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판 흑백 여가수 대결”
음악은 뭐니 뭐니 해도 최신곡이 주는 유행 감각이다. 흘러간 명곡이나 수작 앨범을 챙기는 것도 좋지만, 또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필요한 음악정보는 바로 지금 히트선상에 오르내리는 노래들이다.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친구들은 널리 알려진 음악을 꺼리지만, 그래서 늘 멀리 독야청청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TV와 유선방송의 비디오 프로그램을 석권하는, 이른바 주류(主流) 음악 속에 있다. 주류의 유혹을 자청해야 대중과 함께 호흡한다.
주류의 히트 음악은 당대 유행의 척도이다. 우리의 눈과 귀에 포착되는 지금의 히트송이야말로 평소 동경하는 스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트렌드를 창조하며, 또래의 이야기문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아주 눈에 띄는 두 명의 여자 팝 가수가 있다. 그 이름은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과 시아라(Ciara)이다.
켈리 클락슨은 백인이고 시아라는 흑인이다. 두 여가수는 현재 똑같이 히트송을 잇달아 내놓아 뜨거운 인기 경쟁구도를 그려내며 음악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팬들은 한동안 구경하지 못했던 '흑백대결'을 목격중이다. 단지 라이벌전이라서 두 사람을 주목하자는 것은 아니다.
두 여가수에게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고 차별점이 있다. 둘 다 80년대 태생의 신세대로 틴에이저들의 아이돌이고, 시선을 확 끄는 미모라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음악은 판이하게 다르다. 켈리 클락슨은 통상적으로 아이돌 스타들이 하지 않은 볼륨을 높인 록을 하는 반면, 시아라는 흑인여가수답게 힙합의 최신 조류를 구사한다.
신세대 음악의 두 축인 '록과 힙합'의 양보 없는 각축전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팝 본고장의 신세대들한테 어필하는 음악이 인종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상식을 다시 확인한다. 백인의 경우는 록으로 승부를 걸고 있고, 흑인은 여전히 힙합이 대세라는 것을. 록이나 힙합보다는 감각적인 발라드와 팝 댄스 판인 우리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흥미롭다.
(켈리 클락슨의 힘찬 록 공세)
1982년 미국 텍사스 주 조그만 마을에서 태어난 켈리 클락슨은 타고난 미모의 소유자이다. 고교 졸업 후 할리우드로 옮겨 연예계를 넘본 것은 꿈 많은 10대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성공은 당장에 올 리 만무이다. 7학년(우리나라의 중학교 1학년) 때 교내합창단 선생님에게 소질을 인정받아 끝없는 가창력 훈련에 매진했지만 할리우드는 그에게 시련과 좌절만을 안겨주었다.
희망의 빛은 미국 폭스 TV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이었다. 재능 있는 10대를 뽑는 오디션인 이 프로그램에서 켈리 클락슨은 당당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리하여 곧바로 레코드사(RCA)와 음반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 다음부터는 모든 게 순풍에 돛 단 배였다. 이 앨범에서 발표한 첫 곡 'A moment like this'는 순식간에 전미 인기차트 정상을 거머쥐었다.
여세를 몰아 내놓은 곡 'Miss independent'와 'Low'도 어렵지 않게 차트 상위권을 공략했다. 눈부신 히트행진보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그 음악의 성격이었다. 'A moment like this'는 감칠 맛 나는 멜로디의 R&B 발라드였지만 그 이후에는 전혀 다른 음악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Miss independent'와 'Low'는 기타의 울림을 강조한 록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언론으로부터 '아이돌 스타에게 씌운 슈가 팝의 사슬을 용케 벗어난 가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음악역사에서 아이돌이란 단어는 언제나 조금은 부정적인, 즉 '예쁘장한 외모와 감각적인 팝으로 또래들을 홀리는' 가수라는 의미를 연상시켜왔다. 그래서 아이돌 스타는 당장은 키드들에게 사랑받지만 수명이 길지 않은 반짝 인기의 늪에 빠지곤 했다.
켈리 클락슨도 애초에는 아이돌 스타의 굴레를 벗기 힘들어보였다. 분명 시선을 집중시키는 외모에다 눈요기라는 인상을 주는 TV 오디션 프로를 통해 이미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누구나 켈리 클락슨은 또래들이 쉬 공감할 수 있는 있는 이 시대의 발라드 아니면 신나는 댄스로 인기몰이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록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록을 하면 당차다는, 진지하다는 그리고 제대로 음악을 한다는 인상을 준다. 아마도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과거 산타나(Santana)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등 무수한 스타들을 배출한 막강 제작자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는 이것을 노렸을 법하다. 힙합이나 R&B 발라드를 하는 것보다는 록을 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점수를 얻으리라는 판단, 그것이었다.
마침 켈리 클락슨은 록을 구사하기에 적당한 보컬의 파워를 소유하고 있었다. 폭발적으로 내지를 수 있는 힘, 감정의 완급을 조절하는 통제 능력을 갖춘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2004년 하반기에 발표한 2집 앨범 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한층 내적으로 성숙해졌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앨범에서 타이틀곡 'Breakaway'를 비롯해 'Since U been gone' 'Behind these hazel eyes'의 주 멜로디를 쥐고 가는 보컬은 웬만한 남자 이상의 에너지를 과시한다.
그 폭발력에 팬들은 “음반을 듣는데 숨이 벅찰 정도였다. 남자들로 이뤄진 밴드가 사운드를 냈어도 이렇게 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며 놀라워했다. 사실 켈리 클락슨 음악은 남자 팬들도 주의 깊게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곡 'Breakaway'는 빌보드 6위까지 올랐고 지금까지 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후속타 'Since U been gone'도 200만장의 판매기록을 만들어냈다. 3번째 싱글 'Behind these hazel eyes' 역시 현재 빌보드 6위에 랭크되어 앞선 2곡의 선풍을 확대생산하며, 가공할 인기행진을 펼치고 있다.
올 6월11일 자 차트에서 'Behind these hazel eyes' 'Since U been gone' 'Breakaway'가 각각 6위, 9위, 38위에 올라 세 싱글 모두가 40위권에 드는 일대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런 동시다발 히트가 처음은 아니지만 아이돌 형의 여가수로선 사상 처음이다. 이 곡들이 수록된 앨범 의 판매량도 200만장을 넘어섰다. 지금 봐선 앞으로도 히트곡이 하나 둘 더 나올 분위기. 벌써부터 '2005년의 팝 인물'은 켈리 클락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대박은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에 대한 일반의 선입관을 깨는 과감한 역(役)전략, 이를테면 여가수에게는 리스크가 높은 록으로 가져간 선택이 가져다준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은 겸양의 미덕이다. 켈리 클락슨은 성공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런 위치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제 매일매일 노래 부를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여기에다 그녀가 월세로 살던 집이 화재로 소실되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와 칵테일 바의 웨이트리스로 생계를 유지한 성공 이전의 역경 에피소드도 화제를 모았다. 음악 외에 근래 들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 '이미지' 측면에서도 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강점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록을 무기로 하는 덕분인지 최근 그의 라이브를 직접 보고 싶다는 국내 팬들이 부쩍 늘었다. 그의 내한 공연이 성사될 날도 멀지 않다. 백인 소녀가 음악시장에서 어필하는 데는 역시 록이 적격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켈리 클락슨은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에 이어 다시금 입증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주류 가수가 특히 여가수가 록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이 점은 구미와 우리 음악 팬들의 정서 차이가 엄존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시아라의 무서운 힙합 반격)
켈리 클락슨이 2집을 발표한 2004년 하반기에 미국의 흑인음악계는 그에 맞설 수 있는 신예를 보유함으로써 '1인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제동만 건 것이 아니라 실적으로 봐선 켈리 클락슨을 넘어설 것 같다. 주인공은 시아라(Ciara). 1985년 10월4일생으로 아직 스무 살이 안 된 푸릇푸릇한 흑인처녀다.
미국 남부 애틀랜타 출신인 그녀의 데뷔 곡 'Goodies'는 켈리 클락슨이 점령하지 못한 빌보드 차트 정상에 가뿐히 올라섰으며 그것도 무려 7주나 머물러 천하를 호령했다. 해를 넘겨 발표한 2번째 곡 '1, 2 Step'도 2위를 기록했으며 세 번째로 내놓은 곡 'Oh'는 현재 빌보드 3위에 올라있다.
6월11일 자 차트로 보면 'Oh'가 3위, '1, 2 Step'이 32위에 랭크되어 톱40에 두 곡을 올려놓은 상태지만 곡의 순위로 보면 켈리 클락슨보다 훨씬 파장이 큰 셈이다. 앨범도 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 주류 음악계는 완전히 '켈리 클락슨 대 시아라'의 충돌 형국이라는 분석은 그럴싸하게 들린다.
시아라가 팝 무대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켈리 클락슨이 그렇듯 음악의 성격으로부터 비롯된다. 시아라의 빅 히트넘버인 'Goodies'를 들어 보면 마치 사이렌 소리처럼 하나의 코드로 시종일관하는 배경음이 들린다. 신시사이저에 의해 만들어진 방식인데 그 느낌은 상당히 자극적이면서도 새롭다. 팝 팬들에게는 2004년을 휩쓴 팝 스타 어셔(Usher)의 곡 'Yeah!'를 통해 익숙해진 패턴이다.
이 스타일을 창조한 사람은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릴 존(Lil' Jon)으로, 그는 찌르는 듯한 자극적 비트를 가진 이 형식을 크렁크 앤 비(Crunk & B, 그들 발음으로 크렁큰 비)라고 일컫는다. (크런크는 중독성이란 의미도 있고 탱탱하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흑인들 간의 숙어로 릴 존은 자신을 '킹 오브 크렁크'로 불렀으며 실제로 그 제목의 앨범도 발표했다.)
'크렁큰 비'는 남부 애틀랜타 특유의 리듬이 스며든 최신 트렌드의 힙합 비트라고 할 수 있는데, 세븐과 신화 등 국내 가수들도 이 스타일을 구사하면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용어가 갑작스레 회자되었다. 시아라는 이 뉴 트렌드인 '크렁큰 비'의 최고 여성스타인 셈이다.
레코드사는 노골적으로 그녀를 '크렁큰 비의 퍼스트 레이디(영부인)'으로 선전하고 있으며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은 '크렁큰 비의 프린세스(공주)'라는 수식어를 동원했다. 그녀 외에 공주란 표현을 적용할 수 있는 가수는 다름 아닌 켈리 클락슨이다. 그녀의 초대형 히트송인 'Breakaway'가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2>에 삽입되면서 널리 알려진 것은 그냥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 거기에는 캐릭터와 실제를 연결시키는 미국 연예산업의 치밀한 '동일화'의 전략이 숨어있다. 켈리 클락슨 본인에게도 공주 이미지가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시아라와 켈리 클락슨은 각각 '흑백 팝의 공주'로도 대항전선을 형성한다.
시아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숙녀다운 분위기의 노래를 통해 성적(性的)인 이야기도 서슴없이 끄집어낸다. 이것은 90년대 이래 힙합의 일반적 경향이다. 게다가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미국의 효리'라 할 정도로 섹시함이 자욱하다. 'Goodies'의 뮤직비디오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글로벌 음악시장을 물들여온 '섹슈얼리티'의 강한 역사적 소구력이다.
그녀의 지원자는 'Goodies'의 프로듀서인 릴 존 이외에 사실상 음악감독이라고 할 재지 파(Zazze Pha)이며 시아라는 그가 만든 레이블 '쇼너프'에 소속되어 있다. 쇼너프의 음반을 배급해주는 레코드사는 굴지의 아리스타(Arista)로, 그 아리스타의 전면적 홍보와 마케팅이 있었기에 오늘날 시아라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켈리 클락슨을 키워낸 S 레코드사 사장 클라이브 데이비스가 전에 아리스타 사장이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크렁큰 비'로 자주 연관되어지지만 앨범의 수록곡들이 모조리 그런 것은 아니다. 흑인음악의 대세인 힙합과 R&B가 감각적이고 개성적인 맛으로 다채롭게 처리된 음악들이다. 시아라 자신도 “난 크렁큰 비 스타일만을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다. 사실 'Goodies' 외에는 그런 곡이 없다. 이 음반은 그냥 내가 하고 싶었던 R&B 음악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한다. 한 가지 고정 스타일에 자신이 함몰될 위험을 미리부터 격리시킨 것이다.
사실 음반에 수록된 'Pick up the phone'는 소울 냄새가 퍼져 있으며 'The title'은 느린 R&B 발라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멜로디중심으로 음악을 듣는 일반적인 국내 팬들의 취향을 감안할 때 시아라의 음악은 쉽지 않다. 크렁큰 비든 아니든 전체적으로 느낌이 켈리 클락슨처럼 친근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이것이 시아라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국내의 힙합 광(狂)들이 그 음악에 미치는 것은 국내 가요의 상투적 멜로디가 싫은데다 힙합이 주는 모던함 때문이다.
시아라의 매력은 켈리 클락슨과 마찬가지로 인터뷰에서 엿보이는 나이답지 않은 겸손함에 있다. 그리고 놓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의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다. “앞으로 계획이라면 내가 쓰는 모든 곡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이다. 그것만이 내가 오랫동안 가수 활동을 유지하게 할 원동력이라고 본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시아라와 켈리 클락슨은 모두 레코드 자본의 든든한 후광에 힘입은 가수들이다. 그들이 음악역사에서 자신의 굵직한 영토를 쉬 확보하지는 못할 것이다. 늘 그렇지만 대중문화의 역사는 자본의 침탈과 그것에 의한 인위적 스타덤을 역겹게 바라본다. 그러나 두 여성 공히 비주얼이나 섹슈얼한 것 이상으로 기본인 음악을 잘 만들려는 즉 웰 메이드 앨범에 대한 욕심, 즉 음악의 예술성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마저 깡그리 무시할 것은 못된다. 이것은 어쩌면 그들이 '기획사의 광대'라는 가수의 과거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요즘 차트에서 맹활약중인 켈리와 씨에라
그래서 이런 글이 나온것 같네요..
꼭 예전의 브리트니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대결을 보는것 같네요
첫댓글 역시 싸구려 평론가! 딴건 다 그렇다 쳐도 켈리 클락슨이 타고난 미모의 소유자? 캬캬캬캬캬캬캬캬캬-
하하.... S레코드가 아니라 J레코드 아닌가요? ㅋㅋㅋㅋㅋ
좀 평론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하세여 요즘도 흑과백따지나?
그냥 재미 정도로 읽고 넘어 갈 수 있는 글인 것 같은데.;
캬....역시 갖다 붙이기 하나는 최고라니깐-_-; 그리고 켈리 클락슨이 "미모"라기엔 쫌....자기 입으로도 아메리칸 아이돌 하기전에 외모땜에 여러번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했구만 미모는 좀=_=
말은 번드르르하게 했는데 내용은 너무 간단한건데요?;;
그다지 대결구도는 아닌데..전혀-_-; 그리고 윗분들이 지적하신데로 타고난 미모..ㅋㅋㅋ; 이런말 할처지가 저도 아니긴하지만-_-..; 아무튼 싱글곡이나 가수 자체는 Ciara 쪽이 더 맘에 들지만 그냥 듣기엔 Kelly의 앨범이 괜찬은듯
어! 저거 독서평설에도 올라왔던데..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