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연이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는 주제로 제9회 예수목회세미나를 열었다. 2월 13일부터 2박 3일간 열린 세미나에는 신학자가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하는 성서적 근거를 가미하고,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큰' 일들을 벌이는 사례를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
한국기독교연구소(한기연) 김준우 소장이 제9회 예수목회세미나 문을 열면서 한 말이다.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는 신학자가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하는 성서적 근거를 가미하고,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큰' 일들을 벌이는 사례를 발표했다. 40여 명의 목회자들이 참여해 2월 13일부터 2박 3일간 경기도 의왕시 가톨릭교회문화회관에서 공부하고 토론하며 '작은 교회'가 아름다운 이유를 찾아갔다.
모든 프로그램은 찬양과 함께 시작했다. "105쪽 부르겠습니다." 함인숙 목사의 인도에 따라 참석자들이 일제히 세미나 책자 105쪽을 펼쳤다. '서로 다른 가치들이 어우러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맛보게 하소서'라는 가사처럼 40여 명의 목회자들은 각자 다른 가치를 가지고 사역하지만, 서로의 목회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공감하고 기뻐했다.
▲ 함인숙 목사(오른쪽)는 1회부터 9년째 세미나에 참석했다. 찬양 인도도 "그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만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
주제 강연 시간, 김근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는 왜 작은 교회가 희망인지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이사야 43장 10, 12절, 44장 8절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나의 증인'이라고 한 것은 자신이 어떤 분이며 어떤 일을 행하는 분인지 알리는 도구로 이스라엘을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스라엘을 볼 때 세상은 하나님이 누구인지 깨닫고, 자신들이 섬기는 우상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된다. 이처럼 교회도 스스로의 모습을 통해 세상에 하나님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김 교수는 구약시대 선지자들의 공동체를 예로 들었다. 사무엘 시대부터 구약 선지자들은 제자들을 거느리며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공동체 대부분이 먹을 것이 없어 들의 아무 채소나 캐어 국을 끓여 먹을 만큼 극심한 가난 속에서 살았고, 철저히 사회의 주변 집단이었다.
▲ 김근주 교수는 "우물이 터진 땅을 양보하고 새로운 땅을 개척해 나간 이삭처럼 언제든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작은 교회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엘리야는 이세벨의 위협에 도망쳐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엘리야를 도망하게 만든 것은 이세벨의 위협보다는 "오직 나만 남았거늘(왕상 19:10, 14)"이라는 고백처럼 그가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절망한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000명을 남겨 놓았다고 했다. 이것은 엘리야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여기서 7000명은 양적인 숫자가 아니라, 엘리야가 홀로 남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김 교수는 "공동체란 많은 숫자보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길이 홀로 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작은 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언제 어디든 움직일 수 있는 공동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작은 교회는 자신이 가진 것을 훌훌 털고서라도 새롭게 주어진 상황에 응답할 수 있는 곳이다. 우물이 터진 땅을 양보하고 새로운 땅을 개척해 나간 이삭처럼 언제든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작은 교회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지킬 것은 재산, 영광이 아니라 복음과 하나님나라의 가치밖에 없다"며 "그때 비로소 교회가 희망이 될 것이다"고 했다.
▲ 쉬는 시간, 목회자들은 강의실 복도에 마련해 놓은 간식을 먹거나 책을 구입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
세미나에는 목회자들의 다양한 교회 사역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경기도 가평 산유리교회(장병선 목사)는 마을의 경조사에 참여해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려 한다. 서울 들꽃향린교회(김경호 목사)는 고난의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한다.
폐지를 수거해 생계를 이어 가는 노인들을 위한 사역을 하는 교회도 있다. 경기도 안산의 안산나눔교회(신현희 목사)는 동네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커피와 비타민을 손에 쥐어 드리고 온다. 신 목사는 "아직까지 교회가 구제를 감당할 만한 역량이 되지는 않지만,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대접하고 함께 식사해 보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의 고기교회(안홍택 목사)는 두 달에 한 번 신학 마당을 열어 교회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진다. 교회에 훌륭한 어른들이 많지만 일일이 찾아가서 듣지 못해 아쉬워하다가 생각한 방법이다. 따로 저녁을 준비하지 않고 교인들끼리 김밥 한 줄씩을 나누며 신학 마당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방식이다.
이제는 직접 살아 내기
▲ 마지막 날 세미나를 통해 교회와 자신이 회복해야 할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사진 위). 이후 메모 내용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짧게 기도했다(사진 아래). ⓒ뉴스앤조이 최유진 |
세미나 마지막 날, 목회자들은 세미나를 통해 교회와 자신이 회복해야 할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적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경을 읽고 세상 이야기를 듣자." "몸과 머리는 가볍게, 관계는 깊게, 실천은 용기 있게." 목회자들은 익명으로 적은 메모지를 한 장씩 받아 들고 사역 현장으로 돌아가서도 서로 중보하기로 했다.
▲ 목회자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식사 시간을 보냈다. ⓒ뉴스앤조이최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