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중 ‘태초’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요한은 로고스의 신격을 논함에 있어서 먼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en arche en ho Logos) 라고 말한다. 이 분절에서의 강조점은 로고스가 계셨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로고스가 태초에 계셨다는 데 있다. 즉 로고스의 선재성(先在性) 또는 영원성(永遠性)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 먼저 ‘태초’의 의미에 대한 고찰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태초’(太初)라는 말은 우리말의 문자 그대로는 ‘가장 처음’이라는 뜻이나, 결코 시간적인
개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영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말은 칠십인 역본(LXX) 창1:1에서도 요한복음1:1의 arche 를 쓰고 있지만, 그 의미하는 바는 같지 않다. 즉 창1:1에서는 천지 창조의 기사에서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시기를 ‘태초’라고 하여 시간 개념을 나타내고 있는데 대하여 요1:1에서는 천지창조 이전까지의 영원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요1:1의 arche (아르케, 태초)는 aion (아이온, 영원) 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여기서 말하는 태초는 사실 태초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불트만은 이것을 단순히 ‘선재성’(先在性, pre-existence)으로 나타내지 아니하고 ‘선사성’(Vorgeschitiliche) 즉 영어의 pre-historical existence 로 표현하나, 로고스의 존재성에서의 그 개념은 오히려 영어의 atemporal (無時性) 또는 nontemporal 또는 비시성(非時性)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그리스도의 선재에 있어서 그는 지음을 받지 않으셨으며(agnnetos = ingenerate), 그는 무시간적(無時間的, timeless)이며, 불가시적(不可視的, invisible)이며, 무형적(無形的, impalpable)이며, 무감각적(無感覺的, impassible)인 분이었으나 우리를 위하여 시간 안에 들어오셔서 가시적(可視的)이고 유형적(有形的)이고 감각적인 분이 되셨다.
요1:1의 ‘태초’에 대한 원어를 보면 창1:1의 히브리어 bereshith 나, 그 헬라어 번역인 70인 역본의 두 arche 나 신약 요1:1의 arche 나 모두 문자적으로는 시간적인 개념으로 ‘처음에’를 뜻하는 점에 똑 같다.
그러나 그 어휘가 요1:1에서는 창1:1과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그 차별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시도에서 해석적인 번역을 시도한 것이 몇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중국어역 성경 중 소위 ‘구어역’(1962년 홍콩성경공회 ‘神版’)에서는 창1:1의 ebreshith 를 요1:1의 ‘太初’와는 달리 ‘起初’ 로 하고 있다. 이것은 요1:1의 로고스의 영원성=무시간성(無時間性)과 항1:1의 창조 역사(役事)의 시간성을 구별하고자 한 시도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1:1의 ‘太初’에 ‘초’(初) 자가 있는 한 창1:1의 ‘起初’와 근본적으로 다른 영원성을 나타내지 못 한다.
중국어역 성경 문리역본(1854년 역)에서는 요1:1과 요일1:1의 ‘태초’를 ‘元始’로 번역하고, 창1:1에서는 ‘太初’로 번역하고 있어, ‘元始’가 ‘太初’보다 이전임을 나타내고 있으나, 이 ‘元始’의 ‘始,’자에도 ‘始作’이라는 시간적인 개념이 들어가 있으므로 로고스의 영원성을 나타내는 데는 충분하지 못 하다.
또 ‘初’ 즉 ‘처음’이라는 말도 그 자체가 벌써 시간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거기에 ‘太’(‘가장’ 또는 ‘아주 크게’라는 뜻)라는 한정사가 붙을지라도 그 개념을 변경시키지 못 한다. 왜냐하면 ‘처음’이나 ‘크다’라는 개념은 거기에 아무리 그 정도가 큰 것이라고 할지라도 유한성(有限性)의 범주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영어의 ‘in the beginning,’ 독일어의 ‘Am Anfang,’ Au commencement,’ 일어의 ‘はじめに’(한자 표기로는 ‘始’ 또는 ‘太初’) 등 모두에서 같다. 우리말 성경에서 요1:1을 보면, 개역(1938년), 새번역 신약전서(1967년), 표준새번역(1993년), 개역 개정판(1998년) 등에서는 다 ‘태초에’라 하고 있으나, 예수셩교젼셔(1887년, 로스 역 신약전서)에서는 ‘처음에,’ 공동번역(1971년)에서는 ‘한 처음에,’ 천주교 200주년 기념성경(1992년)에서는 ‘맨 처음’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한편 196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쉬운 번역 또는 풀이역의 경향이 일어나, 여러 나라에서 그러한 번역을 볼 수 있다. 예컨대, 1966년의 ‘Good News For Modern Man'(소위 Today's English Version; 후의 Good News Bible) 초판에서는 "From the very beginning" 로, 제2판에서는 “Before the world was created”로 번역하였고, 독일어 번역 'Die Gute Nachricht'(1971년)에서는 “Am Anfang, bevor die Welt geschaffen”(처음, 세상이 창조되기 전에)으로 번역되어 있고, 香港聖經公會 발행의 現代中文譯本(1975년)에서는 ‘宇宙被造以前’으로, 當代聖經(1985년)에서는 ‘萬有之先’으로 번역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인의 성경(1985년)에서는 ‘우주가 존재하기 전에’ 등 거의 같은 뜻으로 풀이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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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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