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달빛문학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자유 게시판 스크랩 도종환 시인의 교과서 수록 詩들
仁影 추천 0 조회 134 12.07.13 02:5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어떤 마을 / 도종환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종례시간 / 도종환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흔들어 주며 가거라

쉴곳 만들어주는 나무들

한번씩 안아 주고 가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 해 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 해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만질 수도 없도 향기도 나지 않는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구름이 하늘에다 그린 크고 넓은 화폭 옆에

너희가 좋아하는 짐승도 그려 넣고

바람이 해바라기에게 그러듯

과꽃 분꽃에 입맞추다 가거라

 

애들아 곧장 집으로 가 방안에 갇혀 있지 말고

잘 자란 볏잎 머리칼도 쓰다듬다 가고

송사리 피라미 너희 발 간질이거든

너희도 개울물 허리에 간지럼 먹이다 가거라

잠자리처럼 양팔 날개하여

고추밭에서 노을지는 하늘 쪽으로

날아가다 가거라

 

----------------------------------------- 

 

  수제비 / 도종환 

 

둔내 장으로 멸치를 팔러 간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

미루나무 잎들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얇은 냄비에선 곤두박질치며

물이 끓었다.

동생들은 들마루 끝 까무룩 잠들고

1군 사령부 수송대 트럭들이

저녁 냇물 건져 차를 닦고 기름을 빼고

줄불 길게 밝히며

어머니 돌아오실

북쪽 길 거슬러 달려 가고 있었다.

경기도 어딘가로 떠난 아버지는 소식 끊기고

이름 지울 수 없는 까마득함들을

뚝뚝 떼어 넣으며 수제비를 ?였다.

어둠이 하늘 끝자락 길게 끌어

허기처럼 몸을 덮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국물이 말갛게 우러나던 우리들의 기다림

함지박 가득 반짝이는 어둠을 이고

쓰러질 듯 문 들어설 어머니 마른 멸치 냄새가

부엌 바닥을 눅눅히 고이곤 하였다.

------------------------------------------- 

 

  여백/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어디야

 

***시인 도종환***

도종환은 청주 중앙초등학교를 거쳐 청주중학교를 졸업했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3년 동안 원주고등학교에서 유학한 뒤 바로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진학했다. 1985년 충청북도 청원군 부강중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에 발간한 그의 첫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는 이미 이때부터 깊숙한 자기 울림의 세계를 그려낸 훌륭한 시인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또한 어린 두 아이를 두고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에게 바친 시집 〈접시꽃 당신〉과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1988)이라는 2권의 시집은 그가 얼마나 깊은 사랑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도종환은 교사가 된 후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약칭 전교조) 결성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되었고, 수인의 몸으로 교육 시집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1989)을 발간했다. 그후 도종환은 전교조 충북지부장으로서, 또한 충북문화운동연합의장으로서 활동했다. 그는 청주와 대구를 넘나들며 '분단시대'라는 동인 모임을 결성, 군부독재의 탄압에 맞서 동인지 간행을 주도했고(1984년 1집을 발간한 이후 5집까지 발간함) 그 문학적 열정과 업적을 인정받아 1990년 '신동엽 창작 기금'에 이어 제7회 민족예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1990년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과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 배〉, 그리고 1998년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를 발간했다. 또한 1993년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와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1994), 그리고 〈부드러운 직선〉(1998) 등을 연달아 발표했다.

도종환은 1998년 9월 충청북도의 작은 시골 학교인 진천 덕산중학교로 복직되었다. 그는 2004년 건강 문제로 교직을 떠났다. 그밖의 저서로는 시집 〈슬픔의 뿌리〉(2002)·〈해인으로 가는 길〉(2006), 산문집 〈모과〉(2000)·〈사람은 누구나 꽃이다〉(2004)·〈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2000), 동화 〈바다유리〉(2002)·〈나무야 안녕〉(2007) 등이 있다. 민족예술상(1997), 거창평화인권문학상(200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부문 예술상(2006) 등을 수상했다.

                                                                                                굿모닝

 

 
다음검색
댓글
  • 12.07.13 05:45

    첫댓글 도종환은 접시꽃 당신에서 지극히 사랑한다는 마누라가 죽은 후 한달도 안되서 재혼하자 이중인격자라고 전국각지에서 비난이 빗발쳤으며 도동환의 시집이 거의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운명에 처했다. 작가는 글과 행동이 일치해야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 작성자 12.07.14 09:17

    대부분 문인들이 언행 일치하지않습니다. 이론은 잘 알아서 글은 쓸 수 있지만 마음도 약하고 의지도 약하고 귀도 알퍅하고...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