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그러니까 내가
멧사냥에 막 입문할 즈음에 들은 얘기들이다.
지금은 떠났지만 그가 우리단체에 몸담고 있을 때
우리는 그를 2프로라 불렀다.
그렇게 부른 이유는 그와 상대를 하다보면 약간 모자란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질 않은 것 같은데 누군가가 그를 그렇게 표현했고
그 표현이 우리들 사이에 그대로 받아들여져 언제부턴지
이름보다는 2프로라 부르는 게 통례가 되어버렸다.
그런 그를 동생으로 알아 내 깜량껏 대했지만
마음에 섭섭함을 주고 떠나가더니 요즘 들리는 말로
다시 우리단체에 들어왔으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한다.
그가 처음 수렵면허시험을 보고 안전교육을 받으러
충북 청원에 있는 사격장을 가게 되었을 때 함께 동행했다.
이어 면허증을 받고 엽총소지허가증을 취득하자마자
유해조수구체단에 추천했다.
지금같으면 어림도 없는 얘기였지만 당시에는 가능했다.
물론 타 단체의 반대가 있었지만 내가 한 조가 되어
책임지고 데리고 다니며 적극활동할 터이니 입단시켜 달라해서
면허증 딴지 두 달도 안된 상태에서 구제단원이 되었다.
유급 밀렵감시단에 언제나 그를 넣었다.
우리를 떠나는 해 겨울에는 월 130만원가량 되는 밀렵감시단으로
4개월을 활동하여 적잖은 동절기 용돈까지 벌게 해줬지만
뭐가 서운했는지 감시반 활동이 끝나자 마자 우리를 떠나갔다.
자신에게 우리단체에서 해준게 뭐냐는 볼멘 목소리를 내면서....
심한 배신감이 들었지만
간간 그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런 그 였지만 다시 우리단체에 들어온다면
받아드리자는 말을 회원들에게 하곤 했었다.
모임자리에서 이 말을 할 때 강성회원은 일언지하에
그런 녀석을 결코 받아드려서는 않된다고 핏대를 세웠다.
이 동생이 어디에서 들었는지
아랫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금산에 알아주는 멧사냥꾼이 있었다.
가난한 집에 겨울이면 멧돼지를 전문으로 잡아
그걸로 수입을 올려 가용으로 했다.
날이면 날마다 산에 올랐고 많은 멧을 잡았다 한다.
서울에 있는 기업체 사장이 사냥을, 그것도 멧돼지 사냥에
관심이 있었는 데 어쩌다 금산의 이 멧사냥꾼 얘기를 들었다.
줄을 대 사장과 금산의 사냥꾼이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같이 산에 올라 멧사냥을 하게 되었는 데
돼지를 견들이 코너에 몰아 놓았다.
여느 개들과 달리 기가막히게 잘 해주었다.
이에 금산의 멧사냥꾼은 총을 사장에게 들려주며
개들에게 묶인 돼지를 쏴보라 했다.
돼지는 즉석에서 떨어졌다.
사장은 멧사냥의 희열을 전신으로 느꼈다.
사장은 멧사냥으로 계획에 없는 며칠을
더 금산에서 보내게 되었다.
놓치는 돼지없이 만날 때마다 돼지를 잡았고
그때마다 사장이 총을 쏘았다.
사장이 상경하게 될 전날 저녁,
거하게 저녁식사를 마친 자리에서
사장은 머뭇거리다 사냥꾼의 개들를 자신에게 팔라했다.
사냥꾼은 그럴 수 없다 했다.
그러자 사장은 사냥꾼에게 수표를 한 장 주었다.
그 수표란 게 백지수표였다.
당신이 원하는 만큼 개값을 받으라는 뜻이었다.
사냥꾼을 그 수표를 가지고 잠자리에 들어
많은 생각을 했다.
다음날,
떠나려는 사장앞에 문제의 수표를 보여주었다.
액수가 적혀있었다.
사냥꾼은 자신이 부리든 개를 서울 사장에게 팔기로 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최고 금액으로,
얼마인지는 모른다.
다만 짐작으로 4ㅡ5천은 됐으리.
헤어지는 자리,
잠간 수표의 전면을 들여다 본 사장은 크게 한 번 웃었다.
그리고 적은 금액에 0하나를 더 붙여 써 넣는 것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금액에서 열배를 더 주겠다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이 너무 소심하다는 말로 경직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사장은 상경했다.
금산 사냥꾼은 그 돈으로 원하는 장소를 골라 식당을 차렸다는 것이다.
언젠가 전국규모의 수렵단체 K회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 얘기를 하고 얘기끝에 혹시 이들 주인공들을 아느냐 물었다.
모른다 했다.
사실여부를 확인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다만, 짐작은 가지만 여기에서 누구라고 밝힌다는 게
그렇다.
말썽의 소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얘기하나,
금산에서 머잖은 영동의 양산에 사는 아무개였는 데.
이름도 성도 모르는 그저 아무개.
이 아무개에게 기막힌 명견이 있었다 한다.
왜 명견이냐?
멧돼지를 잡는 데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한다.
개는 한 마리,
그것도 소형중에 소형으로 얼마나 작았던지
사과박스나 륙샥에 들어 갈 정도의 크기였다고 한다.
짐작키로 왈왈이 소형이었든 모양이다.
들리는 소문에 이 개 한마리 값이 대전 중소형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고 했다.
널리 소문이 퍼쳐 뒷곁 남 눈에 띄이지 않는 곳에 기르고
산에 오를 때도 동행자를 두지 않았다 했다.
지금 생각하면 풍문에 떠도는 얘기였고
풍문이라지만 출처는 확실하여 그런 개가 있었겠지만
아파트 한 채 값이 나갈만큼의 가치있는 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풍문이란 보태고 부풀려 멀리 갈수록 그 덩치가
커지기 마련이니까.
하기는 김왕석의 꾼1에 나오는 곰사냥 개가 있다.
초겨울 홍학봉포수가 함경도 산중의 곰사냥꾼 할배를 찾아갔을 때
그 할배가 기르고 있는 개란 게 눈꼽이 덕지덕지 붙고
아궁이 곁에 잠자리해 털은 그을리고 뒤엉겨 꾀죄죄한 그런 개였다.
뭐 이런 녀석이 곰사냥 하랴 했지만
홍학봉은 사립문 나서 산에 오르자 이 개의 진가를 알게 된다.
정확히 곰 동면처를 찍어 주었기 때문이다.
어쨋뜬 양산의 소형 왈왈이가 멧사냥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 귀에까지 앉게 되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