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개나무
곽성숙
끝자리가 2일, 7일인 담양 오일장에 갔답니다.
‘숙취 해소 간 튼튼 효자’ 라고 상자 깍대기에 삐투름히 써진 헛개나무 앞 소개서를 읽다가 웃음이 터집니다. 누가 저 위대한 소개서를 써 주었을까요.
제가 알고 있는 헛개나무의 진짜 소개서는 이렇답니다.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에 기록된 바에 의합니다.
"헛개나무는 가을이 되면 열매 대궁이 비대해지면서 산호 모양이 된다. 이것을 약으로 쓰며, 맛이 달아서 사람들이 먹는다. 열매는 숙취를 덜게 하고 간을 보호해주는 약효가 있다. 나무 조각을 술독에 넣으면 술이 물로 된다."
참으로 훌륭한 '헛개나무'지 아니한가요. 그렇다면 주저할 게 뭐 있겠는지요.
숙취 해소, 간 보호 효자 헛개나무 열매를 사 들었답니다. 술과 친한 남편의 간을 보保해 줄 수 있다니 벌써 흐뭇하게 웃음이 나고 고맙기조차 합니다.
효능과 효과, 음용 방법을 적어놓은 설명서 한 장까지 넣어주시는 어르신께 여쭙니다.
“어르신, 약주 좋아하시나요?”
“암만, 좋아하제!”
“하하, 혈색이 좋고 짱짱하게 보이시는 게 이 헛개나무 열매 차를 드셔서 그런가 봅니다.”
“글제글제, 물 한 잔 하실라요?”
화목난로 위에는 귤도 구워지고 있었고 그 옆 주글주글한 노란 주전자를 툭 건드십니다. 미리 따라놓은 작은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니 어쩐지 속이 개운합니다. 술이 과한 다음 날 아침이면 헛구역질하는 남편이 떠오릅니다. 팔팔 끓여 마시게 할 마음으로 걸음이 바빠집니다.
헛개나무 조각도 빨리 구해야겠습니다. 술이 물처럼 순해진다니 거참 신통하기도 하지요. 정말 순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