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얘기지만, 조승우는 발군의 미모는 아니다. 작은 눈은 딱 장동건의 열성이고 웃을 때 드러나는 치열도 고르지 않다. 키도 남자배우 치곤 작달막하다. 이번에 선보인 <클래식>은 조승우에게 야속한 영화일 법하다. 꽃미남의 대표주자인 조인성이 남자 주인공의 자리를 나눠 가졌으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친구 태수는 조승우를 더욱 작게 만드는 장신의 캐릭터다.
또래 배우들이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화려한 외모가 큰 자산일 터. 그런 점에서 조승우는 ‘무일푼’에 다름 아니다, 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폄하일까. 이렇게 조승우의 외모를 집요하게 걸고 넘어지는 이유? 이 스물세살 배우에게는 외모로 감히 포장해내지 못할 매력이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이다. 종래는 다양한 연기와 표정을 토해내는 그 평범한 외모에 찬탄을 보내도록 만들기에.
조승우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으로 데뷔했다. 댕기머리 앳댔던 총각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수인사를 청해온 영화는 <와니와 준하>. 조승우는 와니(김희선 분)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는 이복 동생 영민을 연기했다. <춘향뎐>이 조승우에게 거장 감독과 작업할 수 있는 영예를 준 것만은 사실이지만, 더불어 그의 배우 인생까지 단박에 화사해지진 않았다. 이름 석자를 관객들의 뇌리에 심어주기도 전에 잊혀지고 마는가 싶었다. 물론 그러기에 조승우는 너무나 젊었다. 당시 나이가 갓 스무살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승우가 연기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잠시 스크린에 등돌린 후 연기 열정을 쏟아낸 대상은 바로 연극과 뮤지컬. 그렇게 무대에서 착실하게 연기를 단련시켜 나갔다. 지난 이년동안 무려 다섯편의 영화에 출연한 걸 보면 지난 몇년간 조승우가 무대 위에서 얼마나 바빴을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아니나 다를까, <지하철 1호선> <명성황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연극쪽 필모그라피도 제법 실하다.
조승우는 <와니와 준하>에서 회상씬에서만 등장한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아 태웠던 애간장은 비단 와니의 것만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새삼 조승우를 ‘재발견’한 관객들은 그제서야 주섬주섬 그의 이력을 챙기기 시작했으며 ‘이몽룡’이란 잊혀진 이름 위에 조승우란 이름 석자를 온전히 포갤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결정타를 날린 것은 <후아유>였다. 이번엔 조선시대 사또네 자제도, 회상 속에서나 손을 내미는 추억의 대상도 아니었다. 오늘도 거리에서 어깨를 스쳤을지 모르는 평범한 청년들 중 하나. 딱 그 모습이었다. 다만 남들보다 좀 더 긍정적인 사고를 품은 채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게 유별났달까. 관객들은 <후아유>를 보고 난 후 아직 미완이었던 조승우의 가능성을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 이를테면 그것은 ‘확인사살’에 다름 아니었다. 자연스런 연기는 동시대 젊은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으며 기타까지 손수 치며 노래를 불러 제끼는 모습은 여성 관객을 향한 백마디 구애를 대신했었다.
조승우가 < YMCA 야구단 >의 카메오 출연과 < H >의 연쇄 살인범을 거친 후 찍은 <클래식>은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조승우는 이번 영화에서 여주인공의 엄마가 가슴 깊이 봉해둔 첫사랑의 상대인 준하를 연기했다. 친구와 정혼한 여자 친구를 결국 등질 수 밖에 없는 비운의 청년. 하지만 지레 우울한 캐릭터라고 예단하면 안될 일이다. 조승우는 관객들을 웃길 때 확실히 웃겨주고 나중에는 눈물을 쏙 빼놓게 만든다. 조승우의 연기는 그대로 신통한 주문이 되어 그가 원한 바대로 관객을 즐겁게도, 슬프게도 만든다. 이건 배우로서 대단한 재능이다.
조승우의 등에 업혀 60년대 풍경 속을 거니는 관객들은 그 등이 하도 따사로워 내리기가 영 싫어진다. 아마 영화 속 주희(손예진 분)도 그랬을 것이다. 발목을 다쳐 그 등에 업혔을 때, “이 얘를 사랑하게 되겠구나, 정말 그렇게 되겠구나” 하면서 어느새 필연으로 옷을 갈아입은 우연에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을 것이다. 조승우, 충무로의 앞날을 그 등에 맡겨도 될 성 싶은 ‘모범답안’ 같은 배우. 이런 기분 좋은 흥분을 안겨준 젊은 배우가 얼마만인가 싶다.
첫댓글 조승우 & 영화 <클래식> 둘다 강추!!! ^^;;
수요예술무대에서 뮤지컬하는 모습을 봤었는데...그대루~빨려 들어가버렸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