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컴퍼니의 박명성 프로듀서 존 로건 작 성수정 역 김태훈 연출의 레드
공연명 레드
공연단체 신시컴퍼니
프로듀서 박명성
작가 존 로건
번역 성수정
연출 김태형
공연기간 2019년 1월 6일~2월 10일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관람일시 1월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극단 신시의 박명성 프로듀서 존 로건(John Logan) 작, 성수정 역, 김태형 연출의 <레드(Red)>를 관람했다.
박명성(1963년~ )은 전남 해남 출생으로 대한민국의 '연극기획자'이다. 박명성은 서울예술대학 무용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학사, 단국대학교대학원 대중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극단 동인극에 입단하여 연극 배우로 무대와의 인연을 처음 맺었다. 1987년 극단 신시 창립 단원이 되었다. 1994년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인상을 받으면서 배우에서 연출분야로 영역을 넓혀 조연출, 기획 파트와 프로듀서의 길을 걸었다.
1999년 프로듀서로 입문하자마자 박명성은 연극 '산불'의 본격적인 뮤지컬 작업에 돌입한다. 전쟁 소재의 지극히 한국적인 작품을 화려한 뮤지컬로 만드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한국의 좋은 작품을 세계로 진출시키기 위한 그의 꿈은 확고했다.
연극 '산불'은 뮤지컬 '댄싱 섀도우'로 분하며, 세계적인 거장 영입, 주연배우의 과감한 신인 기용, 쇼케이스 등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뮤지컬로 재탄생된다. 하지만 원작 그대로를 살리지 못한 '댄싱 섀도우'는 25억이라는 막대한 손해를 끼치면서 흥행에 실패한다. 하지만 그해 연말 한국뮤지컬대상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과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1999년부터 신시뮤지컬컴퍼니(현 신시컴퍼니) 대표로서 <맘마미아!> <아이다> <댄싱 섀도우> <헤어스프레이> <시카고> <캬바레> <렌트>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다수의 뮤지컬을 제작했다.
2009년 회사명을 신시뮤지컬컴퍼니에서 신시컴퍼니로 바꾸면서 연극 제작과 창작뮤지컬 제작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한·일연극교류협의회 회장이다.
번역을 한 성수정(成壽貞)은 <레드,> <에이미>, <셜리 발렌타인>, <나쁜자석>, <채권자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그 외에도 많은 작품을 번역한 연극계의 보배다. 2002년 <거기>, 2003년 <달의 저편> 작품번역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뮤지컬 <맘마미아>도 번역했다. 그녀는 대학(연세대 사학과)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와 영자신문(코리아 헤럴드)에 입사해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2002년부터 희곡 번역을 시작했다. 외국어 텍스트를 우리말로 옮길 뿐 아니라 원작자와 저작권료 협상까지 한다. 인터넷을 통해 한 달에 20∼30권씩 외국 희곡을 구입하고 외국 신문의 공연 평을 빼놓지 않고 저장한다. 한국 젊은 작가의 희곡을 영어로 번역해, 외국 무대에 올려보고도 싶다는 그녀의 뜻을 충족시킬 젊은 작가의 희곡이 쏟아져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출가 김태훈은 <빌리 엘리엇> <피아프> <원스> <시카고> <맘마미아> <레드>를 연출했다. <레드>는 지난 2011년 초연 이후 4차례 공연됐고, 2016년 공연에서는 객석 점유율 96%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섯 번째 시즌 연출을 맡은 김태훈 연출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기념으로 '레드'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영광이다"라며 "이번 시즌에는 더욱 더 본질과 진정성에 대해 집중하고 고민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레드>는 1950년~60년대에 추상화로 대중의 주목을 받던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가 뉴욕의 한 레스토랑 벽화를 의뢰받고, 그것을 젊은 조수 켄과 함께 작업을 하며, 그림을 완성시킬 때까지 벌이는 작가의식과 시대조류, 그리고 예술적 표현과 관련된 갈등과 고민, 독창적 화풍에 대한 천착(穿鑿)을 내용으로 한 연극이다.
존 로건(John Logan, 1961~)은 <에비에이터(2004)> <라스트 사무라이(2002)> <글래디에이터(2000)> <애니 기븐 선데이(1999)> <스타트렉:네메시스(2002)> <신밧드 7대양의 전설(2003)><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2007)><바이오쇼크(2010)>등의 시나리오를 써서 주로 명감독들과 대작영화를 제작해 발표한 작가 겸 제작자다.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비는 사랑을 타고>도 그의 작품이다. 가끔 희곡도 집필해 <Never the Sinner> <Play Red(2008)> 같은 걸작을 발표했다.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는 유대계 러시아 사람으로 지금의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간 이민자였다. 예일대에 입학함으로써 미국 주류 사회로의 진입이 이뤄지는가 싶었으나, 당시 반유대주의 물결로 장학금이 취소되어 2년 만에 학교를 중퇴하고 만다. 그래서 시작한 게 그림공부였다. 거의 독학으로 화가가 된 그는 초기에는 신화에서 소재를 딴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리다가 이후 자신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평면 추상회화”라 불리는 양식을 만들어 냈다.
로스코는 진부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나 환상, 기분에 어울리는 구체적인 형태에 색을 칠하는 방법을 그림입문 시부터 익혀야, 지속적인 창작생활이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또한 "드로잉부터가 아니라, 색채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는 정통화법과 반대되는 주장을 편 화가이기도 하다.
붓 대신 스펀지를 사용해, 깊고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그의 평면바탕과 단색 나열식 작품에 사람들은 관심을 표했고, 또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삶의 정점인 쉰일곱 살에 권총 자살을 했다. 우울증 때문이었다.
최근 외신은 그의 유화그림 <마티스에 대한 경의(Homage to Matisse)>가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2240만 달러(약 235억 원)에 팔렸다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현대미술품 경매가로는 세계 최고가다. 1954년에 완성한 이 작품은 앙리 마티스의 그림 <붉은 스튜디오’(1911)>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린 추상화로 <마티스에 대한 경의>라고, 그의 그림 중 구체적인 제목을 붙인 유일한 작품이다. 로스코는 이 그림 앞에서 결혼식을 올릴 정도로 자신의 그림에 애착을 보였다.
연극 <레드>의 무대의 배경은 마크 로스코의 “아틀리에”이다. 로스코의 화풍과 유사한 그림이 무대 여기저기 세워져 있고, 화가의 작업실답게 대소도구를 배치해 놓았다. 로스코가 좋아했던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 1851~1926))의 음악이 연극의 도입에 흘러나오고, 토스티(Tosti)의 이상(Ideale)이 대단원에 극과 조화를 이루어 빛을 발하기도 한다.
연극은 아틀리에에서 객석을 바라보고 상념에 잠겨있는 로스코 의 정지된 동작에서 시작된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젊은 화가 켄은, 대가에게 미술지도도 받고 생활비도 벌 겸해서 마크 로스코의 화실에 구직 노크를 한 것이다. 아틀리에로 들어온 켄에게 로스코의 가까이 오라는 손짓과 함께 “뭐가 보이나?”하고 묻는 첫 질문은, 그의 정신세계와 예술적 천착(穿鑿), 그리고 부실한 머리카락을 가진 모습까지 마크 로스코의 카리스마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대사이기에, 관객은 도입부터 연극에 몰입하게 된다. 향후 2인의 대화에서나, 캔버스에 굵은 붓으로 바탕칠을 하는 공동 작업을 하며, 현대추상미술과 표현에 관한 로스코의 주장과 소견에 관객은 귀를 기울이게 되고, 특히 “앤디 워홀” 같은 팝 아티스트나 “로이 리히텐 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같은 만화 확대 그림을 그리는 대중친화작가들과 대립각을 세운 로스코의 순수예술지향적 사고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고집이 뉴욕의 이름난 한 레스토랑에서 거액의 벽화의뢰와, 그 작품제작과 관련, 조수까지 채용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날, 조수 켄은 “로스코의 작품은 대중친화작품이 아니라, 미술관에서의 소장품처럼 전시상태에서의 제대로 된 관람이어야지, 어찌 돈 때문에, 음식을 먹으며 힐끗 쳐다보는 장소에서의 걸개그림으로 전락시키려 드는가? 라는 충심어린 지적에, 로스코는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노발대발 역정을 내기도 하지만, 켄의 말대로 거액을 포기하고, 식당 측의 제의를 거절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더 이상 함께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켄에게 더 넓은 세상으로 가라며 해고시킨다. 켄이 떠난 후, 텅 빈 아틀리에에 로스코는 홀로남아 외롭고 고독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만의 순수한 열정과 자신만의 예술적인 작품세계로 들어가는데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마크 로스코” 역으로 강신일이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쳐,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았고, 켄 역의 박정복은 신예다운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혼신의 열정으로 열연을 해, 역시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정보석과 김도빈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제작무대감독 김남건, 무대감독 이승철, 조연출 최봉문, 무대디자인 여신동, 조명디자인 나한수, 분장디자인 백지영, 의상디자인 이경미, 소품디자인 최혜진, 음향디자인 지승준, 그 외의 스탭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프로듀서 박명성의 장인정신과 일체가 되어, 존 로건(John Logan) 원작 성수정 번역, 김태훈연출의 <레드(Red)>를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월 23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