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2011.2.18
<모니터>
나는 국가공무원이다. “서울특별시청 사회안전부 소속 범죄예방 특무 3과 감시계장”이 나의 직함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각종 강력 범죄들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고, 급기야 국회는 새 정부 부처인 사회안전부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안전사회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납치, 강간, 유괴, 폭행, 절도, 그리고 무차별 살인까지 ... 흉흉한 범죄들을 억제하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우리들은 불철주야 업무에 매진한다.
말은 거창하지만, 업무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내가 소속된 특무 3과는 아동 성범죄 예방이 전담인데, 주로 하는 일은 모니터링이다. 촘촘한 그물처럼 도시 구석구석에 비치된 CCTV를 통해 담당구역에서 아동 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관찰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이를 경찰서로 전파하는 것이 나의 주된 업무내용이다. 5평 남짓한 내 근무공간은 한 쪽 벽면이 온통 10인치짜리 소형 모니터로 가득하다. 120개의 모니터에서 그려지는 화상을 한 눈에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년에 과장으로 진급하면 180대를 맡게 될 테니 벌써부터 우는 소리만 하고 있을 수도 없지만. 수많은 모니터들로 도시 곳곳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구석구석의 화상이 전달된다.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골목길과 자주 오가는 상점가, 오락실 인근, 학원가 또한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나의 눈은 쉴 새 없이 모니터들 사이를 오간다. 피곤한 업무지만 사회 안전의 한 기둥을 떠받치고 있다는 뿌듯한 사명감을 느낀다.
그 때, A1073에게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다. 나는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모니터링 대상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있는데, A1073은 사당초등학교 3학년인 꼬마 여자애다. 평소대로라면 3시에 학교를 마치고 학교 인근 골목길을 따라 친구들과 하교해야 할 A1073이 오늘은 어쩐 일인지 상점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A1073의 두 뺨은 상기되어있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불안한 표정이 모니터 너머의 나에게도 다급함을 느끼게 만든다. A1073은 귀여운 외모에 또래 여자애들보다 다소 성숙한 기미가 있다.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례였기에 예의주시하던 차에 드디어 일이 터졌구나 싶었다. 나는 침착하게 스위치를 조작하여 A1073의 전후방 화상을 확보했다. 아니나 다를까, 40대 가량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쏜 살같이 A1073의 뒤를 쫓고 있었다. 꼬마의 걸음으로 어른을 따돌리기는 힘들다. 범인의 우악스런 손길이 A1073의 허리를 낚아챈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나는 바로 비상부저를 누르고 핫라인을 통해 정황을 보고하려 수화기를 들었다.
아뿔싸. 범인은 생각보다 치밀한 놈이었다. 녀석이 내 사무실의 비상경보 시스템을 미리 먹통으로 만드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나는 응답 신호가 없는 수화기를 내던지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모니터 속에서는 이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싫다며 몸부림치는 A1073을 40대 남성이 납치하고 있다. 아동 성폭행이 될지 인신매매가 될지 혹은 살해 후 시체유기가 될지 아직은 모른다. 지금 바로 상황을 전파하면 A1073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저씨가 널 꼭 구해줄게!”
- ... 다음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오후 3시경, 서울시 사당동의 모 초등학교 인근에서 유아 납치 미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장에서 검거된 범인은 40대의 중년 남성으로 하교길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을 납치하려다 붙잡혔습니다. 범인을 검거하는 데는 학생의 담임선생님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입니다.
- 네 ... 요 녀석이 글쎄 나머지 공부가 싫다고 도망을 친 게 아니겠어요. 뒤 늦게 알고 쫓아가서 다시 학교로 데려오는 길이었는데, 그 괴한이 나타난 겁니다. 뭐 ... A10 뭐시기를 구해야 한다면서 소리를 마구 질렀어요. 막무가내로 우리 학생을 끌고 가려고 하길래 제가 몸싸움으로 제압한 겁니다. 제가 소싯적에 유도를 좀 했거든요 하하 ...
- 경찰 조사에 따르면 범인의 거주지인 인근 원룸에서 폐쇄회로 모니터링을 위한 다수의 전자기기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폐쇄회로 카메라의 대부분이 인근 초등학교 부근에 설치되었음을 눈여겨본 검찰은 범인을 잠재적 아동 성범죄자로 간주하고 사생활 침해 및 유괴 미수의 혐의로 우선 기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끝.
오늘 스터디 가서 쓴 작문 올려봅니다 ^^ ㅎ
스터디 하니까 배우는게 많네요 ...
지금 스터디 결원 충원중입니다 ㅋ 관심있으신분 함께 해요.
고려대에서 월수금 진행합니다. 쪽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