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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상제께서 어느 날 말씀하시되 “너는 나로 하여금 오래 살기를 바라는도다” 하시고 글 한 수를 외우셨도다.
稚子哭問母何之 爲道靑山採藥遲
日落西山人不見 更將何說答啼兒
또 다시 남원(南原) 양진사(楊進士)의 만사를 외워주시니 다음과 같으니라.
詩中李白酒中伶 一去靑山盡寂寥
又有江南楊進士 鷓鴣芳草雨蕭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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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께서 외워주신 <남원(南原) 양진사(楊進士)의 만사> 에 쓰여진 雨 의 의미에 관하여 앞전의 글에서 썰을 풀었는데, 이제 芳草 에 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芳草 가 슬프거나 쓸쓸할 때 사용하는 단어인지 생각해보자.
(1) 芳草 의 사전적 의미
綠陰芳草: 「나무가 푸르게 우거진 그늘과 꽃다운 풀」이라는 뜻으로, 여름의 아름다운 경치(景致).
萬花芳草: 온갖 꽃과 향기(香氣)로운 풀.
十步芳草: 「열 걸음 안에 아름다운 꽃과 풀이 있다.」는 뜻으로, 세상(世上)에는 훌륭한 사람 또는 인재(人材)가 많음을 비유(比喩, 譬喩)하는 말.
綠楊芳草: 푸른 버들과 꽃다운 풀.
高山白雲起 南原芳草綠: 높은 산에 흰구름 일어나고, 남쪽 언덕에 아름다운 풀이 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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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한자사전에 의하면 芳草 는 ' 향기롭고 꽃다운 풀' 이라 되어 있어 '슬프다' 거나 '쓸쓸하거나' 와 같은 칙칙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소개되어 있는 어휘를 보더라도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十步芳草 에서 처럼 芳草 라는 단어가 훌륭한 사람이나 인재를 비유할 때 쓰이는 단어인데, 綠楊芳草 에서는 芳草 와 어울리는 단어가 버드나무(楊) 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사께서 외워주신 한시에서 楊進士 와 함께 쓰인 芳草 는 선비(士) 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마지막에 소개되어 있는 <高山白雲起 南原芳草綠> 은 추구(推句) 가 출전인데, 南原 이라는 단어가 겹친다. '(南原)楊進士' 와 '(南原)芳草' 라니 너무 웃긴다. 推句 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옛 사람들에게는 흔히들 알고 있었던 글이었다는 점은 염두에 두자.
이제 <高山白雲起 南原芳草綠> 이 어디에 수록된 글인지 보여드리겠다.
(2) 高山白雲起 南原芳草綠
天高日月明 천고일월명 하늘이 높으니 해와 달이 밝고
地厚草木生 지후초목생 땅이 두터우니 풀과 나무가 자라도다
月出天開眼 월출천개안 달이 나오니 하늘이 눈을 뜬 것이요
山高地擧頭 산고지거두 산이 높으니 땅이 머리를 든 것이다
東西幾萬里 동서기만리 동서는 몇 만리인가
南北不能尺 남북불능척 남북은 자로 잴 수도 없어라
天傾西北邊 천경서북변 하늘은 서북쪽 가로 기울어져 있고
地卑東南界 지비동남계 땅은 동남쪽 경계가 낮도다
春來梨花白 춘래이화백 봄이 오니 배꽃은 희고
夏至樹葉靑 하지수엽청 여름이 다가오니 나뭇잎이 푸르구나
秋凉黃菊發 추량황국발 가을이 서늘하니 노란 국화가 피어나고
冬寒白雪來 동한백설래 겨울이 차가우니 흰 눈이 내리도다
日月千年鏡 일월천년경 해와 달은 천년의 거울이요
江山萬古屛 강산만고병 강산은 만고의 병풍이로다
東西日月門 동서일월문 동과 서는 해와 달의 문이요
南北鴻雁路 남북홍안로 남과 북은 기러기들의 길이로구나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물은 사방의 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峯 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도 많아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 산마루에 잘생긴 소나무 외롭게 섰네
日月籠中鳥 일월롱중조 해와 달은 새장 속의 새요
乾坤水上萍 건곤수상평 하늘과 땅은 물위의 부평초라네
白雲山上蓋 백운산상개 흰 구름은 산 위의 일산日傘이고요
明月水中珠 명월수중주 밝은 달은 물속의 구슬이라네
月爲宇宙燭 월위우주촉 달은 우주의 촛불이 되고
風作山河鼓 풍작산하고 바람은 산과 강의 북이 되네
月爲無柄扇 월위무병편 달은 자루 없는 부채가 되고
星作絶纓珠 성작절영주 별은 끈 끊어져 흩어진 구슬이 되네
雲作千層峰 운작천층봉 구름은 천 층의 봉우리가 되고
虹爲百尺橋 홍위백척교 무지개는 백 척의 다리가 되는구나
秋葉霜前落 추엽상전락 가을 잎은 서리 전에 떨어지고요
春花雨後紅 춘화우후홍 봄꽃은 비 내린 뒤에 붉어진다네
春作四時首 촌작사시수 봄은 사 계절의 처음이 되고
人爲萬物靈 인위만물영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되도다
水火木金土 수화목금토 수화목금토는 오행五行이고요
仁義禮智信 인의예지신 인의예지신은 오상五常이라네
天地人三才 천지인삼재 하늘, 땅, 사람은 삼재이고요
君師父一體 군사부일체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한 몸이라네
天地爲父母 천지위부모 하늘과 땅은 부모가 되고
日月似兄弟 일월사형제 해와 달은 마치 형제 같구나
夫婦二姓合 부부이성합 부부는 두 성이 합하였고
兄弟一氣連 형제일기연 형제는 한 기운이 이어졌도다
父慈子當孝 부자자당효 부모는 사랑하고 아들은 당연히 효도하며
兄友弟亦恭 형우제역공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역시 공손해야 한다
父母千年壽 부모천년수 부모는 천년 장수를 누리기를 기원하고
子孫萬世榮 자손만세영 자손은 만세로 영광을 누리기를 바란다
愛君希道泰 애군희도태 임금을 사랑해 도道가 태평하기를 희망하고
憂國願年豊 우국원년풍 나라를 걱정해 해마다 풍년들기를 기원한다
妻賢夫禍少 처현부화소 아내가 어질면 남편의 화가 적고
子孝父心寬 자효부심관 자식들이 효도하면 부모 마음 너그러워져
子孝雙親樂 자효쌍친락 자녀가 효도하면 부모님이 기뻐 즐거워하고
家和萬事成 가화만사성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다 이루어진다
思家淸宵立 사가청소립 집 그리워 맑은 밤에 서성이다가
憶弟白日眠 억제백일안 아우 생각에 대낮에도 졸고 있다네
家貧思賢妻 가빈사현처 집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國亂思良相 국난사양상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을 생각한다
綠竹君子節 녹죽군자절 푸른 대나무는 군자의 절개요
靑松丈夫心 청송장부심 푸른 소나무는 장부의 마음이로다
人心朝夕變 인심조석변 사람들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나
山色古今同 산색고금동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로구나
江山萬古主 강산만고주 강산은 만고의 주인이요
人物百年賓 인물백년빈 사람은 백년의 손님이로다
世事琴三尺 세사금삼척 세상일은 석 자 거문고에 실어 보내고
生涯酒一盃 생애주일배 생애는 한 잔 술로 달래네
山靜似太古 산정사태고 산이 고요하니 태고와 같고
日長如少年 일장여소년 해는 길어서 소년과 같구나
靜裏乾坤大 정리건곤대 고요함 속에 하늘땅이 큼을 알겠고
閒中日月長 한중일월장 한가한 가운데 세월의 김을 느끼네
耕田埋春色 경전메춘색 밭을 갈며 봄빛을 묻고
汲水斗月光 급수두월광 물을 길으며 달빛을 함께 떠오네
西亭江上月 서정강상월 서쪽 정자에는 강 위로 달이 뜨고
東閣雪中梅 동각설중매 동쪽 누각엔 눈 속에 매화가 피었구나
飮酒人顔赤 음주인안적 술을 마시니 사람 얼굴이 붉어지고
食草馬口靑 식초마구청 풀을 뜯으니 말의 입이 파래진다네
白酒紅人面 백주홍인면 탁주는 사람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黃金黑吏心 황금흑리심 황금은 벼슬아치의 마음을 검게 만드네
老人扶杖去 노인부장거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가고
小兒騎竹來 소아기죽래 어린아이는 죽마竹馬를 타고 오도다
男奴負薪去 남노부신거 사내종은 나무 섶을 지고 가고
女婢汲水來 여비급수래 여자 종은 물을 길어 오도다
洗硯魚呑墨 세현어탄묵 벼루를 씻으니 물고기가 먹물을 삼키고
煮茶鶴避煙 팽다학피연 차를 다리니 학이 연기를 피한다
松作延客蓋 송작연객개 소나무는 손님 맞는 일산日傘이 되고
月爲讀書燈 월위독서등 달은 글 읽는 등불이 되네
花落憐不掃 화락린불부 꽃 떨어져도 사랑스러워 쓸지 못하고
月明愛無眠 월명애무안 달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 못 이루네
月作雲間鏡 월작운간경 달은 구름 사이의 거울이 되고
風爲竹裡琴 풍위죽리금 바람은 대나무 속의 거문고가 되네
掬水月在手 국수월재수 물을 움켜쥐니 달이 손에 있고
弄花香滿衣 농화향만의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네
五夜燈前晝 오야등전주 깊은 밤도 등불 앞은 대낮이고요
六月亭下秋 유월정하추 유월에도 정자 밑은 가을이라네
歲去人頭白 세거인두백 세월 가니 사람 머리 희어지고요
秋來樹葉黃 추래수엽황 가을 오니 나뭇잎 누래집니다
雨後山如沐 우후산여욕 비 온 뒤의 산은 목욕을 한 것 같고
風前草似醉 풍전초사취 바람 앞의 풀은 술 취한 것 같네
人分千里外 인분천리외 사람은 천리 밖에 떨어져 있고
興在一杯中 흥재일배중 흥이 남은 한 잔 술 속에 있구나
春意無分別 춘의무분별 봄뜻은 분별이 없지만
人情有淺深 인정유천심 인정에는 깊고 얕음이 있구나
花落以前春 화락이전춘 꽃이 떨어지기 이전이 봄이요
山深然後寺 산심연후사 산이 깊어진 뒤에야 절이 있도다
山外山不盡 산외산불진 산 밖에 산이 있어 다하지 않고
路中路無窮 노중노무궁 길 가운데 길이 있어 끝이 없도다
日暮蒼山遠 일모창산원 해 저무니 푸른 산이 멀어 보이고
天寒白屋貧 천한백옥빈 날씨 차가우니 초가집이 쓸쓸하구나
小園鶯歌歇 소원앵가헐 작은 동산엔 꾀꼬리 노래 그치고
長門蝶舞多 장문접무다 커다란 문엔 나비들 춤만 많구나
風窓燈易滅 풍창등역멸 바람 부는 창 등불 꺼지기 쉽고
月屋夢難成 월옥몽난성 달빛 드는 집 꿈 이루기 어려워라
日暮鷄登塒 일모계등시 해 저무니 닭은 홰 위로 오르고
天寒鳥入簷 천한조입첨 날씨 차가우니 새가 처마로 드는구나
野曠天低樹 야광천저수 들녘이 넓으니 하늘은 나무 밑이요
江淸月近人 강청월근인 강물 푸르니 달이 사람을 가까이 하네
風驅群飛雁 풍구군비안 바람은 떼 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고
月送獨去舟 월송독거주 달은 홀로 가는 배를 전송하누나
細雨池中看 세우지상간 가랑비는 못 가운데서 볼 수가 있고
微風木末知 미풍목말지 산들바람은 나무 끝에서 알 수 있다네
花笑聲未聽 화소성미청 꽃은 웃어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鳥啼淚難看 조제루난간 새는 울어도 눈물은 보기 어려워
白鷺千點雪 백로천점설 백로는 천 점의 눈과 같이 희고
黃鶯一片金 황앵일편금 노란 꾀꼬리는 한 조각 금이로구나
桃李千機錦 도리천기금 복숭아 오얏은 비단 짜는 1천의 베틀이고
江山一畵屛 강산일화병 강과 산은 한 폭의 병풍이로다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새는 못 가 나무에서 잠자고
僧敲月下門 승고월하문 스님은 달빛 아래 문 두드리네.
棹穿波底月 도천파저월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고
船壓水中天 선압수중천 배는 물속의 하늘을 짓누르네
高山白雲起 고산백운기 높은 산에는 흰 구름 일고
南原芳草綠 남원방초록 남쪽 언덕에는 고운 풀이 푸르며
水連天共碧 수연천공벽 물은 하늘과 이어져 함께 푸르고
風與月雙淸 풍여월쌍청 바람은 달과 함께 모두 맑아라
山影推不出 산영추불출 산 그림자는 밀어내도 나가지 않고
月光掃還生 월광소환생 달빛은 쓸어도 다시 생기네
水鳥浮還沒 수조부환몰 물새는 떴다가 다시 가라앉고
山雲斷復連 산운단부연 산 구름 끊어졌다 다시 이어져
月移山影改 월이산영개 달 옮겨가니 산 그림자 바뀌고
日下樓痕消 일하루흔소 해 저무니 누각 그림자 사라지누나
天長去無執 천작거무집 하늘은 높아서 올라가도 잡을 수 없고
花老蝶不來 화로접불래 꽃이 시드니 나비조차 오지를 않네
初月將軍弓 초월장군궁 초생달은 장군의 활이요
流星壯士矢 유성장사시 별똥별은 장사의 화살이로다
掃地黃金出 소지황금출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開門萬福來 개문만복래 문을 여니 만복이 오도다
鳥逐花間蝶 조적화간접 새는 꽃 사이의 나비를 쫓고
鷄爭草中蟲 계쟁초중충 닭은 풀 속의 벌레를 다투도다
鳥喧蛇登樹 조훤사등수 새 지저귀니 뱀이 나무에 오르고
犬吠客到門 견폐객도문 개 짖으니 손님이 문에 다다렸다
高峯撑天立 고봉탱천입 높은 봉우리는 하늘을 지탱하여 서 있고
長江割地去 장강할지거 긴 강은 땅을 가르며 흘러가는구나
碧海黃龍宅 벽해황용택 푸른 바다는 황룡의 집이요
靑松白鶴樓 청송백학루 푸른 소나무는 흰 학의 누대로다
月到梧桐上 월도오동상 달은 오동나무 위에 이르고
風來楊柳邊 풍래양유변 바람은 버드나무 가로 불어오누나.
群星陣碧天 군성진벽천 뭇 별들은 푸른 하늘에 진을 치고
落葉戰秋山 락엽전추산 떨어지는 잎은 가을 산에서 다투네
潛魚躍淸波 잠어약청파 잠긴 물고기는 맑은 물결에서 뛰놀고
好鳥鳴高枝 호조명고지 예쁜 새는 높은 나뭇가지에서 우네
雨後澗生瑟 우후간생슬 비온 뒤 시냇물은 비파소리를 내고
風前松奏琴 풍전송주금 바람 앞의 소나무는 거문고를 연주하네
馬行千里路 마행천리로 말은 천리의 길을 달려가고
牛耕百畝田 우경백묘전 소는 백 이랑의 밭을 가는 구나
馬行駒隨後 마행구타후 말이 길을 가니 망아지가 뒤따르고
牛耕犢臥原 우경독와원 소가 밭을 가니 송아지가 들판에 누웠네
狗走梅花落 구주매화락 강아지 달리니 매화꽃이 떨어지고
鷄行竹葉成 계행죽엽성 닭이 가니 대나무 잎이 무성하네
竹筍黃犢角 죽순황독각 죽순은 누런 송아지 뿔과 같고
蕨芽小兒拳 궐아소아권 고사리 싹은 어린아이 주먹이로다
天淸一雁遠 천청일안원 하늘 맑게 개니 한 마리 기러기 멀리 날고
海闊孤帆遲 해활고범지 바다 광활하니 외로운 돛단배 더디 가누나
花發文章樹 화발문장수 꽃은 문장의 나무에서 피어나고
月出壯元峰 월출장원봉 달은 장원의 봉우리에서 나오는도다
柳色黃金嫩 류색황금눈 버드나무 빛깔은 황금 같이 곱고
梨花白雪香 이화백설향 배꽃은 흰 눈처럼 향기로워라
綠水鷗前鏡 녹수구전경 푸른 물은 갈매기 앞의 거울이요
靑松鶴後屛 청송학후병 푸른 솔은 학 뒤의 병풍이라네
雨磨菖蒲刀 우마창포도 비는 창포의 칼을 갈고
風梳楊柳髮 풍소양류발 바람은 버드나무 머리칼을 빗질하도다
鳧耕蒼海去 부경창해거 물오리는 푸른 바다를 갈며 떠나가고
鷺割靑山來 로할청산래 백로는 푸른 산을 가르며 오는구나
花紅黃蜂鬧 화홍황봉료 꽃이 붉으니 누런 벌들이 시끄럽고
草錄白馬嘶 초록백마시 풀이 푸르니 백마가 울고 있네
山雨夜鳴竹 산우야명죽 산의 비는 밤에 대나무를 울리고
草蟲秋入牀 초충추입상 풀벌레는 가을에 평상으로 기어오르네
遠水連天碧 원수연천벽 아득한 물은 하늘과 이어져 푸르고
霜楓向日紅 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구나
山吐孤輪月 산토고륜월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 강함만리풍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고 있네
露凝千片玉 로응천편옥 이슬이 맺히니 천 조각 구슬이요
菊散一叢金 국산일총금 국화가 흩어지니 한 떨기 황금이로다
白蝶紛紛雪 백접분분설 흰 나비는 이리저리 흩날리는 눈이요
黃鶯片片金 황앵편편금 노란 꾀꼬리는 조각조각 금이로다
洞深花意懶 동심화의라 골 깊으니 꽃 피려는 뜻 게으르고
山疊水聲幽 산첩수성유 산 깊으니 물소리도 그윽하여라
氷解魚初躍 빙해어초약 얼음 녹으니 물고기가 막 뛰어오르고
風和雁欲歸 풍화안욕귀 바람이 온화해지니 기러기 돌아오려 하네
林風凉不絶 임풍양부절 숲의 바람 서늘함이 끊이지 않고
山月曉仍明 산월효잉명 산에 걸린 달 새벽에도 여전히 밝아
竹筍尖如筆 죽순첨여필 죽순은 뾰족하여 붓끝과 같고
松葉細似針 송엽세사침 솔잎은 가늘어 바늘 같구나
魚戱新荷動 어희신하동 물고기 희롱에 새로 난 잎 살랑이고
鳥散餘花落 조산여화락 새 흩어지니 남은 꽃 떨어지네
琴潤絃猶響 금윤현유향 거문고 젖었어도 줄은 여전히 울리고
爐寒火尙存 노한화상존 화로는 차가워도 화기는 그대로 남아 있네
春北秋南雁 춘북추남안 봄엔 북쪽 가을엔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朝西暮東虹 조서모동홍 아침엔 서쪽 저녁에는 동쪽에서 무지개 뜬다
柳幕鶯爲客 유막앵위객 버들막엔 꾀꼬리가 손님이 되고
花房蝶作郞 화방접작랑 꽃방엔 나비가 신랑이 된다네
日華川上動 일화천상동 햇빛은 시냇물 위에서 넘실거리고
風光草際浮 풍광초제부 바람 빛은 풀 사이에 떠 있다네
明月松間照 명월송간조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로 비추고
淸泉石上流 청천석상류 맑은 샘은 돌 위를 흐르는구나
靑松夾路生 청송협로생 푸른 소나무는 길을 끼고 자라고
白雲宿簷端 백운숙첨단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고 있네
荷風送香氣 하풍송향기 연꽃 바람은 향기를 보내오고
竹露滴淸響 적로적청향 대나무 이슬 맑은 소리로 떨어지누나
谷直風來急 곡직풍래급 골짜기 곧으니 바람 불어옴이 급하고
山高月上遲 산고월상지 산 높으니 달 오름도 더디기만해
蟋蟀鳴洞房 실솔명동방 귀뚜리와 벌레는 골방에서 울고 있고요
梧桐落金井 오동낙금정 오동잎은 가을 우물로 떨어집니다
山高松下立 산고송하립 산 높아도 소나무 아래 서 있고
江深沙上流 강심사상류 강 깊어도 모래 위로 흐르네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大旱得甘雨 대한득감우 큰 가뭄에 단비를 얻고
他鄕逢故人 타향봉고인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나네
畵虎難畵骨 화호난화골 호랑이를 그려도 뼈는 그리기 어렵고
知人未知心 지인미지심 사람을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다네
水去不復回 수거불부회 물은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言出難更收 언출난갱수 말은 나오면 다시 거두기 어렵다네
學文千載寶 학문천재보 글을 배우면 천년의 보배요
貪物一朝塵 탐문일조진 물건을 탐하면 하루아침의 티끌이라네
文章李太白 문장이태백 문장은 이태백이 으뜸이요
筆法王羲之 필법왕희지 필법은 왕희지라네
一日不讀書 일일불독서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口中生荊棘 구중생형극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네
花有重開日 화유중개일 꽃은 다시 필 날이 있지만
人無更少年 인무갱소년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도다
白日莫虛送 백일막허송 젊은 날을 헛되이 보내지 말게
靑春不再來 청춘부재래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네
(참고)
4. 임인년에 상제께서 전주와 하운동(夏雲洞) 사이를 다니시면서 약재를 쓰지 않고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을 건져주시니 모든 사람들은 그 신력에 경복하셨도다.
29. 상제의 신성하심이 하운동(夏雲洞)에도 알려졌도다. 이 곳에 이선경(李善慶)이란 자의 빙모가 살고 있었도다. 상제께서 주인을 찾고 “그대의 아내가 四十九일 동안 정성을 드릴 수 있느냐를 잘 상의하라” 분부하시니라. 주인은 명을 받은 대로 아내와 상의하니 아내도 일찍부터 상제의 신성하심을 들은 바가 있어 굳게 결심하고 허락하니라. 상제께서 다시 주인에게 어김없는 다짐을 받게 하신 뒤에 공사를 보셨도다. 그 여인은 날마다 머리를 빗고 목욕재계한 뒤에 떡 한 시루씩 쪄서 공사 일에 준비하니라. 이렇게 여러 날을 거듭하니 아내가 심히 괴로워하여 불평을 품었도다. 이날 한 짐 나무를 다 때어도 떡이 익지 않아 아내가 매우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노라니 상제께서 주인을 불러 “그대 아내는 성심이 풀려서 떡이 익지 않아 매우 걱정하고 있으니 내 앞에 와서 사과하게 하라. 나는 용서하고자 하나 신명들이 듣지 아니는도다”고 이르시니라. 주인이 아내에게 이 분부를 전하니 아내가 깜짝 놀라면서 사랑방에 나와 상제께 사과하고 부엌에 들어가서 시루를 열어보니 떡이 잘 익어 있었도다. 부인은 이로부터 한결같이 정성을 드려 四十九일을 마치니 상제께서 친히 부엌에 들어가셔서 그 정성을 치하하시므로 부인은 정성의 부족을 송구히 여기니 상제께서 부인을 위로하고 그대의 성심이 신명에게 사무쳤으니 오색 채운이 달을 끼고있는 그 증거를 보라고 하셨도다.
3. 김형렬은 임인년이 되어 상제께서 본댁에 머무실 때마다 상제를 찾아 뵈옵곤 하였고 상제께서 본댁에서 하운동(夏雲洞)으로 자주 내왕하셨기에 그 중로에 있는 소퇴원 마을 사람들은 상제와 형렬을 잘 알게 되었도다.
7. 七월에 상제께서 본댁에 돌아와 계시므로 김형렬은 상제를 배알하고자 그 곳으로 가다가 문득 소퇴원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꺼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 가다가 본댁에서 하운동으로 향하시는 상제를 만나 뵈옵고 기뻐하였도다. 형렬은 반기면서 좁은 길에 들어선 것을 아뢰고 “이 길에 들어서 오지 않았더라면 뵈옵지 못하였겠나이다”고 여쭈니라. 상제께서 가라사대 “우리가 서로 동․서로 멀리 나누어 있을지라도 반드시 서로 만나리라. 네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나를 좇고 금전과 권세를 얻고자 좇지 아니하는도다. 시속에 있는 망량의 사귐이 좋다고 하는 말은 귀여운 물건을 늘 구하여 주는 연고라. 네가 망량을 사귀려면 진실로 망량을 사귀라”고 이르셨도다. 형렬은 말씀을 듣고 종도들의 틈에 끼어서도 남달리 진정으로 끝까지 상제를 좇았도다.
9. 상제께서 언제나 출타하시려면 먼저 글을 써서 신명에게 치도령(治道令)을 내리시니라. 상제께서 계셨던 하운동은 원래 산중이라 길이 매우 좁고 험하고 수목이 우거져 길에 얽혀 있느니라. 치도령을 내리시면 여름에는 나무에 내린 이슬을 바람이 불어 떨어뜨리고 겨울에는 진흙길이 얼어붙기도 하고 쌓인 눈이 녹기도 하였도다.
15. 상제께서 아우 영학(永學)에게 부채 한 개에 학을 그려주시고 “집에 가서 부치되 너는 칠성경(七星經)의 무곡(武曲) 파군(破軍)까지 읽고 또 대학(大學)을 읽으라. 그러면 도에 통하리라”고 이르셨도다. 영학이 돌아가는 길에 정남기의 집에 들르니 그 아들도 있었는데 아들이 부채를 탐내어 빼앗고 주지 않으니라. 영학이 그 부채의 내용 이야기를 말하니 아들은 더욱 호기심을 일으켜 주지 않으니 하는 수 없이 영학은 빼앗기고 집에 돌아왔도다. 아들은 부채를 부치고 대학의 몇 편을 읽지도 않는데 신력이 통하여 물을 뿌려 비를 내리게 하며 신명을 부리게 되는지라. 남기는 기뻐하여 자기 아들로 하여금 상제의 도력을 빼앗고자 아들과 함께 하운동에 가는데 때마침 상제께서 우묵골(宇黙谷)로부터 하운동에 오시는 길이었도다. 남기의 아들이 상제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겁을 먹고 도망가거늘 남기가 붙들고 와서 상제께 배알하니 상제께서 그의 속셈을 꿰뚫고 남기의 무의함을 꾸짖으시며 그 아들의 신력(神力)을 다 거두신 후에 돌려보내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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