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고급문장수업 - (452) 말 많고 탈 많은 띄어쓰기 정체·둘/ 저자 박대순

[화룡이(이창모)]

말 많고 탈 많은 띄어쓰기 정체·둘

네이버블로그/ 띄어쓰기와 정체

글 쓰는 사람치고 띄어쓰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입니다. 우리 말글에서 정말 까다롭기 짝이 없는 게 띄어쓰기임은 나 역시 부인할 생각이 없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광고 문안 등에서는 정보 전달의 효율성을 앞세워 띄어쓰기를 무시한 글쓰기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글쓰기 참여 기회가 거의 무제한 열려 있는 통신 게시판 같은 곳에서는 쓰는 사람 마음대로 띄어쓰기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사실 마음 먹고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려 해도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생각할수록 머리만 더 아파지기 일쑤지요.

문제는 아무리 골치 아픈 것을 피하려는 세태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도 띄어쓰기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태도는 우리 말글 파괴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바쁜 세상에 언제 일일이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면서 글쓰기를 하느냐 뜻만 통하면 그만이지’ 하는항변도 들려오긴 합니다.

그러나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는 것을 보편주의를 거부하고 말글 쓰기의 획일화를 꾀하는 일 정도로 여겨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말글을 적는 독특한 양식인 띄어쓰기―물론 로마자에도 띄어쓰기는 있지만 조사의 다양한 쓰임과 어미 활용이 많고, 합성어와 파생어가 발달한 우리처럼 복잡하지는 않겠지요―를 제대로 하는 일은 어찌 보면 우리 말글의 바탕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말글은 형식 형태소와 실질 형태소가 결합돼 단어를 이루는 교착어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형식 형태소인 조사나 어미, 그리고 접사가 이루는 범위와 관계를 문장의 쓰임에 따라 따져 밝히는 것은 국어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이론이 생길 만큼 무척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한글 맞춤법에서는 제41항과 제50항까지 다음과 같은 띄어쓰기의 기본 원칙 열 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조사는 그 앞 말에 붙여 쓰다.

너 밖에, 말글 지킴 부터, 민주주의야 말로, 꽃 입니다. (×)

너밖에, 말글 지킴부터, 민주주의야말로, 꽃입니다. (○)

2.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갈둥 말둥, 숨쉬는듯, 너만 할수 있나, 그럴줄, 아는척 (×)

갈 둥 말 둥, 숨 쉬는 듯, 너만 할 수 있나, 그럴 줄, 아는 척 (○)

생각하는바, 세상을 떠난지, 아는것이 힘 (×)

생각하는 바, 세상을 떠난 지, 아는 것이 힘 (○)

3.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

한개, 열대, 스무명 (×)

한 개, 열 대, 스무 명 (○)

죽 한끼, 향수 한병, 풀한포기 (×)

죽 한 끼, 향수 한 병, 풀 한 포기 (○)

[다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려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세시 사십분 육초, 제오과, 육학년, 팔층,

1999년 4월 9일, 3대대, 14동705호, 제2실습실

60원, 30개, 3미터

4. 수를 적을 때에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

십육 억 오천사 백 칠십삼 만 삼천삼백 사십구 (×)

십육억 오천사백칠십삼만 삼천삼백사십구 (○)

16 억 5473 만 3349 (×)

16억 5473만 3349 (○)

5. 두 말을 이어주거나 열거할 적에 쓰이는 말들은 띄어 쓴다.

시인겸 교수, 서른내지 마흔, 다리 건물등, 삼성대 동아 (×)

시인 겸 교수, 서른 내지 마흔, 다리 건물 등, 삼성 대 동아 (○)

6.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그때 그곳, 좀더 큰것, 이말 저말, 이것, 저것, 한잎 두잎

7. 보조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식량이 떨어져 간다. (○)

식량이 떨어져간다. (○)

어린아이 혼자 힘으로 해 낸다. (○)

어린아이 혼자 힘으로 해낸다. (○)

저 친구 잘난척 하네. (○)

저 친구 잘난척하네. (○)

눈이 올 듯하다. (○)

눈이 올듯하다. (○)

[다만]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합성동사인 경우, 그리고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적에는 그 뒤에 오는 보조용언은 띄어 쓴다.

용케도 숨어만 다니는구나. (중간에 조사가 들어 갈 경우)

애인을 만나도 보고 (앞말에 조사가 있는 경우)

끝까지 덤벼들어 보아라. (앞말이 합성동사인 경우)

녀석이 올라갈 듯도 한데. (앞말이 합성동사인 경우)

8.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

박정희(朴正熙), 서화담(徐花潭), 김갑수 씨, 안창호 선생, 서재필 박사, 김유신 장군

[다만] 성과 이름, 성과 호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띄어 쓸 수 있다.

남궁준 / 남궁 준, 황보연 / 황보 연, 독고영재 / 독고 영재

9. 성명 이외의 고유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

문화 초등학교, 동화 대학교 사범대학 (원칙)

문화초등학교, 동화대학교 사범대학 (허용)

[다만] 지명에 붙는 다음의 접미사는 우리말 고유명사 뒤에서는 붙여 쓰고, 외국어의 고유명사 뒤에서는 띄어 쓴다. 〈대동강〉, 〈한라산〉, 〈런던 시〉. 〈올림푸스 산〉, 〈템즈 강〉

10. 전문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중거리 탄도 유도탄 (원칙)

만성골수성백혈병, 중거리탄도유도탄 (허용)

그러나 이 열 가지 원칙만으로 띄어쓰기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반드시 띄어 쓰도록 규정돼 있는 의존명사일 경우, 대명사와 관형사 또는 관형사형과 어울려 하나의 낱말로 굳어진 것들은 붙여 써야 하고(예 참조), 관형사인 〈이〉, 〈그〉, 〈저〉는 홀로 쓰일 때에는 반드시 띄어 써야 맞지만 합성어의 어근으로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써야 합니다(예 참조).

예) 윗말과 굳어져 합성어로 인정되는 의존명사

ㄱ. 것 – 이것, 저것, 그것, 들것, 날것, 산것, 별것, 탈것, 생것, 아무것

ㄴ. 번 – 금번, 이번, 저번, 요번, 한번, 먼저번

ㄷ. 이 – 이이, 저이, 늙은이, 젊은이, 어린이

ㄹ. 쪽 – 동(서, 남, 북)쪽, 위쪽, 아래쪽, 오른쪽, 왼쪽, 양쪽, 그쪽, 반대쪽, 한쪽

ㅁ. 판 – 노름판, 윷판, 씨름판

ㅂ. 편 – 이편, 저편, 그편, 오른편, 왼편, 인편, 차편, 배편

ㅅ. 짝 – 이짝, 저짝, 그짝, 오른짝, 왼짝, 위짝, 아래짝

ㅇ. 즈음 – 요즈음, 이즈음, 그즈음

ㅈ. 나절 – 한나절, 반나절

예) 〈이〉, 〈그〉, 〈저〉가 합성어의 어근으로 쓰이는 경우

ㄱ. 〈이〉 - 이것, 이곳, 이년, 이놈, 이달, 이담, 이만, 이번, 이분, 이승, 이이, 이제. 이중, 이즘, 이짝, 이쪽, 이쯤, 이편, 이후

ㄴ. 〈그〉 - 그간, 그것, 그날, 그녀, 그년, 그놈, 그사이, 그이

ㄷ. 〈저〉 - 저것, 저기, 저네, 저번, 저이, 저쪽, 저편

이 밖에도 부정 부사로 쓰이는 〈안〉, 〈못〉이 합성어로 쓰일 때의 띄어쓰기도 주의해야 합니다. 용언 앞에 와서 부정 또는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안〉이 첫머리에 오는 합성어는 〈아니하다〉의 준말인 〈안하다〉 하나뿐입니다. 따라서 그 외에는 〈안〉을 모두 띄어 써야 맞습니다(예 돈을 안 주다, 꿈을 안 꾸다.).

또 동사 앞에 와서 불가능을 나타내는 〈못〉이 첫머리에 와서 붙여 써야 하는 합성어의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예, 못생기다. 못미처, 못마땅하다, 못쓰다, 못하다, 못나다, 못되다, 못살다).

그러나 〈못〉이 합성어의 어근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래 예처럼 부정형의 의미가 약해졌을 경우이고, 부정의 뜻이 살아 있으면 반드시 띄어 써야 맞습니다.

사람이 그러면 못써 (붙여 씀)

사람이 글씨를 못 쓰나 (띄어 씀)

< ‘박대순의 맞춤법 이야기, 말글과 함께 숨쉬기(박대순, 토마토, 1994)’에서 옮겨 적음. (2023. 8.15. 화룡이) >

[의초 이정석]

띄어 스기는 저 뿐만이 아니라
모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망고]

시인님.
오늘따라 무궁화꽃이 더 예쁘게 보여요.

[화룡이(이창모)]

모든 사람이 다 어려워하면서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몸부림 아니겠는지요.

고맙습니다.

[의초 이정석]

사진은 궁남지에서 촿영했습니다
전주수목원에 가면 품종 별로 여러가지
무궁화가 있는데....
무궁화는 여름에 더울 때 피어서
촬영가기가 어렵습니다.
오전에 밭에 다녀왔습니다...

[망고]

출력해서 책상 앞에 붙여놔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화룡이(이창모)]

고맙습니다.
띄어쓰기의 고수가 되는 날까지
고고(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