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오는 백상 예술대상 시상에서 우리 쌍화점의 강력 라이벌이
‘과속 스캔들’이라 하기에 시간 내어 한번 보고 그 관람평을 여기 올려봅니다.
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관객 800만 동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는지,
내가 봐도 정말 그렇게 좋은지 확인하고 싶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마음대로 끌고 다닌
정통 코미디 드라마로, 괜찮은 작품입디다.
108분의 러닝 타임을 마치고 대한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저는 몇 번인가 울컥 눈물이 지나간 흔적을 닦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죠.
왜 울먹였는지, 어느 장면이었는지 지금 딱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아무튼 뇌리에 박힌 장면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순간 순간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든 뭐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아마도 열네살 위인 유명 방송인 아빠(36세)를 찾아와
묻어 살고 있는 딸(22세)이 외부적 상황에 쫓겨,
어쩔 수 없이 그의 아들(6세)를 데리고 길거리로 나가야 할 판이 되었을 때
‘남인 사람들의 의견은 그렇게 중요하고 그들에겐 잘 보이고 싶고,
아빠가 낳은 딸인 나는 더 보고싶지 않다. 길로 나가라는 말이야?
나 아빠 딸이란 말이야. 딸!’ 같은 대화 때가 아니었을까요.
카테고리를 따지자면 ‘미녀는 괴로워’와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와
등장 인물을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였죠.
음반 피디 대신 대중의 우상인 잘나가는 라디오 DJ인 점,
여주인공이 가수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린 점,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콘서트 장면인 점,
무대 장면이 많고 라이브 음악이 극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 부분,
남녀 주인공이 연인 사이가 아닌 부녀간이긴 하지만,
계산적이던 남주인공들이 마지막에 진실 쪽에 손을 들고
용기있게 자기를 노출시키는 점 등,
여러 측면에서 두 작품은 초록 동색 같은 느낌이 짙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이런 류의 로맨틱 코미디가
대중의 호응을 많이 받게 되리라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한국도 이제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로맨틱 홀리데이( A Holiday) 같은 카테고리의
코믹 텃치 트렌디 영화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리라고 보거든요.
특히 지금 경제적으로 너무 안 좋은만큼 사람들의 영상물 취향도
변하게될 것 같아요. 골치 아픈 걸 피하고 싶은 경향이죠.
차라리 이 ‘스캔들’처럼
전체적으로 인생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눈길의 영화,
보고나도 가슴 아프지 않고 마음 바닥에 온기가 남는 영화,
윤리적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는 전통 가치의 영화를
많이 찾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 속에서까지 고달픈 인생 만나고 싶지않고
잠시나마 엔돌핀 나오는 휴식 취하고 싶은 관객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아주 혹독한 전쟁물 같은 것은
반면 교사로 히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극한의 전쟁 비극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현실이 괴롭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 속보다는 평화스러운 현실을 확인하고
안심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맛에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캔들' 타잎의 영화가 제대로 되려면
시나리오 자체가 웬만한 구성력이 없이는 어려울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면 전개가 무척 빠르면서도 오버 페이스가 아니고,
정확한 스피드를 유지하고 에피소드 수도 압도적으로 많고
대화가 위트와 해학으로 넘쳐야하면서도 상식의 선을 벗어나면 안되고,
오버 액션 금물이고,엔딩 신 원만하게 감동 실어주고 등등... 말입니다.
대개의 경우 코미디는 오버액션으로 관객을 무리하게 웃기려다
끝은 흐지부지 해지고 선 무당 사람 잡는 꼴이 되는 게 많더군요.
요즘 티비 드라마 종종 보시나요?
시청자를 웃길 목적으로
설익은 연기를 반복하는 연기인들이 있어
정말 보기 힘든 민망한 장면들이 자주 나오더군요..
(떼루와, 꽃 보다... 등등).
남녀 주인공들 간에 호흡이 전혀 안맞는 그런 연기를 보노라면
마치 고문을 당하는 느낌마저 들던데 다른 분은 어떠신지...
이상의 예를 보더라도 로맨틱 코미디물은 일반 영상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임기응변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장르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런 의미에서‘스캔들’의 성공은
역시 한국 영화가 한걸음 진일보 했다는 증거로 보아도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예산면에서도 저렴하고 흥행의 운이 따라주고
여러 모로 로또 당첨자 같은 행운아가 되었지만
우연만은 아니라는 결론내리고 싶습니다.
박중훈 쇼에서 우리 진모님과 또 다른 한분을 대상으로 한
멘트가 나왔었는데, 오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저 나름 대로 혼자 비교해 보았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라면,
진모님은 저 라디오 DJ 역을 해낼 수 있지만
(감칠 맛 나게 더 잘, 노래도 잘하시니 문제 없고)
저 분은 왕 캐릭터를 절대 소화 못하실꺼다.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느 주상 복합 실내 공간과 라디오방송국 셋트 안에서
전체 진행의 80%를 처리한 스캔들의 촬영 과정을
1차원 공간의 다큐 필림이라고 친다면,
쌍화점은 온 대한민국을 셋트장으로 삼아 그려낸 찬란한 4차원 동영상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런지요.
그리고 스캔들이 감독의 영화라면 쌍화점은 배우의 영화가 분명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진모님 다음 작품은
최상급 수준의 로맨틱 코미디면 어떠실가, 혼자 꿈을 꾸다가
이런 글을 올리게 된 겁니다.
잘 구상된 코미디 물에서 활약하실 진모님은 생각만해도 신이 나거든요!
라이어에서 큰 성공은 못거두셨지만
제가 보기엔 앞 부분은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생명력 넘치는 연기가 매력 짱이었으니까요.
지난 작품이라도 평가할 것은 평가해야합니다.
라이어와 때려. 진모님의 정말 멋진 걸작품이란거 잊지 마세요!
첫댓글 쌍화점에 견주는건 다소 무리가 있는듯..쌍화점 3번 보았구요 과속스캔들 2번 본 소감으로서...견줄 대상이 아님을 아뢰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