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꺼려했던 암자에
2017년 부임해 등산객들
대상으로 다양한 나눔 전개
암자 오르기 쉽게 계단 설치
기도객 늘고 신도수도 증가
문서포교와 SNS 전법도
전개하며 왕성한 포교활동
2017년 주지로 부임한 대혜스님이 불교중흥의 원력을 세워 다양한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금오산 약사암 전경.
다양한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는 구미 금오산 정상 옆에는 절벽의 경사면에 지지대를 세우고 매달리듯 자리한 사찰 약사암이 위치한다. 약사암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중심전각인 약사전에는 약함을 들고 있는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는데 지리산에서 모셔왔다고 복장기록은 전한다.
고도가 높아 기도객이라고는 등산객이 주를 이루는 이 곳 암자에 ‘불교중흥의 희망꽃’이 피어나고 있다. 약사암에 2017년 새 주지로 대혜스님이 부임해 5년째 포교활동을 하며 불교포교의 전초기지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약사암은 오르기가 힘들어 주지를 하려는 스님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포교여건이 열악한 산꼭대기 암자에 주지로 부임한 대혜스님은 오로지 ‘포교일념’을 화두로 2시간여 길을 5년간 오르내리며 전법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혜스님이 처음 약사암에 부임해 시작한 일은 사찰정비였다.
“불사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여서 사찰정비를 했어요. 도량에 흩어져 있는 폐자재를 말끔하게 정리해 깨끗한 환경을 만들었어요. 이어 인등 목록을 비롯한 신도등록 현황을 파악해보니 주소가 누락돼 있기도 했고, 틀린 주소가 수두룩 했어요. 이것을 정리하고 수정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어요.”
약사암 주지 대혜스님이 SNS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탈종교 시대에 불교인구의 감소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실감했던 대혜스님은 2017년 신년 해맞이 행사부터 약사암을 찾는 등산객들을 포교대상으로 삼았다.
“절을 찾아오는 분들 대부분이 사찰예절을 잘 모르더라구요. 스님이 기도를 하고 있는데도 법당에 와서 108배를 하고 나가버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큰 글씨로 법당에 들어오면 삼배를 하고 한글 천수경을 독송하고 기도를 하라는 안내글을 붙였어요. 절을 찾아 기도하는 분들에게는 등산하느라 지친 몸을 회복하도록 쌀죽도 끓여 나누고, 아이들에게는 사탕과 과자 등을 나눠주며 ‘큰인물 될거라’고 격려해 줍니다.”
워낙 높은 산에 위치한 암자여서 대혜스님은 금오산을 등산하거나 약사암을 찾는 분들이 편하게 올라올 수 있도록 돌계단을 설치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특히 법성사와 마애불을 거쳐 약사암으로 올라오는 가파른 길에는 194계단 설치에 앞장서 2019년 8월에 준공하기도 했다.
“구미의 한 시의원이 계단을 설치하는 걸 두고 불만을 표시하더라구요. 튼튼한 철심을 박아 안전장치를 하는 것을 보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더라구요. 시민들이 안전하게 산을 오르는 데 든든한 안전장치를 이렇게 표현하길래 저는 산을 오르지도 않은 분의 부질없는 생각이라고 판단해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말로 응수하기도 했어요.”
약사암이 조성하고 있는 의상스님 동상.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인해 약사암 역시 제대로 된 포교활동을 펼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대혜스님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SNS를 적극 활용해 약사암 소식을 전했다. 주말에는 금오산 약사암 휴일 스케치도 올렸다.
“금오산 꼭대기 햇볕이 좋다. 볕이 좋아서 산객들의 얼굴도 밝다. 펼쳐진 경치에 탄성이 절벽에 가득하다. 저마다의 자세로 사진 찍으며 기념으로 남긴다. 부처님 전 서툰 모양으로나마 절 올리고 소원을 빈다. 기쁨 가득한 얼굴은 금오산 햇볕마냥 아름답다.”
이러한 활동으로 약사암이 널리 알려지면서 KBS 다큐와 EBS 방송국의 ‘한국기행’에 방영돼 유튜브 시청자가 100만 뷰를 넘겼고, 여행과 산행을 다루는 한 유튜브 채널은 2회에 걸쳐 소개했는데 각각 130만 명이 넘게 시청하는 대기록을 보였다.
약사암 주지 대혜스님이 쓴 봉암사 동안거 수행일기 노트.
대혜스님은 직접 풍광이 아름다운 금오산과 약사암 주변의 모습을 찍어 틈틈이 올리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다. 암자에도 ‘부처님과의 만남은 일생일대의 복이다’, ‘믿음은 도의 으뜸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다-화엄경 현수품’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약사암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이 높아져 암자를 찾는 분들이 많아지고 인등을 켜는 분들도 늘어났다.
‘포교가 불교중흥’이라는 소신을 가진 대혜스님은 부처님오신날, 초하루, 동지, 백중 등 큼직한 사찰행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약사암 소식지’를 제작해 불자들의 가정에 발송했다. 그 결과 약사암에 대한 소속감이 생긴 불자들이 기도에 적극 동참했다. 또한 스님은 틈틈이 찍은 사진을 활용해 우편엽서를 만들어 약사암을 찾는 불자들과 등산객들에게 나눠 주며 포교활동을 해오고 있다.
2021년 약사암 주지로 재임한 대혜스님이 임기를 회향할 때 금오산 약사암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다려진다.
구미=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약사암 상징으로 의상대사 동상 조성”
금오산 약사암 주지 대혜스님
대혜스님
“구미의 랜드마크인 금오산(金烏山)은 구미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처로 해발고도가 976m로 다양한 암봉으로 만들어진 명산입니다. 칠곡 쪽에서 바라보면 부처님이 누워있는 와불상의 형상을 하고 있어 불자들에게는 신심을 증장시켜 주는 산이지요. 이러한 신령스런 곳에 약사암을 창건한 의상스님의 동상을 조성해 사찰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입니다.”
구미 금오산 약사암 주지 대혜스님은 ‘주지 임기 중 의상스님의 동상을 조성해 사찰의 상징성을 드러내 보이겠다’고 했다. 이 불사는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다.
“금오산에는 도선국사가 수행을 했다는 도선굴도 있어요. 27m 높이에서 떨어지며 구미지역에 풍부한 물을 제공한다고 해서 대혜폭포라고 불러요. 폭포 이름이 제 법명과 똑같고 출가할 때 달빛과 인연이 있었는데 정상이 현월봉(懸月峯)이니 금오산과는 숙세의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직지사 포교국장 소임과 김천교도소 교정위원, 구미경찰서 경승활동을 맡아 지역포교에 앞장섰던 스님은 불자들을 위한 법요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한 법요집을 만들어 약사암을 찾는 불자들에게 배포하고 포교를 위한 소책자도 만들어 인연 있는 분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약사암에 부임하기 전 문경 봉암사 선원에 입방해 동안거를 하고 체험했던 수행일기를 단행본으로 만들어 배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대혜스님은 “출가수행자는 포교와 수행이 둘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수행 이야기도 포교의 한 영역이 될 수 있으니 치열했던 구도이야기를 전해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 37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