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메프] 급성장하는 역직구에서 수출 루트를 연다 -
중국에서 11월 11일은 광군제(光棍節)로 불린다. ‘광군’은 중국어로 독신남, 또는 애인이 없는 솔로 남성을 의미한다. 광군제가 되면 수많은 젊은 남녀가 소개팅을 하거나 서로를 위로하는 모임을 가진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11월 11일을 이른바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명명하고 파격적인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광군제의 하이라이트는 11월 11일 밤 알리바바가 개최하는 대규모 쇼다. 자정이되면 창업자인 마윈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뒤편에 마련된 거대한 전광판에는 하루동안 발생한 매출이 표시된다. 2016년 11월 11일 공개된 타오바오몰의 하루 매출은 1,207억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약 21조 원에 달했다.
"화장품이나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 영역에서도 역직구가 갈수록 확대될 것입니다.
역직구 시장은 우리나라 소비재 수출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이며 보다 잘 활용해야 할 과제입니다."
역직구 시장 연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
광군제 특수는 국내 유통업계를 바쁘게 만든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중국 소비자를 겨냥하여 프로모션과 할인행사를 펼친다. 국내 또는 중국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파는 것이다. 바로 역직구다.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의 상품을 직구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해외 직구와 반대 개념이다. 중국 쇼핑몰 ‘티몰(T mall)’에 입점한 국내 기업들은 지난 광군제 기간 동안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처럼 중국의 티몰을 비롯한 해외 채널 또는 국내 채널을 이용한 역직구의 수출 규모는 2016년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역직구는 2014년 6,791억 원 규모였으나 2015년에는 1조2,544억 원 규모로 배증했다. 또 2016년 상반기 중 역직구가 1조 원을 넘어 2015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다시 2배로 늘어난 추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역직구 수출이 직구 수입액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상반기 직구 수입은 8,581억 달러로 역직구의 85% 수준이었다.
역직구의 시작을 알린 것은 이베이다. 이베이는 이베이 사이트를 통해 한국인이나 기업들이 상품판매 계정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한편으로 국내 오픈마켓 플랫폼인 ‘G마켓(G market)’을 인수한 뒤 우리나라 최초의 영문숍을 오픈하며 해외 소비자 공략에 나선 것이다. 초창기 G마켓의 해외 판매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한류 열풍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패션, 액세서리 등 한류와 연관된 제품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관심은 곧 매출과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2009년 400억 원 수준이었던 G마켓 역직구 거래액은 2012년에는 2,100억 원을 돌파했다. 2013년에는 국내 오픈마켓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문숍’을 오픈한 것을 계기로 대중 역직구 사이트로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자상거래, 소셜커머스 분야의 몇몇 기업들도 유통 노하우를 앞세워 역직구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티몰과 같은 중국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 입점을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의외의 방식이다. 하지만 자체 판매 플랫폼(쇼핑몰)을 구축하여 정공법을 펴는 기업도 있다.
역직구 쇼핑몰 ‘薇美’, 국내 40개사 제품 판매
위메프(대표 박은상)가 그중 하나다. 위메프는 중국어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 중국 대표 인터넷 쇼핑몰인 티몰의 위메프숍을 통해 2016년 200억 원가량의 거래액(B2B 포함 추정치)을 올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5년에 비해 33%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위메프 중국사업부 이철훈 팀장은 2014년 11월 위메프 중국어 사이트를 오픈한 초기에는 하루 10건 정도에 불과했던 거래 건수가 500건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위메프 중국어 사이트의 회원수도 1,8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위메프의 중국어 사이트인 웨이메이프(薇美, cn.wemakerprice.com)를 잠깐 둘러보자. 2016년 연말을 맞이한 웨이메이프는 쌍12절(12월 12일) 프로모션에 이어 크리스마스 세일이 한창이다. 웨이메이프에서는 등록된 상품의 사진이 다소 커 보인다. 또 사이트 초기 화면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스크롤 영역도 그리 길지는 않다. 아마존,이베이 혹은 티몰이 수백만, 수천만 가지의 상품을 파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국내산제품 가운데 중국에서 잘 팔릴 만한 상품을 선정하여 판매하는 쇼핑몰인 셈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국내 40여 개 기업의 1,700여 종이다. 이 팀장은 “현재 판매되는 상품은 화장품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신발도 상당히 잘 팔린다”고 했다. 인기 상품은 사이트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화장품은 제이준(Jayjun), 이니스프리(吟, 아모레퍼시픽), 설화수(雪花秀), 잇츠스킨(伊思), 뷰티피플(beauty
people), SNP, 라네즈(芝) 등이다. 화장품 이외의 제품은 블랙야크 아이앤씨의 패딩 의류 브랜드인 마모트(MARMOT),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正官庄), 아디다스(adidas) 운동화 등도 인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화장품 판매비율 70~90%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한류와 맞물려 있다. 화장품 대중국 마케팅에 여러 기업들이 한류 스타를 내세우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반면 중국에서 운동화가 잘 팔리는 것은 국가별로 모델의 판매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중국 내에서는 구매할 수 없지만 멋지다고 생각하는 운동화를 직구를 통해 구입하기 때문
에 아디다스를 비롯한 일부 브랜드의 판매 건수가 많다”고 했다.
위메프 중국의 화장품 판매 비중이 크다 보니 이 팀장은 화장품 비즈니스의 명암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 한불을 비롯한 대기업 이외에도 카버코리아(A.H.C 브랜드), 리더스(Leaders), 제이준(Jayjun) 같은 중견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이들 기업은 2016년 무역의 날 행사에서 ‘이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나 실제 판매액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이들 기업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중국판 카카오톡이라 할 수 있는 위챗을 비롯한 SNS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굳혀왔기 때문이라 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시장을 겨냥해 화장품을 개발한 많은 기업들이 고전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기에는 온라인 판매가 한몫했다고 한다.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한류 붐을 타자는 생각으로 나섰다 사라지는 업체도 많다.
예를 들어 중국 파트너를 만나거나 합작 파트너가 생겨 3억 원어치의 상품을 개발해 판매키로 한 경우를 보자. 위탁하여 생산한 제품을 창고에 보관한 뒤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 초기 판매가 여의치 않으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판매부진이 자금 난을 야기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할인판매를 하게 된다. 이것이 가장 흔한 함
정이다.
한번 내려간 가격은 다시 올리기 어렵다. 개발상품은 결국 저가품이란 이미지를 얻게 되고 쌓인 재고의 값어치는 원가 이하가 되고 만다. 결국 대중국 화장품 비즈니스는 장기적인 전략 브랜드와 가격 전략이 중요하며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기반을 가진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발굴하여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역직구 시장의 중심은 중국 소비자
위메프는 역직구의 중심은 중국 소비자라 판단하고 자체 판매망인 위메프 중국어 사이트에 앞서 티몰에 위메프숍을 먼저 개설했다. 위메프의 온라인 매출 구조는 티몰을 통한 판매가 여전히 위메프 자체 사이트를 통한 판매를 앞지르고 있다. 이 점에서 위메프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판단한다. 이 팀장은 “이유는 방문객수다. 방문객이 수억 명인 티몰과 방문객이 수백만 명에 그치는 한국의 중국어 사이트는 아직 비교가 될 수 없다”면서 일일판매액이 400만 원에서 4억 원까지 큰 편차가 나는 것도 해결과제라 했다.
위메프는 중국어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사이트 홍보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중국 내의 SNS 홍보, 검색엔진 마케팅 등을 대거 동원했다. 특히 알리페이와 업무제휴를 계기로 방문객과 회원수를 크게 늘렸으나 지금은 숨을 고르는 단계다. 홍보의 인풋(비용)과 아웃풋(판매증가)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을 통해 홍보전략을 가다듬을 계획이라고 한다.
인지도 향상, 배송개선이 당면 과제
위메프가 중국어 사이트인 웨이메이프에서 소비자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은 네 가지다. 해외직송, 정품보장,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와 환불, 7일 내 발송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고민이 숨어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정품을 직송해주고 환불을 보장하는 것은 중국 소비자들이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7일 내 발송은 그리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다. 팔린 물건을 국내 물류센터에서 포장하여 항공편으로 보내고 현지에서 통관한 뒤 택배가 이뤄지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도착하는 기간은 이보다 훨씬 더 걸린다. 미국의 이베이는 당일 발송, 아마존은 48시간 이내 배송 완료가 되어야 좋은 서비스로 여긴다. 신속한 배송은 위메프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운영되는 모든 중국 판매 사이트의 공통된 과제라 할 수 있다.
수출을 하는 제조업체들의 가장 큰 궁금증 중 하나는 ‘낱개로 파는 온라인 판매가 대량거래로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 팀장은 ‘그렇다’는 쪽이다. 고품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면 바이어는 있게 마련이고 온라인 판매는 수출의 계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했다. 또 뷰티와 패션 영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 영역에서도 역직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화장품이든 다른 소비재든 온라인을 보고 유통업체가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유통업체가 독점 공급을 요청해오고 이때 파트너를 잘 선택해 계약을 맺는 경우에 돈이 된다”고 이 팀장은 강조했다.
중국에선 ‘하이타오족(海淘族)’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해외’(海)에서 ‘상품을 고르는’(淘) 젊은이를 지칭한다. 주로 1980~1999년에 출생한 젊은 층이며 해외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국제품 구매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다음으로 한국을 인정한다. 티몰을 비롯한 중국의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한국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직구 시장이 국내 B2C 기반 소비재 수출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의미다. 본격화된 B2C 수출시대, 대응은 기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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