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교육 1번지’ 대치동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틀렸는지도 모른다. 토박이 대치동 엄마들은 소리 없이 움직인다. 뜬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아이 교육에 매진한다. 바로 이 진짜 대치맘들의 교육법은 무엇일까?
흔히 ‘대치동 사교육 성공의 조건’으로 이 6가지를 꼽는다.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 할머니의 운전 실력, 본인의 체력 그리고 동생의 희생. 이마저 학원 입시설명회에 참석하는 아빠의 수가 늘어나면서 더욱 극성맞아진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치동 교육 열기가 뜬구름에 불과하다면? 진짜 대치동 토박이들은 소리 없이 강하다면? <내 아이 스타일 교육법>의 저자인 변문경 영재교육 전문가는 대치동 사람들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 온 사람들, 차로 대치동을 드나들거나 방학 때만 단기 월세로 사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 단위 혹은 일가친척까지 대치동에 사는 대치동 토박이들이다. 그녀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교육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대치동 토박이 엄마들은 자신의 정보를 쉽게 꺼내놓지 않아요. 소문을 만들어내는 데도 관심이 없죠. 얼마를 주고 아이를 미국에 보냈다는 둥, 얼마를 주면 캐나다에서 개인교습이 가능하다는 둥 들먹이는 엄마, 같은 학교 엄마들을 선동해서 학원에 반을 만들거나 대회에 나갈 그룹을 짜는 엄마들도 진짜 대치동 엄마라고 볼 수 없어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치동 스타일’이라고 믿는 모습이 실은 대치동 뜨내기거나 교육 뜨내기들이 만든 스타일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뜨내기가 아닌 토박이 대치동 엄마들은 어떻게 아이를 교육시킬까? 그들이 집중하는 교육 전략과 트렌드는 무엇일까? 많은 엄마들이 대치동 입성에 목매는 이유와 진짜배기 대치동 교육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왜 대치동인가?
강남의 여러 지역 중 유독 대치동의 교육 열기는 뜨겁다. 대치동과 인접한 다른 지역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꽤나 상이함을 알 수 있다. 무엇이 대치동과 타 지역을 가르는 기준일까?
전형적인 부촌 압구정동
“압구정동은 전형적인 부촌이에요. 우리 아이 성적이 좀 모자라도 얼마든지 다른 루트를 모색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유학을 보냅니다. 아이들 교육에 관심은 많지만 대치동에 입성할 만큼 열렬하진 않아요.”
변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압구정동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준다. 돈이 있으니 시킬 수 있는 건 다 시킨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타 지역과 가장 큰 차이는 ‘굳이 공부로 성공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압구정동에 사는 엄마 A의 아이는 성적이 중상위권이었어요. 인서울은 가능하지만 SKY는 불가능해 보였죠. 한데 영어 최상위 등급만을 위해 돈과 시간을 쏟아붓기에 ‘차라리 내신을 끌어올려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아이는 내신 신경 안 써도 된다. 어차피 유학 보낼 건데 뭐하러 소소한 스펙에 신경 쓰며 애 괴롭히느냐. 영어 하나만 확실하게 해서 외국 생활에 문제없을 만큼이면 불만 없다. 아이가 요리에 관심이 많으니 요리학교를 보낸 다음 졸업 후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시켜도 괜찮을 것 같다’고 답하더군요.”
압구정동 엄마들은 컨설팅 스타일도 다르다.
“금전적 여유가 있다보니 제 발로 뛰어 정보를 구하기보다 한 번에 컨설팅 전문가로부터 논스톱 서비스를 받는 편입니다. 학교과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 학원 연계와 프로젝트 대행, 과외와 진로설계까지, 돈이 많이 들더라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컨설턴트를 선호하죠.”
이런 압구정동이지만 개중에 SKY나 극상위권 대학으로 아이를 유학 보내려는 경우 대치동을 선택한다. 경쟁이 빚어낸 최상의 교육환경, 즉 대치동이 답이라는 중론이다.
젊고 트렌디한 역삼동
“역삼동 엄마들은 젊고 정보에 밝죠. 컴퓨터나 영어에 능한 경우가 많아 해외 정보도 알차게 끌어옵니다.”
역삼동에는 강남 토박이가 거의 없다. 높은 전셋값 때문에 대치동에 입성하지 못한 경우, 역삼동에 집을 얻는 외지인이 많다. 대다수의 역삼동 엄마들은 아이의 학원이 있는 대치동에서 살다시피 하며, 대치동 돼지엄마를 섭외하고 유명하다는 어느 아이와 한 클래스로 묶어 아이를 공부시키려 한다.
부동의 교육 1번지 대치동
“토박이부터 각지에서 올라온 엄마들까지, 아이들 교육에 발 벗고 나서는 엄마들이 총집합한 곳이 대치동입니다. 그만큼 잡음이 많고 소문도 무성하죠.”
대치동 사람들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다지 여유가 없더라도 대치동에 들어온 이상 교육비를 쓰지 않을 수 없다. 대치동에는 학원뿐만 아니라 각종 컨설팅 전문가가 넘쳐난다. 프로젝트 컨설팅, 유학 컨설팅, 하물며 학교 내신이나 학원 정보까지도 전부 컨설팅의 대상이다. 학원과 컨설턴트에 의지하다보니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바꾸는 것도 학원, 아이 성적이 오르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도 학원이다.
엄마들은 대치동으로 이사 가는 가장 큰 이유를 “최고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수적인 이유로 “대한민국 상위층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평생 남다른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을 꼽는다. 하지만 대치동으로 몰리는 모든 아이들이 전부 살아남는 건 아니다.
“많은 도서나 강연에서 돼지엄마와 그를 추종하는 카페맘들이 대치동 교육의 첨단에 있는 듯 말합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 도는 정보는 이미 한물갔거나 왜곡된 정보가 더 많아요. 정보에 소문이 더해지면서 포인트는 사라지고 결국 소문만 남죠.”
변 전문가는 돼지엄마와 카페맘들을 좇아 우르르 몰려다니기보다 제대로 된 대치동 토박이 엄마 한 명이 낫다고 첨언한다.
토박이 대치동 엄마 구별법
★아이의 성적이 우수하다. 단순히 우수하다기보다 최상위층인 경우가 많고, 그에 비해 그다지 튀지 않는다.
★여러 가지 특기 적성에 주목하지 않고 한 가지 특기 적성에 집중한다.
★아이가 이 학원 저 학원 떠돌아다니지 않는다. 학원에도 엄마의 모습이 그다지 자주 보이지 않는다.
★국내외를 망라한 정보력을 가지고 가장 먼저 움직인다. 하지만 이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흔들리지 않는 나름대로의 교육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곳에 집중하여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이른바 학원 쇼핑을 하지 않는다.
★내 아이에 대한 시시각각의 분석에 능하다. 아이의 성격, 특기, 적성에 대해 밝다. 그래서 오히려 겸손하다.
★동선이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 학원이나 강연장 같은 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가끔 눈에 띈다고 해도 학원장과 직접 면담하는 모습 정도다.
뜨내기 대치동 엄마 구별법
☆아이의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최상위권은 아니다.
☆학원에서 검증된 실력을 자랑하며 주로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돼지엄마와 친하다.
☆남들이 하는 건 일단 다 하려고 한다.
☆내신 올 백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이가 못하는 것도 없지만 아주 잘하는 것도 없다.
☆아이에게 특기가 없고 교육 유행에 민감하고 잘 흔들린다. 온갖 그룹에 다 참가하고 많은 것을 시키지만, 정작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딱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우물쭈물한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 숨기는 대신 검증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카페맘과 돼지엄마 등 커뮤니티 의존도가 높다.
진짜 대치맘의 교육 스타일
미국 교육에 주목한다 더 이상 한국에 새로운 정보가 없다면 눈을 돌려야 할 곳은 바다 건너다. 특히 미국의 교육 트렌드는 가까운 우리의 미래기도 하다. 진짜 대치맘은 미국의 교육 트렌드를 꾸준히 주시한다. 단순한 캠프나 유학 정보가 아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대회와 캠프에 참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대학을 갈 때 유리한 스펙이 될 만한 정보를 먼저 알고 움직인다.
“우리나라 교육은 미국의 교육제도를 밟아가는 상황이에요. 논술이나 창의성 교육, 최근 한국형 융합인재교육으로 떠오른 스팀(STEAM: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의 첫 자를 딴 단어. 미국에서 Arts를 제외한 STEAM 교육을 강화하자 우리나라는 Arts를 포함한 STEAM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이 그 대표적인 예죠.”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우리로서는 미국 교육의 흐름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변 전문가는 “중국은 극상위권 초·중·고생 중 미국 유학생 수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미국의 교육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 아이를 분석한다 뜨내기 대치맘들은 오로지 아이의 레벨 테스트 실력과 학원 코스만을 자랑 삼아 이야기한다. 정작 내 아이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진짜 대치동 엄마들은 내 아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차별화에 가치를 둡니다. 우리 아이가 도형 파트에 약하니 그 분야를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찾아 도형을 강화하는 식이죠.”
뜨내기 대치맘들이 자기 아이의 실력을 과신하면서 완벽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때, 진짜 대치맘들은 아이의 부족한 면면을 파악해 보충한다. 특히 아이가 저학년일 때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교육한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게 한 다음, 그 안에서 도출되는 아이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에 접어들면 장점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따라서 교육 목표나 진로 목표도 명확하다. 저학년 때 아이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한 덕분에 고학년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그 원인을 대개 돈이나 인맥, 정보의 부족이라고 치부하는 가짜 대치맘들이 많아요. 사실은 아이가 영리하지 못할 수도 있고, 엄마의 가이드가 틀렸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않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번 상황이 꼬이면 엄마는 당황하고 아이도 길을 잃을 수밖에요.”
남 눈치 안 본다 아이가 지나치게 학교에 적응을 못 하거나 집중을 못 하는 경우, 또는 우울해하면 지체 없이 소아정신과를 찾는 것도 진짜 대치맘들이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신경을 쓰기보다 아이의 상황과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기 때문이다. 이 또한 엄마의 견고한 교육철학이 있기에 가능하다.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것이다.
기준이 뚜렷하다 컨설팅을 받을 때도 뜨내기 대치맘과 토박이 대치맘의 차이는 확연하다.
“가짜 대치동 엄마들은 자기 아이에게 적합한 학원에 딱 맞는 선생님까지 찍어달라면서 매달려요. 하지만 진짜 대치동 엄마는 기준을 먼저 정하고 방향성이 선 다음 그것들이 옳은지 확인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죠. 컨설턴트에게 의지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세운 생각과 계획이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참고사항’ 정도로 여깁니다.”
아이의 잠재력과 인성을 파악한 진짜 대치맘은 그에 맞는 목표와 방향을 설정한다. 큰 틀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달라지는 교육정책에 맞춰 탄력적으로 움직인다. 이런저런 정보에 휩쓸리거나 남의 정보에 의지하지 않는다.
선행이 정말 필요한가요?
요즘은 대치동뿐 아니라 목동, 분당, 중계동 등지에서도 선행을 하지 않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요. 입시에 반영되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올림피아드에 나가 실력을 점검하고 영재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또는 과학고에 가서 내신을 따기 어려울까봐 수학을 미리 예습한다는 아이도 있죠. 이런 아이들은 그래도 목표가 있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속도에 대한 경쟁심으로 남들이 한다니까 일단 하고 보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사실 내신의 고수들은 선행을 딱 반 학기 정도만 합니다. 일반고에 다니면서 지역균형 선발로 서울대를 바라보고 있는 학생도 마찬가지예요. 과학고 준비생의 경우에도 수학과 과학만 죽도록 하다가 과학고에 떨어져버리면 일반고에서 다른 과목 관리가 잘되지 않아 힘들어지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선행을 경계합니다.
각종 대회를 위한 팀 구성은 어떻게 짜는 게 좋을까요?
아이들끼리 나가는 대회에 엄마들이 팀을 짜주는 일은 신학기마다 한 번씩 거치는 코스죠. 대치동의 경우, 진짜 대치맘과 가짜 대치맘이 팀을 짜는 성향이 사뭇 다릅니다. 진짜 대치맘은 내 아이보다 못한 애랑 팀을 짭니다. 어차피 수상 등급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금상이든 은상이든 우리 아이가 그동안 학습한 과정을 정리하고 이를 위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한 발 더 나아가 서로 다른 계열의 아이들과 팀을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사고에 다니면 인문계, 자연계, 국제반을 섞어 팀을 짜는 거죠. 그렇게 하면 대학 입시에서도 스펙이 겹치지 않고 서로 다른 계열로 진학하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 손해 볼 일도 없어지니까요. 그야말로 융합(STEAM)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하는 것이죠. 팀에 전교 1등을 잡아 몰아넣는 것은 철 지난 방식이에요.
학교생활기록부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것은 내신과 비교과 영역입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적용 예정인 교육개정안은 모두 ‘내신은 점수가 아닌 학교생활기록부 자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죠. 절대평가, 성취도 평가 등 학교마다 서열화가 어렵기 때문에 근소한 점수 차보다 교내 대회 수상실적 등 비교과 활동을 차별화하는 게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이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가 가능한 대회를 체크해 참여하고,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