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210110)이었습니다.
출근하면 일찍 들어가 쉬고도 싶지만
막상 휴일이 되어 종일 집에 있으려면 답답합니다.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을 겸한 점심을 대충 때우고
어디라도 나가야 되겠다 싶어 여기 저기 생각하다가 마침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었습니다.
같이 가자 해보고 싫다하면 혼자라도 다녀올 생각입니다.
“할 일도 없는데 전철타고 회나 먹으러 갈까?”
“어디를?”
“영종도에 구읍뱃터라고 있는데 스끼도 많이 나오고 회가 저렴하다더라고....”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데”
"한 시간 반, 환승 두 번 하면 되고...."
“날도 추운데 거길 전철타고 어떻게 가, 한 시간 반이나 힘들게"
“요즘 전철 사람도 없어 앉아 갈 건데 뭐가 힘들어, 차를 두고 가야 한 잔 할 거 아냐”
“회 사주면 가고 아니면 그냥 집에 있을래.”
“무슨 거지새끼도 아니고 집어 치워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국엔 내가 사는 것으로 하고 같이 나섰습니다.
술 좋아하는 사람 팽개쳐두고 혼 자 가는 것도 그렇고
혼술 보다는 둘이 마시는 술이 더 유쾌하기도 하겠고....
그런고로, 대화의 마무리는 좋은게 좋다고, 아름답게 끝을 냈지요.
"그래~ 땡겨 보자~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냐?"
연신내서 6호선 타고 DMC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고
영종역에 하차해서 205번 버스타고 30분,
그렇게 집 나선지 두 시간은 다 되어 목적지
영종도 구읍뱃터에 도착했습니다.
눈발도 살짝 흩날리고 날씨가 흐려 좀 서운하긴 했지만
역시 집 나오니까 좋긴 좋네요~
언놈이 왜 그런 말을 했나 몰라요~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고...."
출처:위키피디아
위의 평면도는 요즘의 영종도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인천국제공항이라면 영종도를 떠올리 겠지만
지금의 영종도는 4개의 섬을 연결하여 둑을 쌓아 바닷물을 퍼내고
흙을 채우는 대규모 간척사업을 통하여 새롭게 탄생되었습니다.
위 그림처럼 다섯 개의 섬, 영종도(A), 삼목도(B), 신불도(C), 용유도(D), 잠진도(E)가 보입니다.
이들 섬 중에서 영종도, 삼목도, 용유도, 신불도, 다시 영종도를 외곽으로 연결하여
간척지를 만들어 지금처럼 거대한 영종도가 생겨났지요.
그림의 노란색 부분이 간척지로 건설된 땅이며
직선으로 이루어진 연두색 부분은 활주로를 포함한 인천국제공항의 부지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종도는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큰 섬이 되었습니다.
안면도보다는 작고 완도보다는 크지요.
원래 영종도는 지금 크기의 절반도 되지 않았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하면서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얕은 바다를 흙으로 메워 하나의 섬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설명한 것처럼 두 섬 사이에 끼어있던 작은 섬, 삼목도와 신불도도 자연스럽게 편입 되었지요.
그러고 보면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네 개의 섬,
영종도와 용유도, 삼목도, 신불도가 합쳐진 섬 입니다.
육지와 연결하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가 차례로 놓이면서부터 영종도는 섬 아닌 섬이 되었지요.
청라신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세 번째의 연육교 공사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방어철이다 보니 작년에도 올 해도
어딜 가나 횟집에는 방어가 비참하게 나뒹굽니다.
맛은 좋은데, 보기에는 좀 거시기 하네요~ㅠㅠ
오히려 방어가 많이 잡히는 동해안이나 제주도에서는
제철 겨울에도 저런 모습들을 볼 수 없었는데
인천의 소래포구나 영종도는 대도시 주변이라 그런지
상품의 진열도 자극적이고 살벌(?)합니다.
연륙교가 놓이면 섬은 육지가 됩니다.
섬이 육지가 되면 가장 먼저 뱃길부터 끊기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영종도에는 아직도 육지를 오가는 배편이 있습니다.
다리가 놓여 자동차가 자유롭게 왕래하고 공항철도를 운행하지만
인천의 월미도를 오가는 배편은 지금까지도 운행을 한답니다.
영종도에 연륙교가 건설된 지 20년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영종도 주민들은 배를 타고 월미도를 왕래합니다.
영종도와 인천의 월미도를 잇는 선착장이 바로 이 곳 구읍뱃터입니다.
구읍뱃터 어시장입니다.
구읍뱃터에는 이런 어시장이 여러개 있습니다.
보이는 것처럼 싱싱한 활어와 어패류, 해산물들이 즐비하지요.
바로 여기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두 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입니다.
두 시간이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대구역을 지나는 시간이고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면 베이징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뭐 시간이 아깝다 싶다던지
나는 박카스만 마셔도 취하는 스타일이다 하는 사람이라면
승용차를 운전하면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이기도 합니다.
접근성이 좋다는 이야기를 복잡하게 늘어 놓았습니다.
오늘의 투자가 헛되지 않았는지,
오늘 선택에 후회는 없을지 지금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층에서 회를 골라 계산을 하면
3층으로 올라가라고 안내를 합니다.
본인이 선호하는 횟감을 골라 단품으로 즐길 수도 있지만
횟집마다 걸어 놓은 현수막처럼 적당한 금액의 구성을 선택하면
회와 함께 '스끼다시'라 부르는 곁들인 안주들이 함께 나오는 영업형태입니다.
2인 기준은 4만원에서부터 12만원 정도,
4-5인을 위한 세트메뉴는 12만에서 20만원 정도로
다양하게 구성이 되어 있더군요.
3층 식당에 올라가면 상차림 비용은 1인 4천원,
그리고 여러 가지 탕 종류와 바다음식들을 따로 주문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선착장 옆 1층 횟집들을 살펴보고
주변으로는 다른 뭐가 있는지 둘려보기 위해 나왔습니다.
주변을 서성이며 기웃거리다가 처음 들어갔던 구읍뱃터 어시장이
제일 활발한 것 같아 다시 찾아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첫 번째 횟집에서부터 붙잡혔습니다.
주인아주머니 왈
"우리 집이 첫 번째 집이라 다를 그냥 지냐쳐"
"그래서 내가 오늘 특별히 잘 해줄 테니 여기서 골라 봐요"
두 사람이라고 했더니
광어, 우럭, 방어 섞어서 5만 원짜리를 먹으랍니다.
"이따가 다 먹고 우리 집 다시 들려서 명함 달라는 소리 나오도록 내가 잘 챙겨줄께~"
라는 흰소리와 함께.......
그렇게 붙잡혀 올라간 3층의 식당입니다.
더 둘러보자 하는 걸
"한 건물에서 나란히 장사하는 횟집들이
다 거기서 거지지, 뭘 더 돌아다녀, 배고프다면서"
3층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선착장입니다.
마침 월미도 가는 페리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막 출발하려 합니다.
사람도 타고 자동차도 싣고,
갈매기한테 던져 줄 새우깡도 준비해 놓고
건너 편 월미도 선착장을 향해 출발합니다.
창 밖 풍경에 빠져있는 사이
주문한 회와 곁가지 안주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메인으로 광어, 우럭, 대방어회와 함께
낚지, 멍개, 석굴, 피조개, 가리비, 전복찜, 전복회, 대하, 해삼이 나오는군요.
다른 음식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회는
첫 젓가락에서 그 집 회 맛이 결정나지요.
비릿한 냄새는 없는지, 식감은 찰지는지.....
뭐 그런대로 입에 맞습니다.
회 5만원, 상차림 비용 2인 8천원, 소주 2병, 막걸리 1병해서
토탈 7만원이면 괜찮아 보입니다.
곁들인 안주들이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안주거리를 조금씩은 맛 볼 수 있었으니
5만원짜리 안주치고는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 부족하다 싶으면, 지출을 늘려 지폐 몇 장 더 꺼내면 될 터이고.....ㅎㅎ
암튼, 마음에 들었는지 별 군소리가 없네요~
시원찮았으면,
"거 봐라, 내가 뭐라고 했냐? 다른 집도 더 둘러보자고 했지?
내 말 안 들으면 되는 일이 없다니까"
한 소리 했을 텐데 말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영업을 하면서 서로 비교가 되다보니
가격은 비슷하지만 음식을 내오는 모양은 횟집마다 다릅니다.
나름대로 음식의 배열과 장식으로 차별화 하여 decoration으로 경쟁을 하는 것이지요.
횟집마다 함께 나오는 곁가지 안주들도 조금씩은 다르고요.
골라 먹는 즐거움이 있는 구읍뱃터어시장이었습니다.
섬이 육지와 연결된 후에도 여객선이 살아남은 이유는
시간과 비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종도에서 인천 월미도까지 카페리호의 승선요금은 3500원,
일반 승용차의 도선 요금은 7500원입니다.
영종도의 구읍뱃터에서 월미도까지는
직선거리로 불과 2㎞ 정도여서 배를 타면 10분이면 도착합니다.
하지만 자동차로 가면 인천대교를 건너고 인천 도심을 돌아서 35㎞를 달려야 하는데,
인천 시내의 차량 정체까지 감안하면 소요시간이 1시간으로 늘어난다고 하는군요.
비용도 인천대교 통행 요금 5500원에다 기름 값을 더하면 1만 원 정도 든답니다.
차 없이 영종도에서 인천이나 서울을 오갈 때는 물론이고,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여 들고나는 경우에도
배를 타면 돈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세상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안함이 있다면 불편함도 동반합니다.
신경 쓰지 않고 어디서나 어느 때고 편안하게 한 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춥고 또는 더운 날씨에 걸어서 이동을 해야 한다거나
교통편을 기다리는 지루함도 감수해야 하지요.
술을 마시면 보통은 식사를 잘 하지 않게 됩니다.
탄수화물 공급이 되지 않으니 혈당은 떨어지고요.
거기다 알콜은 또, 일시적으로 혈당을 낮추는 기능까지 한답니다.
버스 승강장 가는 길에 편이점이 보였습니다.
당을 보충할 생각으로 초콜릿 두 어 개 집어들고 계산을 하려는데
나이 드신 직원분이 어물어물 계산을 제대로 못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고함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우리가 타야 할 버스가 승강장을 막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205번 버스의 휴일 날 배차 간격은 25-30분이나 되었고요.
영종역에도 2층에 편의점이 있던데
거기 가서 사도 될 것을 그새 편의점엘 갔냐며,
뭐가 우선인건지 모르냐고 한 말씀 하십니다.
생각해 보니 언제 올 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더 중요한 일 이였는데
초콜릿 사는 일이 뭐 급한 거라고....
나의 부주의함으로 30분은 달달 떨어야 했으니....ㅎㅎ
지청구에도 할 말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끝이 난 건
오늘 음식이 나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영종도와 월미도를 잇는 여객선은 영종도 주민들의 편의는 물론
여행객들에게도 충분한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차를 탄 채 배에 오를 수 있고,
갑판 위에서 바다 풍경을 즐기면서 따라 붙는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는 재미도 느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때론 자동차를 버리고 오늘 우리들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안하게 한 잔 하면서 구읍뱃터에서 배를 타고
월미도로 인천으로 한 바퀴 돌아 올 수도 있으니까요.
거기다가 영종도 구읍뱃터 주변으로는 카페와 음식점, 횟집이 즐비해서
손이 가는 주전부리와 술을 부르는 안주거리들로 가득하니까요.
오후 두 시가 다 되어 집에서 나와
귀가한 시간은 저녁 8시가 조금 넘었으니
너무 늦지도 않고 딱~ 좋네요.
다음에는 조금 더 일찍 오늘처럼 전철로 나서서
이 곳 어시장에서 점심으로 낮 술 한 병 때리고
배타고 인천의 월미도로 차이나타운으로 한 바퀴 돌면
당일 여행코스로는 최고이지 싶습니다!
*^^*
첫댓글 손녀딸 한번 꼬득여 나설볼까나~~~?
할머니보다 훨씬 겁보인 손녀딸 코로나 무서워 꼼짝도 안하는데....
좋은 생각이세요~
영종도서 배 타고 월미도에 가서 공원도 산책하며 볼거리도 즐기고
오래도록 남을 할머니와의 추억만들기.....
마스크 잘 챙겨서 한 번 나서 보세요~ㅎ
진짜 부지런 하신 커플이십니다~
정말 좋아 보이네요~
우리집은 제가 문제입니다.특히 먼곳은 대중 교통으로는 한발짝도 안움직입니다.
그런데 좋아 하는 먹이감을 보니 순간 사~알짝....
우리 회장님은 휴일이면 챙겨야 할 아이들이라도 있지만
둘이 살다보면 휴일 내내 할 일이 없어요~
평일에도 밤낮으로 같이 있는데 휴일 날 멀뚱멀뚱 하기 그러니
어디 밖이라도 싸돌아 다니는 겁니다~ㅎㅎ
저도 내일 가렵니다.
글 퍼가요.
퍼다가 잘 쓰슈~~
자신 보다도,
함께하는 사람의 즐거움으로 하여
더욱 행복해지는 여행 되시길~~~ㅎ
끝내줍니다...함께 가보고 싶어요..ㅎㅎ..
그럽시다~
날 잡아 같이 한 번 가지고....
승용차도 좋고, 대중교통 이용해서 월미도로 돌아와도 좋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