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사람들의모임 (우울사.CAFE.NET )
<작품의도>
난 불행해! 전 지구 은하계를 통틀어서 제일 불행해!
100일이 되기 전 바닷가도 한번 가보지 못하고, 깨진 남자친구가 원망스럽습니다.
애니과에 진학했지만, 재능이 없는 것 같아 짜증납니다.
늘어나는 뱃살에 살을 빼려 야간조깅을 하지만, 천연덕 스럽게 아이스크림에 크림 빵을 먹는 퀸카 선배가 반대편에서 걸어와 숨고만 싶습니다.
한마디로, 난 진짜 불행합니다.
하지만 나만 불행한 걸까?
22살.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별이 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나이
보잘 것 없는 먼지 같은 인생인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알게 됩니다.
퀸카 선배도 마냥 부럽기만 하던 똑똑한 대학동기도 모두 저만의 고민이 있다는 것 을...
별이 되고픈 나이. 불행해서 그래서...난 행복합니다!
삶이란 먼지 같은 것입니다.
우주는 작은 먼지로 이뤄져 있다고 합니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날
타인의 상처도 내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보잘 것 없는 존재에서 반짝이는 별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주를 이루는 위대한 먼지 이니까요...
< 줄거리 >
종은은 평범한 여대생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고 한창 튀고 싶어하는 22살.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하루의 대부분을 어두침침한 아빠 회사의 경리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에서 하는 일도 별로 없다. 한때 잘나가던 아빠의 회사는 하루 아침에 폭삭 망해버려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다. 하지만 부정을 생각해 쉽게 그만두고 싶다고 말을 하지도 못한다.
새장 같은 그곳에 갖혀 창밖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늘 우울하다. 쌍쌍으로 길을 걷는 연인들. 인터넷 쇼핑몰 모델 일을 하고 있는 동네 언니. 각종 공모전을 휩쓸며 늘 1등만 하는 대학동기
그녀 주변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그녀를 열등하고 한참 작게 만든다.
그런 종은에게 고등학교 동창 미현이 '우울한 사람들의 모임' 이라는 카페를 소개한다.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두사람을 알게 된 종은.
완벽한 추녀와 컴플렉스 못난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그녀들은 자신이 올린 고민 글에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아주고 격려해 줌으로써 차츰 카페 활동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
첫 정모때, 현준이라는 꽃미남 남학생을 보게 된 종은. 고민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그가 '우울사' 카페에 온 이유도 궁금하지만, 궁금증이 커질수록 카페보다는 현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종은은 현준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잘생기고 매력적인 그의 곁으로 모여드는 카페 여 회원 들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카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록 현준에 대한 짝사랑은 갈수록 깊어지고, 마침내 고백을 하기로 결심한다.
완벽한 추녀와 컴플렉스 못난이의 조언대로 정동진 해돋이 게릴라 정모에서 현준과 단둘이 서는 기회를 만들고 ‘우울증을 극복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현준에게 고백을 한다.
그러나... 현준의 입에서 돌아온 대답은 '사람을 만나기 두렵다' '난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싫어하는 감정을 돌려서 말한 것이라고 판단한 종은. 실의에 빠져. 카페에서 탈퇴하고, 마지막으로 완벽한 추녀와 컴플렉스 못난이를 보기로 약속하는데...
한강둔치, 약속장소에 나온 그녀들은 뜻밖에도 종은이 알고 있던 그녀들 이었다. 셋은 서로 서로 놀라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
과연 그녀들은 누구였을까? 완벽한 현준은 왜 사람을 사랑할 수 없었으며 그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와 너무 닮아있는 그들. 그래서 평범하지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고민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울한 사람들의 모임 카페가 열린다...
< 인물 설정 >
강종은 ( 22 ) 아이디: 하체 비만 물고기
가정형편이 아주 어렵지도 좋지도, 외모가 아주 못생기지도 예쁘지도 않은 말 그대로 지극히 평범한 여대생
우주속의 먼지처럼 너무나도 평범한 자신이 싫어, 변신을 꿈 꾸는 캔디같은 아이.
미현 ( 22 ) 아이디: 날으는 불 닭
평창동 부자 집에 산다.
종은과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동창
종은의 고민을 들어주는 단짝친구.
현정 ( 22 ) 아이디: 콤플렉스 못난이
종은과는 중학교 동창
미술대회에서 늘 1등만 하던 아이.
차가운 인상. 잘 웃지 않는게 특징.
소희 ( 23 ) 아이디: 완벽한 추녀
현준 ( 22 ) 아이디: 가해자 학생.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굉장히 말수가 적고 우 울하다. 종은과 우울사 여회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 외...
#1 다세대 연립주택 / 종은의 방 (밤)
다섯평 정도 되는 방. 책장과 가구 하나. 인형 몇 개. 애니메이션 관련 책들. 화판과 그림도구들. 평범한 여대생의 방
침대위에 누워서 핸드폰을 받고 있는 종은
종은 (조르듯) 나 해줘, 빨리
#2 평창동 정원이 넓은 단독주택/ 미현의 방 (밤)
J팝 가수 각트와 기무라 타쿠야의 포스터가 걸려있다. 과일칼로 오이 껍질을 벗기는 미현
미현 (얼굴에 오이를 붙이며)깨졌구나. 드디어 깨졌어. 이번엔 이유가 뭔데? 왜 그랬는데?
<분할 컷>
종은의 방. 핸드폰을 귓가에 바싹 붙이고 애타는 표정의 종은
종은 이유는 묻지 말고 빨리 빨리 나 급하단 말이야
미현 그래 알았어.
<분할 컷>
미현, 발가락으로 tv 리모콘을 눌러 케이블 티비 패션채널을 본다
미현 괜찮아. 다 잘될꺼야 알았지?
종은 (한숨 내쉬며) 후우, 그 말 들으니까 좀 진정 된다. 역시 네가 최고야.
미현 그럼 전화 끊는다.
종은 잠깐. 한번만 더 말해줘
미현 으이구 내가 못살아. 너 진짜 병이다 병. (못 이기는 척) 한번만 말하고 바 로 끊는다. 괜찮아 다 잘될꺼야. (에코)
카메라 종은의 작은 방문으로 향한다
밤하늘에 뜬 무수히 많은 별들 보인다.
종은 나레이션: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입니다.
지루한 시간은 목에 걸린 과일처럼 날 힘들게 합니다.
하루하루 사는 게 지겨워요
연애도 쉽지 않고, 그림도 취업도 어렵고...
우주같은 무한반복속의 연속입니다.
우울한 사람들의 모임.cafe.net
타이틀 올라간다.
#3 서울 물레동 (오후)
낡고 오래된 건물들과 공장들이 늘어서 있다.
#4 퓨처 엔지니어링 건물 (오후)
회색빛 낡은 건물 3층에 ‘퓨처 엔지니어링’ 간판 걸려있다.
#5 퓨처엔지니어링 사무실 내 (오후)
종은, 사무실 책상에 혼자 앉아있다.
그녀 앞에 컴퓨터 모니터 <클로즈업>
네이트온 아이디 ‘하체 비만 물고기’
‘날으는 불닭’♥MR 최‘ 님이 접속했습니다. 메시지 뜬다
하체비만 물고기 님: 모해?
날으는 불닭’♥MR 최 님: 러브 러브랑 일본 여행 준비중
하체비만 물고기 님: 또?
나도 데려가라
날으는 불닭’♥MR 최 님: 즐 ~ 쳐드셈
하체비만 물고기 님: 야 우리 친구 맞냐?
날으는 불닭’♥MR 최 님: 심심하면 너도 카페 가입해서
같이 갈 남자 하나 꼬시던가
하체비만 물고기 님: 카페?
날으는 불닭’♥MR 최 님: 재밌는 카페 많잖아.
어제 보니까 우울사라는 카페도 있더라
하체비만 물고기 님: 그게 뭔데?
날으는 불닭’♥MR 최 님: 우울한 사람들의 모임. ㅋㅋㅋ
하체비만 물고기 님: OTL 즐~
날으는 불닭’♥MR 최님 로그 아웃 되셨습니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강사장 들어온다.
종은 (짜증내며)아, 아빠 왜 이제 와
강사장,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
강사장 박과장님 들어오시죠! 미스 김 뭐해 인사 하지 않고.
종은 (마지못해 고개 꾸벅 숙이며) 안녕하세요.
# 6 사장실 (오후)
<시간경과>
구식의 가구로 이루어져있는 사장실. 후줄근한 점퍼 차림의 강사장과, 고급정장차림의 박과장이 촌스러운 소파에 앉아있다.
강사장, 테이블에 계약서 종이를 내려놓으며 반대쪽에 앉아있는 박과장을 쳐다본다.
김사장 자, 이쪽에 싸인을..
박과장, 망설이다가 계약서에 싸인한다. 싸인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강사장은 긴장한듯 침을 크게 삼킨다.
박과장 그럼 이걸로 납품건은 해결됐네요.
강사장 아이구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강사장, 박과장이 계약을 물릴까봐 얼른 계약서를 집어 정성스럽게 책상 서랍 속에 옮겨놓는다. 다시 돌아 박과장을 쳐다본다. 강사장 싱글벙글이다.
종은, 쟁반에 커피잔을 들고 사장실로 들어온다. 종은, 굽신거리는 아버지가 못 마땅한듯한 표정이다.
# 7 퓨처엔지니어링 사무실 내부 (오후)
종은, 따분한듯 창가쪽에 기대어 창밖을 쳐다본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온다.
그때 사장실 문 열리며
강사장 박 과장님, 점심 드셔야조?
박과장 아뇨, 전 다음 일이 있어서...
강사장 아이고, 왜 이러십니까. 제가 근사한데로 밥 한끼 모시겠습니다. 일어나시죠.
종은 갑자기 책상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박과장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강사장 살짝 뒤로 돌아 지갑을 꺼내 돈을 확인한다. 천원짜리 몇 장밖에 없는 지갑.
종은 강사장을 보며 씁쓸한 미소 보인다. 자신의 지갑을 꺼낸다
종은 (지갑에서 만원짜리 열장 꺼내며) 사장님. 저번 달 회사 공금 남은 것 있는 데요
강사장 (당황하다가 웃으며) 아...그래 그래 맞아. 미스 김 고마워.
# 8. 지하철 역 내 (저녁)
계단을 내려가는 종은. 커피 자판기 앞으로 걸어간다.
주머니를 뒤져 200원을 넣고 동전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
숄더백에서 10원짜리를 뒤적거린다. 탈칵. 탈칵. 10원짜리 하나 하나를 자판기 동전출입구에 넣는다. 그때 10원짜리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데구르르 굴러가는 10원 동전하나.
종은 허둥대며 동전을 쫓아간다.
여성용 운동화 앞에서 멈추는 10원 동전하나
종은, 그것을 주워들면 현정과 눈 마주친다.
종은 (당황하며) 혀...현정아. 어디 가는 거야?
현정 응 이번 달부터 홍대 입시학원에서 강사 나가
종은 (당황하며) 아, 그렇구나
종은 10원짜리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린다
종은 누가 여기다 못 쓰는 동전을 버렸지.
현정과 반대편으로 뒤돌아 걷는 종은.
창피한듯 종종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현정의 시점으로 종은이 점점 멀어진다.
# 9 종은의 집 식탁 (저녁)
간단한 찬 몇 가지로 이루어져있는 식단. 강사장은 신문을 보며 밥을 먹고 있다. 깨작깨작 밥을 먹는 종은. 강사장을 흘끗흘끗 훔쳐보다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종은 엄마 그만 먹는 거야?
종은 (시무룩한 표정) 어.
종은, 벌떡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걸어간다. 종은 엄마, 종은을 안타깝게 쳐다보다가 남편(강사장)을 쳐다본다. 강사장, 여전히 신문을 쳐다보며 식사 중이다. 엄마 한숨 내쉰다. 종은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난다.
종은엄마 말 해봐요. 회사에서 또 무슨 일 있었죠? 애한테 또 쓸데없는 심부름 시키 고 맞죠?
김사장 (긴장하며) 그, 글쎄...( 눈치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 갑자기 속이 안 좋네
김사장 도망치듯 총총걸음으로 안방으로 걸어간다.
# 10 종은의 방 (저녁)
방문에 기대고 있다가 침대쪽으로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가는 종은. 침대에 쓰러지듯 눕는다. 핸드폰을 쥐고 단축번호 3번을 누른다. 액정에 [미현] 이라고 뜬다.
기계음(E)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
종은 야 너 결국 혼자 갔다 이거지. (잠시 숨을 고르다가 ) 각트랑 기무라 다쿠야랑 아주 결혼해서 눌러 살아라. 이 일본녀야!
한숨을 내쉬고 핸드폰을 내려 놓는다. 그렇게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가 컴퓨터 책상 앞으로 다가가 앉는다. 컴퓨터를 켜면 포털 사이트 다음에 들어간다.
검색어에 우울한 사람들의 모임 친다. 모니터 화면에 우울사 카페가 뜬다.
종은 어? 정말 있네.
올라온 고민 글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 11 퓨처엔지니어링 사무실 (낮)
종은, 컴퓨터 앞에 앉아 지루한 듯 볼펜하나를 빙글 빙글 돌린다
날으는 불닭 님께서 로그인 하셨습니다. 메신저 창 뜬다.
하체비만 물고기 님: 너 거기 어디야?
날으는 불닭’♥MR 최 님: 응 in japan 오사카
하체비만 물고기 님: 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봤어?
날으는 불닭’♥MR 최 님: 응 내가 여기 별자리 카페에서 너 사주봤거든.
꽃가마 탄 왕자님이 찾아올꺼래
하체비만 물고기 님: 구라 즐
날으는 불닭’♥MR 최 님: 누가 또 아냐. 우울사에서 왕자님이 널 기다릴지 ㅋㅋ
야, 나 가볼게. 오늘 각트 팬미팅 하기로 했어
날으는 불닭’♥MR 최님 로그아웃 되셨습니다.
종은 인터넷 창을 열어 우울한 사람들의 모임 주소 친다. 몇 번을 더 의미없이 스크롤을 내렸다 올렸다 하다가 느리게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종은. 심호흡을 하며 망설이다가 자판을 누른다. 자판 누르는 소리 울린다. 모니터 클로즈업.
우울한 이야기 (1) 작성자: 하체비만 물고기 ...
종은 책상 옆에 있는 커피잔을 들어 입술에 댄다. 하지만 커피가 없다. 서랍장에서 커피를 를 찾지만 역시 없다. 종은, 입술을 살짝 삐죽거리며 커피가 커피유리병을 흔들어댄다. 유리병을 내려놓고 문 쪽으로 걸어간다.
파란 모니터 화면에 ‘우울한 사람들의 모임’ 카페가 떠있다. <클로즈업>
# 12 퓨쳐엔지니어링 건물 앞 거리 (낮)
종은, 주택가 사이를 걷고 있다. 살짝 고개를 돌려 주위 살펴본다. 이쁘고 날씬한 여자한명이 스타일 좋은 남자와 웃으며 걷는게 보인다.
종은 아주 따악 붙어 다니시네. 솔로부대 서러워서 살겠나. ( 장난스레 눈을 흘 긴다)
입술 삐죽거리며 걸음걸이가 거칠어진다.
# 13 편의점 (오후)
밝은 편의점 안. 문을 열고 종은 들어선다. 구석으로 걸어가 커피가루가 담긴 유리병을 든다. 계산대로 향하는 모습. 편의점 알바생 등 뒤로 전단지 하나가 눈에 띈다.
여대생!! 급구
인터넷 홈쇼핑 옷의 멋을 살려줄 수 있는 인재를 모집합니다.
나이는 20 ~ 25 살, 여성.
모델 선발은 면접 후, 결정.
당신의 끼를 보여주세요.
# 14 편의점 뒤 골목 (오후)
종은, 편의점 뒤쪽으로 걸어간다. 주변을 살피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모델처럼 워킹 흉내를 내본다. 두 눈을 지긋히 감자 패션쇼장에 들어선 듯 상상 속에 젖어든다.
# 15 패션쇼장 <종은 상상>
화려한 패션쇼장. 카메라 플래시가 펑펑 터진다. 패션쇼장에 찾아온 사람들 손에는 모두 패션쇼 설명서가 들려있다. 패션쇼 설명서 가장 윗부분 헤드라이트체로 쓰여 있는 문구 클로즈업
평범함의 매력에 빠지다. 모델 강종은
패션쇼장에 노랫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패션쇼 시작되고, 늘씬하고 아름답게 화장을 한 모델들 걸어 나오고 들어간다. 그러다 종은이 걸어 나온다. 플래시 펑펑 터지고, 사람들의 탄성이 이어진다. 종은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 16 편의점 뒤 골목 (오후)
뭔가에 툭 하고 부딪치자 눈을 뜨는 종은. 알바생 남자가 쓰레기 봉투를 손에들고 종은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얼굴이 빨개진 종은, 도망치듯 골목을 달려 나간다.
종은 독백: 아 진짜 쪽팔리게 왜 거기 서있냐.
난 평범한게 진짜 싫어. 하아 또 살기 싫어지네...
계속 뛰는 종은. 종은 뒷모습이 멀어지고, 카메라는 종은의 주위 사람들을 잡는다. 하지만 종은 주위의 여자들은 어디로 보나 평범한 여자들뿐이다.
# 17 00대학교 전경 (오전)
등록금 인상 반대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학생들 드문드문 캠퍼스 안을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 18 드로잉 실습실 (오후)
실습실 정 중앙에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 모델이 앉아있다. 방학 중이라 두어명의 학생들이 있을 뿐이다. 현정, 화판에 케리커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종은. 현정, 그림에 빠져 종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찾는 사람이 없는지 문을 닫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 19 동아리방 (오후)
열평 정도 되는 공간.
화판과 미술도구들이 널려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여선배한명과 마주 앉아있는 종은.
선배 휴학한다니 갑자기 왜?
종은 귀찮아요. 좀 쉬려구요 아 햇볕 좋은데 김밥 싸서 소풍갈까.
선배 혹시 등록금 때문에 그런거야?
종은 (쑥쓰러운듯) 알면 그냥 눈 감아 주세요.
선배 하긴 아빠 회사 일에 수업 쫓아가랴, 얼마전까지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 도 했었잖아. 열성이다 정말
종은 (손안에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선배가 나한테 그랬잖아요.
난 캔디라고...히
선배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그 캔디?
종은 응
벽면 포스터에 눈길이 가는 종은.
대학생 애니메이션 공모전 수상자 명단 눈에 띈다.
선배 저거 이번에 현정이가 상탔어.
종은 와, 또요?
종은 포스터에 눈길을 준다.
수상자 명단을 손으로 만져보는 종은.
서서히 과거 회상
# 20 00중학교 교실 (오전/과거 7년전)
교실한쪽에 붙어있는 8월 교내 학생대회 공모전.
종은 물주전자를 들고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창밖으로 아침조회를 하고 있다.
# 21. 운동장 (오전/ 과거 7년전)
웅성대는 아이들. 학생 한명이 조회대에서 상장을 받는 중이다. 조회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종은 입술을 꽉 깨문다. 조회대에는 현정이 서 있다.
교장 이름, 조현정. 위 학생은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그림실력이 뛰어나 이 상장을..
현정, 교장이 건네주는 상장을 무표정하게 건네받고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한다. 천천히 조회대를 내려오는 현정.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종은.
# 22. 00중학교 교실 (점심시간/과거 7년전)
종은 급식을 받아놓고도 숟가락을 쥐지 않은 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친구들 그런 종은을 안타까움과 짜증이 섞여있는 얼굴로 쳐다보다가 자기들끼리 속삭인다.
아이 1 와 대단하다 또 야?
아이 2 놔둬. 또 결선에서 떨어졌으니까 얼마나 열 받겠냐
아이 1 그래도... (말 잇지 못하고 종은 바라본 후, 숟가락 움직인다)
아이 3 종은아! 이번에도 열심히 해. 홧팅!
종은 (인사 듣는둥, 마는둥) 아, 고마워.
식사 마친 후, 급식판을 가져다 놓는 아이들, 종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책상 옆에 있는 급식판 위의 음식은 여전히 처음과 그대로.
# 23. 00중학교 운동장 (오전/ 세달 뒤)
비오는 운동장
# 24. 00중학교 교실 (오전)
교실에선 교내방송 tv를 틀어놓고 있다.
교장실 보이고 현정이 교장으로부터 상장을 받고 있다.
교장 이름, 김현정. 위 학생은 서울시 청소년 미술대전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빛내..
상을 받는 현정은 여전히 무표정이다. tv를 보던 학생들 몇 명이 뒷자리에서 소근 거린다.
아이 1 종은이 또 떨어졌다며? 나 같으면 진작에 포기했다. 실력이 없어서 안되 는 걸 어쩌겠어
아이 2 그래도 그리는게 좋다잖아. 열심히는 하는데 안됐다 진짜.
종은, 갑자기 박수친다. 반 학생들 이상하게 종은 쳐다본다. 종은 교실 뒷문 열고 밖으로 뛰쳐 나간다.
# 25. 미술부(오전)
창밖으로 주룩 주룩 비가 내린다. 어두운 미술부 내부. 화판과 아그리파 조각상들로 가득하다. 종은 불도 켜지 않은 체 자신의 의자위에 앉는다. 두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종은 갑자기 캔디 노래를 크게 부른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가자~!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종은!
# 26 00 동아리방 (오후/ 현재 )
닫힌 문이 끼이 열리면, 종은 동아리방에 누워 자고 있다.
선배와 현정 들어온다. 선배 손에는 비닐봉지에 햄버거와 음료수가 들려있다.
선배 (안 스러운 듯) 피곤 했나 보네...
선배 가까이 다가가 웃옷을 벗어 덮어준다. 현정 잠들어 있는 종은을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종은 잠에서 깨 부스스 일어선다. 현정과 눈 마주치는 종은. 창피한지 머리를 매만지고 정자세로 앉는다.
# 27 00 대학교 입구 (오후)
종은과 소희 대학교 입구쪽으로 걷고 있다. 소희의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다.
종은 (투덜거리는 말투) 그러니까 그 애는 좀 감정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니까
소희 질투하니. 놔둬. 니가 신경 쓸 일이 아니잖아.
종은 하지만 하나도 안 기뻐 보이는 그 태도가 열 받는다구, 난.
소희 (종은 말 무시하고) 아~ 배고프네. 빵 사먹을까..
종은 (놀란 목소리) 언니! 또 먹어?
소희 배고픈걸 어떡해.
종은 와, 진짜 너무한다. 누군 물만 먹어도 살찌는데, 아까 오면서 컵라면 먹고 또 먹는거지?
휙 아이스크림 봉지를 휴지통에 버리는 소희. 다시 걸어가려는데, 뒤에서 차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클락션을 울린다. 도어 내려가고 젊은 남자가 말을 건넨다.
남자 1 타
소희 종은을 쳐다보며 싱긋 웃는다. 종은도 웃지만 그 미소가 어색하다.
소희 종은아, 밤에 동네에서 보자~
종은 (손 흔들며) 응. 언니
남자의 차에 타는 소희. 소희가 탄 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고개로 쫓아가며 쳐다보고 있는 종은. 표정이 시무룩하다.
종은 (투정부리며) 좋겠네. 그렇게 먹어도 살도 안쪄. 쇼핑몰 모델해서 용돈 벌어. 잘나가는 킹카가 학교까지 모시러 와...
시무룩한 표정에서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뀐다. 소희가 탄 차가 멀어진다. 캠퍼스 정문 쪽으로 차가 지나간 자리를 쫓듯 걸어가는 종은.
# 28 종은 방. (저녁)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있는 종은. 자판을 치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 클로즈업.
[우울사: 우울한 사람들의 모임] 이라는 카페 이름이 적혀있는 모니터를 흥미롭게 보는 종은
종은 와, 내 글에 리플 달렸네
우울한 이야기 (1) 작성자. 하체 비만 물고기 .
소질이 없어도 계속해보고 싶다는 게 욕심이었을까요. 잘 나가던 아빠 회사가 망해버렸어요. 저는 이제 썰렁해진 아빠 회사에서 경리로 일해요. 하지만 역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요. 저는 그림이 좋아요. 아니, 솔직히 그림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어요.
댓글:
[컴플렉스 못난이] 하고 싶다는 맘이 있으면 소질은 저절로 생기는 거 아닐까 요?
나도 부족한 재능 때문에 늘 고민이에요. 주변사람들 기대도 부담스럽구요. 우리 같이 기운내요 ^^*
[완벽한 추녀] 고민은 다르지만 나도 요즘 힘들어요. 하체 비만 물고기님 뒤에서 응원할게요 화이삼.
종은, 순간 표정이 밝아진다. 종은 타자기에 손을 올려 놓는다. 탁탁탁탁 다시 글을 써서 올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올린 글을 다시 읽어보는 종은. 스크롤을 내렸다 올렸다 반복. 창밖의 하늘은 이미 검다. 종은의 방에서는 마우스 소리와 자판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 29 홍제천 산책 길 (새벽)
겨울 츄리닝을 입고 하품을 하며 조깅하는 종은. 소희가 그 뒤를 몰래 따라 걷고 있다. 뒤에서 살금살금 걸어오더니 ‘야!’ 라며 종은의 어깨를 친다. 종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종은 (소희 손안에 빵을 보며 놀라는) 언니! 또 먹어?!
소희 응, 내 뱃속엔 그지가 들어있나 봐.
종은 정말 언니는 축복 받은거야. 난 먹을때마다 허벅지가 이따만큼 부어오르는 것 같은데
소희 에이, 설마! 그럼 난 벌써 코끼리 다리 됐겠다.
종은, 소희의 몸매와 자신의 통짜 몸매를 비교해서 흝어 본다. 역시 자신감이 떨어지는듯 시무룩해진다. 또 가볍게 하품을 한다.
소희 (종은을 흘깃 보며) 너 운동하게? 왠일이니. 내일은 달이 두 개 뜨겠네.
종은 (당황하며) 나, 난 뭐 운동 좀 하면 안돼?
소희 다리 굵어져서 운동은 싫다며!
종은 누가 그러는데 조금씩 걸으면 괜찮을꺼래.
소희 참 오늘 인사동 갈껀데. 너 한지 필요하댔지. 사다줄까?
종은 나야 좋지!
종은, 뒤돌아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열어본다. 지갑 속엔 돈이 2천원 밖에 없다. 종은의 표정이 굳는다. 종은, 이번엔 주머니를 뒤진다. 하지만 주머니에서 나온 건 100원 짜리 동전 3개에 10원짜리 동전 5개뿐이다.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종은 그냥 내가 살게.
소희 그래? 알았어. 그럼 주말 편히 쉬고 수고하세~~
소희가 손을 흔들며 종은을 지나쳐간다. 종은도 손을 흔들어 보인다. 곧 소희의 모습이 멀어진다. 손 흔드는 걸 멈추는 종은. 그리고 한숨을 내쉰다.
종은( 나레이션 ): 뭐하나 빠지는 것 없는 사람이 저기 가네요 뭐 하나 잘난 것 없는 사람이 여기 한명 서 있습니다. (한숨) 정말 난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인가 봐요.
다시 걷기 시작하는 종은. 하지만 걸음이 무겁다.
# 30 퓨처 엔지니어링 사무실(오전)
끼익. 낡은 문소리 들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종은. 안에서 일반 전화를 받으며 불안한 표정을 짓던 강사장, 종은을 쳐다보더니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강사장 아, 예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종은, 강사장에게 다가간다. 강사장 종은이 가까이 오자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강사장 (다급하게) 종은아. 너 마침 잘 왔다. 아빠가 지금 일이 있으니까 회사 좀 지키고 있어. 누구 오면 아빠 곧 돌아온다고 하고. 알았지?
종은 아, 뭐야 오늘 토요일인데 나 할 꺼 많단 말이야.
강사장 그대로 나가버린다. 아빠 아빠 강사장을 부르던 종은, 결국 포기하고 터덜터덜 걸어 강사장이 있던 의자에 털썩 앉는다. 빙글 빙글 의자를 돌리다가 책상에 너저분하게 벌려져있는 서류를 한쪽에 몰아놓으며 정리하는 종은. 정리를 끝내고는 컴퓨터를 켠다. [우울사] 에 들어간다. 들어가서 바로 자신의 글을 확인하는 종은.
[완벽한 추녀] 그 맘 이해해요. 저는 제 모습을 거울로 볼때마다 정말 죽고 싶 은 충동을 느끼곤 하거든요. 참 운동처음 시작 할때는 만보기 가 좋아요. 역시 걷는게 최고!
[컴플렉스 못난이] 뱃살 좀 나오고 다리 좀 굵으면 어때요. 어차피 남이 살아주 는 인생도 아니잖아요. 물고기님은 지금도 가장 소중한 당신입 니다.
참 우리, 정모때에 어차피 볼껀데 말 틀까요? 몇 년생 이세요 ?
답 글을 읽은 종은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 31 퓨처엔지니어링 근처 상점 (저녁)
종은, 상점 근처로 이어진 인도를 따라 쭈욱 걷는다.
문득 체육용품가게 앞에 시선이 머무른다.
초특가 세일!! 만보기 1000원
체육용품 가게로 들어가는 종은. 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계산을 하는 종은의 표정이 밝다.
# 32 종은의 방 (저녁)
종은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마우스 달그닥 거리는 소리 이후, 자판 치는 소리 나고. 모니터 클로즈업.
제목: 짜증
닉네임: 완벽한 추녀
내용: 와!! 나 오늘 정말 짜증나는 일 있었어! 나한테 남자친구가 있는데, 남자 친구가 나한테 오늘 뭐라고 한 줄 알아? 참, 어이가 없어서. “그만 좀 먹어. 이젠 너 뭐 먹는 거 보는 거 겁나.” 라고 했어!! 예전엔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하다고 하더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댓글:
[컴플렉스 못난이] 참으세요. 남자들은 처음 만날 때랑 다르다고 하잖아요.
댓글까지 읽은 종은, 풋하고 웃는다. 탁탁탁 자판을 치는 종은.
종은(E): 역시 참기 힘들조? 저도 그래서 깨졌어요 , 정 참기 힘들면요 나도 너 싨 싫거든! 그동안 싫었던 것 다 말하세요. 그럼 몇 일은 약효가 갈꺼에요
종은 만족한 듯 빙그레 웃는다.
# 33 종은의 방 (밤)
<시간 경과>
불이 꺼진 종은의 방.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바탕화면 저장되어 있다.
모니터 화면 한쪽에는 우울한 사람들의 모임 창이 떠있다.
침대위에 쓰러져 자고 있는 종은.
# 34 퓨처엔지니어링 사무실 (오후)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는 종은의 눈. 모니터 클로즈업.
제목: 싫어.
닉네임: 컴플렉스 못난이
내용: 오늘 집에 들어왔는데, 엄마가 그랬어. “학교에서 연락왔더라. 상 받는다 고?” 마치 당연하다는 그 태도가 너무 싫었어. 상을 받지 않으면 그걸 더 이상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태도가, 엄마랑 하나도 다르지 않 은 아빠 태도가 싫었어.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도망가고 싶어..
댓글:
[완벽한 추녀] 그런 태도 너무 싫지. 모든게 당연하다는 듯한 그 태도.
사실 내 남자친구도 그래. 모든걸 자기한테 맞춰달래.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엄지손가락을 깨물던 종은. 곧 자판을 친다. 자판을 치는 소리 울리고.
종은(E): 난 잘은 모르겠지만 , 그런 기분 정말 싫을 것 같아. 왜 사람들은 항상 남한테 강요할까. 넌 이래야 돼. 저래야 돼. 남 눈치 안보고 살수는 없을 까?
다시 엄지손가락을 깨무는 종은. 창 밖의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다.
# 35 홍제천 산책 길 (밤)
체육복을 입고 운동하고 있는 아줌마 아저씨들
아줌마 1 종은을 보고 아는 체를 한다
아줌마1 (나무에 등을 툭툭 부딪치며) 종은이 요즘 자주 보네. 봄 바람 난거야? 좋 은 일 있나보네?
종은 (앞을 향해 큰 팔 내저으며 걷는다) 아 네에. 그런 일이 좀 있어요~
아줌마1 좋을 때다 좋을 때야.
한껏 들뜬 표정의 종은. 씩씩하게 큰 팔 내저으며 걷고 있다.
# 36 종은의 집앞 다세대 연립주택 골목 (밤)
서서히 여명이 오른다.
해가 뜨고 지는 걸 반복.
# 37 퓨처엔지니어링 사무실 (오후)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종은. 그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종은 사장님 안 계시는데 누구...(뒤돌아 보며 놀란다)
미현 (쇼핑백을 들어 보이며)짠! 반갑다 쫑!
종은 불닭!! 너, 언제 온거야?
미현, 포장된 선물 꾸러미를 내려 논다.
종은 와, 이쁘다. 미아자키 하야오 싸인 북이네
고맙다 친구야!
미현 (모니터를 슬쩍 보며) 어? 우울사네. 너 진짜 가입했어? 애들 좀 이상 하지? 그치?
종은 그, 그렇지 뭐...
# 38 종은의 방 (저녁)
샤워를 방금 마친 종은. 머리에 수건 쓰고 방으로 들어온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쪽지 하나가 떠있다.
보낸이. [완벽한 추녀] 내용: 이번 주 화요일에 정모한대. 너 나올래?
종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순간 또 하나의 쪽지가 뜬다. 이번엔 [컴플렉스 못난이] 에게서 온 쪽지다.
보낸이 [컴플렉스 못난이]: 이번 주 화요일에 정모한대. 너도 그때 와? 추녀언니는 정모 오겠다 고 말씀 하시던데..
종은의 표정이 환해진다. 웃고 있다. 답장을 쓴다.
(E): 갈게요. 그럼 이번 토요일에 뵈요!
종은, 우울사 카페의 공지사항을 클릭한다. 토요일 . 게릴라 정모 청계천 만남의 광장 앞
# 39 종은의 방 (낮)
햇빛이 비추고 있는 창가쪽에 있는 책상 위 달력. 그 달력에서 9일 날짜에 엑스표가 쳐진다. 하나하나 늘어나는 엑스표들. 그렇게 두 번째 주 금요일에 쳐져있는 동그라미에 엑스표가 가까워진다. 엑스표가 하나를 남기고 동그라미와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한자리마저 엑스표가 그려진다. <시간경과 빠르게 나타냄>
# 40 지하철 내부 (저녁)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하철 3호선 내부. 핸드폰 시간 날짜를 확인하는 종은
금요일 7: 15분
종은 E: 드디어! 내일이 정모다.
# 41 종은의 집 (저녁)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강사장(종은 아빠). 종은 엄마. 종은
종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 벙글 이다.
종은 엄마, 나 깨우지 마.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알았지?
종은 엄마 어? 응 그래 알았다.
종은, 밥을 다 먹자 후다닥 방 쪽으로 뛰어간다.
엄마 쟤 요즘 이상하네.
강사장 (농담처럼 웃으며) 이제 봄이 잖아 봄. 봄 처녀 바람 난 거지
엄마 용돈이나 주면서 그런 소릴 해봐요 좀.
애 아르바이트 한 돈을 회사 공금으로 쓴다고 뺐질 않나.
강사장, 당황한 표정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강사장 (아내 눈치보며 도망치듯 화장실로 걸어간다) 아이고 갑자기 속이 또 안 좋네. 나 밥 그만 먹어요.
# 42 종은의 방 (저녁)
달력을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는 침대위에 쓰러지듯 눕는다.
# 43 청계천 (오전)
인사동 근처 청계천 . 종은, 조선시대 왕과 친위행렬이 그려진 벽 쪽으로 걸어간다.
너댓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종은 (어색하게) 저기, 우울사 맞조?
어색하게 인사하는 종은을 따라 나머지 다섯명도 서로 어색하게 인사한다.
운영자로 보이는 30대 콧수염 달린 남자가 사람들을 모은다.
운영자 하체비만 물고기 님이 마지막인거 같네요. 완벽한 추녀님이랑 콤플렉스 못 난이 님이 못 오셨고... 출석 안 부르신 님 없조?.
[완벽한 추녀] 와 [컴플렉스 덩어리], 두 사람이 없다는 말에 표정이 살짝 굳는 종은. 그 순간 한 남자가 뛰어온다.
현준 헉,헉 아. 안녕하세요. 제 닉네임은 가해자학생이고요. 잘 부탁드립 니다.
종은 고개를 들어 현준을 쳐다본다. 현준의 잘생긴 외모에 시선이 계속해서 현준에게로 향한다. 현준과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피하는 종은.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운영자 햇빛 좋다! 우울증을 극복하는데는 이게 또 최고조.
멜라닌 색소를 감소시켜줘서 엔돌핀을 업! 시켜 주거든요. 같이 좀 걸읍시 다!
청계천 길을 따라 어색하게 걷는 사람들. 어느새 대화를 주고 받고 친해진다. 종은의 시선은 계속 앞서 걷는 현준에게로만 향한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현준과 눈이 자꾸 마주친다. 현준이 빨리 오라고 손짓하며, 종은이의 손을 잡아 이끈다.
종은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 44 수채화 톤의 파란 꽃밭 (종은 상상 씬)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드레스를 입고 왕자 현준과 함께 꽃밭을 뛰는 종은
꽃밭에 풀썩 넘어진다. 현준과 마주보며 행복한 미소 짓는 종은
종은 E : 좋아!! 아주 좋아!! 그래 바로 이거야!!
# 45 종은의 방 (저녁)
머리에 수건을 얹고 방으로 들어오는 종은. 컴퓨터를 킨다. 우울사카페에 들어간다. 쪽지가 뜬다.
[미안해, 오늘 엄마가 전시회 끌고 가는 바람에 못갔어. 언니 한테도 죄송해 요. -컴플렉스못난이]
[미안, 또 감시하고 안 놔주는 바람에 못 갔어. 이해하지? 응? -완벽한 추녀]
답장 버튼을 누른다. 자판소리 들리고.
종은(E): 괜찮아요. 사정이 생기면 못 올 수도 있는거죠. 저는 덕분에 꽃미남...
‘꽃미남’ 란 글자 옆에 커서가 깜빡여댄다. 결국 ‘저는 덕분에 꽃미남..’를 지우는 종은. 그리고 전송을 누른다. 그리고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종은. 자꾸만 현준의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종은 (E): 가해자 학생이라고 했지? 아이디도 신기하네. 그런 애가 왜 나왔 지?
종은, 가만히 천장 바라보다가 눈을 감는다.
# 46 종은의 방 (밤)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종은.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해댄다. 진동소리에 깨는 종은. 문자가 와 있다. 확인하는 종은.
[정모 나오셨던 물고기님이시죠? 우울함을 극복하기 첫 번째 게릴라 프로젝트를 실시합니다]
핸드폰 폴더를 덮어버리고 다시 눈을 감는다. 잠시 후, 빠르게 핸드폰 폴더를 여는 종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선다.
# 47 서대문 천사원 (오후)
5~ 7세 사이 천사원 아이들.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다. 우울사 사람들 같이 뛰어놀며 공놀이 하고 있다.
# 48. 서대문 천사원 내부 (오후)
고아원 내부. 현준과 종은 청소담당이다. 청소를 하면서 현준을 훔쳐보는 종은. 현준과 계속해서 눈이 마주친다. 현준 또한 종은을 보고 눈웃음 친다.
종은 (작게) 아씨, 확 말해 버릴까...
결국 현준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서는 종은.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살짝 돌아보는 종은. 현준의 옆에 여자가 다가와 있다.
여자 1 (현준이 엉덩이 톡톡 두들기며) 아이고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청 소도 잘 하네 와서 점심 먹자.
상냥하게 웃으며 말하는 부운영자 여자1. 현준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종은, 질투나는 듯 입술을 찡그린다.
종은 (E):(투덜거리며) 그래, 너도 남자라 이거지? 하긴 평범한 나보단 쭉쭉빵빵 저 언니가 좋겠지. 역시 남자들은 짐승이야
종은, 투덜거리고 있을때 부운영자 여자1 종은을 쳐다본다.
여자 1 너도 와
종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아, 네에...
여자1 은근슬쩍 현준에게 팔짱을 끼고 현준을 이끈다. 그 모습을 보며 짜증난 표정을 짓는 종은. 빗자루를 내려놓고 두 사람의 뒤를 따른다.
# 49 서대문 천사원 식당 (오후)
밥 먹는 소리, 수다소리. 식당 안은 좀 소란스럽다. 종은, 깨작깨작 밥을 먹고 있다. 고개 들어 앞자리의 현준을 쳐다본다. 현준의 양 옆자리에 앉아있는 여자들.
여자 2 이 반찬 먹어봐요.
여자 3 어디 살아요? 강남쪽이죠? 딱 강남필인데 뭘!
여자 2가 밥 위에 놔주는 반찬을 먹는 현준. 그리고는 여자 3를 쳐다본다.
현준 의정부에 살고 있습니다.
여자 3 아, 그래요? 뭐 사는데가 중요한가~ 나도 거기로 이사가버릴까
여자 2 (현준의 밥 위에 다른 반찬 올려주며) 맛있죠?
현준 (약간 부담스러운듯) 아, 예. 맛있네요.
종은 (독백) 어이구 그만 좀 해라. 닭살이야 진짜
종은의 시선은 자꾸만 현준에게로 향한다. 종은 결국 젓가락 내려놓는다. 종은의 옆에 앉아있던 운영자, 종은을 쳐다본다.
운영자 더 먹어. 종은이 씩씩하게 일 잘해서 참 좋다.
종은 아, 아뇨. 속이 안 좋아서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일어선 종은. 아까 자신이 청소하던 곳으로 향한다. 잠시동안 종은을 쳐다보던 사람들, 무시하고 다시 시끄러워진다.
# 50 고아원 내부 (오후)
빗자루질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는 종은. 위이이잉. 주머니 속 핸드폰 진동소리난다. 빗자루를 내려놓고 전화 받는 종은.
종은 여보세요.
엄마(F) 너 지금 어디니?
종은 밖에 나와있어. 왜?
엄마(F) 아빠가 일 좀 도와달라고 빨리 오라던데. 빨리 와.
종은 아, 왜? 오늘 휴일이잖아
엄마(F) 외국에서 사업하는 아빠친구 오신대.
종은 (체념 한듯) 아, 알았어. 지금 가면 되는 거지?
종은 거칠게 폴더를 닫는다. 종은의 등 뒤로 현준이 다가온다
종은 (투덜거리며) 내가 못 살아 나 없으면 우리아빠 어떻게 사실까 (한숨)
돌아서던 종은. 현준이 서 있는 걸 보고는 놀란다. 서로를 쳐다보며 말이 없는 두 사람. 현준, 결국 시선을 돌리고 빗자루를 든다.
종은 저기..저 간다고 말씀 좀 해주시겠어요? 제가 일이 좀 생겨서요.
현준 예, 그럴게요.
현관쪽으로 걸어가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는 종은.
현준 아, 게릴라 프로젝트가 또 있대요. 해맞이 보러 갈 것 같은데. 가실 건가요?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은데...
현관문을 향해 걷던 종은 발걸음 멈춘다. 천천히 뒤 돌아보는 종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현준과 눈이 마주친다.
종은 어, 언제.. 가는데요?
# 51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밤)
외등 하나가 켜 있는 좁은 골목길. 종은 뭔가 골똘히 생각 하고 있다.
종은 나한테 관심이 있나?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래 내가 불쌍해 보였 겠지. 아니야 혹시, 혹시라도 ... 역시 불가능 한걸까.
눈을 살며시 감는 종은. 현준이 떠오른다. 한숨이 나온다. 고개를 가로 젓는다. 우웅, 진동소리 들리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종은. 문자가 와있다.
[내일 볼까? -미현]
망설임 없이 바로 답장을 하는 종은
[응. 심심하면 오던지 ]
전송버튼을 누른다. 그리곤 폴더를 닫는다. 눈을 감는다. 다시 한숨이 새어나온다.
# 52 퓨처 엔지니어링 근처 편의점 (오후)
편의점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 종은. 그 옆에 미현이 음료수에 빨대를 꼽아 마시고 있다.
미현 (턱 괴며) 아 여행 갔다온지 얼마나 됐다고 따분하지. 참 너희 과 현정이 또 유학 간다며
종은 스토커 기질 있다 너. 별루 안 친하다면서 잘도 아네
미현 옆집이니깐 안 듣고 싶어도 다 들려. 우리 엄마랑 개네 엄마 같은 교회 다 니잖아.
종은 (장난스럽게) 사실대로 불어. 내말 맞지? 스토킹 한거!
미현 내가 미쳤냐!
종은 그나저나 유학 정말 많이 가네.
미현 누가 아니래. 돈이 많은가보지.
종은 (피식 웃은후) 조현정은 실력도 있잖아.
미현 하긴...
두 사람 다시 주스를 마신다.
미현 날씨 좋네. (손바닥으로 종은이 등을 팡팡친다.)
종은 (아파하다가) 뭐 재밌는 이야기 없어?
미현 (눈빛 반짝, 얼굴에 생기 돈다) 남자 얘기? (생각하기 시작한다) 맞다! 왜 우리 고등학교때 남자 때문에 전학간 애 있다고 했지?
종은 (생각 난듯) 아 그 전설의 킹카
미현 그래. 얼마전에 나 걔 봤다. 백미터 앞에서도 알아 보겠더라. 진짜 거짓말 하나 안치고 후광이 그냐앙! 심심한데 앨범 찾아볼까?
# 53 퓨처엔지니어링 사무실 (오후)
아이 러브 스쿨 홈페이지를 뒤지는 미현. 종은 미현의 뒤에서 관심어린 눈으로 홈페이지를 보고 있다.
종은 여기 주민번호 있어야 되잖아.
미현 걱정마 저번에 소개팅 나왔던 애가 이 학교 다녔어.
종은 훔친거야?
미현 훔치긴, 잠깐 놀아주고 혹시나 해서 알아 둔거야.
04년도 대신고교 졸업앨범 뜬다.
민현준이라는 이름 쓰여져 있고 짧은 머리의 현준 사진 뜬다.
종은, 깜짝 놀라는 표정.
미현 봐봐. 너 한번도 본적 없지? 진짜 귀티 나지 않냐?
종은 ...
미현 와, 갔네 갔어! 야야 그만 좀 밝혀 사진 닳겠다.
종은 (문득) 근데 왜 전학 간거래?
미현 아, 현준이 좋아하던 그 애? 글쎄 왜 라고 했더라. 알아볼까? 야 이러니까 꼭 우리 진짜 스토커 같애 킥킥
종은 (넋 나간 듯)닮았어...
미현 뭐가?
# 54 홍제천 (저녁)
종은, 츄리닝을 입고 만보기 차고 조깅중이다. 반대편에서 소희가 츄리닝 입고 걷고 있다.
소희 (감탄 한듯) 어얼~ 강종은 운동 꾸준히 하네. 이러다 에스라인 되겠다 너
종은 (뭔가 생각하다가 문득) 언니, 언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소희 뭔데? 고민 있어?
종은 아, 아니야. 나 먼저 갈게~
# 55 종은의 방. (저녁)
모니터엔 우울사 카페창이 열려있다. 모니터를 쳐다보는 종은.
[완벽한 추녀] 쪽지: 사랑은 쟁취야. 걱정 마 확 고백해버려
그 사람도 관심이 있으니까 자꾸 쳐다 보는 거라니까.
책상 옆 달력을 쳐다보고 있는 종은. 달력엔 [20일 해돋이 보러] 라고 쓰여 있다.
종은 (작게 중얼거리듯) 내일이네.
# 56 정동진 역(새벽)
해가 막 뜨고 있는 시간.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 웅성거린다. 소란스럽다. 해가 뜨기 시작한다. 환호성 지르는 사람들. 종은도 같이 질러대다가 살짝 고개 돌려 현준을 쳐다본다. 현준, 시선을 느끼고 종은을 쳐다본다. 천천히 현준에게로 다가가는 종은.
종은 (머뭇거리며) 저...저기...
현준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어요?
종은, 기다렸다는 듯 두 눈이 번쩍 커진다. 고개 끄덕인다.
# 57 정동진, 일행하고 좀 멀리 떨어진 곳. (새벽)
종은과 현준 서로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종은 먼저 고개 숙인다.
종은 웃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 그쪽이 자꾸 생각이 나서. 자꾸 생각나 고 그래서.. (망설이다가)
살짝 고개 들어 현준의 표정을 살핀다. 파도소리 들리고 현준은 조용하다.
종은 그러니까 몇 번 보지는 않았지만,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현준 물고기님 좋은 사람이에요 밝고 명랑하고...
종은 함박웃음으로 입 벌어진다.
#58. 정동진. (종은 상상씬)
신부 드레스를 입고 입을 쭈욱 내민 종은.
천천히 다가오는 정장 차림의 현준. 입술을 내민다
얼굴 발그레 해지며 현준의 목 뒤로 양손을 확 걸치는 종은.
#59. 정동진.(현실)
삐죽 내민 종은의 입술 쏙 들어간다. 현준,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연다.
현준 아직은 누굴 만날 정도로 여유롭지가 못해요.
파도소리. 종은 고개를 끄덕인다. 머뭇거리다 돌아서는 현준.
종은 (애처롭게) 저기! 그럼 연락처라도...안될까요!
다시 돌아선 현준. 어쩐지 우울한 표정이다.
현준 나중에 연락할게요.
이미 많이 멀어진 현준의 뒷모습. 파도소리 철썩철썩. 종은 고개 숙인다.
종은 나쁜 놈. 사람 설레게 만들어놓고...씨
종은, 계속 중얼거리며 입술을 앙 다문다. 바위 위에 쪼그려 앉아 돌 하나를 집어 바다로 던진다. 풍덩.
# 60 기차 안. (오후)
정동진에서 돌아오는 기차 안. 종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앞 자리에 앉아있는 현준. 현준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종은 독백: 하긴 나 같은게 눈에 들어오겠어. 그냥 웃어 준거야. 난 너무 평 범해서 그래서 눈에 띄지 않으니까 불쌍해서 웃어 준거야.
나 같은 건 죽어야 돼. 아무짝에도 쓸데도 없어.
앞좌석 의자에 머리를 기대는 종은.
종은 독백: 난 역시 안돼. 안되나봐...
# 61 종은의 방 (오후)
안절 부절 못하며 방을 돌아다니고 있는 종은. 그러다 결국 컴퓨터 앞에 앉는다. 쪽지창을 여는 종은.
보내는 사람: 하체 비만 물고기
받는 사람: 콤플렉스 못난이
내용: 그동안 고마웠어 . 생각해봤는데 결국 바보같은 짓이었어 마지막으로 못 난이랑 추녀언니는 보고 싶은데 언제쯤 시간 돼?
자판 두드리던 소리 끊긴다. 전송 누르는 종은. 시무룩한 표정. 순간 종은의 방 문이 열린다.
엄마 우리 딸 밥 먹어.
종은 아, 응.
서둘러 컴퓨터를 끄는 종은. 방을 나선다.
# 62 종은의 방. (새벽)
쪽지 창 떠있는 모니터 클로즈업.
받는 사람: 하체비만 물고기
보낸 사람: 완벽한 추녀
내용: 괜히 나 때문에 고백했다가 미안하다
그날 내가 맛있는거 많이 사줄게 ^^;
받는 사람: 하체비만 물고기
보낸 사람: 콤플렉스 덩어리
내용: 진짜 만나면 참 할 말이 많을 것 같아.
종은 타자기를 친다. 탁탁탁탁.
보내는 사람: 하체비만 물고기
받는 사람: 완벽한 추녀
내용: 예, 그럼 그때 뵈요.
종은, 모티터를 쳐다본다. 정모 사진중에 현준의 모습이 있다. 왠지 마음이 아프다. 결국 카페 탈퇴 버튼을 누른다. ‘탈퇴되었습니다.’ 뜨고, 종은 의자에 다리를 올려 다리를 꼭 끌어안는다. 우울한 표정. 종은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 63 한강 둔치 (저녁)
노을이 지는 강변. 산책 나온 사람들이 드문 드문 걷고 있다.
긴 머리에 스키니 진을 입은 여자가 종은 쪽으로 다가온다. 소희다.
소희 종은아 약속 있어?
종은 (놀란듯) 응? 아아,...어, 언니는?
소희 응? 나? (당황한듯) 아아, 난 그냥.. 누구 만나러..
종은 아아. 나도 누구 만나러 왔어.
어색하게 서로를 보며 웃는 두 사람. 서로 반대편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순간, 한강둔치 편의점쪽에서 현정이 나타난다. 그제서야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놀라는 세사람
# 64 한강 둔치 벤치 (저녁)
강변을 바라보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세 사람. 종은. 소희. 현정 서로 눈 마주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한다.
종은 (조심스럽게) 정말... 맞아?
세사람,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종은 (못믿겠다는 듯 확인하듯) 언니가 ...완벽한 추녀라고? 현정이 너 거짓말이 지? 아니지 너?
소희, 현정, 고개 끄덕인다. 세 사람 말이 없다. 자신의 안경을 건드리는 현정.
종은 이해가.. 안가.
종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갑자기 서로 서로 쳐다보는 종은.소희.현정. 황당한 듯 웃고 만다. 웃음소리 조금씩 커진다.
소희와 종은 서로 어깨치며 자지러지듯 웃는다. 현정도 한손으로 얼굴을 가린 체 웃는다.
# 65 인터넷 쇼핑몰 사무실 (오후/ 2주 전)
대기실 거울 앞에 앉아있는 소희. 같이 활동하는 여자모델이 소희의 옆자리에 앉으며 파우더를 바른다.
모델여자 너 일한지 얼마나 됐지?
소희 이년정도 됐을걸?
모델여자 그래? 그럼 너도 이제 슬슬 변해야하지 않겠어?
소희 (어리둥절한 표정) 그게 무슨 말이야
모델여자 솔직히 우리가 전문모델도 아니고, 조금이라도 더 일하려면 관 리 들어가야지. 그러니까 슬슬 질리지 시작할 때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코도 좀 다듬고...
소희, 충격받은 표정이다. 천천히 고개 돌려 거울 속의 자신을 쳐다본다.
소희 독백: 질리는 ...얼굴?
소희 표정이 굳는다.
# 66 대학 캠퍼스 정문 근처(오후/ 2주 전)
소희, 차창으로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시무룩해한다. 창밖에는 종은이 걷고 있다.
남 1 뭔 일 있었어?
소희 질리는 얼굴이래.
남 1 누가?
소희 모델 동기가.
두 사람 말이 없어진다. 차 지나가는 소리 들리다가
남 1 (빈정대듯) 질릴 수도 있겠네.
소희 (놀란듯) 응?
남 1 사실 나도 좀 질려. 바꿨으면 좋겠어
소희 (목청 높이며) 야.
소희 놀란 표정을 짓다가 억지로 고개를 끄덕인다.
남1 왜 짜증이야. 내가 틀린 말 했냐. 싫으면 내려.
화난 듯 남1을 노려보는 소희. 승용차는 사거리를 지나 육교 앞에서 멈춰 선다.
뛰쳐나가듯 문밖으로 나가는 소희. 쾅 문을 닫아버린다.
저 멀리 버스 정류장쪽에 종은이 서있다. 서서히 회상
인서트 흑백화면 # 32와 동일.
몇 일 전 홍제 천 산책길
뒤돌아서서 지갑에서 돈을 확인하는 종은. 그러나 표정은 밝다.
다시 현재. 버스정류장
버스를 타고 있는 종은. 그런 종은을 바라보는 소희.
소희 쟤는 그래도... 항상 웃네
# 67 한강 둔치 벤치 (저녁)
뒷 배경으로 아코디언을 들고 악사아저씨가 노래를 한다. 소희의 손에는 커피캔 하나가 들려있다.
소희 왜 내가 지들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지쳐 이런거. 항상 완벽해 보이기 위 해서 신경 쓰고 짜증나
다시 말이 없어지는 세 사람. 앞에 놓여있는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던 종은, 현정에게로 시선 돌린다.
종은 넌?
현정 (망설이다가 작게) 나도 그렇지 뭐.
# 68 지하철 안 ( 2주 전 )
핸드폰으로 전화 받고 있는 현정. 무표정이긴 하지만 우울해 보인다.
(F): 그깟 상 몇 개 탄다고 인생 달라지니?
유학 기껏 보내 놨더니 한다는 짓이 고작 그거야? 애니과?
이번에는 안돼. 이번 학기만 다니고 그만 다녀
현정,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닫는다. 작게 한숨 쉰다.
커피자판기 쪽으로 걸어가는 현정. 종은이 바닥에서 동전을 줍고 있는게 보인다.
왠지 부러운 듯 종은을 쳐다보는 현정. 현정 회상
인서트 # 26과 동일.
중학교 미술부 복도를 걷고 있는 현정.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창 너머로 미술부에서 그림 그리는 종은의 모습이 보인다.
현정 (혼잣말처럼)...넌 정말 그리는거 좋아하는 구나
# 69 한강 둔치 벤치 (저녁)
무척 놀란 표정의 종은. 소희와 현정은 말이 없다.
현정 나 내가 하고 싶어서 뭘 해본 기억이 하나도 없어. 그냥
시키는데로만 해왔어. 나 이상하지?
쓸쓸하게 미소 짓는 현정.
현정 난 네가 참 부러웠어. 아니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늘 그랬어
종은 ...네가?
소희 종은이는 절대 포기 하지 않잖아. (웃으며)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종은의 입가에 알듯 모를듯한 미소가 번진다. 종은의 핸드폰 진동해댄다. 모르는 번호. 종은은 핸드폰을 그냥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종은 나레이션: 완벽한 현정이도, 예쁜 소희 언니도 나를 다 부러워한다
나...정말 괜찮은걸까?
# 70 현준의 집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현준.
(F):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메시지를 남기실 경우 삐 소리가 나면..
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떼어내는 현준. 조용히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놓는다.
# 71 종은의 집 다세대 주택 옥상 (저녁)
멍한 표정으로 노을지는 산쪽을 바라보는 종은. 움직임 없이 눈만 깜박여댄다.
종은 (독백): 말도 안돼. 진짜 말도 안돼 꿈일까? 그래, 이건 꿈일꺼야.
손을 들어 자신의 손을 쳐다보다가 볼을 꼬집어보는 종은. 아프자 인상을 찌푸린다.
종은 (독백): 꿈이 아니다. 꿈이 아니네...
종은 괜히 골치 아프네.
우웅, 갑자기 진동하는 핸드폰. 문자가 왔다. 폴더 열어 확인하는 종은.
[아까 전화했더니 받지 않던데 바빠요? -가해자학생]
깜짤 놀란 표정의 종은.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 건다.
현준 (F) 여보세요.
종은 아까 전화하셨어요?
현준 (F) 네
두 사람 어색한 분위기. 잠시동안 말이 없다.
종은 저기..
현준 (F) 우리 만날까요?
종은 예?
현준 (F) 지금 가능하세요?
종은 (놀란듯) 네?
현준 (F)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 72 호프 집 (밤)
현준과 종은 테이블 하나 사이를 두고 마주보고 앉아있다.
테이블 위에는 500CC 맥주 두 잔과 생맥주 큰 병이 놓여있다.
현준 미안해요, 불러내서.
종은 아, 아뇨. 괜찮아요.
두 사람 말이 없다. 어색한 분위기.
현준 한잔 하시겠어요?
종은 아, 네.
종은에게 잔을 내밀며 술을 따라주는 현준.
현준 난 사람을 만나는게 무서워요.
종은, 말없이 술을 마신다.
현준 나 때문에 누군가 다쳤다고 생각하면 미칠듯이 괴로워요. 나 너무 바보 같 죠?
현준을 쳐다보는 종은. 어이없다는 시선이다.
현준 내 말 좀 들어줄래요?
가만히 현준을 쳐다보던 종은. 뭔가 떠오르려 한다.
#73. 미현의 방 ( 몇일 전 /흑백)
미현과 종은 책상의자와 침대에 앉아 대화중이다.
미현(E): 둘이서 번개 했는데, 그 전설의 킹카 현준이가 나왔대
그런데 현준이는 장난으로 채팅한거였나봐.
은영이는 진심이었거든. 은영이가 본래 이상한 병 앓고 있어서 몸도 약하 고 좀 내성적이었 잖아. 참 너는 같은 반 아니어서 모르지? 아무튼 학교도 쉬고 안 나온거야. 자해도 하고 난리도 아니었대
종은: 와 진짜? 무섭다 진짜 좋아했나 부네
미현: 현준이라는 애도 충격이 심했나봐. 몇 달동안 우리 학교 뒤에서 몰래 기다리 다가 학주한테 걸리고 그랬다나봐.
# 74 호프 집 (밤)
현준, 괴로운듯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현준 나 때문에 병이 더 심해졌대요. 그런데 만날 수가 없었어요. 정말 미안하다 고 말하고 싶었는데... 사실 무서워서 피해 다녔거든요...
종은, 현준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전에 미현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른다.
과거 회상.
<인서트> 퓨쳐 엔지니어링 사무실 내부 <흑백>
미현 : 은영이 이제 치료 거의 끝났다고 하더라.
종은, 현준의 잔에 맥주 따라준다.
현준 ...
종은 그 애 한테 사과하고 싶은거에요?
현준 고개 끄덕인다.
종은 도와줄게요. (웃으며) 사실 내 친구가 거의 스토커 수준이거든요.
종은, 술잔을 들어올린다.
종은 (웃으며) 우리 친하게 지내요.(뭔가 생각 난듯) 참 우리 동갑인데 말트는게 어때?.
현준 아직 머뭇거린다. 종은, 현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힌다.
종은 우울함 극복을 위하여!
짠 소리 들리고 술을 들이키는 두 사람.
종은 나레이션: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고통 받 는 사람. 주변의 기대 때문에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해야 하 는 사람...하지만...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 75 사랑의 나눔 집 (낮)
넓은 강당. 사랑의 자원 봉사단이라는 현수막 걸려있다. 무대에 서 있는 종은, 소희, 현정. 장애우 아이들 무대에 서 있는 세 사람을 쳐다보고 있다. 공주 옷을 입고 있는 소희.
소희 어떤 옷을 입어도 아름다워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약속대로 넌 죽어줘야 겠어!
재단사 복장의 현정, 떨기 시작한다.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종은. 앞으로 나서 현정을 막아선다.
종은 공주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소희 넌 뭐냐
종은 저는 이 분의 제자입니다. 공주님이 아릅답지 않은건 자꾸만 꾸미려고 하 기 때문입니다. 거울을 보세요. 화려한 옷 때문에 공주님의 눈이 머릿결이 빛을 잃지요.
현정, 종은을 쳐다보고, 소희도 종은을 쳐다본다. 종은에게 시선집중.
종은 공주님은 무척 아름다우십니다.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우세요. 공주님, 다시 한번 자신을 바라보세요.
소희, 망설이다가 거울 속의 자신을 쳐다본다. 공주의 몸에서 화려하고 큰 드레스를 벗긴다.
종은 숨기지 마세요. 꾸미지 마세요. 공주님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우세요.
종은을 바라보다가 다시 거울 속의 자신을 쳐다보는 소희. 입가에 서서히 미소를 짓는다.
요정복장을 한 카페 회원들이 나와 춤을 춘다. 막이 내려가고 장애우들이 만족한듯 박수친다.
현정 덕분에 공주님의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고맙다, 내 제자.
종은 감사합니다.
(객석을 향해서) 자, 여러분!! 모두 일어나서 춤춰요!
여러분 모두는 소중한 사람들 입니다!
장애우 아이들과, 연극무대에 섰던 우울사 회원들 모두 함께 춤을 춘다.
활짝 웃고 있는 세 사람. 종은. 현정. 소희
# 76. 대학 병원 (저녁)
병원 내부로 걸어가는 현준. 환자들 몇몇이 지나간다.
현준의 손에는 작은 쪽지와 꽃다발이 들려있다.
# 77. 일반 환자실. (저녁)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현준.
병실 침대위에 누워있는 은영. 현준을 보자 미소 짓는다.
# 78. 병원 위 하늘 (저녁)
유성하나가 긴 꼬리를 흘리며 떨어진다.
미세한 공기 중의 먼지들이 반짝 반짝 아름답게 날아 다닌다. (특수효과)
종은 나레이션: 무한한 우주의 작은 먼지 같은 우리들. 너무 작아서 하나하나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름답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는 남과 비 교할 수 없는 지구상에 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먼지이니까요.
엔딩 크레딧 올라간다 끝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잘 쓰셨어요..
너무재미있게 잘봤어요. 이야기 하나하나가 너무 잘짜여진거 같아요. 등장인물들도 살아있는것같고요~!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먼지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도네요 ...잘 읽었습니다..^^
처음엔 빤한 스토리와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재미있네요. 공감가는 캐릭터들. 영화화 된다면 좋겠어요. 감동적일 것같아요 ㅠ_ㅠ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