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 물한리 자하산방 가는날..
오전 10시 여울각시집에서 출발합니다.
때죽나무와 몸과 마음이 아픈 쑥부쟁이도 함께 갑니다.
가는 동안 몸과 병에 대해, 마음과 몸에 대해, 일에 대해.. 얘기를 합니다.
물한리 들어가기 전에 황간역에 내려 어국수로 점심을 먹습니다.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얼큰하고 구수한 어국수,
때죽은 매운탕과 국수를 좋아하시던 아버지 생각이 난다하고.
얼큰한 국물에 막걸리를 한병 시켜서 나눠 마십니다.
물한리 들어가는 길, 2차선 좁은길을 따라 물한계곡이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눈과 얼음 사이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모두 여름에 오면 참 좋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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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산방에 들어서니 마당에 아이.어른들이 북적거립니다.
3살부터 8살까지의 아이들과 엄마.아빠들.. 가족모임에서 캠프를 마치고 떠나는 날입니다.
잠시후 캠프한 분들이 떠나고 주인장도 배웅하러 나가시고..
우리 3명만이 남습니다.
마당을 둘러보니 적정기술 난로가 3개 있고 난로마다 불을 피우고,
무쇠냄비에 고구마와 감자를 담아 매달아놓았습니다.
마당의 나무를 잘라서 난로에 더 넣고, 큰 솥에 물을 떠다 붓고,
냄비를 내려 잘 삶아진 감자와 고구마를 꺼내서 먹습니다.
한참 후 주인장이 오시고 보이차에 우유, 치즈, 버터, 소금을 넣은 마태차를 마십니다.
해가 빨리 지는 곳이라 5시가 되기전 에 씻어야 합니다.
큰솥의 뜨거운 물과 지하수 찬물을 섞어서 세수를 합니다.
물이 좋아 부드럽고 매끈거리고 시원합니다.
저녁을 먹으러 민주지산 등산로 입구의 폭포수 민박으로 갑니다.
배추전에 청국장, 김치, 오이무침, 콩장, 깻잎지, 맛있는 시골밥상입니다.
밤 막걸리도 한 항아리 시켜서 나눠먹고 막걸리도 사고 구운 감자도 얻어서 돌아옵니다.
자하산방에 들어서니 깜깜해져서 어디가 어딘지 보이질 않습니다.
전기불을 쓰지 않는 자하산방,
방에 초 하나, 마루에 초 하나 키고 마루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십니다.
달빛 별빛이 쏟아지는 마당이 오히려 더 환합니다.
초하나가 한촉, 이백촉짜리 전구를 곳곳에 켜서 대낮처럼 환하게 살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도시사람들,
원자력발전소를 만들 수 밖에 없도록 하는 도시생활을 반성해봅니다.
밤은 밤답게 어둡게 살아야 생체리듬도 밤과 낮을 구분해서 건강해지는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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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낮 손님들이 가져온 온두라스 커피, 게르먀늄 주전자에 약초넣고 달인 차등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십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고민이 많은 쑥부쟁이의 이야기도 듣고..
방에서는 음악이 계속 흘러나옵니다.
오랜 무명생활후 오디션에서 1등을 한 어느 가수의 한맺힌 노래,
그의 인생 이야기도 하며. 한이 노래에 절절히 배여 듣는 이의 가슴을 파고 듭니다. 때죽은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차를 마시다 밤막걸리로 바꾸고 다시 차를 마시고 주.차.주.차를 반복하고
우리도 돌아가며 노래를 부릅니다.
무명가수가 신나는 노래로 바꾸자 모두 일어나서 한바탕 춤도 추고..
마음껏 노래 부르고, 웃고, 차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오래 만난 친구들처럼 재미있게 놀고.. 새벽2시가 되어 잠자리에 듭니다.
나무를 많이 넣어 뜨끈한 구들방에 누워 또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듭니다.
새벽5시, 옆방에서 노래가 나옵니다.
누워서 듣는 노래..
흙집은 그 자체가 소리통이 되어 울림이 크면서도 거슬리지 않아서 노래듣기에 아주 좋습니다.
그리스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몽골의 흐미, 러시아 백만송이 장이, 필리핀 아낙까지 노래로 세계일주를 합니다.
그렇게 날이 밝을 때까지 누워서 노래를 듣고 일어납니다.
무쇠화로에 아궁이의 숯을 담아 방으로 들어옵니다.
석쇠를 놓고 떡국떡, 어묵, 사과, 당근을 구워서 아침을 먹습니다.
구워서 먹으니 떡국떡은 더 부드러워지고 사과는 더욱 달아지고 당근은 마치 고구마 맛 같아요.
곶감을 사기 위해서 대건네로 갑니다.
곶감건조장에서 대건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곶감을 따고 계십니다.
유황을 친 곶감과 안친 곶감을 나눠놓고.
우리도 거들어서 금방 곶감 한 상자 수북히 따서 담았습니다.
방에 들어가 곶감을 먹고 있는데 대건이 어머니가 점심상을 차려옵니다.
와~ 솜씨좋은 대건이 어머니의 밥상입니다. 미안하지만 얼마나 반갑던지..
김치, 어묵조림, 고추장아찌, 깻잎장아찌, 조개젓갈..
모두 맛이 있지만 특히 백김치는 그 맛이 일품입니다.
모두 나무를 하러 산으로 갑니다.
산을 정리하느라 나무를 베어놓은 것을 2인1조로 일을 합니다.
여울각시와 쑥부쟁이는 위에서 끌어오고 자하와 때죽은 입구에서 길바닥으로 던지고 아무 말없이 열심히 합니다.
아래에 가서 도끼로 잘라서 외발손수레에 싣고 옵니다.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매일 하루 쓸 만큼만 나무를 합니다.
마당에서 도끼로 자르고, 자른 나무를 한켠에 정리하고 손발이 척척 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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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뒷편 공터에 가서 활을 쏩니다.
큰 담요로 과녁을 만들어 세우고 활을 쏠때의 자세와 예의에 대해 때죽이 자하에게 설명해 줍니다.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고 덕담을 하고 먼저 한 사람이 쏜 후 칭찬을 하고 옆의 사람이 쏘고 다시 인사를 하고..
그동안 독학으로 활을 쏜 자하의 활솜씨가 대단하다고 때죽이 칭찬해 줍니다.
매일 1시간씩 몸을 씻고 의복을 갖춰 입고 정신을 가다듬고 활을 쏘았다고 합니다.
장화를 신고 털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르고 활을 쏘는 자하의 모습이 몽골의 후예같습니다.
활을 쏘는 순간은 온전히 집중이 되어 활명상이 명상중의 명상이라고 합니다.
과녁이 아닌 하늘을 향해 쏘는 활은 더욱 장쾌한 느낌이 난다고 합니다.
엄격한 규칙에 따라서만 활을 쏘았던 때죽도 신기해 하며 하늘을 향해 쏘아봅니다.
무슨일이든 규칙을 충분히 익힌 다음엔 그 규칙을 깰 줄 아는 자유로움이 필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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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과 쑥부쟁이가 떠날 시간이 되어 대건네로 곶감을 가지러갑니다.
집에서 먹을것이라 상자에 넣지 않고 비닐봉지에 담아달라고 했더니
100개에 3만원에 주십니다. 와우~
곶감 3접을 싣고 때죽과 쑥부쟁이가 가고
자하산방에 올라와서 해지기 전에 얼른 씻고 뜨끈한 방에 누워서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