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알고 있듯 21대 국회는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던 양당 간 극한대결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또는 할 수 없었던 ‘식물국회’로 조롱을 받았다. 만약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는 교섭단체가 하나 더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21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끌려다니다가 상원 아닌 상원 격의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지 않아도 됐고,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 준 국민의힘의 입법 사보타주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위장 탈당’을 할 필요도 없었고,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라는 비난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좀 더 생산성 높은 국회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또다시 그런 전철을 밟을 것인가?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3의 교섭단체가 필요하다. 왜 필요할까?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가장 높은 효능감을 자랑했던 국회는 1988년 13대 국회였다. 당시 법안 합의처리율이 무려 81.1%를 기록했는데 의석비(議席比)는 국회의원 총수 299석 중 여당이었던 민정당이 125석, DJ의 평화민주당은 70석, YS의 통일민주당은 59석, JP의 신민주공화당은 35석 등 소위 ‘황금분할’, 여소야대였다. 협치는 1990년 민정당, 통민당, 공화당의 3당 야합으로 ‘여대야소’로 바뀌면서 사라졌지만,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22대 국회야말로 효능감 높았던 13대 국회를 복원할 절호의 기회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 개의 교섭단체 간 합의로 운영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13대 국회에 비해 의석비에서 훨씬 더 유리한 여소야대가 됐고, 연대할 야당 간의 관계도 정체성과 비전 측면에서 더 가깝다. 제3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정치 지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중략)
방법은 2가지이다. 첫 번째는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국회법 33조 1항에 따른 교섭단체 구성요건 20석을 10석 또는 15석 정도로 낮추는 것이다. 이 경우 정치자금법 제 27조에 따라 교섭단체는 정당 보조금의 50/100을 균등하게 분할하여 배분·지급받을 권리가 생긴다. 기존 교섭단체와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 정당 보조금의 50% 중 1/2을 가져가던 교섭단체가 1/3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균등배분 우선비율 50%는 양당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점차 늘려 온 것인데, 지나친 교섭단체 중심의 배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조항은 거대 정당의 기득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돼 와서 의석 비율이나 득표율을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은 각 당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개원 전에 하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는 교섭단체 구성요건 20석은 그대로 두고, 소수 정당의 연합을 기반으로 하되 부족한 부분은 민주당의 준(準)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채워주는 방식이다. 국회법 33조 1항에 따르면 교섭단체는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20인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구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조국혁신당(12석)을 중심으로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새로운미래(1석)가 우선 연합하고 여기에 더불어민주연합이 2석을 채워주면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6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달성에 실패한 자유민주연합을 위해 당시 공동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총재 DJ)의 의원 3명을 보내서 20석 기준을 맞춰 준 적이 있다.
만약 여야 간 교섭단체가 하나씩밖에 없다면 그 동안의 국정 기조로 봤을 때 여야 합의를 빌미로 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거부된 법안들을 재추진한다 해도 ‘여당 반대, 야당 밀어붙이기, 대통령 재의 요구, 국회 부결’의 악순환을 무한 반복할 것이고, 22대 국회 또한 식물국회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국정 기조의 대전환을 기대할 수 없다면 국정 기조를 강제로라도 전환시켜야 한다. 그 출발점에 제3의 교섭단체가 있다. 제3의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지혜로운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첫댓글 개신당이랑 연합하면 되는 거 아님? 걔네도 반윤이겠다 연합하면 정무능력도 인정받을 기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