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시작됐다. 비가 쏟아진 뒤부터 하늘이 제법 깨끗하다. 낮에는 맑고 청명하여 따뜻한 햇살 아래 걷기가 좋고, 저녁에는 제법 선선하니 개구리 울음소리 들으며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산책길 어디에서든 샛노란 금계국이 우리를 반가이 맞이한다. 금계국은 금계의 아름다운 황금 벼슬 색깔과 국화의 모양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금계국은 약용이나 차로 마시면 해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금계국 가득한 산책길을 걷노라면 `상쾌한 기분`이라는 금계국의 꽃말처럼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한동안 새해 인사로 많이 쓰였던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지금 꽃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교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지만 교권의 추락으로 인해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흔들리고 있다.
5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몇몇 교원단체에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신문에 보도됐다. 교권 침해로 인해 교사들의 사기는 날로 낮아지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하락하고 있다. 명예퇴직을 하는 교사의 비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교육부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퇴직한 전국 국ㆍ공립 초ㆍ중ㆍ고 퇴직 교원 수는 역대 최다인 1만2천명을 넘어 6년 전인 8천367명에 비해 43%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한다.
근속연수 5년 미만의 젊은 교사들이 저임금과 교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있으며 전년도에 비해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부푼 꿈을 안고 이제 막 교직에 들어선 새내기 교사들조차 떠나고 싶은 학교 현장을 생각하니 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6월은 새 학년을 시작한 3월로부터 딱 4분의 1이 지난 시점이다. 무탈하게 1분기를 보냈음에 감사한다. 아니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학교 현장에 무탈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 학생 생활 지도와 상담 등 학교 현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갈등 상황에서는 정확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있지 않다. 교권 침해로 상처받은 교사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교육활동은 더욱 움츠러들게 되며 이는 다시 학생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지게 된다.
최근 학교 현장에는 민원과 갈등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학교로 걸려 오는 전화 민원도 증가하고 있으며 국민신문고나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접수되는 온라인 민원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나의 의견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때다.
며칠 전 필자의 학교에서는 1학기 `학교다모임` 협의회가 열렸다. 학생, 학부모, 교원대표 등 13인이 모여서 `교권 보호를 위한 방안`이라는 안건으로 개최되었다. 학교다모임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일시적인 지시와 전달이 아닌 안건 중심의 토론형 회의를 통해 교육활동과 학교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협의하는 모임이다. 주체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학교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소통과 협력의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1학기 학교다모임에서 교권 보호를 위한 캠페인, 실태조사, 상호존중의 태도 기르기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교육 주체들의 의견수렴도 중요한 성과였지만, 막연히 알고 있었던 학교 현장의 어려움과 실태를 학부모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가 된 것이 더욱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학생ㆍ학부모ㆍ교사는 교육의 주체이며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교육공동체이다. 서로를 가족같이 품고 살아가야 하는 상호의존적인 존재들이다. 교권 침해, 아동 학대, 학교폭력 등 구성원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이해와 존중의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통을 위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