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
한영미
지난 조류독감 때 파산했다는
양계장집 아낙
앞마당에 엉덩이 붙이고 철퍼덕 앉아
파 다듬다 말고 운다
아이들 속없이 뛰노는 동안에도
쓰지도 않는 파 모두 꺼내와
벌써 서너 시간째 껍질을 벗겨내가며 운다
울 엄닌 그 많은 눈물
어찌 다 감추며 살다가셨다니
등 돌리고 오래도록 파 다듬던 엄니 마음을
세월 다간 이제야 알겠다.
묻지도 않은 친정어머니 얘긴
주섬주섬 꺼내 놓다간 말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쓸어올리지도 않은 채
파밭에 쇠운 파꽃마냥
휑한 눈 들어 하늘을 본다
두 눈엔 눈물이 파즙처럼 배어져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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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월간 <문학세계>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