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벌어진 VNL 남자부 대 브라질 전에서 3-2로 승리를 거두며 7전 전승을 이어나갔습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센터 블러커를 제외한 아웃사이드 히터 2명과 아포짓 1명 그리고 세터까지 어찌보면
높이에서 구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신장을 가진 선수들의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높이를 가진 세계적인 팀들을 격침시키고 있네요.
스피드 배구의 정점에서 엄청난 조직력과 수비력에다
착실하면서도 전투적이며 꾸준했던 대회준비와 연구의 성과가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정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남자배구 대표팀도 이번에 아시아선수귄(?)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주장인 황택의 선수가 일본에게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인터뷰를 한것을 보았는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겸손하게 임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본 남배를 보면서 느낀 특징을 살펴보면요
1.서브가 강하면서도 범실이 적다.
우리나라가 국제대회에 나가면 서브범실이 유독 많다고 느껴집니다.
이것은 남배여배를 막론하고 마찬가지인데요.
일본도 물론 서브미스가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만 아주 많다고 느껴지진 않더군요.
그러면서도 아주 강하고 선수별로 특색이 있는 서브로 상대진영 리시브를 곤란하게 만드는게 느껴집니다.
아웃사이드 히터인 이시카와, 다카하시 그리고 아포짓 니시다의 경우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넣고
세터와 두명의 센터진의 경우 점핑 플로터 서브를 구사하는데
스파이크 서브를 넣는 세 선수가 크지 않은 신장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강하고 다양한 코스로 공략하고
세터와 센터진의 점핑 플로터 서브도 코스도 다양하고 구질도 까다로우면서도 스피드가 떨어져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우 국내 경기에서 내노라 하는 강 서브를 가진
정지석이나 허수봉, 나경복, 임성진 등의 선수가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시도할 텐데요.
서브 포인트나 상대방 리시브를 불안하게 만드는 경우보단 서브미스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느낌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거기에 센터진의 서브는 거의 서비스 수준의 리시브 난이도를 가져간다는 것인데요.
서브에 대한 연구와 연습이 정말로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 센터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 전원의 수비력은 리베로급
서브 리시브를 100% 퍼펙트 하게 받는것은 불가능 하겠습니다만
일본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의 리시브를 퍼펙트 하게 받거나 그러지 않으면 하다 못해
세터가 점프토스를 할 수 있는 위치까지는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듯 합니다.
거기다 상대방 공격수의 특징이나 이런것들에 대한 사전 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인지
상대방 공격에 대한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이 너무나도 기가 막히게 서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남배의 경우 기본기가 좋다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수비에 있어서 위치 선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디그하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본 선수들의 경우는 너무나 위치 선정이 좋습니다.
3. 블러커들의 리딩 능력이 좋다.
일본팀 선수들이 점프력이 좋다고 할 지라도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센터블러커들의 움직임과 사이드 블러커들의 위치선정등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단신의 선수들임에도 블러킹도 상당히 많이 잡고 있고
바운드 블러킹도 곧잘 시키는 것이지요.
물론 블러킹이 완벽하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작은 신장을 가진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에서 빠른 발과 좋은 체공력을 이용해서
허술하지 않는 블러킹 벽을 견고하게 쌓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것이 결국은 수비진들의 수비위치 선정에도 도움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여자배구의 경우를 대입해보면 센터 블러커들이나 사이드 블러커들의
위치 선정이나 블러킹 타이밍 자체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그것이 뒤에서 수비위치 선정을 하는 데 있어서 제 위치를 잡지 못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센터블러커와 사이드 블러커들의 컴비네이션 블러킹의 지속적이며 견고한 훈련
그리고 센터 블러커들의 많은 국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블러킹 리딩능력등을 많이 쌓아야지만
적은 신장에서도 그런 견고한 블러킹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4. 윙 공격수들의 개인 테크닉.
일본선수 이시카와가 오늘 브라질 전에서 보여준 공격에서 타점이 3미터31이 찍히더군요
크지 않은 신장으로 정말 대단한 높이입니다
188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아포진 니시다 선수가 타점이 350 까지도 나온다고 하지요?(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일본 선수들의 운동 능력이 대단하긴 합니다.
뭐 그건 그렇고 일본선수들도 서브리시브나 토스가 늘 퍼펙트 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모든 볼들이 다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겠지요.
디그된 볼이 오픈 토스인 상황도 올 수 있구요.
그럴때의 아웃사이드 히터 두명과 아포짓 선수들의 테크닉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우 그럴때의 공략은 대부분 페인트가 아니면 밖으로 쳐내는 터치아웃 작전이거나 벽에 쳐박거나
그런 정도의 스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국대들도 마찬가지구요.
일본 남배 선수나 여배 선수들을 보면
오픈 상황이나 블러커들이 완전히 따라붙었을 경우, 토스의 호흡이 맞지 않았을 경우 등등 그런 상황에서의
대처하는 스킬들이 우리나라 선수들 보다 다양하고 유연하며 무리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좋은 체공력을 이용해서 빨리 때렸다 늦게 때렸다 힘 빼고 때렸다, 밀어 때리고 등등
정말 얄미울 정도로 작은 선수들이 볼 처리를 잘 하더만요.
선수들 스스로가 포인트가 날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빠르게 캐치해서
강타를 때릴 것인지 달랠것인지를 잘 판단하고
달래는 상황에서도 한가지 방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과 타법으로 당겼다 밀었다를 순식간에 판단하는 능력들을 보유했더군요.
배구 EQ가 좋은 선수들만 뽑아놓아서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 선수들 중 고참이며 경기경험이 많은 선수들도 어이없는 경우를 보여주는 경우가 허다한데
저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저렇게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부럽기만 하더군요
5. 세터 토스의 스피드
일본 남배나 여배 모두 제가 느끼는 토스의 타이밍은 이렇습니다.
센터플레이어들의 공격은 a나 b의 경우는 당연히 속공 타이밍이고
라이트 런의 경우도 무조건 속공 타이밍으로 가더군요. 그것이 긴 런이건 빽A에 해당하는 런이건 간에 말이죠.
우리나라 여배의 런의 경우 빽A의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긴 런의 경우는 속공 타이밍이 아닙니다.
그냥 앞차 빽차 타이밍인거죠.
그러니까 블러킹에 잡히거나 바운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일본 남배의 경우 센터 플레이어는 신장들이 좋은 것 같더군요 주전으로 나오는 선수가 3명 정도인데
모두 2미터는 넘어 보이며 타점도 높고 속공시 신체 밸런스가 흐트러 지지 않습니다.
그런 높이에서 서양 선수들과 대등하게 속공 플레이를 연계하고 있구요.
두명의 아웃사이드 히터나 아포짓 스파이커의 스파이크 타이밍은 어디에서 때리건 모두
빠른 중앙 파이프 정도의 타이밍,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중앙 시간차에 해당하는 타이밍으로 줍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상대팀 센터 블러커는 정말 따라가기가 고역일 듯 합니다.
6. 서브리시브시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수가 모두 그렇더군요.
보통 아웃사이드 히터 두명과 리베로 한명이 전담해서 서브리시브를 하는 것이 기본이구요.
여배의 경우는 우리나라로 치면 라이트 공격수에 해당하는 아포짓 선수가 리시브에 가담하기도 하는데요.
하여간 리시브를 받는 선수들이 왠만해선 서브리시브를 하고 바닥에 넘어지던가 구르던가 하지 않습니다.
재뺄리 리시브를 하고 공격준비에 모두 들어갑니다.
공격에 들어가지 않는 리베로는 어택커버에 들어갈 준비를 하구요.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우 리시브를 하고 난 후 자세가 무너지는 바람에 세터가 볼을 보낼 코스가 한정되는 경향이 많거든요.
리베로를 제외한 나머지에 서브를 넣고 그 선수가 넘어지면 나머지 한 코스만 블러킹으로 잡는다 이런 분위기가 강한데요.
일본은 정말 서브리시브를 받은 선수는 오뚝이 처럼 반짝 일어나더군요.
그래서 늘 항상 공격 준비는 레프트, 라이트, 센터, 파이프가 거의 대부분 공격준비가 되어 있게 만듭니다.
세터는 리시브 된 볼을 최대한 몸 가까이 끌어 댕겼다가 빠른 스피드로 보내는데 폼을 미리 들키지 않도록
세심한 토스 폼을 보여줍니다.
뻔히 어디로 볼을 보내서 누가 때릴지 파악할 수 있는 배구와 누가 공격할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배구는
어쩔 수 없는 클라스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7. 디그시에 자세가 결국은 차이를 가른다.
남배의 경우는 워낙 빠르니까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여배의 경우는 그래도 잘 보이니깐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디그 할때 위치 선정이 기본이며 공격할때 볼이 나한테 무조건 올것이라는 대비태새가 되어야 합니다.
거기다 우리나라와 일본선수들의 차이점이라면
상대방이 공격한 볼을 내가 받는 그 찰나에 몸의 움직임이 최대한 없도록 견고하면서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자세여야 하는데요.
우리나라 선수들의 대부분은 디그를 할 찰나에 좌우 앞뒤로 자빠링 할 생각부터 하는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볼을 너무 몸이 움직이면서 받다보니 볼이 내 근처에 와도 다 맞고 튀는 상황이 오는 것이지요.
일본 선수들의 경우는 일단 몸으로 오면 걷어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몸 근처에 와도 당황하지 않고 걷어올리는데 반해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우는 디그시에 몸의 경직이 심하고 공을 무서워 하는 경향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배구라는 것이 워낙 미세한 운동이라 서브리시브 하는 그 찰나, 디그하는 그 찰나의 작은 움직임, 작은 감각, 힘 조절에 따라
결과는 정말 천지차이로 나타나거든요.
그것이 결국은 기본기라는 언어로 귀결이 되는 것인데요. 그런면에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8. 국제대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은
센터는 논외로 하고 리베로와 아포짓 그리고 세터까지 수비능력이나 기본기는 리베로 급이어야 살아남습니다.
우리나라는 남배나 여배 모두 리베로를 제외하면 한두명은 구멍급 까지는 아니어도 1인분을 못하는 수비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단 말이지요.
결국은 그것이 구멍이 되고 상대방은 집요하게 파고들것입니다.
선수 전원이 세터급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2단 능력을 보유하여야 하고
언더 토스가 아닌 오버토스가 가능하여야 하며
리시브나 디그에서 리베로만큼의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아웃사이드 히터나 아포짓에 위치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나라 선수들의 신장과 탄력, 유연성, 체공력의 수준으로는
저들과 대등하게 싸우지 못할겁니다.
김연경이 우리나라 여배를 멱살잡이 하면서 이 시대 까지 왔습니다.
헌테 찬찬히 살펴보면 김연경이 전성기때와 지금은 또 분위기가 조금은 다릅니다.
김연경이 페네르바체 시절 MVP를 먹고 그랬던 시절만 하더라도
190 정도의 선수들이 있긴 했지만 2미터 가까이 육박하는 선수는 거의 없었습니다.
기본기를 갖춘 185 정도의 선수들과 대략 190 정도의 센터플레이어들이 많았던 시절입니다.
그러면서도 190 정도 되는 선수들의 기본기가 그리 좋지는 못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서양 선수들은 190이 넘는 선수들은 넘치다 못해 190이 안되면 단신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되었고
센터 플레이어는 2미터에 육박하는 선수들이 각국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195 정도 되는 선수들이 기본기와 힘 높이를 모두 겸비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몇몇의 공격에 특출난 선수들의 경우 남자 선수들의 화력에 못지않은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중국처럼 엄청 많아서 앞으로 190이 넘는 선수들이 주구장창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일본 처럼 고교배구팀이 5천개 정도 되어서 저변이 아주 넓어서 그 중에서 골라쓸것도 아니라면
있는 선수들 가지고 알아서 버텨야 하는데요.
전 이번 VNL에서 아직 경기가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패인으로 생각하는건
우리나라 여배가 겸손하지 못했고 주제파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우리의 실력을 겸손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전투적으로 대회 준비를 했다면
이 정도 까진 망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냥 스타급 선수들이 있으니까 어찌되었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배구협회, 감독 및 코치, 선수들 모두 가진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거라고 봅니다.
일본 남배나 여배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일본 선수들의 작은 체격에 대해서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이겨나갈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준비하고 대비를 해서 경기에 임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우리나라의 배구 저변으로 이 만큼 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변이 이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는것이 능사는 아니겠지요.
반성하고 준비하고 노력해도 저들을 따라가는게 쉽지 않을 겁니다.
배구인들과 배구팬들 모두 전투적으로 임해야 할 시기가 아닐런지요
첫댓글 내 밥줄이 아닌 우리배구의 미래를 생각할수 있는 배구인의 모습은 자신의 사명감이나 의무감으로 나올텐데 그럴 이유가 있는 현재의 상황이 아니며 배구팬들이야 지도자가 어떠네 저떠네 말을 쉽게 하지만 지도자들이 처해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관심도 없고 지도자들에게 지금 내 앞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 아닌 미래 배구를 원하는건 소용없는 얘기지요. 거기에다 대표팀 전에 기본기가 다 되어있고 전술적인 면을 활용해야 하는데 대표팀에서 국내지도자들의 말이 먹히는가..현실은 아니올시다며..그런 이유로 외국인 지도자를 기용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가 그것도 아닌 것이죠. 유소년부터 현상황이면 앞으로 국제대회 성적 바라지말고 스트레스 안받으려면 조용히 보는 수밖에요.
추가로 선수층이 중요한게 만명에서 재능이 있는 선수가 나올 확률이 우리같으면 그중에 열명이 운동을 하고 나머지는 운동이 아닌 일반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일반 학생중에 운동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학생이 있었을 확률이 얼마나 클까요? 저는 이제 배구에 기대 안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저변확대가 시급한데 배구라는 종목이 과거엔 회사건 동창회건 체육대회엔 주종목이었지만 이젠 거의 잊혀져 가는 종목이 되어 버렸으니 요즘 운동 안하는 학생들 접하기 쉽진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