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것이란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 외에 다른 것일 수 없습니다.
2023/9/16/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루카 복음 6장 43-49절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좋은 나무 가꾸기
제가 사는 성 바오로 피정의집에는 나무가 많습니다. 그 중에는 좋은 나무도 있고, 나쁜 나무도 있습니다. 나쁜 나무의 대표 주자는, 아까시나무, 찔레나무, 뽕나무 등이 있고, 이 나무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좋은 나무에 속합니다. 하느님의 창조물인 나무 자체야 선악이 없겠으나, 사람에게 유익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좋고 나쁨의 기준이 마련됩니다. 우리에게 환영받는 나무는 대부분, 심고 가꾼 나무들입니다. 정성을 쏟고, 상태를 살피며, 때맞춰 가지치기도 해 줍니다. 이렇게 애정을 쏟아도 좋은 나무는 잘 상하고, 죽기도 합니다. 반면, 아까시나무나 찔레나무, 뽕나무는 아무도 심지 않았으며, 아무도 돌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없애려 애를 써도 어느새 또 자라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좋은 것은 정성을 많이 들여도 성장시키기 어려운 반면, 나쁜 것은 없애려 해도 자꾸 자라납니다. 우리 내면의 덕행과 악행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성덕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해도 늘 제자리에 맴도는 것 같지만, 악습은 어느새 자라나 영혼을 숨 막히게 합니다. 그래서 인생의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좋은 열매를 맺는 방법으로 마음의 곳간에 선한 것을 많이 쌓아두라고 하십니다.
김효석 요셉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