 공격하는 사내의 허리를 두드리는 쇠사슬에 사내들이 속절없이 나가 떨어졌다 순식간에 여균을 공격하던 네 명의 사내들이 피떡이 되어 널버 러졌고 다른 사내들도 주춤거리며 여균의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할 뿐이었다 '망할 늙은이!' 한번 낚싯대를 휘두르고는 휑하니 사라진 회하조옹을 욕한 담무 개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다들 비켜라" 담무개의 목소리에 여균을 둘러싼 사내들이 신속히 뒤로 물러나 좀더 큰 포위망을 형성하며 위치를 잡고섰다 "묵쇄철탑(墨鎖鐵塔)이라는 별호가 무색치 않군" 담우개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키는 여균보다 한참이나 작았지만 디룩디룩 살찐 몸통 때문에 담우개의 신형이 여균을 압도하는 듯 했다 "귀찮은 놈이다 네놈은!" 담우개가 양쪽 소매를 걷어 부쳤다 "후후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여균이 입을 한껏 벌리고 웃었다 "건방진 놈 같으니. 네 놈이 감히 나와 손을 맞댈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냐?" 담우개가 어이없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이제껏 몇 번씩이나 당신의 그 구역질나게 살찐 몸뚱이를 이 쇠사슬로 두들겨보고 싶었지. 아마 당신의 몸뚱아리 속에서는 피 가 터져 나오기보다는 구렁이 새끼들이 와글거리며 기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소. 오늘 그걸 확인해 본다면 아주 재미 있을 것 같소 하하!" 말을 마친 여균이 통쾌하게 웃었고 반면 담우개의 얼굴은 천천 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뚱뚱한 체구 위에 딱 달라붙은 목을 한 두 번 돌린 담우개가 곧바로 냉정을 되찾 았다 "그랬나? 그럼 진작 얘길 하지 않고. 내 직접 웃통을 벗어 내 뱃 속에 뭐가 들었는지 자네에게 만져보게 했을 텐데 말일세. 자네 처럼 닭보다 더 단순한 사람들은 종종 그런 궁금증을 품더란 말 이야. 죽으러 가는지 살러 가는지도 모르고 칼만 한 자루 쥐어주 면 제 세상을 만난 듯이 설치는 자네 같은 인간들을 잘 이용하 고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그것이 곧 내 배부름으로 이어지는데 내가 그 정도는 못해주겠나" 격장지계로 담우개를 흥분시키려 했던 여균이 오히려 담우개의 격장지계에 말려들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정말 역겨운 인간이군. 그만 싸움이나 하지. 더 들었다간 토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여균이 잡고 있던 금강묵쇄를 출렁 흔들었다 쇠사슬이 경련을 일으키며 펄쩍 뛰어올랐다가 다시 땅바닥에 떨 어지며 풀썩 한 줄기 먼지를 일으켰다 "그럼 어디 놀아볼까" 담우개가 무심하게 쌍장을 내밀었다 슈욱 담우개의 쌍장에서 한 줄기 음유로운 기운이 뻗어 나왔고 여균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쇠사슬을 맹렬히 회전시켰다 파파팡 아무런 소리 이 밀려오던 잠력 이었는데 막상 쇠사슬과 부딪치 자 폭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우웃' 여균이 내심 당혹성을 질렀다 쇠사슬 끝마디가 세 개씩이나 떨어져 나갔다 견고한 바위를 두드린다 해도 바위 속을 파고들지언정 이렇게 끊기는 일은 없는 금강묵쇄였다. 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손짓과 함께 슬며시 흘러나온 무형의 기운에 묵쇄의 마디가 세 개나 끊 어지다니....? 담우개 저 인간은 역시 구렁이였던 것이다. 음침한 눈빛 속에 무 엇을 얼마나 감추고 있을까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직접 대하고 보니 훨씬 무서운 이무기였다. 깊은 심계와 이만한 무공이라면 언젠가 세상을 집어삼킬 생각을 품을만했다. 하지만 도저히 같은 배를 타고싶지 않은 인간임은 어쩔 수 없었다 철거렁- 여균은 쇠사슬을 짧게 감아쥐었다. 길면 그만큼 유리하게 공격할 수 있겠지만 그 속에 담긴 힘은 그만큼 감소된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팔뚝에 쇠사슬을 감고는 그 끝을 굳게 쥐 었다 "하앗-" 이번에는 여균이 선제공격으로 담우개에게로 쇄도해 들었다 위잉- 휘잉- 짧게 말아 쥔 여균의 쇠사슬이 파공성을 울리며 훨씬 더 강맹하 고 신속하게 담우개를 향해 날아들었다 휘리릭- 여균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물처럼 가로 세로 얽히며 젖혀드는 쇠사슬 사이로 담우개의 몸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자유자재로 흔들리며 옷깃하나 다치지 않고 빠져나왔다. 그 비대한 몸집이 어찌 그런 움직임들을 보이 는지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할 노릇이었다 여균이 일시 쇠사슬을 내리고 멍하니 담우개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나? 내 춤이 너무 우아했나? 하긴 그럴 걸세. 이 춤을 추느라고 가죽신을 수십 켤레씩이나 갈아 신었지. 그런데 자네의 그 쇠사슬은 보기보다 훨씬 뻣뻣하더군. 이렇게 살찐 내 몸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면야 개 목걸이가 더 잘 어울리지 않겠나?" 담우개가 조소를 잔뜩 머금은 채 비아냥거렸다 "제길" 여균이 팔뚝에 감았던 쇠사슬을 풀어 다시 길게 고쳐 잡았다. 최 대한 길이를 늘여 더 넓은 그물을 짜서 담우개를 옭아맬 작정이 었다. 길게 잡은 결과로 사슬 끝의 내력이 반감된다 하더라도 어 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옷깃하나 건드리지 못한다면 강맹하게 실 린 내력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취리릭- 여균의 팔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쇠사슬이 다시 춤을 추었다 철컹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비명을 질렀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어지럽게 움직이는 쇠사슬 끝이 담우개의 손에 잡혀 있었다 "하앗" 담우개가 쇠사슬을 갑작스레 잡아당겼고 아직 대뇌의 명령을 받 지 못한 여균의 손가락은 잡고 있던 쇠사슬을 놓지 못하고 그대 로 끌려갔다 펑- 담우개가 남은 한 손을 활짝 펴서 급속히 끌려오는 여균의 가슴 을 사정없이 때렸다 쇠사슬을 놓고 신형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여균은 가슴 한 복판에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얼음 기둥이 강하게 가슴을 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세상의 느낌이었다. 아직은 가고싶지 않은, 그러나 언젠가 는 가야할 다른 세상의 느낌이 가슴 한 복판으로부터 급격히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쿵- 가슴 한 복판이 시퍼렇게 썩어버린 여균이 통나무 쓰러지듯 쓰 러졌다 "결국 옷에 피를 묻히고 말았군!" 손바닥이 여균의 가슴을 때릴 때 여균의 입에서 터져 나온 핏줄 기에 옷을 적신 담우개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이놈을 돌에 매달아 아무도 모르게 강물 속으로 쳐 넣어 고기 밥이 되게 하라. 그리고 오늘 일은 절대로 입밖에 내지 말아라. 만약 오늘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네놈들도 이놈과 똑 같은 꼴 이 될 것이다" 담우개가 뱀처럼 쏘아보자 사내들이 벼락맞은 듯 온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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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