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로나 타이드스퀘어 제공
지중해와 면하고 있는 카탈루냐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휴양지로 사랑받는 숨은 명소를 여럿 지니고 있다. 낯설지만 숨은 보석처럼 카탈루냐의 다양한 매력을 품은 도시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중세도시의 매력 간직한 ‘지로나’
도시 전체에 중세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로나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중세도시의 모습을 간직한 유적지로는 14세기 고딕 양식의 산 펠리우 대성당, 로마네스크와 바로크, 고딕 양식이 조합돼 있는 지로나 대성당, 한때 무어인(아랍계 이슬람교도)을 위한 모스크로 쓰였던 산타마리아 성당 등이 대표적이다. 파리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브 에펠의 초기 작품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통로인 붉은색의 에펠다리도 지로나를 대표하는 관광명소 중 하나다.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 ‘로제즈’
카탈루냐 북부 도시 로제즈(Roses)는 스페인은 물론 유럽에서 잘 알려진 휴양지다. 바르셀로나에서 차로 2시간 떨어진 로제즈는 프랑스와 인접해 도시 전체에서 프랑스 남부 도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일자로 뻗은 작고 잔잔한 해안선의 로제즈 해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 중 하나’로 유명하다. 바닷가 언덕을 따라 자리잡은 고급 주택들과 평화로이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프랑스 칸 해변을 닮았다. 언덕 위 주택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는 야간에는 해변 일대가 이탈리아 아말피 해변과 같은 화려한 야경 명소로 탈바꿈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 중 하나로 꼽히는 로제즈 타이드스퀘어 제공
르네상스 유적지인 라 시우타델라는 군사 용도로 지어져 지금은 도시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쓰이고 있다.
코스타브라바 해안마을 ‘요렛 데 마르’
요렛 데 마르(Lioret De Mar)는 바르셀로나에서 북동쪽으로 75㎞, 지로나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카탈루냐 지방을 감싸고 도는 길이 120㎞의 코스타브라바 해안 소도시 중 스페인 사람들이 휴양지로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만을 따라 길게 이어진 해변과 태양에 반짝이는 모래사장, 짙푸른 바다, 해안 도로변 낭만적인 분위기의 노천카페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매력적인 레저 휴양지다.
스페인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 요렛 데 마르 타이드스퀘어 제공
대표적인 관광 명소는 1919년 조성된 해안정원 산타 클로틸데 가든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을 따른 정원 끝자락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코스타브라바 해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포인트도 있다. 매년 봄(5월) 해변에선 ‘건강한 맥주(birrasana)’를 주제로 수제맥주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선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있는 양조장에서 제조한 100여 종의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다.
스페인의 산토리니 ‘라메틀라 데 마르’
카탈루냐 남부의 작은 마을 ‘라메틀라 데 마르(L’Ametlla de Mar)’. 2000년 전 로마제국 주요 도시 중 하나였던 타라고나(Tarragona)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3대 문명의 집합지인 토르토사(Tortosa)의 중간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인 타라고나와 토르토사 여행 중간에 잠시 짬을 내 들러보면 좋은 곳이다.
지중해를 마주한 해안가에 하얀색 건물들이 모여 있는 마을 풍경은 그리스 산토리니와 흡사하다. 라메틀라 데 마르가 스페인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이유다. 카탈루냐 지방의 대표적 참치 양식 지역인 이곳에선 카타마란(쌍동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참치와 함께 바다 수영을 즐기는 이색 체험도 할 수 있다.
여기만큼은 꼭! 카탈루냐 여행 필수 코스 3選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없는 게 없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워낙 볼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해 여행 경험이 풍부한 고수라 할지라도 쉽사리 여행코스를 짜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준비했다. 카탈루냐 자유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 코스를 소개한다.
안드레아 가우디 건축투어
바르셀로나 도시 전역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드레아 가우디의 손끝에서 탄생한 각양각색의 건축물이 퍼져 있다. 가우디의 초기작인 구엘공원(사진)과 구엘저택, 발코니와 기둥이 시체의 뼈를 연상시켜 ‘뼈로 만든 집’으로 불리는 카사 바트요, 산을 형상화한 유연한 곡선의 카사 밀라, 가우디 사망 100주기에 맞춰 2026년 완공 예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이 대표적이다.
투어는 전일과 반일 코스 중 고를 수 있다. 한국인 가이드가 동행해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격은 입장료와 차량비 제외 1인당 3만~4만원 선. 자유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바르셀로나 시티투어 버스(1~2일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포르투아벤투라 테마파크투어
바르셀로나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포르투아벤투라(Port Aventura)는 연간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스페인 최고의 놀이공원이다. 지중해와 멕시코, 중국, 폴리네시아 등 6개 테마관에 샴발라와 드래곤칸, 퓨리어스 바코 등 40여 개 놀이시설을 갖췄다. 바로 옆 페라리랜드(사진)는 아부다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페라리 콘셉트의 테마파크다. 5초 만에 시속 180㎞로 치솟는 레드포스, 페라리 익스피리언스 등 최신 놀이시설을 갖췄다.
포르투아벤투라까지는 바르셀로나 그라시아(gracia)역 또는 산츠(sants)역에서 기차 렌페(renfe)를 이용하면 된다. 포르투아벤투라역까지 소요시간은 약 20분. 입장료는 성인 기준 57유로. 기차역 자동판매기에서 기차왕복권과 입장권(포르투아벤투라+페라리랜드)이 포함된 통합권(48~55유로)을 구입하는 게 싸다.
라로카빌리지 쇼핑투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 중 하나는 쇼핑이다. 카탈루냐도 예외는 아니다. 라로카빌리지(La Roca Village)는 카탈루냐 쇼핑투어의 시작이자 끝인 대형 아울렛 단지다. 명품 브랜드는 물론 스페인 로컬 브랜드까지 130여 개가 넘는 매장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선 한국보다 최대 60%까지 싼 가격에 유럽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아울렛 내에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창구는 공항보다 수수료가 다소 비싸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오후 9시.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오전 9시부터 1시간 단위로 셔틀버스 ‘쇼핑 익스프레스’를 운행한다. 성인 기준 20유로. 탑승권은 여행 액티비티·교통패스 온라인 사이트 또는 아울렛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하룻밤만 머물기엔 아쉬운 이색숙소 5 곳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의 활기와 열정은 건축물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카탈루냐 출신인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카탈루냐에서는 하룻밤만 보내기에는 아까운 아름다운 숙소가 많다. 전 세계 숙소 가격비교 서비스로 이름 높은 올스테이는 카탈루냐의 멋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이색 숙소 다섯 곳을 소개한다.
엘 팰리스 바르셀로나(바르셀로나)
수많은 유명인사가 방문한 엘 팰리스 바르셀로나 타이드스퀘어 제공
카탈루냐의 중심 바르셀로나 람블라 거리에 있는 엘 팰리스 바르셀로나는 1919년 개장한 5성급 호텔이다. 스페인 국왕과 수많은 유명인사가 방문한 이 호텔은 침구뿐만 아니라 조식, 어메니티까지 완벽하다. 호텔 루프톱 바에서는 사그리아 파밀리아 성당과 함께 바르셀로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인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는 도보 15분으로 스페인의 핵심 명소와 인접해 있다.
올라 바르셀로나(바르셀로나)
올라 바르셀로나의 루프톱 수영장 타이드스퀘어 제공
올라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음악당, 카탈루냐 광장, 람블라 등 바르셀로나 대표 관광지와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부티크 호텔이다. 바르셀로나 도시 전망과 지중해를 동시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루프톱 수영장이 있다. 호텔 내 레스토랑에선 미식 여행가들에게 필수 코스라고 알려질 만큼 맛있는 스페인 전통 요리도 맛볼 수 있다. 가족 여행객과 나홀로 여행족에게 안성맞춤이다.
살레스 호텔 & 스파 칼라 델 피(지로나)
스페인 북부 지로나는 중세 시대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도시로 신혼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살레스 호텔 & 스파 칼라 델 피는 오션뷰 객실을 보유한 지로나 대표 럭셔리 호텔이다. 호텔의 야외 수영장은 물론 객실에서도 편안하게 지중해를 만끽할 수 있다. 실내 수영장과 스파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호캉스 장소로 최적이다.
호텔 밈 시체스(시체스)
‘카탈루냐의 지중해’ 시체스는 겨울 여행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호텔 밈 시체스는 지중해 해변가에 있는 4성급 호텔이다. 루프톱 수영장 및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호텔 투숙객에게는 무료 스파 이용권을 제공한다. 호텔 밈 시체스는 세계적인 축구 선수 메시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호텔 로비에서 실제 메시의 발롱도르를 구경할 수 있다.
파라도르 데 토르토사(토르토사)
카탈루냐 지방의 가장 남쪽 토르토사는 카탈루냐 전통뿐만 아니라 로마, 이슬람 등의 문화도 함께 엿볼 수 있다. 파라도르 데 토르토사는 10세기에 지어진 고성을 호텔로 리모델링해 스페인 국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4성급 호텔이다. 라 수다 성, 왕립 학교, 산타마리아 데 토르토사 대성당 등 파라도르의 역사적 장소와 인접해 있다. 고즈넉한 카탈루냐 역사 탐방을 하는 여행자들에게 추천하는 호텔이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美의 도시 味의 향연
흔히 중국 음식은 없고 이탈리아 음식도 없다고 한다. 프랑스도 그렇다. 땅이 넓기도 하지만 풍토와 기후, 산물과 지역의 역사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식도 당연히 다르다. 스페인도 그렇다. 좀 다른 각도의 이야기지만, 스페인은 지역별로 자치성이 아주 강하고, 심지어 독립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심하다. 축구가 그토록 격렬한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하기도 한다. 그래서 카탈루냐의 음식은 스페인 음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냥 카탈루냐 음식이다.
우리 같은 동양의 이방인이 보기에도 스페인 전국을 여행하면 음식 문화가 확확 바뀌는 걸 느낄 정도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남쪽에 있는 것 같지만 스페인 전체가 서쪽으로 갈수록 기울어져 있어서 위도상 북부의 감이 강하다. 피레네산맥을 경계로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남으로는 넓은 지중해와 북으로는 산악지형을 아우른다.
음식문화가 독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카탈루냐 사람들의 성정이 개성이 강하고 심미안이 있으며, 음식에 까다롭다고 하니 이 지역 음식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정치적으로 프랑코 독재정권에 반대해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으며 투쟁했던 과거가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보케리아 시장의 식재료
카탈루냐는 여러 개의 주를 포함하지만 역시 유명한 건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의 심장은 역시 보케리아 시장이다. 이 시장의 바에서 카탈루냐풍의 음식에 와인 한 잔을 하는 건 이 지역 관광의 기본이기도 하다. 보케리아 시장은 그냥 ‘고기를 파는 곳’이란 뜻이다. 11세기 형성되기 시작해 종합시장으로 성장했다.
카탈루냐 지방의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한 파에야
맛있는 음식이 지천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역시 해산물이다. 바다가 이 도시 앞에 펼쳐져 있지 않은가. 우선 오징어, 꼴뚜기, 한치, 문어 같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두족류, 연체류를 볼 수 있다. 철마다 다르게 나오고, 요리법이나 맛도 좀 다르다. 한치를 철판에 구워서 내는 요리나 꼴뚜기를 삶아서 빵에 얹거나 올리브오일에 버무린 요리는 빠뜨리면 안 된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콩을 좋아하는데, 샐러드에도 수프에도 자주 등장한다.
1년 중 6개월만 영업하는 세계 최강 식당 엘블리
카탈루냐의 명물 요리 중에는 한국인이 특별히 신기(?)해할 요리가 있다. 판 콘 토마테다. 판은 빵, 콘은 영어로 하면 위드(with), 토마테는 토마토. 잘 익은 토마토를 빵에 펴 바르고 향기롭고 매운 향이 나는 올리브오일을 뿌려 먹는데, 생마늘을 문지른다는 점이 독특하다. 유럽은 좀체 생마늘을 잘 안 먹는다. 이 음식은 간결하지만 카탈루냐의 음식문화가 어떤 형식인지 이해할 수 있는 관문이다. 간결하고 단순하며, 기본적인 재료의 맛, 특히나 자연이 준 은혜로운 미각을 체험하게 해준다.
빵 위에 토마토와 올리브오일 등을 발라 먹는 판 콘 토마테
흥미로운 건, 이렇게 재료의 맛을 강조하는 카탈루냐의 요리 풍토에서 세계 최강의 식당 엘불리를 배출했다는 사실이다. 1년에 6개월만 영업하고 나머지는 요리 연구에 몰두하는 페란 아드리아라는 괴짜에 의해서다. 물론 현재 이 식당은 사실상 문을 닫았지만, 그는 보케리아 시장에 여전히 나타나며 장을 본다.
대구는 사실 스페인에서 잡히는 생선은 아니다. 한랭성 어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세 유럽 시절부터 북유럽의 대구는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까지 팔렸다.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서 들어왔는데 이제 카탈루냐에서 대구는 뺄 수 없는 중요 식재료가 됐다. 이를 바칼라우라고 부른다. 소금기를 빼서 구워 먹기도 하고 삶기도 하고 다져서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염장 대구를 소금기 빼서 생토마토를 다져 얹은 바칼라우 샐러드도 유명하다.
타바스, 먹는 태도까지 아우르는 문화코드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 숙성시킨 하몽
보케리아 시장 내부에도 있고, 시내 곳곳에 있는 바에서는 카탈루냐 음식의 진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중에 등 푸른 생선은 필수다. 정어리를 숯불에 구워내는 요리는 카탈루냐의 바다가 준 선물이다. 우리가 잘 아는 앤초비도 생것으로 먹고, 소금에 절여서 맛을 낸 것이 팔린다.
바에서 파는 간단한 음식을 타파스라고 한다. 이제 스페인 거의 전역이 타파스를 다루지만, 카탈루냐는 이곳만의 타파스 문화가 있다. 원래는 간단한 술안주나 요깃거리를 의미하는 용어이고 지금도 심플하고 간결한 양념과 재료의 맛(?!)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팔린다. 점차 요리다운 요리도 생겨나서 타파스의 본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고급 타파스’라는 말도 탄생했다. 어쨌든 타파스를 먹지 않고서야 카탈루냐 음식을 먹어봤다고 할 수 없다. 타파스는 한 가지 요리를 뜻하는 게 아니라 요리와 서비스, 먹는 이의 태도까지 아우르는 종합 문화 코드라는 점도 기억하면 좋겠다.
카탈루냐의 한 지역인 발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당신이 1~3월의 한겨울에 방문했다면.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대파구이, 즉 칼솟이라는 이름의 파를 구워서 먹는 걸로 유명한 곳이다. 대파를 숯불이나 장작에 굽고 시커멓게 변한 껍질을 벗겨가며 달큰하고 구수한 속을 먹는다. 무슨 파 정도가 그리 유명하냐고 반문한다면 직접 먹어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껏 ‘파 정도’가 그리 이름을 떨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된다.
풍부한 해산물 이용한 파에야가 명물
카탈루냐는 파에야는 없냐고? 물론 있다. 당연히 맛있다.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한 파에야는 명물이다. 카탈루냐 해안도시의 시내와 해변에 맛있는 파에야 집이 여럿 소문나 있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다.
새우와 홍합, 오징어 등을 넣는 게 보통인데 그중 먹물 파에야를 추천한다. 진하고 짭짤한 먹물을 기본으로 요리하는데, 입가를 까맣게 만드는 것도 잊고 연신 퍼먹게 만든다. 한국인 입맛에는 약간 덜 익은 듯하고, 좀 짜게 느껴지는데 김치나 피클 같은 걸 같이 먹지 않아 최종 간은 오히려 잘 맞는다고 느끼게 된다. 해산물이 좋으니 해물 스튜나 수프도 아주 좋다. 꼭 드셔보시길.
산악지역으로 향하면 해산물보다는 역시 고기와 버섯류, 치즈를 사용한 요리가 많다. 이것 역시 아주 맛있고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토끼고기를 꽤 많이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잘 아는 하몽도 많이 먹는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 염장 숙성품이므로, 다른 부위는 당연히 고기로 팔린다. 등심과 안심 스테이크(그렇다, 돼지고기 스테이크다)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스페인은 치즈로도 유명한 나라인데, 카탈루냐 고유의 치즈를 꼭 맛보기 바란다. 날로 먹기도 하고, 요리로 나오기도 한다. 타파스 바에 가면 몇 점씩 썰어서 저렴한 가격에 판다. 먹을 게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곳, 카탈루냐는 미각의 지역이다.
와인과 함께 더 특별해지는 스페인 여행
마르케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와 호텔의 외관. 마르케스데리스칼 제공
스페인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와인과 함께하는 것이다. 포도주는 에스파냐 사람들의 삶 속에서 흐르며 미식과 예술을 키우고 문화유산을 남겼다. 지금도 여전히 포도밭이 이어지는 시골길이 근사한 풍광을 이루며, 건축미로 무장한 와이너리의 호텔이 발길을 머물게 한다. 와인과 함께하면 여행은 그만큼 풍성해지고 더 특별해진다.
기분 좋아지는 스파클링 와인 ‘카바’
스페인 여행에서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와인은 카바(cava)다. 카바란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을 뜻한다. 북서부에 자리한 카탈루냐 지방이 이 카바의 고향이다. 카탈루냐의 주도인 바르셀로나의 식당이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거의 모든 와인 리스트에 카바가 올라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식전주로서 식욕을 돋우기에도 좋고, 카탈루냐의 해산물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프레시넷(freixenet)과 코도르뉴(codorniu)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카바이니 기억해 두자.
하루쯤 시간을 내서 카바 생산지에 가볼 수도 있다.
바르셀로나 북쪽의 페네데스 지역이 가장 유명하다. 1908년 설립해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간직한 카스텔 블랑은 와이너리 문을 활짝 열고 여행자를 기다린다. 인근 엠포르다 지역의 페렐라다성 내부에는 수도원, 교회, 도서관과 함께 와이너리도 있다. 20세기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사랑했던 와인이 나오는 곳으로, 누구나 예약하고 방문해 그가 사랑했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스페인 대표 와인 산지 ‘리오하’
카탈루냐의 북서쪽 방향에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인 리오하가 있다. 세계 3대 와인 산지 중 하나로, 템프라니요 품종을 주로 사용해 레드 와인을 만든다. 리오하의 많은 생산자 중 가장 저명한 곳은 1858년 설립해 16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마르케스 데 리스칼이다. 스페인 왕실에 와인을 공급하고 있으며, 우아하고 풍미 깊은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 나 있다. 2006년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오 게리에게 설계를 의뢰한 와이너리와 호텔의 복합 건축물을 완성해 헬렌 아널드의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 휴양지 1001>에도 소개됐다.
와인 마니아라면 ‘리베라 델 두에로’와 ‘루에다’까지
와인 애호가라면 최고급 와인 산지로 통하는 리베라 델 두에로도 놓칠 수 없다. 스페인 북서부 카스티야 이 레온 지역의 두에로 강을 따라 형성된 이 생산지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의 매력으로 가득하다. 장엄한 고원, 거친 협곡과 암석, 돌을 쌓아 올린 성곽들이 보는 이를 단숨에 압도한다. 이 척박한 땅을 뚫고 깊게 뿌리내리며 강인하게 자란 포도나무들은 강건한 와인을 만든다. 베가 시실리아, 도미니오 데 핑구스, 페스케라 등이 스타 생산자인데,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는 곳은 페스케라이니 관심 있다면 들러 보자.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