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다음 목적지인 흑산도
다도해해상 국립공원 흑산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은 단연코 홍도를 꼽을 수 있다. 홍도는 가지고 있는 생태계가 특이할뿐더러 섬을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 또한 절경이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한 번쯤 가봐야 할 섬이라고 할 수 있다. 목포에서 홍도로 가는 여객선을 타면 중간 기착지로 흑산도에 멈추게 된다. 흑산도는 섬 자체로는 그다지 볼 것이 없지만 유명한 인물들이 유배 온 역사와 주변의 자그마한 섬들의 아름다운 경치 덕분에 홍도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또한 먼 곳까지 온 김에 흑산도 관광도 함께 하기로 했다.
흑산도는 홍도보다 훨씬 큰 섬이기 때문에 도보로 한 바퀴 도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산도 내 택시로 한 바퀴 도는 일주 여행을 통해 흑산도를 돌아본다. 흑산도의 최고봉인 문암산 (405m)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려다보는 경치가 통영의 사량도만큼 못하다. 홍도에서 유람선 여행을 즐긴 이라면 흑산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흑산군도를 이루고 있는 다물도나 영산도를 돌아보는 유람선은 홍도만큼은 아니지만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의 진가를 감상하는 면에 있어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국립공원 이야기 72 - 흑산도 (黑山島)
흑산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있는 섬으로, 면적은 17.75㎢, 해안선 길이는 41.8㎞, 인구는 3,707명이다. 홍도(紅島)·대둔도(大芚島)·영산도(永山島)·다물도(多物島)와 함께 흑산군도를 이루며, 흑산군도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섬이다. 섬 서쪽에 깃대봉(378m), 북쪽에 상라산(上羅山, 227m), 남쪽에 선유봉(仙遊峰, 300m)을 비롯하여 섬 전체가 산지를 이루고 있다.
흑산도는 828년 (흥덕왕 2년) 장보고(張保皐)가 완도에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하고 당나라와 교역할 때부터 사람이 정착하였으며, 월산군(月山郡)에 속하였다. 1678년(숙종 4년) 흑산진(黑山鎭)이 설치되었고, 나주목(羅州牧)에 소속되었다가 1888년 흑산진으로 승격하여 만호(萬戶)를 두고 서해진(西海鎭)을 감시하였다. 1895년에는 지도군(智島郡)에 속하였다가 1914년 지도군이 없어지자 무안군(務安郡)에 속하여 오다 1969년 신안군(新安郡)에 속하게 되었다. 다산 정약용의 형이자 <자산어보>를 집필한 정약전과 구한말의 위정척사파였던 유학자 최익현이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흑산도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목포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는 것이다. 목포에서도 2시간이나 배를 타고 가야 할 정도로 먼 거리다 보니, 전라남도 측에서는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흑산도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소중한 섬이지만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자연이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울릉도에 이미 공항이 건설 중인 지금, 국립공원인 흑산도마저 공항이 건설된다면 대한민국이 자연에 대해 얼마나 후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이다.
그 유명한 흑산도 홍어를 먹고 다물도로 떠나다
홍도에서 흑산도까지 배를 타면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홍도에 내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객이지만 흑산도에는 상당수의 주민들 또한 그 틈에 끼여있다. 외딴곳에 있는 섬답지 않게 흑산도의 인구가 수천 명에 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흑산도는 문명에서 멀리 떨어진 대신 풍부한 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이 있어 먹고살기에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흑산도 여객터미널에 내리고 나니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홍도에 가기 전에 한 결심이 유람선을 반드시 타야겠다는 것이라면 흑산도의 결심은 홍어 요리를 먹는 것이었다. 흑산도산 홍어는 예부터 맛있기로 유명했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더 비싼 값에 먹고 있다고 한다. 흑산도의 중심지인 예리항에서 홍어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기 때문에 어느 곳에 가도 홍어 요리를 접할 수 있다.
우리가 갔던 곳은 '행복해식당'으로 흑산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조금만 걸어 예리 1구 마을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홍어 요리는 홍어회와 홍어탕이며 회와 탕은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 봐도 될 정도이기 때문에 함께 시켜 먹어도 상관없다. 홍어회는 광어회와 큰 차이 나지 않는 평범한 맛이었지만, 홍어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삭힌 홍어를 넣은 탕은 국물을 조금만 마셔도 코를 톡 쏘는 암모니아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다들 홍어회는 문제없이 잘 먹었지만 홍어탕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계속 먹다 보니 삭힌 홍어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얼큰하고 짜릿한 맛이라고나 할까. 다시 흑산도에 가면 다시 홍어탕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인 맛이었다.
홍어를 먹고 나서 오후 1시에 출발하는 흑산도 유람선에 올랐다. 홍도 유람선을 탄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유람선을 다시 탄 이유는 흑산도 또한 유람선이 관광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흑산도는 홍도와 달리 섬 자체의 풍광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유람선을 타면 인근의 다물도나 영산도로 가게 된다. 경치가 특히 아름다운 곳은 다물도로 수많은 기암괴석이 갖가지 형상을 이루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다물도 유람선을 타면 옆목동굴, 촛대바위, 만물상, 장군바위, 홍어동굴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홍도·흑산도 여행 두 번째 날 또한 날씨가 아주 좋아 다물도로 향하는 길이 즐겁다. 흑산도를 벗어나자 흑산군도를 이루고 있는 섬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이 가히 절경이었다. 푸른 바다 위에 간간이 보이는 대둔도의 마을과 양식장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물고기를 낚는 어부들까지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가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대둔도 북쪽의 다물도에 다다르니 각양각색의 신기한 바위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다물도 홍어마을부터 시작해 만물상, 고래섬, 낙타섬, 촛대바위, 도승바위, 남근석, 스님바위, 장군바위 등 수많은 바위들을 둘러본 뒤 쌍용동굴, 사성동굴, 홍어동굴 등 다물도의 동굴 탐험까지 이뤄진다. 다물도 또한 홍도처럼 규암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붉은색을 띠고 있어 마치 홍도와 형제 관계인 듯하다. 홍도만큼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물도의 고유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에 유람선을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흑산도에 도착하니 어느덧 시간은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가 묵을 곳은 흑산도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예리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곧장 숙소로 가기로 했다. 섬 여행이라 그동안 해산물만 먹었던 탓에 육지에서 미리 사들고 온 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리조트에서 하루를 푹 쉰 뒤 다음 날 흑산도 육상관광까지 마치면 2박 3일의 긴 여정이 끝이 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