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산 정상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19A3554A148EA25)
참다운 알피니스트는 방랑자다. 방랑자는 선구자들이 간 길을 따라 산속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간 적이 없는 곳을 가기를 좋아하고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바위를 잡
고 기뻐하며, 수천 년을 내려오며 안개와 눈사태 속에서 남은 협곡과 절벽을 손에 피켈 들고
나아가는 사람이다.
――― 머메리, 「등산에 대하여」에서(쥬스토 제르바즈티의 「돌로미테에서 몽블랑으로」에서
재인용)
※ 제르바즈티는 1947년 몽블랑 뒤타귈에 루트를 개척하다 조난사했다
▶ 산행일시 : 2014년 12월 27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2명
▶ 산행시간 : 10시간 8분
▶ 산행거리 : 도상 16.4㎞(1부 8.7㎞, 2부 7.7㎞)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30 –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明達里) 서종초교 명달분교장(폐교), 산행시작
07 : 50 – 소유곡 마을
08 : 34 – 능선마루
09 : 34 – 701m봉, ┤자 능선 분기
09 : 55 – 안부, 임도, 휴식(28분)
11 : 06 – 전망바위
11 : 12 – 중미산(仲美山, △834m)
12 : 14 – 절터고개 가기 전 왼쪽 생사면 내림
12 : 34 – 임도
13 : 00 – 명달리 숲속학교, 1부 산행종료, 점심, 이동
14 : 00 – 양평군 서종면 노문리(蘆門里) 노문교회 앞길 지나 능곡 마을 가기 전 86번 도로
삼거리, 2부 산행시작
15 : 35 – 능선 마루, 676m봉
16 : 00 – 화야산(禾也山, △754.2m)
17 : 18 – 화야산, 고동산 등산로 입구
17 : 38 – 가평군 외서면 삼회리(三會里) 사기막 마을 363번 도로, 산행종료
1. 화야산 정상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531A43554A148EB25)
▶ 701m봉, ┤자 능선 분기
중미산 들머리로 잡은 폐교하였다는 명달분교장의 위치가 확실하지 않다. 경솔했다. 삼거리에
서 중미천 건너 묘각사 방향표지판 언뜻 보고 생사면 올라 잣나무 숲을 가는데 방향착오다. 엉
뚱한 산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니 소유곡 마을과 건너편 우리가 올라야 할 산릉이 분명하게
보인다. 떼로 우르르 내린다. 20분을 떼알바로 워밍업 하였다.
건축자재 널려 있는 펜션 부지(?) 지나고 오래된 산판 길 오른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세밑 엄
동은 엄동이다. 이른 아침 산골 대기가 차디차다. 더하여 잡목이 살갗에 스치기만 해도 아플
만큼 맵다. 호주머니에 넣은 핫팩 만지며 잰걸음 한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해피 님의
안광은 지배(地背)를 철(徹)하는가. 황량한 설원이나 다름없는 벌판에서 더덕을 찾아낸다. 과
연 신동이렷다.
그런데 바로 나타나는 금줄과 연달은 경고표지판이 산통을 깬다. ‘출입금지, 두릅과 산더덕 재
배지’다. 그만 눈 거둔다. 오르막이 가팔라지고 엉겁결에 두릅나무 붙들어 날선 가시에 손바닥
이 속속 아리다. 산판 길 끝나고 금줄 벗어나니 눈부터 자유롭다. 오뉴월 비지땀 쏟는다. 허기
지고 발걸음이 무겁다. 그러고 보니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
능선마루에 올라 더 못가고 일행 여러 부조로 요기하여 살아난다. 북릉이라 눈이 제법 깊어 발
목을 덮는다. 짐승들의 러셀자국을 따른다. 그들도 바람결 눈 처마는 피했다. 쌍무덤 지나고
철사보다 더 억센 철쭉가지 헤친다. 영진지도에 표시된 ▲488.4m봉을 짚어내지 못하겠다. 해
는 어느새 반공에 솟았다. 살에는 듯하던 실바람이 사뭇 무뎌졌다.
되게 길고 가팔랐던 오르막이 드디어 다소곳한 620m 고지에 올라 선 채로 첫 휴식한다. 나뭇
가지 베일에 가린 중미산이 당장 눈길 뚫자니 멀기도 하다. 나지막한 봉우리 오르고 내린다.
사면 돌아 넘는 것보다 직등하는 편이 낫다. 바위 날등 기다가 암봉 밑자락 돈다. 둥그스름한
봉봉이 고슴도치 닮았다. 다섯 번째 봉우리가 ┤자 능선 분기하는 701m봉이다.
내리막 설원을 신나게 지친다마는 여태 저축한 오름을 다 까먹는다. 아깝다. 이대로 소득 없이
내려갈 수야 없다 하고 잡목 헤치고 오른쪽 절벽에 바짝 다가가 소구니산과 마유산 들여다본
다. 안부로 내리는 능선 마루금을 잡기가 어렵다. 능선이 연호가 소용없이 펑퍼짐하거니와 수
적 쫓다가 골로 간다. 안부는 임도가 지난다.
2. 1부 산행시작, 오른쪽 멀리 보이는 산은 화야산 연봉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EFA3554A148EB34)
3. 북사면은 눈이 깊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3D0E3554A148EC1D)
4. 오르고 내리는 봉봉이 고슴도치 닮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39C43554A148EC1F)
5. 앞은 소구니산, 그 왼쪽 뒤는 마유산(유명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23373C3554A148ED21)
6. 701m봉 내려 중미산 가는 안부에 이르는 길은 찾아가기 어려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21823554A148ED31)
7. 과메기 안주로 마시는 탁주 맛이 아주 좋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39A43554A148ED1F)
8. 역주하는 신가이버 님, 중미산 오르는 길
![](https://t1.daumcdn.net/cfile/cafe/2741D23554A148EE1A)
9. 중미산 오르기 전 전망바위에 들려 전경을 일람한다. 약간 오른쪽 불쑥 솟은 봉우리가 청계산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3C83554A148EF24)
10. 왼쪽은 소구니산, 가운데 멀리 희미한 산은 양자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2526F23554A148EF30)
▶ 중미산(仲美山, △834m)
맨입으로 쉬는 경우가 없다. 얼근하게 술추렴하고 일어난다. 새로이 산을 오른다. 고도 300m
이상을 올려쳐야 한다. 중미산 서릉은 이정표가 안내하는 일반등산로가 뚫렸다. 눈 온 뒤로
선답이 있었다. 그들의 발자국을 수정하며 오른다. 한편 무료하여 사면 눈으로 훑으며 가지만
빈 눈이다. 암벽이 나오고 얌전하게 선답 따라 오른쪽으로 돌고 매여 있는 굵은 밧줄 잡고
오른다.
중미산 정상 100m 전 등로에 살짝 벗어난 전망바위에 들린다. 경점이다. 청계산이 뭇 산 거느
린 당당한 한 고을 맹주다. 그 오른쪽 멀리 고도(孤島)는? 운악산이다! 한참을 궁리했다. 운악
산이 풀리고 나니 국망봉, 광덕산, 연인산, 명지산 …… 줄줄이 풀린다. 밧줄 잡고 사면 돌아
주릉 ┣자 갈림길 지나고 곧 암봉인 중미산 정상이다.
숨 가쁨과 고역을 일순간에 잊게 하는 가경이 펼쳐진다. 용문산, 봉미산, 응봉, 화악산, 명지산
이 동북방의 든든한 울타리다. 중미산(仲美山) 또한 ‘남한강과 북한강 중간에 무게 있게 자리
한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시간이 늦어 당초 계획한 삼태봉과 통방산을 가기 어렵고 절터고개에서 명달리로 하산하기로
한다. 중미산 정상에서 북동진 하는 바윗길이 눈에 덮여 약간 까다로워졌다. 100m쯤 가서 가
일리 가는 ┤자 갈림길(직진은 가일로 간다)에서 왼쪽으로 방향 꺾어 북진한다. 긴 내리막이
다. 발바닥이 간지럽게 눈길 지친다. 순식간에 중턱인 653m봉을 대깍 넘는다.
오른쪽 산자락에 리치칼튼컨트리클럽 골프장이 보이고 나지막한 봉우리들이 키 재기하기 시
작한다. 절터고개 못 미처 왼쪽 사면 잣나무 숲속을 쏟아 내린다. 골짜기에 이르고 외딴집이
나온다. 전봇대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성 싶다. 아마도 주인일
할아버지에게 수대로 수인사하고 대로 내려 임도와 만난다.
임도는 명달리 소유곡 마을로 곧장 간다. 눈길 평지 걷기가 산길 보다 더 조심스럽다. 낙상할
라 살금살금 걷는다. 명달리 동네까지 꽤 멀다. 1.8㎞나 된다. 명달리에서 이 임도로 차가 진입
하지 못하도록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명달리 숲속학교 앞 너른 갓길에서 점심밥 먹는다.
오늘 점심도 걸다. 버들 님이 미역국을 가져오고, 모닥불 님은 돼지고기 뭉텅 썬 묵은지찜을,
한계령 님은 데커레이션케이크를 가져왔다.
11. 가운데는 안부는 농다치고개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7E13554A149A73E)
12. 소구니산 산허리 도는 도로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60A3554A149A805)
13. 운악산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9C43554A149A924)
14. 용문산, 그 앞은 어비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1D43554A149A91F)
15. 왼쪽은 봉미산, 맨 오른쪽 뒤로 도일봉이 살짝 보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1DA3554A149AA08)
16. 용문산, 앞은 어비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5904254A14F4035)
17. 앞이 우리가 방금 지나온 능선, 운악산과 그 오른쪽으로 국망봉이 아득하게 보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9A43554A149AB24)
18. 앞은 삼태봉, 그 뒤는 통방산, 오른쪽은 곡달산, 멀리 하늘금은 화악산과 응봉(오른쪽)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1D23554A149AB1F)
19. 하늘금 왼쪽부터 명지산, 화악산, 응봉
![](https://t1.daumcdn.net/cfile/cafe/2629B23554A149AC31)
20. 운악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2426F23554A149AC35)
21. 중미산 정상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225803554A149AD35)
1부(중미산) 산행로
![](https://t1.daumcdn.net/cfile/cafe/230F3E3854A14A6831)
▶ 화야산(禾也山, △754.2m)
우리에게 저 산을 갔었느냐(혹은 올랐느냐) 하는 물음은 순진할뿐더러 진부하다. 어느 코스로
올랐느냐고 물어야 한다. 중미산도 그렇고 화야산도 그렇다. 우리가 동계 초등하는 코스이리
라. 이천터널 앞 춘천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노문리 능곡 마을 근처의 서종사 입구 방향표시판
이 있는 삼거리가 화야산 들머리다. 오버행인 산기슭 직등을 피해 오른쪽 옆으로 비켜 오른다.
갈지자 그려도 가파르다. 만복이라 박차고 오르려니 옆구리가 결린다. 한 피치 올라 능선마루
잡고 잣나무 숲길 지나며 가쁜 숨 고른다. 임도가 나온다. 바로 절개지를 오른다. 장정이 시작
된다. 발이 힘 받지 않는 푹신한 낙엽 길이거나 눈길이다. 대기는 봄날이다. 겉옷 벗고 팔 걷어
붙인다. 올려다보는 고동산 연릉이 아득한 장릉이다. 고개 숙이고 만다.
신가이버 님은 나는 듯이 앞서간다. 그렇거나 아무쪼록 내 걸음으로 갈 일이다. 몇 번이나 신
기루로 보이던 주릉이 더는 뒤로 무르지 않는 눈앞 장벽이다. 사면에 코 박아가며 오른다. 거
친 입김 내뿜어 낙엽이 들썩거린다. 그리고 주릉. 모두들 벌겋게 상기한 표정으로 얼음물 찾는
다. 아쉽지만 고동산은 들리지 않는다.
고동산에서 화야산 가는 길은 눈길이 뚫렸다. 676m봉이 대단한 첨봉이다. 발자국계단으로 오
른다. 화야산 가는 길 내내 신갈나무 숲속이라 아무 조망이 없어 적막하다. 생각마저 닫은 묵
언 수행한다. 낙조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고 화야산 정상이다. 재작년 여름과는 전혀 다른 모습
이다. 그림 같은 용문산 연봉의 전망이 새롭다.
어디로 내릴까? 사기막주차장 3.3㎞, 큰골 3.8㎞다. 가까운 사기막주차장으로 간다. 급전직하
하는 내리막이다. 여기로 화야산을 오르려면 더 녹아나겠고 자위하며 내린다. 곧바로 골로 떨
어진다. 아이젠 찬다. 발밑 미끌미끌 하는 재미가 적지만 함부로 걷는다. 고동산 오르내리는
갈림길과 만나고 산자락 길게 돌아 등산로 입구인 사기막주차장이다. 화야산에서 여기까지가
3.3㎞다.
사기막 마을 363번 도로까지는 사기막천 따라 1.5㎞를 더 가야 한다. 군데군데 빙판길이라 번
번이 머리 쭈뼛 서고 식은 땀 난다. 어느덧 가로등은 불 켰다. 오지산행 2014년 한해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22. 소구니산, 오른쪽 뒤는 양자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260D103354A14A6012)
23. 나뭇가지 베일에 가린 삼태봉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1C43354A14A6110)
24. 능곡 마을에서 화야산 오르는 초입
![](https://t1.daumcdn.net/cfile/cafe/2226693354A14A6103)
25. 나뭇가지 베일에 가린 화야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2279F63354A14A621F)
26. 화야산 정상
![](https://t1.daumcdn.net/cfile/cafe/240D3D3354A14A6313)
27. 용문산, 왼쪽은 천사봉, 오른쪽은 백운봉
![](https://t1.daumcdn.net/cfile/cafe/2477BB3354A14A6322)
28. 용문산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D303354A14A640A)
29. 세여인
![](https://t1.daumcdn.net/cfile/cafe/2256E63354A14A643A)
30. 용문산을 배경으로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A5A3854A14A6629)
31. 화야산 정상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412B83854A14A662F)
32. 화야산 급전직하 하산 중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6F93854A14A6709)
33. 사기막천 사기막 마을, 종점이 가까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4D003854A14A6805)
2부(화야산) 산행로
![](https://t1.daumcdn.net/cfile/cafe/2602963854A14A693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