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여 주지 않는 울지 않는 소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익숙함에 점점 빠져들고만 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세상에 핏덩어리를 온 몸에 범벅을 하여 태어난 지 몇 년이 지났을 때 눈부시도록 흰 빛에
쌓여져 가장 가슴아프고 무서운 환각을 지닌 채 아비는 검은 옷 입은 사람들 속에서 하얀 빛과 더불어 사라졌다
그 후로 다시 몇 년이 지난후에는 이제 겨우 가슴이 봉긋 나오고 허리가 잘록하게 패여지는 나이가 되었을 때
아직은 홍안에 더불어 우윳빛 피부와 날리는 꿀같이 흐르는 .. 달콤한 향내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겨울 날
차갑게 입가에 걸린 삐딱한 웃음을 지닌 이에 의하여 발 디딜 자리도 없이 지내고 있었던 열 아홉 먹은
계집아이 달콤한 기대의 미래를 지니고 있는 것은 그녀가 가진 벌꿀빛의 눈 만큼이나 부드럽게 주룩 흘러내린
벌꿀같은 손가락으로 찍어 혀를 쪼옥..하면서 음미하기 위하여 눈을 지긋이 감고서는 황금빛의 꿀을 찍어 혀로
추잡스럽게 게걸스럽게 핥아대면서 음미 아닌 음미를 한다고 한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벌꿀.. 양키여자의 블론드
머리칼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고름빛의 벌꿀 단 맛이 아주 일품이다 당연하죠 갓 짜낸 신선한 고름인데요
뭉글뭉글하게 손가락으로 툭치면 그 자리에서 바르르.. 바르르 그 채로 떨어대는 자줏빛의 붉은 반투명한
푸딩같은 영혼의 소유자가 되어버린 것일까 숟가락으로 작고 어여쁜 피같은 루비를 총총박고 풀같은..풀빛
그 대로 담아놓은 에메랄드를 잔뜩 두르고 붉은 색의 피로 굳혀서 만든 푸딩을 접시의 완전한 바닥까지 푸욱
하면서 누른다 이내 부르르.. 혹은 통통통 표면에서 튀는 푸딩의 가녀린 몸은 찢어지면서 희미한 향내가
갈라지면서 그 표면에서 튀어나온다 한 숟갈 가득퍼서 누런 이 사이로 쩝쩝대면서 씹자 누런 이빨과 붉은
푸딩의 조각들이 한데 어울려 빛깔을 뽐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푸딩의 붉은빛은 진해진다 갓 짜낸
향이 일품이다 이제는 맛또한 점점 더 신선해지고 있다 그만큼 붉은 피가 신선하고 듬뿍 들어가 입안에
머금었을때 황금빛의 아! 은혜로서 녹아내리는듯한 거품같은 이 느낌 심하게 비틀리고 굶주린 눈빛을 보면
왠지 더욱 짜내고 싶어 오늘도 푸딩 일인분..이인분..아아 주문을 셀 수도 없어라 늪이 필요해 질척질척
스르르 푸르르르... 이런 발버둥 치지마 그러면 더욱 아프니 이성따위는 없애고 오로지 본능에만 잠기어
주루룩 주루룩 미끈미끈... 한 끈기있는 피 한사발을 가지고 오너라 늪에서 가지고 오너라 비명소리 하나하나가
깨진 유리조각에 매달려 어머 폐하 어서오십시오 최고급 푸딩이랍니다 유리조각에 매달려 내장을 후벼파..서
온기가 따끈하다지요 저런 폐하 잊으셨군요 이 피로 굳힌 푸딩 에는 뭐니뭐니해도 갓 짜낸 고름으로 만든 꿀로
두른 특제소스가 일품이지요 황금빛으로 빛나는 고름특제꿀소스와 갓 짜낸 신선한 피로 만든 푸딩이 만나면
그야말로 황금빛 맛! 폐하 맛이 어떠신가요? 조센진들을 목을 딴 다음에 단숨에 피를 빼면 맛이 들하므로
천천히 최대한 천천히 피를 뺀 다음에 다시 곱게 잘라서 뼈만 추려냅니다 그 다음에 뼈를 가득 넣고서는
물을 부어 푹푹 끓인 다음에 빼낸 피를 넣고서 그 안에 달디단 고름꿀을 첨가를 해서 하룻밤 이틀밤 묵혀두면
이렇게 맛좋은 푸딩이 되지요..그리고 그 안에 조센진들의 물렁뼈와 골수를 첨가하면 아주 부드럽게 목 안에서
은혜롭게 넘어갑니다 오늘은 처녀계집의 뼈입니다 어제는 어린 사내놈의 뼈지요 기운이 넘치시지요 폐하
대일본제국의 천황 폐하 아아 우리들의 위대하신 천황폐하 만만세 이 달디 단 벌꿀이 떨어지지 않으니
천황폐하 우리들의 신이시여 천황폐하 이 귀한 푸딩이 떨어질 날 없으니
우리들의 위대하신 위대하신 신이시여 신이시여 신이시여
나가코... 황비는 안에서 신년으로 선물 받은 드레스를 바닥에 팽겨쳐 놓은 채로 그녀의 높은 발로 짓밟았다
한 달 전 쯤에..혹은 더 되었을까 너무나도 흥분하여 기억따위도 제대로 나지 않는 달콤한 애증이 불어가던 밤
그녀는 보았다 자신의 두 눈으로 그녀의 귓가에 들리던 발자국소리 오 그대의 지아비의 발자국의 소리인가?
낡아버린 달은 빠지려고 하는데 누가 행여라 들을까봐 바람이 불면서 그와 함께 다가온 것인가? 첫닭이 울지
않고 개도 짓지 않는 달밤 깔깔깔 바람이 분다 그와 함께 같이 오면서 달콤한 능금향 냄새 바람이 불면서 장막
사이에 별들의 통곡도 이제는 그 입을 다물고 어두운 밤에 물결도 잦아드는데 밝음이 오면 숨어버리는 달과
같이 그의 지아비라고 하는 사내가 한 여인을 끌어안고 있었다 먼동이 트기전에 아마도 그의 얼굴에서 이슬이
맺혀있을 것이다 손수 닦아준 침실로! 밤이 새도록 꿈이요 의무라고 하면서 안개가 걷히기 전에 교성이 덮는다
살짝 내민 달 사이에 본 얼굴은 그녀는 아니나 왠지 모르게 그녀와 조금은 닮아보이는 편집증자의 시선이다
뉘우침이라고 할까? 아니면 외나무다리에서 밀어 떨어지게 된 여인의 움켜쥘 마지막 발악이라고 할까?
여인은 고귀한 신분의 여인은 가리운 달 만큼이나 얼굴을 가리면서 몰래 방으로 걸어들어와 해를 기다린다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내 몸에 피란 피 가슴의 샘이, 말라버린 듯
연민은 가지나 절대로 사랑은... 아닙니다 아니에요... 이해할 수 없어요 아니 폐하는 근본적으로 사랑을
모르시는 분이십니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사로잡힌 영혼을... 껍데기만을 두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아들을 낳을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들을 낳아서 껍데기만이라도 내 가져버려야지요 가질 것입니다"
밤이 다 가기전에 내 침실로 오라고 하는 그가 미워서 그녀는 울고 있을까 아닐 것이다 밤이 다 가기전에 교성을
지르던지 아니면 송글송글 온 몸에 이슬이 맺히던지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위하여 송장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그 날 이후..하루 이틀 혹은..사흘...이 지나도록 그저 소녀의 얼굴에 보이는 것은 투명한 석류알같은 붉은
미소를 잃어버린 채 박제된 채로 다시금 굳어가고 있는 소녀의 얼굴이었다 아직도 머리를 짓누르는 향기가
독약의 향기가 너무 진하여 구토가 밀려만 오는데.. 위장에서 위액이 나와 노랗게 익어가는 꿀처럼 바닥으로
향해 솓구쳐 오르기만 한다 행복한 한 때는 봄이 오고 있는데도 다시금 여름날의 환영처럼 사라지기만 한다
한 때 내렸던 소낙비처럼... 타인의 불행앞에서 지독하게 당해버린 조롱앞에서 이들은 그저 자신의 행운을
확인하고서는 돌아서버린 채로 그저 킥킥대고서는 웃고만 있을 뿐이다
"...신은 원하지...않는구려... 신은 원하지를 않아요 제길! 나 따위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그 아이는...
그 아이...도...그 아이도......너는 왜..그렇게 나한테 따뜻하게 웃어주었니...왜...왜..........
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 땅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것 하나만으로도 너무 "
작은 나비처럼 날던..혹은 향내가 묻어나서 사람들에게 미소의 씨를 뿌리던..그아이... 예전의 땅에서는
살아있었는데 행복하였으며..그리고 살아있었지..살아있었어 영왕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랑하였으므로..그리고 지금도 누이를 애타게 사랑하므로...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해준 고통의 사랑만큼
답하여 주지 못하여 여전히 눈물만을 흘리는 것이 저주스러워 행복하다는 생각도 조금은 하기를... 그러기를
바라였는데 얼마나 좀더 눈물을 흘리고 좀더 불행해야 행복할까
'..오라버니 나 오라버니를 이해해요 모든 것..말이에요 미친 이는 미친 사람만이 이해하고..바퀴는..바퀴만이
이해하고..그래요 오라버니와 나..그리고 모든 조센진들은...철저한 바퀴죠 서로 철저하게 밟혀야만 하는...
그런 더러운 벌레... 소독을 해서... 알을 밴..바퀴까지 터트려야 하는.. 우리는 그러한 바퀴라지요'
영왕 이은에게 다시 통보가 내려졌다 덕혜옹주의 후견인으로서만 자격이 주어지고 그 외에 모든 권리가 박탈당함
'1930년 2월 5일 자를 기해서 영친왕 이은은 오로지 덕혜희의 후견인으로의 자격만을 부여한다 혼례혹은 진학
과 같은 일에서 보호자로서의 후견인의 자격만을 부여하고 결정권은 모두 황궁이 가진다 이를 어길시에는
후견인으로서의 자격도 박탈을 가하고 또한 덕혜희의 모든 알현이나 만남을 금지하는 조치가 가해진다'
언제나 그에게 도달하는 문서는 이러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하나씩 빼았겨간다 가장 소중한 것들만...그리고
가장 생에서 가치를 부여할 가치가 충분한 것들만 그들은 구더기떼처럼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고서는 파리를
몰고와 맛있게 그 살을 물어뜯는다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의 공포와 잔인을 섞어서 그들은 물어뜯는다
피를 마시는 살육의 쾌감을 알아차리듯이 혈관을 쭈욱 타고 흐르는 심장의 대동맥이 힘차게 펌프질을 한다
마음속의 한 구석이 심하게 찢겼나보다 핏방울이 또옥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그 피가 전체적으로
흘러 들어가 심장에 통증을 가지고 온다 정신을 차리고 바라본다 피를 흘리면서 흘러내리는 자신의 가슴을..
영왕은 이틀 후 권리포기증서에 서명을 하기 위하여 황궁에 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황송하옵게도 그를 모시고
가기 위하여 친히 황궁 조선의 궁내성 부쪽의 대신이 그를 데리고 가기 위하여 정원으로 마중 나와있었다
영왕이 나오자 그들은 왠일인지 죄수처럼 영왕을 다루지는 않았다(그 전에 갈때는 두 손을 잡고서는 갔었다)
그는 속으로 비웃음이 끓었다 그리고 숨길 이유도 없다라고 생각을 했는 양 입가로 냉소적인 웃음이 번지고
있다 자동차는 길을 달리고 있었다 아직은 봄이 움트기 전인 이월의 싸늘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 감촉이 시리기만
하다 아직은 겨울이다 아직은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얼어서 얼음이 되고 있었다 눈발이 날리고 있었겠지 날리겠지
그 속에서 외투깃을 세우면서 혹은 거대한 가죽털로 만든 모피를 입으면서 다각 다각 게다 소리를 내면서 걸어가지
돼지들이 입은 벚꽃 기모노... 아직도 신년 축제의 분위기가 다 가지 않아서 캐럴이라고 하는 음악 혹은 축가는
살을 저미듯이 공중으로 울려만 퍼지고 얼어 터버려서 쩍쩍 갈라져 피까지 맺힌 손과 먹지 못해 눈만 커서
꿈벅거리는 그 손과 눈으로 유리창 너머의 하얀 레이스 입은 인형을 바라보면서 탄성은 절로 입에 나오는데
그 큰 눈은 저절로 희 레이스에 박아지면서 아무 은혜도 받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비웃는다
얼어터진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다시 얼어터진 손으로 닦는데 그러면서도 마냥 부러워 입가에는 곱구나라는 말..
한마디가 층층이 계단처럼 이어지는 눈물 마냥 서러워 겨울 바람 한 자락에 낙엽처럼 총알에 바스라진다
부스러기 하나 줍기 시작하는 혹은 하나도 줍지 못하는 인생은 바다에 피어 버린 붉은 동백꽃처럼..
지키지 못할 정열만 새빨갛게 가슴안에서 지니고 있으면서 지키지 못할 열로서만 피어 가두고 있었다
한참을 지나 영왕은 황궁에서 내려 시종의 안내를 받아 접견실로 향하고 있었다 삐꺽..하면서 관 열리는 듯한
아니 관의 뚜껑을 얻지로 뜯어내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리고 히로히토는 말보다는 전에 고개로
까딱거린다 그의 고개를 까딱거리는 시선을 향하여 따라가보니 그 시선은 탁자위에 놓인 흰 색의 양피지 문서에
고정된다 영왕 역시 아무런 말을 하지도 않고서 그저 하문서를 손에 들고서는 천천히 아마도 읽어내리는 듯 하다
거센 숨소리나 혹은 씩씩 거리는 무엇도 들리지가 않아 히로히토 그리고 옆에서 지키고 있는 그들은 만족을 하는
듯 웃고 있었다 이어 히로히토가 눈짓을 보내자 그의 바로 앞에 선 탁자에 만년필과 그리고 지장을 찍기 위한
새빨간 붉디 붉은 피를 굳혀서 만든 듯한 검붉은 푸딩빛의 빛마저도 그 안으로 빨려가 적광이 되어버릴 인주가
놓여진다 피를 쏟아부은 듯한 그 인주는 그의 마음을 쏟아놓은 것이요 그의 눈물을 쏟아놓은 것이요
마치 웃는 저들은 마음껏 즐기라.. 그저 피의 축제이니 그대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마음껏 즐기라..하며
고이 고이 짜낸 피를 담아두듯 이제는 그의 손가락을 그 피에 담구어 찍으라고 칼을 드리운채로 웃고 있다
자 이제 선택만이 그에게 남아있을 뿐이다 그에게... 손가락을 들어서 지장을 찍느냐..아니면 아니냐 오로지
그 두가지라는 선택.. 불안한 나날들 불안감이 지속되어 오는 나날 차라리 생의 마지막이라면 아무것도 없는데
기억속에서의 나날들은 끔찍하게 다가오기만 하다 영왕은 문서를 내려놓고서는 마치 지장을 찍을듯한 자세로
몸을 숙이면서 있었다 이제는 굴복함인가? 굴복하는 것인가 만족한 듯이 웃자 비웃는 듯한 그가 침을 뱉는다
하문서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영왕은 타오로는 분노이기보다는 싸늘하게 입술마저 진홍빛으로 물들인 듯한
그 입술로 비웃고 있었다 그는 웃는다 그 앞에 있는 또다른 그도 따라웃는다 시간이 경과하자 또다른 그의 웃음
그 웃음은 당연히 믿고 있었던 사실이 뒤집어지는 것을 깨닫자 감각이 뒤틀어진 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웃음은
흉하게 일그러지고 충실하게 있는 시종의 허리춤에 빼여져 있던 칼을 꺼내며 다른 그의 목에 겨누어 선다
"..조센진들이 살아남기 위하여서는 충직하여야 하네 허나 충직에 벗어나면 그 대가로 오는 것들은 손에 남는
피일뿐일세 피로서 목욕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군 너는 개다.. 개는 그저 주인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
책임지지 않을 동정이 뭐가 필요한가 개주제에 개가 맞는 것은 당연하다 주인을 화나게 하였으니 당연하다
사슬을 묶어도 벗어날려고 하는 개따위는 오로지 총도 아깝다 먹을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더럽다 같은
시궁창에 굴려 주거나 아니면 사슬을 좀더 팽팽하게 하여 경동맥..개에게 그것이 존재할 지는 모르나
조여 죽이는 수 외에 개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 뭐가 미안하고 뭐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껴야하지 개 몇마리쯤
죽어나가는 것이 어차피 널린 것들은 개투성이 암캐들은 그저 엉덩이만을 드러내면서 발정기에 다다른
목소리만 내면 되는 것이고 수캐들은 그저 헥헥 거리면서 주인에게 귀여움 받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날 죽일 건가? 나는 상관없다네 할 말을 한 것 뿐이니 당신은 나를 죽일 수 있겠지 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를 죽여도 내 누이를 죽여도... 조국만은 죽이지 못하네 죽음보다 강한 조국아닌가 죽음보다 강하오
아무리 당신을 죄없는 여인들을 끌어다가 강간을 하여 내다버린 들! 죄없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목을 베고
길거리 전시품 처럼 책꽂이에 두고서 전시를 한다고 한들! 가엾은 젖도 채 못뗀 아이들 손가락을 잘라 목걸이
처럼 꿰어가지고 다닌다고 한들! 조국을 죽일수가 있다고? 죽여보아라 조선인들 하나 마지막까지 씨까지 마르게
한번 죽여보아라! 그리해도 조국은 죽음보다 강하다! 내가 문서에 서명을 하든지 아니하던지 어차피 당신들은
당신들이 원하는데로 할 것이 아닌가?! 내가 따르지 않는다면 죽일수도 있겠지 내 누이가 따르지 않는다면
죽일수도 있겠지 한 나라의 국왕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한 나라의 국모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고깃덩이
마냥 난자하여 태웠으니! 이깟 망국의 후산물인 부속품인 볼모도 아니되는 불충한 이들따위 죽인게 대수이겠냐
어디 한번 죽여보아라! 죽이거라! 곱게 죽이지 말고 천천히 기름 짜내듯이 빻아서 죽이고 짜내어 죽이거라!
그리고 그 두눈을 뜨고 자세히 바라보아라! 아무리 죽인다한들! 조국마저 죽일 수 있는지! 눈을 뜨고 보아라!"
말 하나..하나가 그리고 그의 표현 하나하나가 면도칼 처럼 투욱 툭,, 히로히토의 신경을 긁어놓고 있었다
이 상황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히로히토에게는 감히 입에도 담지 못할 그리고 잔인한 말로서 표현을 하고 있었다 주욱 주욱 그의 두뇌의 사고회로를 끊어버리는 면도칼과도 같은 찌르는 말
"..영친왕 인정하시오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았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 좀더 꼬리를 내리는 것이
어떠한지 꼬리를 내리고 웃으란 말이오 빌어먹을 그 여자와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란 말이오
자존심만이 여전히 오만하게 날이 서 있군 그러나 어찌하나? 그 날이 도로 당신의 눈을 찌른다면?
그 날이 도로 당신의 눈을 찌르고 당신의 누이의 심장까지 뚫어도 빌어먹을 꼬리를 세우고 덤빌 것인가?"
"..죽어야만 하네... 나는..그리고 그 아이는..내 누이라고 하는 아이는 우리 둘은 죽어야만 하네..."
"..죽다니? 그것이 당신들의 의지로 살고 죽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여적 모르고 있었나?"
"꼬리를 내리는 개가 되어서 밥을 빌어먹고 산다면..진정으로 그리 정신마저 된다면 우리는 죽어야 하네"
히로히토는 자신이 직접 하문서에 서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군인들을 들여보내 강제로 영왕의 손목을
잡고서는 지장을 찍었다 그리고 빠른 동작으로 각료들은 하문서를 받아서 밖으로 나갔다 죽이고 싶어하는 이
그리고 죽고 싶어하는 이 둘이 맞대면을 하고 서 있었다 머리에 피가 마르는 듯한 건조함이 느껴지는 방안
...몇 분 후 그는 차에 태워졌다 그리고 또다른 그는 방안에서 여전히 아직도 해초처럼 끈적임을 자랑하는
광기에 그가 동참하지 않음을 그가 동조하고 기뻐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음을 저주하면서 광기를 태워낸다
추운 겨울날 바람부는데 열처럼 뽀얗게 태워지는 광기의 열기에 황궁은 훈훈하여 사람들은 덥다고 웃고있다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제대로 눈물 한 번 흘리지도 못하였구나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사람이 살아가면서
살아간다고 인간이 생을 살아간다고 하는 동안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눈물 흘릴 여유조차 없었지
그저 머리에 피가 마르고 숨 쉬는 페가 저주스럽고 그럼에도 날뛰는 위장따위는...역겹게만 느껴지고 있었겠지
분명... 누이도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심장 소리가 쿵쿵 들리면서 따스하게 안 길 수있는 '품'이라고 하는
그것이 필요한데 오히려 나에게 되어주고 자신은 마냥 뒤에서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찬란한 밤에서..
장지문에 기대어 통곡은 커녕 방울 한 마디조차 제대로 흐를 수가 없었으랴 그 동안의 세월을 어찌 살아왔느냐
그리고 앞으로도 남은 세월을 어찌 살으라고 말하겠느냐 어차피 저주를 받았음이면 오로지 나에게 오지도
않으니 차라리 나에게 올 저주도 돌려서 그 방향이 어긋나 완전히 너의 품안에 안겨있는 모양이로구나....'
"..오라버니 저는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에요 행여라도 지켜주지 못한다는 말 괜찮아요
지켜주지 못하여도 괜찮아요 오라버니 탓이 아닌데 어찌하여 그리 자책을 하시나요 오라버니가 그렇게
하라고 하신 것도 아닌데 가끔씩 오라버니 웃는 얼굴이 생각이 나요 아름다웠습니다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는
이 몸이 그리 말을 하지는 않더라도 그리 하고 있다는 사실 잊지는 아니하시겠지요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잊지는 않으시겠지요 행복하셔야 합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오라버니 미안합니다..지켜주지 못하여서...
정말..미안해요 내가 아무것도 해 주지를 못하여서 미안해요 하지만 오라버니 제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여도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그 기원만은 언제나 빌고 있을 겝니다 무슨 일을 하셔도... 자의가 아니니 저는
상관없습니다... 저의 오라버니이신걸요...오라버니이신걸요..저의 오라버니 오라버니 이신걸요..오라버니.."
..허...흐..으흐... 으흐...흐...흐........어흐흐흐..어흐흐..어흐흐..흐흐흐..어흐..흐..어흐..흐
누군가가 울고 있다 하얀 옷을 입고 정갈하게 허나 왠지 모를 아찔함의 하얀 목덜미.. 그녀가 울고 있었다
"..그러고 싶지를 않아...어 "
"..무엇을..말인가요?"
"...불행하고 싶지 않았어 정말로 행복하고 싶었어 행복한 기억으로만 남아지기를 원했었어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어 그렇게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랬는데..끔찍하고도 더러운 기억일 뿐이야...그게 슬퍼서..너무
슬퍼서 살 수가 없었어 떠나가라고 했어 그래서 떠나주기로 했었어 원망하지 않고 있는데..미워하지 않는데
더..더...더... 도망갈 뿐이야... 내가 사랑하고 있는데...더더..더.. 도..망갈 뿐이야..나는 그 아이로 인해
불행해지고 있어 지금도 끔찍하게 불행해 너를 솔직히 말해 사실은 나를 상처주고 싶었던 거잖아 아닌 척 하면서
사실은 나를 불행해지기를 뼈안까지 깊숙하게 바라고 있었던 거잖아 지금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도망치치마
도망치지말고 가지말고 나를 보고서는 말해줘! 내가 증오스럽웠잖아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잖아?"
검은 머리의 여인은 펄럭펄럭.. 휘날리는 흰 천을 감싸안은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저 놀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린채로 여태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그렇게 싸늘하고도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본다
그리고는 빠른 발자국으로 검은 토악질이 숨어있는 숲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 역시 따라간다 아무도 없었다
터벅터벅... 기운없는 발자국으로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자 다시 그 여인이 와서는 그녀의 목에 손을 댄다
힘을 주어 조른다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서 손에 힘이 들어가서 그녀의 호흡을 막아도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는다 그랬다 그날밤도 이러했다 왠지 모를 소식이 들려오기 전날 밤에도 웅크려있던 검은 안개가
서서히 토악질을 하면서 숲마저도 가리운 어두운 밤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밤 혼돈이 예정처럼 정해진
기차표처럼 시간만이 때마춰 오기를 기다리던 밤 그 예정된 시각이 되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덜컹거리면서
찢어놓던 기차가 통과하던 그날밤과 같은 그녀는 울고 있었다 어쩌면 익숙해진 느낌 사이에서 그녀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조용하게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하다 높게 뜬 달.. 그리고 밑에 핀 말라버린 갈대 밭 혹은
쑥덤불 사이에 호젓하게 울고 있는 지지베베 찌르레기 소리들 그리고 마치 그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처럼 낮게 날아다기고 있는 반딧불 무리들 영혼을 담고 그 아래 뉘여서 목이 졸려 있는 그녀는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의 얼굴을 한 알 수 없는 이는 평화로운 붉은 피의 저녁노을을 등 뒤에 선채 꿈속의 일들이
그녀의 꿈속에서의 일들을 현실로 만든 채로 계속 느끼고 있던 불안을 현실로 창조되어 봄을 노을을 통해본다
"..맨 처음 우리의 인연은 뭐였을까? 너같은 거 낳은 게 아니었어! 왜 너를 낳게 내가 하필 택하여 진
것이지? 왜? 실체가 어떠하든 너는 인륜을 저버렸어 아비도 죽이고 이제는 어미도 죽였으니 정다운 시체가
되어서 눕게 해 줄꺼야 부용꽃 같은 그 얼굴도 이제넌 천만리나 되는 머나먼 길을 가게 해 줄꺼야"
"................"
그녀는 울고만 있었다 그 전에도 그리고 그 전전에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반항을 하지도 않고 무서워 하지도
않고 그저 은빛 수은 구슬만을 흘리면서 그녀는 조용하게 눈물을 흘려대면서 눈을 감아대고 있었다 세차게
몸이 흔들리자 반짝거리는 은빛 구슬..혹은 은파에서 튕겨나온듯 한 속눈썹에 매달린 구슬마저 바닥에
떨궈지라는듯이 세차게 그녀를 잡고 흔든다 울기만 하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다른 그녀는 눈물 흘리는
소녀를 세차게 흔들자 이내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진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였던 저주는 그 저주속에서
조금씩 형태를 변경하면서 저주의 노선을 다르게 해왔던 것이다 이제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였던 어머니의
얼굴로 가장한 이무기는 이제 정체가 드러나자 거대한 또아리로 옹주의 몸을 틀어잡고 있었다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울고만 있는 그녀를 향해 붉은 혀를 놀리면서 이무기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이 보기가
흉한 것을 안 이무기는 공작을 수놓은 천을 둘러 비단을 베어놓고 금으로 수를 놓아 백옥을 갈아 만든 번쩍
스러운 옷을 입고서는 다시금 유곽 여인같이 꽂은 그 머리에는 붉은 산호수 비녀를 꼽은 채로 모습을 바꾼다
꽃이 피고 날이 저물고 귀뚜라미 침상에서 우는 소리가 긴 한숨 소리와 흘리는 눈물과 더불어 합장이 되어 갈때
차가운 버들잎 흘러내려와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운 듯 질긴 버들잎 내려와 사뿐히 소녀의 옷 위에 내려앉았다
망주석에 앉아있는 고고한 학처럼 그저 백옥같은 피부에 구슬프게 흘리어 대는 밤의 휘장은 성스러움을 가장한
흰 연꽃처럼 피어가는데 굽이굽이 끊어진 인연을 다시금 조각내어 조롱을 하며 빨간 혀로 주어담고 바람에
지는 잎 사이에 풀 속에서 우는 벌레마저도 붉은 혀로 단숨에 채어 파리 먹듯이 채어가면서 먹어댄다 이슬마저도
시린 밤 하늘 아래서는 수풀 우거진 곳에 서는 푸른 곳에서는 새소리마저 들리지 아니하고 서러운 운명에
가진 여인은 운명이 기구한 여인은 열 여섯을 겨우 지나 아름다운 그 얼굴 이제 겨우 열 하옵 소녀라고 하는
소녀의 얼굴은 다시금 푸르기도 한 붉기도 한 열기도 하고 질기기도 한 억새풀 아래서 모녀의 연을 가장
잔인하게 꾀꼬리 흥겨워 아양떠는 겉을 따라 버드나무 가지를 따다가 피리를 불면서 흥을 이기지 못하여 누워있는 풀마냥 희롱을 하면서 잔인하게 운명을 비웃는다 산 아지렁이처럼 아스라하게 보이던 그 연을 풍성하게 희롱한다
어머니라고 하던 숨한번 쉬지 못한채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던 그 여인인체 하고서는 태어남을 다시금 저주하게
한다 떨어진 꽃을 누가 쓸 것이냐라고 하면서 그녀를 잡고서는 윽박을 지르는데 아직도 벚꽃나무에 있는 귀신이
온갖소리로 취흥을 재촉하며 휘파람을 불면서 태평성대라고 하며 천지간에 한가하구나라고 혀로 놀려댄다
도희는 만발하여 점점 만발하여 그 도희공자께서 다시와 가닥가닥 띄는 녹색의 풀을 뽑고서는 절벽수의
수정밭을 구르는 듯한 폭포수의 우루룩 쌀쌀 흘러내리는 눈물과도 같은 폭포수 아래서 주둥이를 벌린 채 있다
"..이것이 몇 번째일까 너의 그 구슬을 먹기 위하여..그 바르르 떨던 기운을 흡수하기 위하여 아니 사실은..
그 기억을 잊으라고 기억을 잊게 하기 위하여 혼을 흡수하기 위해 부단히 내가 노력했건만 어찌하였던간에
기억만 잊으면 내 몸의 인간으로서 내 영을 가지고 있는 이와 결합에 성공을 하였으면 그러하다면 이번의
생은 완전한 생이었다고 말 할 것인데 왜 너는 언제나 나를 피해다니고 그저 울기만 하는 건지..왜 너는 언제나
나를 선택을 하지 않고 냉소적으로 웃는건지 왜 어리석게도 스스로 반복하는 행동을 하는 건지 왜 울지? 왜
무서움에 떨지 않고 왜 비명도 지르지가 않는 거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제나 뒤로 갈수록 너는 울기만
하였지 조용히... 조용하게 퍼담는 물처럼 그렇게 울기만 했지 말을 해봐라... 죽어도 그를 사랑할 수는
없었나? 죽어도 조국이라는 쓰레기장을 잊을 수가 없었나?..그래 그러하겠지"
우둑 소리와 하면서 거대한 뱀은 그녀의 하얀 목을 휘감아 천년 묵은 벚꽃나무 튼튼한 가지 아래서 매달아
놓았다 숨이 막혀오나 퍼득거리지도 혹은 신음소리 하나 내지도 아니하며...그저 최후까지 그녀의 작은
몸은 눈물만을 흘린다 입고 있는 하얀 천의 치마가 휘날리고 있었다 휘날리는 흰 천의 새하얀 빨래처럼
펄럭펄럭 바람불면 부는 대로 그대로 날리고 쏴아 혹은 주르르 비 내리면 내리는 대로 그대로 젖고
햇빛 달콤하게 능금향 같은 햇살 내리찌면 그대로 햇살 능금향 덩어리에 맡기고..그렇게
마지막으로 그러하게 보내고자 했던 흰 그저 빨래 같이 살고파라... 널리는 빨래처럼 그저 살고파라 그렇게
허나 날리는 내 몸의 치맛자락은 하얗게 눈이 아찔하게 날리는 빨래같은 치맛자락은 왠지
모르게 몇 년전에도 나와 이리도 같이 매달렸을 어미가 생각이 나게 하여 눈이 시큰하구나
방울방울 구슬프게 흘리던 눈물이 뜨거운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결합되어 따뜻한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두 영수(榮水)가 합하여져 나무 줄기를 타고 그 밑둥을 따라서 바닥으로 내린다
해마다 봄바람은 누가 살지도 못하는 이 곳으로 불어오는데 진달래향 보리내음... 살짝 간지럽히는 솔향
아무것도 어느 하나 가질 수 없는데 하늘 빛깔 아무리 곱고 고운들 찔레열매처럼 붉게만 흐른다
금잔디 넓게 걸린 사이에 펄럭이는 하얀 빨래의 내음새 개천의 지지배배 쇠돌쩌귀 소리 그리운 배나무 꽃
아래 달처럼 하얀 달처럼 피던 찔레솜꽃 그리운 꽃향은 구름에 가리고 어이가는 노래는 바람에 끊어진다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하네 그저 골목길에 있던 더러운 벌레 한 마리 밟았으니.. 구름처럼 스쳐 허무하게만
지나가는데 뭐라 말하지도 말라고 하네 그저 허무하게만 곧 불면 꺼질것 같은 약한 불빛으로 흘려대는
눈물의 붉은 자욱처럼 우는 것 하나 사치이고 소리 하나 지르는 것은 금덩이를 쌓아두는 것보다도 더욱
사치인데 무어라고 말하지 마시오 들리지 않으니.. 울지도 말아주시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그 위에서도 가엾게 돌담에 끼어 핀 민들레의 노란 머리에서도 햇빛은 머무는가
"..조센진들을 가까이 오게 하지 말란 말입니다 냄새가 나요 더러운 게 튀니까 가까이 오게 하지 말란
말입니다 조센진들은 애초부터 태어날 때부터 그 모양입니다 이를 테면 첫 단추가 엉망진창이니 그 후에는
당연히 더욱 엉망진창이지요 뒤를 돌아보실 필요도 없고 손을 잡아 주실 필요도 없습니다 조센진들이야 한 마디로
단정한다면 걸어다니는 다리 두개 붙은 벌레들 아닙니까 더러운 오물이 튑니다 오물이 튀어요!! 오물이!!"
"나가코! 그 여인은 조선인이 아니오 그리고 내선일체의 모범을 보이셔야 할 분께서 이러시다니요 어찌
그러한 것 하나 못 참으십니까 며칠 전에도 시종을 보내어 몰래 보내어 염탐을 하고 그렇게도 걱정이
되십니까? 그렇게도 집착을 하십니까? 그 똑똑하심 그 고매하심은 어디다가 버리신 채로 예전에 말씀하셨던
것은 다 어디다가 두고서 이러십니까? 애초에 애정보다는 권력... 그리고 그 자리에 서시기 위하여 나를
택하신 분 아니십니까? 그런데 애정? 사랑? 무슨 가치가 있습니까? 시초부터 그게 그대에게 무슨 의미로
왜 어떻게 다가오냔 말입니다 원래부터 우리 계약에 없었던 것을 시초로 하신 분은 황비가 아니십니까!!
"그래요! 집착했어요! 지아비의 사랑을 받지 못할 바에는! 권력이라도 움켜쥐자고! 둘다 가질 수 없어서 하나를
택한 게 뭐가 나쁜데요? 그러면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겁니까? 한 가지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합니까?!"
"..그래서 행복하십니까? 원하시는 대로 행복하십니까?"
".예..너무 행복합니다 너무나 너무나 행복해서 두려울 지경이니까요 너무 행복하여서 죽고 싶을 정도니까요
너무 행복하고도 흡족하고 만족하여서 대일본제국의 황비가 되기를 잘했다고 천만번 백만번도 더 생각을
하니까요 죽어도 다시는 죽어도 이 자리를 다시 앉겠다고 생각을 매일밤 침대에서 웃으며 하니까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유황불에 타버리는 듯한 조용한 분노를 나가코는 내뱉었다 소화 5년..새해를 맞이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가코와 히로히토는 이런 식으로 말싸움이 종종 매우 잦았다 이유는 단 하나. 후계자 그리고 침실문제..
걷잡을 수도 없는 대자연이라고 일컬어지는 구조 사다코 그 습격속에서도 도도하게 서 있으며 나가코는
살인을 계획한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확신감에 차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는 그녀는
궁내성의 한 관리를 불렀다 그리고 후일 살인은 피를 부르지 않고 교묘하게 정신적만을 살인하는 결과를
불러오게 한다 몰래 매수함으로서 금전의 효과는 한 이의 파멸에 도화선이 심지를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선천적으로 피를 좋아하는 사치같은 여자 사다코 적이 없는..천적이 아무도 없는 사치같았던 여인 식욕이
왕성하여 먹이를 가리지 않았던 위대하신 마담 뚜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위대(胃大)한 여인 연한 살만은
발라먹었던 그리고 지금도 연한 담백한..조롱하듯이 머리만 남기고서는 바다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물고기의
머리만 남겨두고서는 발라먹고 있었다 투욱. 비취 그릇 위에 거대한 뼈를 목구멍에서 빼어 내려놓고 말했다
"옹주의 나이가 열아홉이시니 이제 슬슬 혼처도 정해야 하지를 않겠는가 게다가 요번에 본과도 졸업한다고
들었네 아무래도 허나 옹주가 아무리 망국의 소산물이라고는 하나 허울상이라도 한 나라의 왕녀일세..그러니
아마도 격이 낮은 집안과 혼인을 성사를 시키면 반발히 상당히 거셀게야 게다가 이미 옹주의 어미의 장례마저
기간까지 단축시킨 것에 반발하여 장례를 목숨을 무릅쓰고 순 조선식과 성대하게 치루지를 아니하였는가...
그러니 지참금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당당할 수 있는 ... 황족 쪽에서 찾아보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아니 할 거라고 생각을 하네 살려는 미련을 가질수록 점점 더 괴로워하는 것이 이 시대의 상황일세 허나
이미 그 아이는 살려는 미련 따위는 현해탄에 던져버린 것 보다도 더욱 없을만큼 척박하니..왠만한 수준이면
될 걸세 지나치게 높지도 아니하고 지나치게 낮지도 아니할..각본은 내가 쓰는 걸세 그러니 그녀는 각본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걸세 내가 쓴 각본에 따라서 그저 움직여서 연기만 하면 되는 걸세 종실료의 총재의
결정따위도 아무것도 필요가 없네 (종실료란 궁내성에서 혼인을 담당하는 부서를 말합니다) 내 뜻대로일세
그저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후견인과 끌고 들어올 수 있는 금적적인 그 무언가일세
"..하오시면 마마 어디를 연결을 하실려고 하십니까?"
"..옹주는 조선왕족이므로 아마도 천황께서의 허락이 필요하겠지 황족이시면 폐하께서 순순히 허락을 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쯤은 나도 알지만 대일본제국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연모는 버리셔야 하네 혹은
아니더라도 굳이 황족이 아니더라도 결정에 따라주셔야지.. 딴 것은 몰라도 하나의 덫을 두고 두 마리의
물고기를 잡아서 하나는 식욕으로 하나는 예비용으로 기르는 것이 가장 첫번째 전투의 조건일세 말하기 더
이상 피곤하구만 얼마전에 들여온 향료가 어디나라 것이라고 하였던가? "
"프랑스에서 들여온 장미와 백합으로만 만든 향이옵니다 직수입한 다질링이라도 올릴까요?"
"..이왕이면 다질링에 최고급 레몬(이또한 수입이었겠죠;; 이 시기에는)을 뛰워서 주게나"
배가 고프면 자기 살도 뜯어먹는 상어와도 같은 본능과 화가 날수록 몸을 낮춰서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그러다가 경계가 풀어지면 시속 160Km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상대를 단숨에 물어뜯고 아가리가 두 동강이
나고 걸레짝처럼 너덜해져도 이빨을 풀지 않는 거대한 식욕.. 선천적으로 부레를 타고 태어나지를 않는
상어는 죽을 때까지 헤엄을 치고 살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거대한
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흉폭해지는 것이다 그러하므로 그녀는 상어다..그리고 그 자식 내미 또한 상어다
상어의 아내는 상어다 그 무리를 짓는 이들은 모두 상어다 그들을 말은 한다 "우리는 부레가 없어! 그래서
우리는 선천적으로 많은 양의 먹이를 먹어야 하는 숙명이야! 하지만 우리가 배가 고프다고 자신의 살을
뜯어먹을 수는 그리고 동족을 먹을 수는 없잖아? 부레가 없는 숙명이야!"라는 말을 지껄인다
피냄새가 나면 상어는 떼를 지어 몰려든다 피냄새 앞에서 동족도 구분하지 못한 채 살을 뜯는 무식한 무리들이
오늘도 몰린다 잔인하게 팔과 다리 그리고 눈알 마저도 수거를 하여 갔는데 아직도 모자라 단숨에 도려낸 살을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는다 태초부터 바다는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본디부터 땅에서는 평화가 있었다
인간의 욕망이 상어로 변해버린 욕망이 이미 타협과 공존이 불가능 해버린 이 공간에서 톱날같은 지느러미를
넓은 방패처럼 펼치고 전설이 되어버린 폭군은 숨이 멎을 것 같은 숨통 마저도 막아버릴 것 같은 당당함
앞에서 드러낼 것이 없자 그저 팽팽한 느낌으로 눈만을 번득이면서 애써 당당함을 가장 하려고 하였다 오냐 좋다
시작해보자 이 늙은 암캐야 이 늙은 자기 배가 굶주리면 동족이며 자기 살마저도 뜯어버리는 족속들아
권불십년... 권력은 십년을 넘기지 못하고 화무십일홍 붉은 꽃은 열흘이 채 가기도 전에 이미 저버린다
승리의 순간은 지극히 짧은 것. 그들이 누리고 있는 지금의 포만감은 후일 같은 일인마저도 파는 결과를 가진다
한 번 빠지면 절대로 헤어나오지 못하는 마약같은 환영과 절대적인 집착과 증오로 만든 덫이 가엾은 이를
삼키기 위하여 준비되고 있었다 미쳐버린 사람들.. 밀납같은 그녀 반항하지도 않고 밀랍천사같은 그녀가 못마땅
하다 분노를 기르는 마음이 그녀에게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분노를 기르는 마음이란 그저 단순하게 증오가
아닌 인간의 의지를 넘어서버린 욕망이나 갈증이 아닌 '파괴' 책임없는 교미후에 한 모금의 담배를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느끼는 인공적인 사정(射政)의 끈끈한 희열.. 그렇게 분노를 키워나갔다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한 사람의 생은 자유로울수 없도록 이미 덫에 걸리고 그 채로 다시금 포박을 당해 있었는데 무엇이 아직도
그리도 부족한지 마지막 생의 조건마저도 저 짙푸른 바다밑에서 솓구쳐 오르지도 못하게 작살로 찍어 버린다
1930년 일본력으로 소화 5년 2월 이제 덕혜옹주는 학습원 본과를 마지막 일년여를 앞두고 있었다 영왕과 만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허락이 필요하고 아직까지 시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끊에 의해
수족이 묶이어 있었지만 그 수은의 증기를 식혀 놓아 긴 속눈썹에 매달린 듯한 구슬도 꼭꼭 봉인해놓고 있었다
2월달 찬 바람이 있던 날 그녀에게 하나의 편지가 도달했다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옷을 채 벗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서 봉투도 뜯지 않고서는 탁자에 초조하게 손가락을 떨어대면서 앉아있었다 수취인은 덕혜희
보낸이는 그저 황궁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여전히 검은색으로 쌓인 비단에 묶여인은 문서는 불안감을 조장했다
찌...익 소리와 더불어 그녀는 검은 비단으로 겹겹히 쌓인 종이리본을 끊었다 그리고 펄렁거리면서 떨어지는
한장의 흑백사진.. 차마 소녀가 손으로 주워들어 확인하기 전에 눈에 먼저 그 사진이 꽃히는 것은 아무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그 사진이 꽃히는 것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을 숙명이었으랴
사진은 아미테라스 신궁에서 참배를 하는 영왕의 사진이었다 부르르.. 사진이 흔들린다.. 부르르..
소나무 길 사이에 진달래꽃을 들고 산봉우리에 올라 앉아 흰 비단위에 자신의 피로써 글을 쓰는 듯한 목소리로
솔빛 푸른 빛 나비 하마 날개는 디디고 봄 고운 노오란 치자 저고리를 애써 여며 보건만 날개는 무심하다
무심하게 흐르는 저 흰 구름이 소복되어 몸 안에 스며드니 그 무엇이 따로 필요가 있으랴
"..나는 보았다 인간이길 거부하고 사람이길 거부하고 욕정에 미쳐서 날뛰는 모두가 너희들 때문이다
모두가.. 모든 원인이 너희들 때문이다 분노를 녹여서 그들에게 복수를 하지 않고서는 나는 결코 살 수가
없으리라 그래 먹거라 너희들에게 나의 이 썩은 오장육부를 내어주마 너희들 입에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썩어버린 몸을 내어주마 낯선 사내와 하얀 몸을 뒹굴라고 하는 너희들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일테다"
생에서 감추어진 지독한 허무와 우울한 회색의 문을 ...얼어붙게 하던 그 냉소적인 미소 냉소적인 눈빛
그리고 또다른 밤의 야차가 와서 몇일 전의 희롱하던 날밤의 그가 다시금 하얀 기모노를 입고 빨간
기지꾸니(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입술연지쯤?? 빨간색)를 입에 가득 바르고 떠가는 솜구름 아래서 오직
들리게 하는 것은 흐르게 하는 것은 바람소리 아래 달린 비명소리와 살타는 소리 해지면 눈부신 피로 뒤덮이는
노을 아래 그 마당에 오로지 모란이 떨어지면서 알알이 구슬처럼 동그란 피는 쏟아지게 한다 부스러기 하나
주우라고 하는 인생은 거부하자 존재하고 싶은 의지 하나 없다 시시콜콜한 이유따위 버리고 순수한 의지로서
바라건대 아무것도 없다 기억에서 지워버리고픈 그러나 죽음보다도 더욱 깊은 끔찍함이 지워지지도 못한다
새빨간 찔레열매 새벽까지 시린 울음소리 비명소리 피짜는 소리 들으며 여물어가네 그 열매 하나따서
빨간색으로 범벅된 입주위를 지닌 채 야차는 다시금 뱀또아리를 틀면서 그녀에게 다가와서 말을 하네
"웃는...얼굴 상처입히고 싶었다 유복하고 행복하게 살던 빛의 세계속에서 뚫고 들어오는 어둠의 존재...그것이
너였다... 그렇게 오만하게 바라본다면 너에게 죽어 나자빠진 어미가 다시 돌아온다고 하던? 무엇을 얻으려고
누구를 이기려고 그렇게 애를 쓰면서 버티기도 힘든데 겉에 철철 장막을 두른채로 꼬리를 지켜들고 바라본다던?
그 오만한 자존심속에... 피를 타고 흐른다고 하는 왕가의 혈통이라고 하는 것에 미래를 알려주는 길이
있다던? 그렇다고 너가 조센진과 결혼이라도 해서 행복하게 그저 평범하게 살 수가 있다던? 사회의 모든
혜택에서 철저하게 아니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는 조센진으로 구구절절하게 남겠다는 이유가 뭐디?
그렇게 발톱을 세우면서 금방이라도 손을 뻗치면 혀를 깨물어서라도 죽을 거 같은 표정이며 눈을 하고
있지 말란 말이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우는데.. 무엇을 위해 그렇게 되지도 않는 자존심따위 세우고
뚝뚝 피흐르는 상처 내버려두는데... 조국이라는 곳이 너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냔 말이다! 뭐가!!!"
히로히토는 다시금 맑은 바람이 불면서 밝은 달 아래 나직이 읊조리면서 천천히 걸으면서 무언가를 중얼인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살려고 했던 나는..그 계집아이를 사랑해버리고 말았다 철저하게 처절하게 모욕까지도..
백년이 지나도 천년이 지나도 너는 똑같은 눈을 한 채로 입술 달싹 거리면서 지껄이겠지...여전히..말이다
그래..아직 한 군데 쓸만한 것은 있지 '열 아홉의 계집의 몸'으로서는 여전히 가치가 있지 아니한가"
우리의 삶이 두번 연속이 아니라단 한 번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유일하게 내가 신에게 감사드리는 것 그것이 이것입니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자유 소설방
덕혜옹주 "꿀처럼 흐르는 달콤한 꿈은 언제나 쓰디 쓴 밤의 뿌리"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