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도심항공교통(UAM)이 안전한 운송수단이 되려면?
제4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 UAM(도심항공교통)의 혁신기술과 미래 변화
"길이 막혀 옴짝달싹 못 한 경험, 주차할 곳이 없어 진땀을 뺐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때 '차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동할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지난 6월 2일 'UAM의 혁신기술과 미래 변화'를 주제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 이하 과총)와 국민생활과학자문단(단장 정진호, 이하 자문단)이 온라인 개최한 ‘제4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에서 김승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발화이다.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은 일명 ‘하늘을 나는 택시(Air Taxi)’라 불리는 차세대 운송 수단이다. UAM은 코로나19 엔데믹 시대 대응책과 도시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도로 교통 정체 등을 해결하기 위한 미래교통체계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국적 금융회사 모건 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21년 70억 달러(약 9조1,042억 원)에서 2040년 1조 4,739억 달러(약 1,917조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며, 세계 각국은 관련 기술 개발, 시범사업,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2020년 5월 K-UAM 로드맵을 발표하고, 기술개발과 제도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이에 이번 대담은 파괴적 혁신으로 불리는 UAM의 핵심 기술과 기술적 안전, 심리적 장벽, 온실가스 등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발제를 맡은 김승조 교수 외에도 손미현 서울 무학중 교사와 김준성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학생이 패널로 참여하여 질의응답 형식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UAM의 대표 모델 eVTOL의 발전을 위한 과제들
김 교수는 "기존 항공 기술과 무인항공기(드론)의 발전이 UAM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인(凡人)의 시각으로는 항공기보다 자동차의 무인화가 더 쉬워 보이지만, 무인화는 어쩌면 자동차보다 항공기가 먼저 이루어질지 모른다. 자동차는 지상 운전 시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산재하지만, 사실상 항공기는 무인화를 위한 기술적인 진보가 이미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라면서, “UAM과 한반도 전역을 포괄하는 RAM(Regional Air Mobility, 지역항공교통)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비행체 설계 및 생산, 정비 및 지원, 항공기 운항, 항공 교통관제, 지상 기반시설, 고객 접촉 등의 많은 기반시설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심지에서 이‧착륙 시 활주로가 필수적인 경우, UAM은 비행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UAM은 헬리콥터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해야 한다"라며 "궁극적으로 집 앞이나 아파트 옥상에서 출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전했다. 현재 수직이착륙기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모델은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전기수직이착륙기)로, 공해를 비교적 적게 발생시킨다. 김 교수는 "eVTOL은 전기 운영방식으로, 다수의 소형 모터를 여러 개의 프로펠러에 병렬 연결하여 추진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모터 중 1~2개가 고장이 나도 큰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또한 "경제성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전기 생산 시 발생하는 공해를 제외하면 적어도 헬리콥터보다는 경제성이 높고, 적어도 도심지를 오염시키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eVTOL은 현재 복합식과 틸트로터형의 기종이 개발되었다. 앞으로 효율성과 경제성을 더욱 발전시켜, 기존 교통수단에 집중되는 여객을 분산하고 관광, 응급환자이송, 수색 구조, 화재수송, 화물수송과 택배, 군용항공기, 치안 유지, 대중교통이 부족한 교외 지역에 새로운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등 여러 부분에 활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eVTOL이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과제도 많다. 기상 조건에 따른 운용 제한, 항공 교통관제, 배터리 기술, 소음억제, 사이버 보안 등이 대표적인 과제다. 김 교수는 "UAM은 운행 속도가 낮으므로, 기상 조건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 게다가 eVTOL이 전용으로 사용할 주파수 할당과 주파수 활용체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상용화의 핵심은 '배터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달려있다. 배터리가 명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소음 문제와 사이버 보안도 개선되어야 범용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VTOL의 소음은 환경규제와 지역사회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인데,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분산 추진을 하는 eVTOL의 소음 수준은 60~65db(데시벨) 정도이다. 이는 일상대화 시 발생하는 소음의 정도와 비슷하며, 앞으로도 민원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로 연구를 진행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 규제기관 FAA(연방항공청)에서 비행 노선을 회랑형(Corridor Type)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정익(固定翼) 항공기, 헬리콥터, 무인기, UAM 등 운영되는 비행 물체들의 경로(공중 비행길)가 각각 독자적인 부분과 중첩되는 부분이 공존하도록 운영될 것이라는 뜻이며, 이와 같은 회랑형 운전 방식은 비행체에 탑승한 승객뿐 아니라, 지상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함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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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발제 "UAM의 혁신기술과 미래변화"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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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TOL의 미래는 배터리 기술과 안전성 문제에 달려있어
이어서 김 교수는 "전기로 운영되는 자동차와 UAM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전기 생산 시 발생하는 공해'에 회의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 태양광 발전을 활용하면 좋겠지만, 기상 변화에 따라 간헐적으로만 이용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아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태양 에너지를 직접 파이프 라이닝 해서 마이크로 파장을 통해 에너지를 무선으로 내려보내는 방법 등이 있다.
김준성 학생은 “UAM의 항로 결정 방식 중, 서울 같은 대도시 환경에서 가장 적합하고 안전한 방식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김 교수는 “유럽의 한 논문에서는 혼합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회랑형이 답일 수밖에 없다”라며 “많은 항공기를 영공(令公) 안에 집어넣기 위해 층간으로 회랑을 만들어서 좌우상하로 가야 한다. 현재 선진 기술은 모두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결국 FAA가 추진하는 기술이 활용될 것이다. FAA에서는 NASA와 같이 회랑형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 김준성 학생은 eVTOL의 친환경성과 관련하여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떤 면에서 헬리콥터보다 친환경적인지” 질문했다. 김 교수는 “전기 UAM은 헬리콥터보다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이 현저히 적다. 에너지를 ‘덜’ 쓴다는 자체가 기존 운송 수단보다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만일 UAM이 서울 시내에서 운영된다고 하면, 적어도 서울 시내를 오염시키지는 않는다”라면서 “궁극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원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이에 손미현 교사는 “자동차의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나오는 미세먼지, 이산화황 등에 의한 오염을 전기차가 해결해주는 것처럼, 비슷한 관점에서 환경 문제에 접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김준성 학생은 “UAM이 실용화될 경우, 다수의 소형 비행체들이 날아다닐 텐데, 어떤 기관에서 통제 및 관리를 하게 되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국가 기관에서 총체적으로 지도 및 관리하겠지만, UAM의 사업성을 탐내는 민간 회사가 매우 많은 추세이다. 일례로 SK텔레콤도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과 협약을 맺었다”라고 전했다. 또 손미현 교사는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기술의 발전 정도에 대해서 질문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항공 기술 시장이 작고 대부분 ‘군용’이어서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군에서 사용하는 항공기만큼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문제는 민수 시장이 없어서 여객기에 관한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또 “UAM은 전 세계의 출발선 위치가 비슷한 분야이다. 그래서 정부와 국토부가 빠른 대응으로 UAM 시장에 진입해서, 선진국과 같은 속도로 발맞추어 나가야 한다”라며 “항공우주 기술은 종합기술이어서 주변의 기술 분야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야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컴퓨터, 정밀화학, 정밀기계공학 등 대부분의 연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데 왜 항공우주 분야가 제대로 못 하겠는가? 생각의 한계만이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뭐든지 설계해서 시제품 만드는 건 쉬운 일인데, 관건은 ‘양산’이다. 양산이 잘되어야 상업성이 있고, 상업성이 있어야 회사가 유지된다. 국민 세금에만 의존하면 절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다행히 UAM은 현재 민간 산업체가 열심히 연구/개발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준성 학생은 “서울은 군사적 이슈로 항공교통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UAM을 서울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질문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비행기는 위에서 봤을 땐 2차원적 공역(空域)을 갖고 있었는데, UAM은 회랑형 노선을 사용하면, 3차원적으로 여러 개의 층으로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단 차를 가지면, 지금도 낮은 고도에서는 드론을 날릴 수 있듯이 그 밑의 경로로 날 수도 있다”라며 “이런 문제들은 정부에서 군과 보안 분야 전문가들과 모여서 ‘어떻게 이걸 풀어서 민간 산업이 번성할 수 있게 해 줄지’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정치 사회적으로 해결할 문제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손미현 교사는 “UAM이 날다가 떨어져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누구에게 책임소재가 있는가?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이나 과학 기술적인 방안이 있는지” 질문했다. 김 교수는 “안전은 도심항공교통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고 자체가 안 날 수는 없다. UAM은 개인용 모빌리티 수준이어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타지는 않기에, 사고가 난다 해도 대규모는 아닐 것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사고 난 비행기는 타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안전이 기술 발전의 가장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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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현 서울 무학중 교사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3학년 김준성 학생과 함께 질의응답 (클릭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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