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지정(幽人之貞)
그윽한 사람(산중 도인)의 정고함이라는 뜻으로, 세상을 피하여 숨어사는 사람의 곧은 지조를 일컫는 말이다.
幽 : 그윽할 유(幺/6)
人 : 사람 인(人/0)
之 : 어조사 지(丿/3)
貞 : 곧을 정(貝/2)
출전 : 주역(周易) 第10 리괘(履卦)
리괘(履卦)는 주역(周易) 64괘 중 10번째에 있는 유교기호, 괘명이다.
이(履)는 본래 '신'을 가리키는데, 여기에서부터 '밟다', '실천한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리고 인간이 밟아나가야 할 길, 즉 당위의 규범을 유교에서는 예(禮)라고 하기 때문에 이와 예는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괘상은 하늘 아래에 연못이 있는 형상인데, 이것은 상하의 위계질서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음을 상징하며, 이것이 예괘(豫卦)를 음악의 원리로 본다면, 이괘를 예의 제정원리로 보는 근거이다.
대상전(大象傳)에서 "위가 하늘이고 아래가 연못인 것이 이괘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써서 상하(上下)를 분변(分辯)하여 백성들의 뜻은 안정시킨다"고 말한 것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괘사에서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는다. 형통할 것이다"고 한 것은 주효인 3효를 중심으로 말한 것이다.
이 괘는 육삼(六三)이외에 5개의 효가 모두 양효이다. 즉 3효는 아래로 두 개의 양효를 타고 있고, 강건한 순양괘(純陽卦)인 건괘(乾卦) 바로 아래에 있다. 이것은 강건한 세력 사이에 유순한 음효가 둘러싸여 있는 형상이다.
이러한 위험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상전'에서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밟으니 화설(和說)함으로 건(乾)에 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할 것이다"고 하여, 태괘(兌卦)의 덕인 '기쁨(說)'의 태도를 가지고 강한 세력에 대응해야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강건함은 부드러움으로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음양 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
리괘(履卦)는 건괘(乾卦)가 상(上)에 있고, 태괘(兌卦)가 하(下)에 있는 괘이다. 천택이(天澤履)괘라고도 한다.
원문에 따르면, 이호미(履虎尾)라도 부절인하니 형(亨)하니라. 호랑이의 꼬리를 밟아도 물리지 않으니 모든 일이 순조롭다. 유순한 덕을 지닌 태괘가 강한 기상을 가진 건괘를 쫓는 형상이다.
1효(爻)는 소박하게 실천하면 허물이 없느니라. 자기의 평소대로 일을 행하면 앞으로 나아가도 이로울 것이다.
2효는 가는 길이 탄탄대로이니 홀로 있더라도 곧으면 길하리라. 후일을 대비하는 자세로 지내야 한다.
3효는 애꾸눈이면서 볼 수 있다 하고 절름발이이면서 걸을 수 있다고 하니 호랑이 꼬리를 밟아 흉(凶)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일을 치르기 쉬우나 재난이 따른다.
4효는 호랑이 꼬리를 밟게 되나 조심조심하면 결국 길(吉)하리라.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나 신중한 자세로 임하면 마침내 형통하리라.
5효는 과감하게 밟으니 곧으면 곤경에 처하게 된다. 주저없이 결단을 내리지만 경우에 따라 바른 일이라 해도 위험할 수 있다.
6효는 자신의 행동을 살펴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 잡으면 길하리라.
리괘(履卦)는 상하의 질서를 유지하고 그 질서를 유지하는 예를 강조하였으며 자신의 처지를 알아 성실하게 자기의 길을 걷는다면 어려움에 처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행운을 얻을 것이라고 하였다.
九二 : 履道坦坦, 幽人貞吉.
九二는 밟아가는 길이 평탄하니 숨어사는 사람(隱逸之)은 반듯해야 길하다
인체의 부분에서 눈과 다리의 상징은 판단과 실천이다. 눈은 사물을 보는 기관이고 다리는 길을 가는 인체의 부분이다.
현재의 사태를 제대로 바라보고 미래의 비전을 예단하는 힘의 상징이 눈이다. 그래서 눈이 밝은 사람이라고 하면 몽고인들처럼 시력이 좋다는 일차원의 뜻 말고도,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뜻을 지닌다.
전후좌우를 치우침 없이 빠뜨리지 않고 살펴보아야만 제대로 보이는데 그렇지 않고 한쪽으로만 보는 경우 판단에 오류가 생기는데 이런 경우를 '주역'에서는 애꾸눈에 비유하였다.
이에 비해 다리는 자기가 바라보고 판단한대로 실행하는 실천력의 상징이다. 다리에 힘이 있어야 길을 걸어갈 수 있듯이 실천력이 있어야 자기가 계획한 대로 걸어갈 수 있다. 가다 말다하거나 한 쪽으로 치우치게 실행하게 되면 성과에 오류가 생기는데 이런 경우를 '주역'에서는 절름발이에 비유하였다.
역사를 살펴보면 은일지사(隱逸之士)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은 현실의 치열한 다툼에서 거리를 두고 산중에서 조용히 일생을 살다 마치는 부류들이다. 이들을 멀쩡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전이 실현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숨어지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유인(幽人)이라 한다. 공자도 이런 부류들을 만나고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천하에 도가 없는 시절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이 유인(幽人)들의 지조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섣불리 보이는 대로 다 말하지 않고 한 쪽 눈을 감고 애꾸눈 노릇하는 이들은 자기들 지조대로 살아가는 것도 한 판의 인생으로 좋겠다.
▶ 周易 上經 履(卦十)
10 ䷉ 天澤履(천택리)
履 : 밟다 리, 따르다 리
하늘 아래 못이 있다. 못에 하늘이 비치는 것처럼 천리를 그 마음에 비추어 따라가는 것이 천택리(天澤履) 괘이다.
상괘는 천도이고, 하괘는 기쁨의 덕성이 있다. 기쁨으로 하늘의 뜻을 밟는 것(따르는 것)이 천택리(天澤履) 괘의 뜻이다.
履虎尾, 不咥人, 亨.
범의 꼬리를 밟으나 사람이 물리지 않으니 형통하다.
彖曰; 履, 柔履剛也. 說而應乎乾, 是以履虎尾, 不咥人, 亨. 剛中正, 履帝位而不疚, 光明也.
단에 이르기를, 履는 부드러움이 강한 도를 따름이다. 기쁘게 하늘에 응하니 이 때문에 범의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 하였다. 강이 득중하고 정위하였으니, 제왕의 자리를 따라도 병폐가 없으면 광명하다.
(해설)
天은 乾괘이고 강함을 나타낸다. 澤은 兌괘로 기쁨과 부드러움을 나타낸다. 하늘아래 못이 있어 하늘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형상이다.
호랑이 꼬리를 밟고 있는 것은 무척 위태로운 상황이다. 호랑에 굴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위험한데 꼬리를 밟아버렸으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잡혀 먹힐듯 일촉즉발의 위헙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차리면 솟아날 구멍이 있다. 물리지 않으면 괜찮을 것이다. 하늘의 도를 따르면 위험한 상황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象曰; 上天下澤, 履. 君子以辯上下, 定民志.
상에 이르길, 위에 하늘이 있고, 아래에 못이 있는 것이 리이다. 군자는 이로써 상하를 분별하고 백성의 뜻을 안정되게 한다.
(해설)
호랑이 꼬리를 밟을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이성적 인간인 군자가 위아래를 잘 분별해서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면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初九, 素履往, 无咎.
초구는, 바탕을 따라 나아가면 허물이 없다.
象曰; 素履之往, 獨行願也.
상에 이르길, 바탕을 따라 나간다 함은 홀로 원하는 바를 행하는 것이다.
(해설)
하늘의 도를 따르고자 하나 초구는 부정, 부정위이며 응효, 친비한 효가 없다. 위아래 도와주는 효도 없고 자리도 마땅치 않아 홀로 성인지도를 실천하는 자리다. 바탕이라 함은 영원불변의 진리를 이야기한다. 강양한 자리에서 진리 혹은 성인지도를 실천하기 위해 홀로 꿋꿋하게 노력한다.
九二, 履道坦坦, 幽人貞吉.
구이는, 실천하는 도가 평평하고 넓으니 유인이면 바르고 길하다.
象曰; 幽人貞吉, 中不自亂也.
상에 이르길, 유인이면 바르고 길하다 함은 중도를 스스로 어지럽히지 않음이다.
(해설)
성인지도를 실천하는 군자의 자리이다. 유인(幽人)은 속세를 피해 조용히 사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혹은 속이 깊은 군자를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부정위하나 득중하였다. 속내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탄탄대로를 달리듯이 조용히 하지만 강중하게 도를 실천하는 자리이다.
六三, 眇能視, 跛能履. 履虎尾咥人, 凶. 武人爲于大君.
육삼은, 애꾸눈이가 볼 수 있다하고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다 한다. 범의 꼬리를 밟아 사람을 무니 흉하다. 무인이 임금이 된다.
象曰; 眇能視, 不足以有明也. 跛能履, 不足以與行也. 咥人之凶, 位不當也. 武人爲于大君, 志剛也.
상에 이르길 애꾸눈이가 볼 수 있다 하나 밝음이 부족하다.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다하나 함게 행하기 부족하다. 사람이 물려 흉한 것은 그 자리가 마땅하지 않음이다. 무인이 임금이 됨은 그 뜻이 강함이다.
(해설)
애꾸눈은 볼 수 있지만 밝게 볼 수 없고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으나 빨리 걸을 수 없다. 무인이 임금이 되려는 것은 교만하고 분수에 넘치는 행동이다. 호랑이 꼬리를 밟은 것처럼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九四, 履虎尾, 愬愬, 終吉.
구사는, 범의 꼬리를 밟으나 조심조심하면 마침내 길하다.
象曰; 愬愬終吉, 志行也.
상에 이르길, 조심조심하면 마침내 길하다 함은 뜻을 행함이다.
(해설)
건괘의 초효다. 부중 부정위하였지만 구오를 도와 천도를 완성하는 괘이므로 조심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으면서 구오를 돕는다면 끝내 길하다는 것이다.
九五, 夬履, 貞厲.
구오는, 결단코 따르니 바르지만 위태롭다.
象曰; 夬履貞厲, 位正當也.
상에 이르길, 결단코 따르니 바르지만 위태롭다 함은 자리가 바르고 마땅함이다.
(해설)
득중득위한 임금이 성인지도를 행함에 결단하는 모습으로(夬履; 파이팅있게 따르니) 강하게 하니 바르게 해도 위태롭다. 자신만만함으로 행할 때 위태로워질 수 있음 또한 경계하고 있다.
上九, 視履考祥, 其旋元吉.
상구는, 따른 것을 보고 그 길흉을 생각하니 그 돌아봄이 크고 길하다.
象曰; 元吉在上, 大有慶也.
상에 이르길, 크고 길해 위에 있으니 큰 경사가 있다.
(해설)
이력서(履歷書)는 한 개인이 살아온 것을 글로 적은 것이다.
視履考祥
그 동안 행한 것을 돌아보고 좋았는지 어땟는지 생각해보니 크게 괜찮았다. 길하다. 성인지도를 완성해서 길한 모습이다. 위태한 상황에서도 성인지도를 실천하기 위해 겸손하게 행동하고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실천한다면 그 끝은 크게 경사가 있는 것이다.
▶ 周易 上經 履(卦十)
천택리(天澤履)
이(履)의 괘는 유순함이 굳센 것을 따르는 형상이다. 충심으로 기꺼이 선인들을 따른다면 호랑이 꼬리를 밟는 위험을 범하더라도 물려 죽지는 않고 뜻을 이룰 수가 있다.
오양(五陽)은 중정(中正)의 위치에 있어서 강건, 중정의 덕을 나타내며 천자의 자리에 올라도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 그 빛은 널리 천하에 빛나리라.
履虎尾不□人. 亨.
象曰, 履柔履剛也.
說而應乎乾.
是以履虎尾不□人, 亨.
剛中正, 履常位而不疚, 光明也.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위험하게 하는 것들은 도처에 있다. 가만히 서 있을때는 공기가 우리를 괴롭힌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속력을 내서 질주하면 공기가 얼굴에 맞부딪쳐 피부가 따갑고 눈을 뜨기가 곤란해진다.
또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 수영장에서 한 일년 연습을 하여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었을지라도, 막상 바다에 가서 헤엄을 치면 파도와 수압에 의해 자신이 의도했던 목적지까지 가기가 의외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명확한 뜻을 세우고 그것을 세상에 펼쳐야겠다는 신념을 확고히 구축하였을 지라도, 막상 세상과 부딛치면 세상으로부터 오는 압력을 받게 된다. 이때 자기 옳은 것만 믿고 세상의 압력을 무시하고 저돌적으로 나가면 끝내는 그 압력에 자신이 다쳐서 쓰러지게 된다.
따라서 오토바이를 타기 전에 달리는 오토바이가 공기의 저항을 받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안전장비를 구해서 착용해야 하는 것처럼, 바다에서 수영을 하려면 파도가 치므로 그 파도를 극복하기 위해 오리발, 물안경 등의 장구를 갖추고 바다에 뛰어드는 것처럼, 세상에 나아갈 때는 세상의 법칙를 먼저 이해하고 느낀 다음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옳다고 하더라도 세상은 세상 나름대로의 법도와 작용이 있다. 따라서 그 법도와 작용을 먼저 이해하고 나아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 바로 '천택리(天澤履)'이다.
우리의 생활반경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은 자신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만 남들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자신에게는 큰 일인 것같지만 통계적으로 보아서 큰 일도 아니다. 대학 입학시험에 80만이 보아서 30만이 붙고 50만이 떨어져 나간다. 자신이 그 50만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자신이 그것을 무슨 대단한 충격으로 생각해서 그로 인해 마음이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움직이는 사람은 정말 별볼일 없는 사람이다. 주변 상황에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변하는 자신의 심정에 자기 영혼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신을 건질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해괴망측하다고 하더라도 하늘은 한가지 메카니즘으로 움직일 뿐이지 수많은 법칙으로 운행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많은 것 안에 파묻혀서 하늘의 장난에 자기 자신이 희생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신을 구해야 되겠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구했을 때 주역이 말하고 있는 하늘의 세계를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의 운행은 하나의 메카니즘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그 메카니즘을 분명히 알아라
라는 것이 '천택리'이다.
리(履)의 괘는 유순함이 굳센 것을 따르는 형상이다.
천(天)은 하늘이고 택(澤)은 물이다. 하늘 밑에 물이 있다. 이 물은 하늘을 떠나야만 한다. '천'은 모두 다 양효로 이루어진 양성괘이고, '택'은 양효 두 개에 음효 하나로 이루어진 음성 괘이다.
따라서 '천택리'는 아래의 연못이 여성의 유순함을 가지고 하늘을 따르는 형상이다. 그러나 하늘을 따른다는 것이 단순히 무턱대고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법칙을 따르라는 이야기이다. 하늘의 법칙을 잘 알아야만 따를 수 있다. 즉 이치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야지만이 하늘로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은 하늘로 오른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때는, 물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물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비가 오는 것은 반드시 그 이면에 비가 전부다 위로 올라갔기 때문에 내려오는 것이다. 즉 비가 내리는 데는 반드시 물을 올려놓은 법칙이 있는 것이다.
물이 하늘로 올라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분명히 물은 하늘로 올라간다. 물을 하늘로 올려낸 법칙, 그 법칙을 파악하고 따라야만 물이 하늘로 오를 수 있다.
충심으로 기꺼이 선인들을 따른다면 호랑이 꼬리를 밟는 위험을 범하더라도 물려 죽지는 않고 뜻을 이룰 수가 있다.
세상은 내가 하겠다고 해서 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되어지게끔 하는 법칙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 메카니즘을 찾는다면 아무리 위험한 일이 있더라도 위험에 빠지지 않고 능히 그 위험을 극
복할 수 있다.
세상은 위험한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겠지만, 그러나 죽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죽는 수도 있다. 하루에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수십명씩 나온다. 거기에 내가 끼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위험의 이치를 알면, 비록 범의 꼬리를 밟는 것과 같은 위험에 처하더라도, 범에 물려 죽임을 당하는 일은 피할 수가 있는 것이다.
象曰, 上天下澤履. 君子以辨上下. 定民志.
상전에 이르기를, 하늘은 위로, 연못은 아래로, 이것이 '리(履)'의 괘상이다.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상하 귀천의 신분제도를 밝히고, 예의를 정해서 백성에게 질서의 관념을 심어준다.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상하 귀천의 신분제도를 밝히고, 예의를 정해서 백성에게 질서의 관념을 심어준다.
군자가 이 괘를 보고 상하 귀천의 신분제도를 밝히는 것은 바로 천리(天理)에 의해서 나타나는 그 이치를 밝힌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이치에 인간이 유순하게 따를 수 있도록 행동의 법도를 정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도덕, 윤리, 법질서 이와같은 것들은 사실 자연의 이치에 인간이 쉽게 순응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도이다. 그것은 천리를 바탕으로 인간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그래서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우주의 법칙을 알고, 그 법칙에 의해 예의를 정하고 질서 관념을 심어, 인민의 마음을 안정시켜 세상을 풍요롭게 가꾸어 나간다고 했다.
첫번째 양효.
순수한 마음으로 홀로 바른 길을 걸어간다. 전진하여 허물이 없다.
初九, 素履. 往无咎.
象曰, 素履之往, 獨行願也.
첫번째 양효이다. 양(陽)의 자리에 양효가 있어 이 땅에 자기의 뜻이 확실함을 나타낸다. "순수한 마음으로 홀로 바른 길을 걸어간다."
그래서 뜻이 확실한 자기를 믿고 홀로 걸어가도 조금도 거칠 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 뜻이 의당 있어야할 곳에 있는 옳은 뜻이기 때문이다. 그 옳은 뜻을 세상이 아무리 헐뜯는다고 하더라도 당당히 걸어가라는 말이다.
두번째 양효.
겸손한 태도로 홀로 큰 길을 성의있게 걸어간다. 가슴속의 바른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여 변함이 없으면 길하리라.
九二, 履道坦坦. 幽人貞吉.
象曰, 幽人貞吉, 中不自亂也.
두번째 양효이다. 여기는 원래 음(陰)의 자리이다. 음의 자리에 양이 가므로 사실은 주저해야 할 때에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음의 세계에서 수많은 비난이 오게된다. 그러나 이 비난이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그 뜻을 잃지 않고 나아가면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겸손한 태도로 홀로 큰 길을 성의있게 걸어간다.
여기서는 겸손해야 한다. 음의 자리에 양이 있기 때문에 원래 제자리가 아니어서 스스로를 잘 살펴야 된다. 그리고 가슴속의 바른 마음이 유혹이나 소란함에 흔들리지 아니하여 변함이 없으면 길하다는 것이다.
세번째 음효.
애꾸눈과 절름발이면서 남보다 더 잘 보며, 더 잘 걷는다고 뽐낸다. 이런 자와 행동을 같이 할 수 없다. 자기의 비재(非才)를 돌보지 않고 함부로 나간다면 호랑이 꼬리를 밟아 물려 죽을 것이다. 흉하다. 무인(武人)이 군주가 된 것같다. 너무 강한 것만을 내세워서는 영속될 수가 없다.
六三, 眇能視, 跛能履. 履虎尾□人. 凶. 武人爲于大君.
象曰, 眇能視, 不足以有明也. 跛能履, 不足以與行也. □人之凶, 位不當也. 武人爲于大君, 志剛也.
양(陽)의 자리에 음(陰)이 왔다. '양'의 자리에 '음'이 오면 나갈 것이 나가지 않고 쓸데없는게 나가기 쉽다. 여기는 '양'의 자리이기 때문에 뭔가 내보내야 한다.
옳바르게 되려면 뜻이 나와야 되는데, 음이기 때문에 음으로부터 들어 오는 자기가 나가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잘났다고 나가게 되며, 이렇게 되면 주위로 부터 핍박을 받아 매우 위험하다는 뜻이다.
애꾸눈과 절름발이 이면서 남보다 더 잘 보며, 더 잘 걷는다고 뽐낸다. 이런 자와 행동을 같이 할 수 없다. 자기의 비재(非才)를돌보지 않고 함부로 나간다면 호랑이 꼬리를 밟아 물려 죽을 것이다.
애꾸눈, 절름발이면서 남보다 더 잘 보며, 더 잘 걷는다고 자만한다면, 즉 자기의 재능을 돌아볼 줄 모르고 부족한 점을 살펴서 보완하지 않는 사람은 함부로 행동하다가 범의 꼬리를 밟고 교살될 것이다.
자만하면 그 생각이 너무 강하기만 하여 위험하다. 잘 된다고 언덕에서 내리막길로 있는 힘껏 뛰면 도리어 자신을 못이겨 넘어지게 되어 있다. 스스로 반성하며 세상에 맞추어 갈 수 있어야 자신을 보존할 수 있는 법이다.
무인(武人)이 군주가 된 것같다. 너무 강한 것만을 내세워서는 영속될 수가 없다.
아무리 자기의 가는 힘이 강하더라도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조심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번째 효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일단 다시 점검하고, 자기 자신이 어떤 점이 부족한가, 잘 될 때는 뭔가 위험한 상태가 아닌가를 점검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람이 죽을 때가 가까와지면 죽기 하루나 이틀전에 갑자기 생기가 나기 시작한다. 촛불도 다타서 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 달아 오른다. 그것은 우리 몸에 있는 에너지가 몸을 빠져 나갈때쯤 되면 몸에서 떨어져 나가기 위해 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내보내는 힘이 있기 위해서 잠시 생기가 도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때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 늙은이가 갑자기 힘이 펄펄 난다면 곧 꺼져 버리기 직전의 상태이다.
우리는 갑자기 기분좋을 때 조심해야 한다. 또 너무 침울할때도 조심해야 한다. 모든지 음양이 적당히 조화를 맞추어야지, 양성 기운쪽으로만 나가면 몸이 망가지고, 음성 기운쪽으로만 나아가면 존재가 녹슬어 버리게 된다.
그래서 적당히 그 상태를 맞추어 나가야 되며, 상황에 의해서 벌어지는 세계를 면밀히 관찰하라는 것이 바로 '천택리'이다.
네번째 양효.
호랑이 꼬리를 밟는 것같은 마음으로 잘못을 범하지나 않을까 하고 스스로를 두려워하면 마침내는 길하여 뜻이 행하여질 것이다.
九四, 履虎尾. 愬愬終吉.
象曰, 愬愬終吉, 志行也.
호랑이 꼬리를 밟는 것같은 마음으로 잘못을 범하지나 않을까 하고 스스로를 두려워하면 마침내는 길하여 뜻이 행하여질 것이다.
이 곳은 '음'의 자리인데 '양'이 있다. 그래서 비록 양이 있으나 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음의 자리에서 양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갈때 음의 상태에서 범의 꼬리를 밟지나 않을까 하고 조심을 하면 마침내 양은 무난히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효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여섯개의 자리를 잘 보아야 한다. 각각의 효가 단편적으로 하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괘에도 천.지.인, 상괘에도 천.지.인이 있어 효가 두 번 겹쳐서 있다. 왜냐면 현상은 나에 의해서 벌어질 수도 있고 세상에 의해서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쾌지수에 의해서 내가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고, 또 내 기분이 원래 나쁘기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두가지 세계는 겹쳐질 수 있는 것이기에 주역은 두가지 세계를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상태를 잘 견뎌나가게 되면 바깥 세계가 안의 세계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주역은 역순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주역은 역순하기 때문에 지금 상태는 하나의 비젼을 일으킬 수 있는 단계에 와있는 것이다.
자기 세계와 주변의 세계를 잘 살펴서 조화를 이루어내면 주변의 세계가 자기 세계로 만들어지게 된다. 고로 자연은 불평불만을 말한 적이 없다. 자연의 불평불만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자연이 행복하다고 말한 적도 없다. 그걸 들은 사람도 없다. 그러나 자연은 행복하다. 자연의 행복이 나한테 오기 위해서는 결국은 누가 하느냐? 내가 해야 된다.
세번째의 효에서는 자기 세계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범의 꼬리를 밟아 목숨을 잃게 된다고 했다. 네번째 효에서는 범의 꼬리를 밟더라도 신중함을 잃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고 하였다. 세번째 효는 위험의 요소가 내게 있었고, 네번째 효는 위험의 요소가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다섯번째 양효.
주저없이 결단하여 이행하려 한다. 바른 일일지라도 위험은 있는 것이다. 강한 자가 군주의 지위에 있으니 그 지위는 정당하다. 그러나 강한 처사에는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九五, 決履. 貞厲.
象曰, 決履, 貞厲, 位正當也.
강한 자가 군주의 지위에 있으니 그 지위는 정당하다. 그러나 강한 처사에는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다섯번째 양효이다. 마땅히 '양(陽)'이 있을 자리에 '양(陽)'이 있으며 제일 높은 자리에 있다. 그러나 대응관계에 있는 두번째 자리에 같은 양효가 있어 밀어내고 있다. 아무리 제자리에 왕이 앉았다 하더라도 왕밑에 장수가 도전하고 있다.
그래서 다섯번째 양효는, 강한 자가 군주의 지위에 있어 정당하므로 주저없이 결단하여 행하려 하나, 도전하는 신하가 있어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바른 것은 강하게 갖더라도 그것을 밀어내려는 세계도 항상 있을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 법칙을 알지 못하면 쫓겨날수도 있다. 자신이 왕이라고 해서 왕의 자리가 반드시 자기 자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언젠가 반란이 일어나서 쫓겨날 수도 있다.
그 자리에 올만한 사람이 오기 위해서 왕을 제거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만, 왕만 제거하면 내가 왕이 된다는 것은 절대 보장이 없다. 반란을 일으켜 왕을 쫓아내면 자신이 왕이될 것 같은데, 실제로 왕을 쫓아내면 자신도 얼마 안있다가 쫓겨나게 된다.
자연의 방정식은 그렇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법칙을 알고 이러한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된다.
'천택리'는 그런 법칙을 모르고 마냥 내 자리라고 생각하고 앉아 있으면 언젠가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단 너를 밀어낸 자가 네 자리에 앉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라고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포용력을 갖고 세상일을 자기 일처럼 아끼듯이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 가든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말에 자기 사랑은 자기가 받는다는 말이 있다. 여자가 시집을 가서 시부모 및 시댁과 반목을 해서는 안된다. 거기서 수용하고 인내해야 한다. 그런데 여자가 이러한 덕을 갖추
지 못하면 아무리 여자가 학벌이 좋고 미모가 뛰어나고 집안에 돈이 많아도 결국 시집에서 밀려나 외롭게 되어 버린다.
또 요즈음 들어 부잣집 딸 좋아하는 시댁이 많은데, 그런 것 바라는 남자치고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것도 이 괘는 지금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런 사람은 얼마후 여자가 암에 걸려 죽든가 하여 홀아비가 되는 것으로 인생을 끝내게 된다.
신은 그런 걸 아주 교묘하게 만들어 놓고 황당히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은 인간이 뭐가 옳고 뭐가 그르다 하고 경우 따지는 것에 꿈적도 안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의 세계를 잘 관찰해서 신의 편에 서서 인간사를 모면해 가야지, 인간 편에 서서 세상은 불공평하다느니 하는 얘기를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강한 처사에는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음성 기운을 포용하고 있어야 하는데 음을 포용하고 있지 못하다라는 이야기이다. 신은 장난하지만 그것은 공평한 장난이지 결코 어설픈 장난
이 아니다.
여섯번째 양효.
행동을 반성하여 길흉화복의 증상을 상고한다. 그리하여 잘못된 것을 고친다. 크게 길하다. 큰 경사가 있으리라.
上九, 視履考祥. 其旅元吉.
象曰, 元吉在上, 大有慶也.
행동을 반성하여 길흉화복의 증상을 상고한다.
우리가 주역을 읽는 이유도 결국 자연의 이치를, 신의 세계의 성리를 알기 위해서이다. 이곳은 '음'의 자리인데 '양'이 있다. 이 세계에 뜻을 계속 펼친다는 뜻이다. 펼칠뿐만 아니라 음의 자리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심사숙고 한다.
특히 상응하는 관계에 있는 세번째 효가 음효이기 때문에 심사숙고 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따라서 자신의 기분은 마음대로 나가려 하는데 상황을 잘 살펴보고 스스로 반성하여 상황에 맞추어 나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크게 길하고 마지막에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택리'는 이치를 따름으로써 세상으로 부터 오는 위험과 불안, 근심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천택리'의 미래상은 하늘이 밑으로 내려오고, 물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내가 뜻하였던 것이 세상에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그 뜻을 꿋꿋이 밀고 나가면서도 세상으로 부터의 유혹과 비난을 견디고, 또 자기 잘난 마음에 빠지지 말며,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법칙을 배우고 따라야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幽(그윽할 유/검을 유)는 ❶형성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유(작을 요; 幺, 작다)部에 작을 요(幺; 작다)部 검다)와 불의 모양을 본뜬 山이 변한 모양의 글자로 이루어졌다. 불에 그을려 검게 되다의 뜻이, 전(轉)하여 어둡다, 희미하다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幽자는 '그윽하다'나 '아득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幽자는 幺(작을 요)자와 火(불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幽자의 갑골문을 보면 火자 위로 두 개의 幺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실타래를 불에 그슬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幽자의 본래 의미는 '검은 빛'이나 '그슬리다'였다. 실을 불에 그슬려 검은색이 은은하게 배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뜻이 확대되어 지금의 幽자는 '그윽하다'나 '깊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幽(유)는 ①그윽하다 ②멀다, 아득하다 ③깊다 ④조용하다, 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⑤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⑥가두다, 갇히다 ⑦피하여 숨다 ⑧검다 ⑨귀신(鬼神), 초현실적(超現實的)인 것 ⑩저승 ⑪어두운 곳 ⑫구석, 구석진 곳 ⑬검은빛 ⑭마음,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죽은 사람의 혼령을 유령(幽靈), 깊숙하고 고요함을 유적(幽寂), 저승을 이르는 말을 유도(幽都), 저승을 이르는 말을 유계(幽界), 무덤을 이르는 말을 유택(幽宅), 그윽한 회포를 유회(幽懷), 그윽하고 어두움을 유명(幽冥), 쓸쓸하고 궁벽한 곳에서 사는 일 또는 그런 곳에 있는 집을 유거(幽居), 어둠과 밝음 또는 내세와 현세를 유명(幽明), 아주 깊이 가두어 둠을 유폐(幽閉), 사물의 이치 또는 아취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음을 유현(幽玄), 깊은 산골을 유곡(幽谷), 잡아 가둠을 유수(幽囚), 드러나지 아니한 간악한 짓을 유간(幽奸), 말없이 잠자코 있음을 유묵(幽嘿), 깊숙하고 후미진 곳을 유왕(幽枉), 세상을 멀리하여 한가로이 사는 사람을 유객(幽客), 조용히 홀로 있음을 유독(幽獨), 부녀가 인품이 높아 매우 얌전하고 점잖음을 이르는 말을 유한정정(幽閑靜貞), 관리의 성적을 상고하여 열등한 자는 물리치고 우수한 자는 올리어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고적유명(考績幽明), 깊숙하고 고요한 산과 골짜기를 이르는 말을 심산유곡(深山幽谷), 송장이나 유골을 땅에 묻은 곳을 이르는 말을 만년유택(萬年幽宅),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덕이 있는 사람의 숨은 빛을 이르는 말을 잠덕유광(潛德幽光), 현능한 사람은 벼슬을 올려서 등용하고 불초한 사람은 벼슬을 떼어서 축출한다를 이르는 말을 척명출유(陟明黜幽) 등에 쓰인다.
▶️ 人(사람 인)은 ❶상형문자로 亻(인)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 옛날에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썼으나 뜻의 구별은 없었다. ❷상형문자로 人자는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人자는 한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상용한자에서 人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만 해도 88자가 있을 정도로 고대 중국인들은 人자를 응용해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人자가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지만, 갑골문에 나온 人자를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서는 팔이 좀 더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人자가 되었다. 이처럼 人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행동이나 신체의 모습, 성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人(인)은 (1)사람 (2)어떤 명사(名詞) 아래 쓰이어, 그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사람, 인간(人間) ②다른 사람, 타인(他人), 남 ③딴 사람 ④그 사람 ⑤남자(男子) ⑥어른, 성인(成人) ⑦백성(百姓) ⑧인격(人格) ⑨낯, 체면(體面), 명예(名譽) ⑩사람의 품성(稟性), 사람됨 ⑪몸, 건강(健康), 의식(意識) ⑫아랫사람, 부하(部下), 동류(同類)의 사람 ⑬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 ⑭일손, 인재(人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진 사람 인(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수(兽), 짐승 수(獣), 짐승 수(獸),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뛰어난 사람이나 인재를 인물(人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인구(人口), 세상 사람의 좋은 평판을 인기(人氣),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인류(人類), 사람의 힘이나 사람의 능력을 인력(人力),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사람의 수효를 인원(人員),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 사람에 관한 것을 인적(人的), 사람을 가리어 뽑음을 인선(人選),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을 인위(人爲), 사람의 몸을 인체(人體),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한 사람 한 사람이나 각자를 개인(個人),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남의 아내의 높임말을 부인(夫人), 결혼한 여자를 부인(婦人),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한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商人), 다른 사람을 타인(他人), 널리 세상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됨을 일컫는 말을 인구회자(人口膾炙), 인간 생활에 있어서 겪는 중대한 일을 이르는 말을 인륜대사(人倫大事), 사람은 죽고 집은 결딴남 아주 망해 버림을 이르는 말을 인망가폐(人亡家廢),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나 오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이 다 하늘에 달려 있어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명재천(人命在天), 사람의 산과 사람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모인 모양을 이르는 말을 인산인해(人山人海), 사람마다 마음이 다 다른 것은 얼굴 모양이 저마다 다른 것과 같음을 이르는 말을 인심여면(人心如面), 여러 사람 중에 뛰어나게 잘난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인중사자(人中獅子), 여러 사람 중에 가장 못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인중지말(人中之末),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지탄(人琴之歎),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아니하면 그 이름이 길이 남음을 이르는 말을 인사유명(人死留名), 사람은 곤궁하면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은 궁해지면 부모를 생각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인궁반본(人窮反本),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의 도리를 벗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인비인(人非人),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사람의 근본은 부지런함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재근(人生在勤),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남의 신상에 관한 일을 들어 비난함을 이르는 말을 인신공격(人身攻擊), 아주 못된 사람의 씨알머리라는 뜻으로 태도나 행실이 사람답지 아니하고 막된 사람을 욕하는 말을 인종지말(人種之末), 남이 굶주리면 자기가 굶주리게 한 것과 같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인기기기(人飢己飢), 인마의 왕래가 빈번하여 잇닿았다는 뜻으로 번화한 도시를 이르는 말을 인마낙역(人馬絡繹),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남의 은혜를 모름 또는 마음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은 목석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은 모두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목석과 같이 무정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인비목석(人非木石), 정신을 잃고 의식을 모름이란 뜻으로 사람으로서의 예절을 차릴 줄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인사불성(人事不省)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貞(곧을 정)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卜(복; 점친다)과 음(音)을 나타내는 鼎(정)의 생략형(省略形)인 세발 솥 모양의 글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점치며 물음의 뜻인데 음(音)을 빌어 '바르다', '정하다' 따위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貞자는 '곧다'나 '충정하다', '지조가 굳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貞자는 貝(조개 패)자와 卜(점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貞자에 쓰인 貝자는 鼎(솥 정)자가 잘못 쓰인 것이다. 솥은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것이다. 여기에 卜자가 결합한 貞자는 본래 '점을 치다'는 뜻으로 만들어졌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貞자에 대해 "貞은 점으로 묻는 것이다(貞,卜問也)"고 풀이하고 있다. 고대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길흉(吉凶)을 물었고 이때는 올곧은 마음으로 임해야 했다. 그래서 貞자는 본래 '점을 치다'는 뜻으로 만들어졌었지만, 후에 '곧다'나 '지조가 굳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갑골문에서는 卜자가 없는 형태였다. 그래서 貞(정)은 ①곧다 ②지조가 굳다 ③마음이 곧바르다 ④충정하다(忠正--: 충실하고 옳바르다) ⑤점치다(占--) ⑥정절(貞節) ⑦정조(貞操) ⑧곧 바름 ⑨성심(誠心: 정성스러운 마음) ⑩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곧을 직(直) 등이다. 용례로는 여자의 행실이 곱고 마음씨가 맑음을 정숙(貞淑), 마음이 곧고 명민함을 정민(貞敏), 굳은 마음과 변하지 않는 절개를 정절(貞節), 굳고 곧음을 정직(貞直), 정조가 굳고 행실이 결백함을 정결(貞潔), 여자의 행실이나 지조가 곧고 매움을 정렬(貞烈), 사철을 통하여 잎의 빛깔이 변하지 아니하는 나무를 정목(貞木), 현철하고 정조가 곧은 아내를 정부(貞婦), 동정을 잃음을 실정(失貞), 부부가 서로의 정조를 지키지 않아 행실이 조촐하지 못함을 부정(不貞), 충성스럽고 절개가 곧음을 충정(忠貞), 꿋꿋하고 바름을 견정(堅貞), 아직 이성과 성적 접촉이 없음 또는 그 사람 흔히 남자를 일컬음을 동정(童貞), 역학에서 말하는 천도의 네 원리라는 뜻으로 첫째 사물의 근본 되는 원리 둘째 만물이 처음 생겨나서 자라고 삶을 이루고 완성함을 일컫는 말을 원형이정(元亨利貞), 얼음처럼 곧고 옥처럼 깨끗하다는 뜻으로 흠이 없이 깨끗한 절개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빙정옥결(氷貞玉潔), 생각하여 정함을 일컫는 말을 고정단일(孤貞單一), 여자는 정조를 굳게 지키고 행실을 단정하게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여모정렬(女慕貞烈), 나이가 젊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마음이 올바르고 침착함을 일컫는 말을 요요정정(夭夭貞靜), 부녀가 인품이 높아 매우 얌전하고 점잖음을 일컫는 말을 유한정정(幽閑靜貞)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