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 girl의_♀남학교_♂생활일기_♬
#6
지금은 밤 11시 30분. 이미 불을 끄고 누워있는 상태.
그러나, 잠이 올 리가 없다. 학교에서 얼마나 잤는데...에씨, 이러다가 밤 새야되는 거 아냐?
하긴...내일 일요일인데, 뭐. 늦잠 자도 되겠지. 목마르다.
침대에서 조심조심 내려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라서 마셨다. 캬아~ 시원하다.
아, 요즘 컴퓨터를 안 만졌구나...컴퓨터가 있었지. 그냥 밤새 컴퓨터나 할까?
아냐, 기숙사 사감한테 혼날 게 분명해. 그냥 침대에서 뜬눈으로 밤새야겠다.
물통을 냉장고에 집어넣고, 침대로 올라왔다. 난 2층이라서 내려오는 건 힘들다.
침대에 있는 커튼을 친 뒤, 양을 세기 바빴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 마리...
아무리 양을 세도 잠이 안 온다.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조례시간 전부터 종례 후까지 자도
집에서 잠 잘 왔었는데...뭐야...왜 이렇게 잠이 안 오냐. 젠장, 잠이나 자자!
"잠 안 오냐?"
갑자기 밑에 있던 신이 물었다.
"응. 학교에서 1교시 전부터 8교시까지 잤더니 잠이 안 온다."
"지금 컴퓨터하기엔, 사감이 존나게 지랄을 할 테고...
그럼, 내 침대에서 같이 잘래? 그럼 잠 올 수도 있을 텐데."
뭐...뭐? 가, 같이 자? 이놈이 진짜! 나 덮치려고 작정을 한 거 아냐? 안 돼! 우린 아직 어려!
하지만...난 침대에서 내려와, 신의 침대에 들어갔다. 아까 안 덮친다고 한 건 신이니까.
"야, 너 정말 경계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 보통 여자애들은 좀 망설일 텐데, 말이지."
"아까 네가 그랬지? 나 안 덮친다고.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순순히 들어오지."
"그래도 그렇지, 난 건장한 남자라고. 자칫하다간 내가 이성 잃어버릴 수도 있어."
"어디 한 번 그래보라지. 남자 같은 여자애랑 같이 잔다고 이성 잃어버리겠냐."
이 말을 끝으로 난 눈을 감았다. 등 뒤로 궁시렁대는 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위치? 신이 벽 쪽으로 있고, 내가 커튼 쪽으로 있다.
난 커튼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고, 신은 내 등에다가 얼굴 묻고 있고. 대충 설명이 됐나?
신의 말대로 정말 잠이 왔다. 이놈,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나? 신기하군.
/다음날 아침.
"꺄아아아아아~"
헉! 어떻게 이놈이 내 침대에 있지? 나, 벌써 일 저지른 거 아냐?
안 돼~ 나 벌써 시집 다 갔어! 17살 이 나이에, 남자와의 동침! 아악~ 아니 돼~
내 옆에 있던 신이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다.
너...너...너무 귀여워...! 헉!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으음...시끄러워라...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냐고?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똑바로 대!"
아니, 처음으로 동침을 한 남자가, 이놈이라니! 난 정말 미쳤어! 안 돼~!
신은 약간 정신이 들었는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뭘 봐? 앙? 뭘 보냐고!
"야, 어젯밤에 네가 잠 안 온다고 해서 내가 내 침대로 오라고 했던 거야.
그걸 순순히 따른 네 잘못이지. 난 잘못한 것 없어. 경계심 없는 네 잘못이지."
자, 잠깐, 어제 내가 잠이 안 왔었지? 그래서 신이 침대로 내려오라고 했고...
그걸 또 순순히 들은 나였어! 헉! 내가 그런 미친 짓을 하다니! 난 정말 미쳤어(정말 미쳤다)~
나는 커튼을 걷고, 침대 밖으로 나왔다. 지, 지금 몇 시야? 7시 52분...밥이나 먹자.
일단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옷 갈아입고 나왔다.
"나, 나 먼저 밥 먹으러 갈게!"
말을 약간씩 더듬으면서, 문을 열고 나왔다. 문에 기대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뒤,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친구들이랑 밥 먹고 있는 레이지를 발견했다. 훗, 어제 나한테 잘도 대들어겠다? 죽었어.
"야! 류빈!!"
류빈? 2편을 자세히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레이지의 한국 이름은 '류빈'이란 것을.
식당이 울리도록 소리쳐서,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나한테 집중되었다. 뭘 봐? 자식들아!
"어? 형!"
이 자식, 죽었어! 나는 레이지의 귀를 잡고, 식당 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일단 옷소매를 걷은 뒤, 레이지를 때릴 기세로 말하였다.
"너, 어제 뭐라고 지껄였었지? 네가 아주 몇 대 맞아야지 정신을 차리겠구나?"
"헉...형, 제발 그 일만은 잊어 줘. 내가 글쎄, 미쳐서 그런 말했었다니까!"
"잊긴 뭘 잊어? 누가 누구랑 사귀어? 아, 진짜! 내가 미쳐, 정말!
너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지껄이면 일본에서 나한테 당한 놈들처럼 전치 20주로 내버린다?"
"헉...네, 알았어요, 형님. 제발 전치 20주로는 만들지 말아주세요."
젠장, 이렇게 해야지 쫄지, 안 그러면 엄청 대들어.
나는 먼저 식당으로 들어가 식판에 밥을 탄 뒤, 언제나처럼(?) 구석진 자리에 가서 밥을 먹었다.
"어? 유즈키~"
왠지 오랜만에 듣는 듯한 래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식당에서 다 만나네.
"아, 래빈아. 왠지 오랜만인 듯하구나."
래빈이는 내 옆자리에 앉으면서 말하였다.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너네 방에서 '꺄아아아아아아~'라는 소리가 들렸었거든? 환청인가?"
"아하하...그렇겠지...그게 환청이 아니면 뭐겠냐. 나나, 신이나 여자가 낼 법한 소리를..."
"그렇겠지? 밥이나 먹자!"
휴...들킬 것 같아서 심장 조마조마 했잖아. 래빈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밥을 후딱 해치웠다.
기숙사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신은 아직도 자고 있는지, 침대에 있는 게 보였다.
어제 잠 못 잤나? 왜 아직도 자? 이러다가 아침시간 다 지나가겠군. 컴퓨터가 부팅 될 동안 신을 깨웠다.
"야! 그만 자! 이러다가 아침시간 다 지나가겠다. 밥 먹으러 식당으로 가!"
"시끄러워, 아침 안 먹어."
"너 점심도 잘 안 먹는다면서?"
"그깟 밥 두 끼 안 먹어도 안 죽으니까, 나 좀 내버려둬."
"알았어."
약간 화난 듯한 목소리에 나는 풀이 죽어 그냥 컴퓨터를 하였다. 흐음...윈도우 XP구나...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쓴다는 메일사이트에 들어가, 회원등록을 하였다.
헉, 잠깐, 잠깐, 이거 한국인들만 쓸 수 있잖아? 안 되겠다. 그냥 내 한국이름으로 해야겠군.
대충 대충하니까, 대충 됐다. 카페나 가입해야겠다. '소설'이라고 쳐서 카페 검색을 해보니...
왜 이리 많아? 회원이 많은 곳으로 가입하였다. 난 소설도 무척 좋아해서...만화가 더 좋지만.
그리고, '만화가'라고 쳐서 검색을 해보니, 이것도 많다. 그만큼 만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거 아니겠어?
뭐, 아직 한국 만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게임이나 해야겠다.
통합검색에서 '게임'이라고 쳐서 검색해보니까, '엠게임'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곧바로 그 사이트로 가서, 회원등록하고 할 게임을 골랐다. 흐음...오투잼? 재미있겠군.
'오투잼'이라는 글자를 클릭하고, 게임을 깔았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게임을 깔고, 일단 들어갔다. '초보1'이라는 아이콘을 클릭하고, 아무데나 들어갔다.
흐음...초보자 가이드 같은 게 있었는지 웬 창이 떠서, 처음하는 사람은 'OK' 아이콘을 클릭하라고 했다.
물론 그 아이콘을 클릭하였다. 대충 설명을 들으니 s, d, f, 스페이스 바, j, k, l 키를 이용하여 하는 것이다.
흐음...그러니까, 그 펌프인가 뭔가랑 비슷한 거네. 손가락 펌프라고 해도 되겠다.
웬 막대기 같은 게 나올 때마다 위치에 맞는 걸 눌러라, 이 말이지...오케이, 그것만 알면 됐어.
그 초보자 가이드에서 나와, 방 만들기를 클릭하였다. 싱글룸? 좋아, 대충 방 제목을 친 뒤, 방을 만들었다.
비치 파라다이스? 꽤 재미있을 것 같군. 노래는 그걸로 정하고, START 아이콘을 클릭하였다.
웬 그림 같은 게 나오고 몇 초 뒤, 게임 하는 게 나왔다. 노래가 시작되었다. 쉽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안 틀리고 다했다. 짱 쉽다. 노래 선택 창에서 다른 노래를 고르려고 하는데...
이 선택 안 되는 것들은 뭐냐? 그것들은 다운로드 따로 해야 되는 건가?
방에서 나와, 뮤직샵으로 갔다. 다운로드 해야하는 거군. 앗? 브람스랑 캐논도 있다! 소나타도 있네...
한글로 된 제목들의 노래는 다 깔고, 물론 브람스 2version이랑 2remix, 캐논, 소나타 등을 깔았다.
일단 브람스 2버전부터 하였다. 속도는 2배속으로 하였다. 이것도 역시 하나도 안 틀리고 다 했다. 쉽다, 쉬워.
그럼 캐논이나 해볼까...노래 선택 창에서 캐논으로 바꾸고, 스타트 버튼을 클릭하였다. 헉...이것도 쉽잖아.
캐논도 하나도 안 틀리고 다 했다. 뭐 이렇게 쉬운 게 많아? 난 좀 어려운 게 좋은데.
1시간 정도 하다가 지루해서 컴퓨터 마저 꺼버렸다. 9시 35분...뭐 하지? 심심한데.
신은 아직도 자고 있다. 배 안 고픈가? 밖에서 뭐 사먹을 수는 있는데...
특별히 내가 먹을 거 사주마. 기숙사 근처에 있는 분식 점에서 떡볶이, 김밥, 만두를 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숙사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잡는 것이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어제 나한테 맞았던 스포츠와 귀 밑 7cm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뭐야?"
"어제 우리 네놈한테 맞았잖아. 그거 갚아주려고 왔지."
귀 밑 7cm가 나한테 말하였다.
"내가 어제 말 안 했나? 난 전설의 소녀 세이라고."
"그거야, 어제 우린 믿었지. 그런데 넌, 한재고 기숙사로 갔잖아? 어떻게 여자가 남학교 기숙사로 가지?"
"아...맞다, 맞아. 그건 그렇군."
이 자식들, 내가 기숙사로 들어가는 것까지 다 봤다, 이거군. 젠장, 귀찮게.
근데, 떡볶이, 김밥, 만두는 어떡하지...이걸 버릴 수도 없고.
"야, 싸우려면 일단 이따가 싸우자. 난 기숙사에 좀 갔다올 테니."
"도망가려고 수작부리는 것 좀 봐라."
스포츠가 말하였다. 젠장, 진짜 열받게 하는군.
"야, 내가 10분안에 여기로 안 오면, 너희한테 무조건 맞을게. 학교에 내가 여자인 사실도 불어라."
"그래? 빨리 갔다와. 네 입으로 네가 말했어."
나는 기숙사로 뛰어가서 봉지에 들어있는 음식들을 책상 위에 놓고, 다시 놈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끝까지 귀찮게 하는 놈들이다. 아, 이 주변에서 이름 좀 날리는 애들이라고 그랬지?
그런데, 왜 그리 주먹 힘이 형편없어? 쯧쯧. 아까와 똑같이 스포츠와 귀 밑 7cm는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죽일 듯이 노려보면 내가 죽기라도 하냐? 미친 자식들. 고등학교는 제대로 나왔는지 몰라.
스포츠와 귀 밑 7cm는 소곤거리더니, 이내 둘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유치한 놈들.
나는 스포츠의 복부를 발로 찬 뒤, 귀 밑 7cm를 엎어 치기 하였다. 상대도 안 되는 것들.
그리고 나는 어제처럼 차가운 눈, 차가운 목소리로 놈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경고했지, 이 근방에서 한 번만 더 날뛰면 죽여버린다고.
하지만 경고를 무시한 건, 너희야. 너희가 죽어도 난 상관없어."
난 스포츠를 손봐주었다. 놈의 뺨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복부를 발로 차고,
마지막으로 팔로 목을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꺾어버렸다. 스포츠는 그렇게 쓰러졌다.
귀 밑 7cm에게 마지막 경고로 말하였다.
"이 근처에서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그 다음엔 네가 죽을 줄 알아. 이 새끼 데리고 당장 꺼져."
귀 밑 7cm는 스포츠를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하여 도망갔다. 후~ 뭘 믿고 그렇게 날뛰나.
기숙사로 돌아가서 세수를 하였다. 며칠만에 이렇게 크게 몸을 움직이는 건지...
화장실에서 나와, 아직도 자고 있는 신을 깨웠다.
"신-일어나 봐. 떡볶이랑 김밥이랑 만두 사왔어."
신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헉...머리가 부스스하다.
신은 책상 위에 있는 검은 봉지를 보며 말하였다.
"저 검은 봉지?"
"응."
검은 봉지를 가져와, 신이랑 먹었다. 흑...맛있다...
떡볶이를 먹다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신, 나 양호실에 좀 갔다올게. 머리가 약간 아프네..."
"그래라."
벽을 짚고 방에서 나와, 양호실로 가려 했지만...머리가 너무 아파왔다.
정신이 아찔했다. 쓰러질 것 같아......
-쿵.
'쿵-'하는 소리에 신이 놀라 방 밖으로 나왔다. 보이는 건 쓰러져 있는 유즈키 뿐이었다.
"유즈키! 정신차려!"
신의 목소리를 뒤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6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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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쿵-'하는 소리에 놀라서 밖으로 나와보니, 문 앞에 쓰러져 있는 유즈키가 보였다.
"유즈키! 정신차려!"
유즈키를 업고 3층에 있는 양호실로 올라갔다. 왜 쓰러진 거지? 왜 그런 거지?
양호실 문을 열고, 양호선생님한테 말하였다.
"선생님! 애 쓰러졌어요!"
"쓰러지다니...전학생이군. 전학온 지 일주일도 안 됐지?"
"그건 그런데,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양호실 온다고 하더니, 문 앞에서 쓰러졌다니까요!"
"시끄러워. 침대에 눕히기나 해."
이런 인간이 양호선생이라니...어이가 없다. 재수 없는 양호선생.
내가 발목을 심하게 삐었을 때도, 그냥 물파스만 발라주었던 그런 인간이다.
양호선생이 날 바라보며 말하였다.
"역시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안 돼서 쓰러진 거군.
야, 넌 왜 그렇게 헐레벌떡 하냐. 너 설마 이놈 좋아하는 거 아냐?"
정곡을 찌르는 양호선생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얼굴을 붉히고 말을 더듬으면서 양호선생한테 소리쳤다.
"무, 무, 무슨 소, 소리예요! 내, 내가 호, 호모인 줄 아, 알아요?!"
"빙고. 너 이놈 좋아하지?"
이 인간이...참자, 참아. 이 인간은 원래 이런 성격이잖아. 기분 나쁜 선생.
"어쨌든, 한숨 푹 자면 나을 거다. 기숙사에 적응하게 네가 좀 도와줘, 룸메이트 같은데.
참, 얘 이름은 뭐냐? 꽤 중성적으로 생겼다. 얘 여자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겠네."
"세이리 유즈키예요. 깨면 약이나 먹이세요. 저 갑니다."
"이름도 꽤나 여자 같군. 그런데, 키로 봐선 여자 같지 않다."
"지금 그런 거 따질 땝니까?"
양호실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왔다. 기특한 녀석. 아침 굶은 날 위해서 먹을 것까지 사오다니.
눈이 저절로 뜨였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
낯선 곳...어디지? 약 냄새가 나는 걸로 보아 양호실인가 보다.
아, 그러고 보니까 내가 아까 쓰러졌었지...그리고 신이 내 이름을 불렀었는데.
그걸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지.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신이 양호실로 데려다 줬네.
"어? 잘 잤냐?"
"누구...아, 양호 선생님이신가요?"
"그렇다, 이놈아. 가끔씩 전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 해서 픽하고 쓰러질 때가 있지."
"아, 네..."
뭐야, 그래서 쓰러진 거야? 내 체질도 특이하군. 적응 못 한다고 픽하고 쓰러지다니...
그런데 이 양호선생, 꽤나 날라리 같군. 패션 스타일로 보나, 말투로 보나, 헤어스타일로 보나, 딱 날라리야.
양호선생은 나에게 약을 내밀면서 말하였다.
"자, 이 약 먹으면 속 더부룩한 거하고 머리가 약간 아픈 건 좀 낫는다. 먹어."
"고맙습니다."
"아, 유즈키, 아까 신이 녀석, 너 업고 엄청 뛴 것 같더라? 땀이 비오듯 했어."
"그래요?"
이따가 고맙다는 말해 줘야지. 여러모로 고마운 녀석이야.
잠깐, 양호선생이라서 나 여자인 거 들킬 줄 알았는데, 아직도 모르는 것 같군.
하긴...난 가슴도 안 나왔고, 키도 크니까...들키진 않겠지.
"그럼, 저 갈게요."
"아, 그래. 잘 가라, 남학교에 침입한 여학생~"
"...아, 예..."
젠장! 이럴 줄 알았어. 왠지 기분 나쁜 양호선생. 이로써, 내가 여자인 사실을 아는 인간은 이 학교에서 3명...
뭐, 양호선생의 말투로 보면 내쫓을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장난감이 된 기분...앞으로 상담이나 해야겠다.
양호실에서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4시였다. 헉...내가 그렇게 오래 잤나?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있는 신이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렇게 흐트러짐 없이 누워있는 거야.
"신, 나 왔어."
"아, 몸은 괜찮아?"
"응. 아까 양호실까지 업어다 준 거 고마웠어."
"뭐, 룸메이트인데, 당연한 일을 한 거지."
난 신의 옆에 누우면서 말하였다.
"난 적응 같은 거 잘 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몸이 적응을 못 하네."
"나도 적응은 잘 못 했지. 그래서 입학하고, 며칠 동안은 향수병 앓기도 했어."
푸웁! 햐, 향수병...진짜 안 어울린다. 기숙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 안에선 이불 뒤집어쓰고, 집에 가고 싶다는 말만 늘어놓고,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신의 모습이란...웃긴다.
"너...내가 향수병 걸렸을 때의 모습 상상했지?-_-+"
"응, 웃기더라.-_-"
당당한 내 모습...내 모습이 내가 어이없다.
신이 나를 쭉 훑어보더니 갑자기 하는 말이...
"원래 일요일엔 데이트해야 되는데...너 쓰러져서 데이트도 못 하고..."
누구랑 데이트를 해? 애인 있나? 소문내야지~
"너...소문낸다고 생각했지? 나 애인 없어."
저놈 독심술 익혔나...한강에 돗자리 깔아도 되겠어.
TV나 봐야지~ 책상 위에 있는 리모콘을 가지고 다시 침대에 올라가 TV를 켰다.
드라마 재방송인가? 드라마 하네. 그런데, 재미 없겠다.
6번을 눌렀다. 아싸~ 음악 프로그램이다.
헉, 며칠 전에 그 태양이 싫다는 남정네가 나왔다. 난 저 남정네의 이름이 궁금해서 신에게 물어봤다.
"신, 저 남정네 이름 뭐야? 왜 자꾸 태양이 싫다는 거지?"
"...비."
비? 뭔 이름이 그래. 예명이겠지?
"근데, 왜 태양이 싫다는 거야? 태양은 우리에게 많은 자원하고 에너지를 주는데."
"...그건 그 노래 작사한 사람한테 물어봐."
물어보고 싶긴 한데,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이건 나한테 미스터리(?)로 남겨야겠다.
30여분 후 그 음악 프로그램도 끝났다. 7번으로 틀었다. 흐음...NG나 뭐 그런 거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구나...
좋아, 이거나 보자. 좀 있다가 '황당극장'이라는 게 나왔다. 황당한 이야기를 찍은 거구나...
-@#$%^^&***)^$!~#@$**#@!^&∇≡≒§※☆★ 소곤소곤 쑥덕쑥덕
"키킥...저거 진짜 황당하다. 어쩜 저럴 수가 있냐."
"난 네가 더 황당해."
신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TV를 보았다. 이힛...재밌다.
1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있었더니 몸이 뻐근하다.
TV를 보다가 몸을 신 쪽으로 약간 비틀고, 고개도 돌렸다. 피곤해.
피곤해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술에 뭔가 느낌이 났다. 눈을 떠보니...긴 속눈썹이 보였다.
뭐야, 나 지금 키스하고 있는 거야? 아씨, 난 분위기 있는 곳에서 첫키스 하려고 했는데...
그건 틀렸다. 그래도 눈은 감아 줘야지? 명색이 첫키스인데. 히히. 살짝 눈을 감았다.
신이 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파서 입을 약간 벌렸더니, 신의 혀가 들어왔다.
이, 이, 이놈, 살면서 키스만 하고 살았나? 왜 이렇게 능숙해(무드라곤 지지리도 없는 인간).
갑자기 신의 몸이 내 위로 올라오더니, 내 셔츠의 단추를 풀려고 했다.
아, 안 돼! 이것만큼은 안 된다고! 나는 곧바로 신을 있는 힘껏 떼어낸 뒤, 신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아...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미안하다."
아씨, 키스한 것 때문에 화난 게 아냐! 손이 나도 모르게 그만...
나 손 진짜 매워서, 입 안쪽 터졌을 텐데...아프겠다.
"아, 아냐. 나도 모르게 손이..."
"근데 너, 첫키스지?-_-"
헉, 진짜 돗자리 깔아도 되겠다.-_-;
"시, 시, 시끄러워!>///<"
"맞군.-_-"
젠장, 내가 졌다. 우~ 분위기 있는 데서 분위기 잡고 하려고 했던 그걸...왜 네가 하냔 말이다!
엉엉...나쁜 놈! 갑자기 난 왈칵 눈물을 쏟아내었다.
"아씨, 나 괜찮은데...그런데...하하...왜 눈물이 나오지?"
난 키스 하나 때문에 우는 바보가 아냐. 아니란 말이야. 근데...근데, 왜 자꾸 눈물이 나오지?
"울지 마, 제발...제발 울지 마. 울면 내가 미쳐버릴 것 같다. 울지 마, 진아..."
하하...너 그거 알아? 너 처음으로 내 한국이름 불러줬다? 그거 굉장히 기쁜 거 알아?
울면 안 돼_♬ 울면 안 돼_♬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 대_♬
(※배경은 2003년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랍니다)
나는 팔로 눈물을 쓱쓱 닦아내고, '에헤헤-'하며 신에게 웃어줬다.
"에헤헤~ 너 그거 알아? 너 처음으로 내 한국이름 불러줬다? 내 한국이름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레이지 한국이름은 류빈인 것도, 류이지 형 한국이름은 류민인 것도."
"아...그래...^-^"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다. 요즘 너무 많이 자는 것 같아.
/2시간 후.
-톡. 톡.
"야, 야, 일어나. 밥 먹을 시간 됐어."
또 볼을 찌르면서 깨운다. 사람 깨울 때 매일 볼 찌르면서 깨우나?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 신이구나. 요즘 너무 많이 자는 것 같다.-_-"
"밥 먹으러 가자. 벌써 7시야."
식당으로 가려고 방에서 나오는데...복도에서 키스하는 인간들이 보였다.
헉, 엄청 좋은 자료야. 사진으로 찍어서 만화 그릴 때 좋은 자료가 되겠는데...
그 키스하는 놈들을 흥미롭게 보고 있는 나를 의아해 하면서 신이 물어봤다.
"야...너 저거 좀 기분 나쁘지 않냐?"
"나쁘다니? 저건 좋은 자료야.
그림 그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겠어! 근데, 저거 사진으로 찍어야 하는데..."
식당으로 내려가 밥을 탄 뒤, 역시 구석진 자리에서 밥을 먹었다.
핫! 저기 빈이가 보인다. 나는 역시 아침처럼 소리쳤다. 또 눈들이 나한테 쏠렸다.
"야, 류빈아! 너 내 옆으로 와라."
"아, 형!>_<"
류빈이 저놈...왜 이리 '형'이란 말을 잘 쓰냐...연기도 초일류급이야.
빈이는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훗, 귀여운 것. 웃을 때가 제일 빛나는 놈이다.
"아, 형들은 매일 구석진 자리에서 먹는 것 같더라?"
"난 구석진 자리가 좋아."
뭐, 언제나처럼 밥은 20여분만에 다 먹고, 기숙사로 돌아와 컴퓨터를 하였다.
역시 기숙사 생활이 더 좋다. 집에선 부모님한테 왠지 감시당하는 느낌인데,
기숙사에선 그런 느낌도 안 들고...사감만 없어진다면 더 좋지!
오늘 하루도 즐겁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7 To be continued!!
♪터프 girl의_♀남학교_♂생활일기_♬
#8
["오늘부터 방학입니다. 여러분은 학생인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모쪼록 기숙사에서 큰 일이 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03년 12월 23일 화요일.
오늘은 방학식. 말 한 번 빠른 교장선생님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웬일로)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교장선생님 얼굴,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란 말이야? 어디서 봤더라?
참고로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은 여자라네요~ 남학교에 왜 교장선생님이 여자냐...물으신다면, 선생님께 물어봐.
어쨌든...춥디추운 운동장에서 몇 십 분 째 이러고 있다.
운동장에서 방학식을 한다는 게 좀 짜증이 나긴 하지만...오늘부터 방학인데, 뭐~
게다가 우린 초등학교처럼 방학숙제 따위는 없다~ 아싸! 몰디브에 가서 신나게 놀자꾸나~
나중에 몰디브 가라앉은 후에 후회하지 말고(몰디브는 산호섬인 관계로 몇 십 년 후에는 완전히 가라앉는데요).
우히히, 너무 좋아~ 엄마한테 돈 좀 보내달라고 해서, 몰디브에 가는 거야~ 야호!(너무 오버하고 있음)
어, 어쨌든 추운 운동장에서의 방학식을 모두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너무 좋아~ 몰디브에 가서 신나게 놀아야지~"
내 말에 소빈이 녀석(이젠 한국 이름을 부르기로 했음)은 한심하다는 듯 날 쳐다보았다. 뭐야?
"너...여자란 사실 잊었냐? 애들까지 데리고 가면 안 되잖아."
뭐야...내가 친한 애들까지 데리고 가는 걸로 생각하는 거야? 돈 아깝게.
나만 갈 거...가 아니라, 친한 인간들 몇 명 데리고 가야겠다. 내가 여자인 사실을 아는 인간 몇 명. 젠장.
자, 내가 여자인 사실을 아는 인간들은...소빈이, 류빈이, 양호선생...뭐야, 조금이잖아...-_-;
안 되겠군. 일본에서 잘 살고 있는 인간들 몇 명 불러야겠어.
소빈이 녀석은 나한테 뭔가 기대를 품은 듯 약간 목소리 톤을 높이며 나에게 말하였다.
"야, 나도 데리고 갈 거지? 12년 우정을 이대로 깨버리는 건 아니겠지?"
이놈, 자기는 안 데리고 갈 것 같았나...생각하는 것하고는. 당근 데리고 가야지. 혼자 가면 심심하니까.
"당연하지, 혼자 가면 심심한데. 일본에서 알았던 애들 몇 명 부를 거야. 훗."
"심심하다는 이유로?"
"당연하지."
이 녀석, 뭘 바란 거야? 설마 자기는 당연히 데리고 가야한다는 이유로 물어본 건가?
이 녀석, 그런 성격이었군. 다시 봤어, 정소빈!
그럼...몰디브에 누구누구를 데리고 갈까나...일단 류빈이랑 소빈이는 당근 데려가야겠고...
일본에 있는 슈랑 쇼지도 부르고...몇 명이지? 5명...제길, 적잖아.
오빠도 부를까? 아냐, 아냐. 오빠는 공부한답시고 미국에 처박혀 있을 게 분명해!
안 되겠어. 양호선생도 데려가? 학교 담당 양호선생한테 부탁하면 될 것이고...
그런데, 그 비용은 내가 다 내야하는 건가? 소빈이야, 돈 많은 녀석이니까 괜찮고,
류빈이야, 내 거랑 합쳐서 엄마가 내줄 것이고...대충 비용은 괜찮겠군.
잠깐, 수영복도 사야되는데...그러고 보니...나 가슴 없지.ㅠ0ㅠ
그냥 민소매 티에다가 짧은 핫팬츠 하나 입어야겠다. 젠장.
호텔은...바닷가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잡으면 되는데...사람이 좀 많겠지?
아냐, 아주 많을 거야. 몰디브는 1년 내내 여름 날씨라던데. 미치겠네.
잠깐, 여자는 나 하나 뿐인데? 어떡하지? 아...맞다, 슈가 있었지! 흐윽...
"뭘 그렇게 중얼중얼 거려?"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소빈이가 좀 짜증이 나던지 한마디 던졌다.
나는 어설프게 웃으며 소빈이에게 말하였다.
"아하하~ 아냐, 아냐! 몰디브에 누구 누구 데려갈까 생각중이야.^-^;"
"누구 데려갈 건데?"
"암...일단 너, 류빈이, 일본에 있는 내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되도록 같이 갔으면 하고...
오빠도 데려가고 싶긴 한데, 공부한답시고 미국에 처박혀 있을 게 분명해."
"아, 류이지 형?"
"응."
흐음...지금 연락할까? 좋았어, 지금 연락하자! 엄마한테 연락해야지!
휴대폰을 들고 당장 엄마에게 연락하였다.
-Rrrrrr...Rrrrrr...달칵 모시모시(여보세요).
"아, 엄마! 나야, 진이. 오늘 방학했는데, 몰디브 갈까 하고."
-몰디브? 누구 누구랑?
"음...소빈이, 류빈이, 오빠도 같이 가면 좋겠는데...공부한답시고 미국에 처박혀 있을 것 같아."
-소빈? 그게 누구...아! 그...옆집 살던 예쁜 녀석?
예, 예쁜 녀석...쿨럭...좀 듣기가 거북하다. 오바이트 쏠린다...
-아, 비용은 엄마가 다 대줄게. 비자나 받아! 여권은 잘 갖고 있지?
"응. 엄마, 준비하려면 시간 좀 걸릴 테니까, 비행기는 10일 후에 떠나는 비행기로 예약해 줘.
-알았다, 딸아. 아, 아직 안 들켰지?
"아, 그 사실? 뭐...들키긴 하였지. 딱 한 명한테."
-누구?
"양호."
-눈감아 줬구나? 어쨌든 앞으로도 조심해. 알았지?
"응."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우히히...몰디브 갈 일만 남았구나! 아싸비~
아, 류빈이한테도 이 사실을 알려주야지~ 당장 105호로 가서 문을 쾅쾅 두들겼다.
-쾅쾅!
"야! 형님이시다!"
류빈이는 문을 열고 뻘쭘히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봐?
어쨌든, 사실은 알려줘야지? 훗, 몰디브~~
"야! 몰디브 가자!"
"몰디브?"
"그래! 방금 전에 엄마랑 통화 마쳤어. 10일 후 비행기로 떠날 수 있어."
"정말? 야호~ 몰디브다~>_<"
하하. 그리 좋을까. 계속 '야호~ 야호~'하고 소리치는 류빈이를 뒤로 다시 205호로 돌아왔다.
10일 후에 떠나니까, 옷도 사고 그래야겠지?
"소빈아!"
"그 이름 부르지 마, 짜증나니까. 그런데, 왜?"
"옷 사러 가자!"
"옷?"
"응! 몰디브에서 놀 때, 옷 많이 젖을 거잖아. 예쁜 옷도 사고, 여행할 때 쓸 거 사고..."
"좋아, 백화점에 가자."
나와 소빈이는 백화점에 가러 버스정류장에 갔다. 백화점이 좀 멀어서 버스를 타야한단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한참 기다리는데......
"어? 소빈아아앙~♡ 여긴 웬일이야아아앙~?"
웬 화장을 떡칠을 한 년이 소빈이한테 달라붙으면서 애교를 부리는 것이다. 뭐야...?
저거 보니까 딱 이중인격자군. 저런 인간들이 제일 싫은데...젠장, 귀찮게 됐군.
떡칠년(아예 이렇게 부르기로 했음)이 나를 가리키며 소빈이한테 토 쏠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제길, 메스껍다.
"소빈아아앙~♡ 이 남자애는 누구야아암~? 얘 진짜 잘생겼담~"
나, 남자애? 내가 그렇게 보이나...? 하긴...그게 더 좋지만, 말이지.
그런데, 얘는 진짜 뭐야? 갑자기 들러붙어서는 막 토 쏠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야, 유채빈, 떨어져."
소빈이는 확실하게 화난 듯하였다. 눈썹이 70도로 올라갔다. 저 정도면 진짜 화난 건데...
나도 슬슬 짜증이 나긴 하지만...그 유채빈이란 애는 눈물을 글썽이며 팔짱 꼈던 것을 풀었다.
쯧, 아주 조금 불쌍하군. 하지만, 저건 이중인격자한텐 아무 것도 아니야. 오히려 더 붙으려고 할걸?
가식이지만...유채빈한테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며 말하였다.
"안녕, 난 정소빈의 룸메이트인 세이리 유즈키라고 해. 한국이름은 류진이고. 친하게 지내자.^-^"
"아, 안녕~♡ 난 소빈이의 애인인 유채빈이야~♡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_<"
애인 좋아하시네. 저렇게 달라붙는 년을 누가 좋아하겠냐. 말만 애인이겠지.
그렇지만...좀 피곤해질까봐 그냥 접대용 미소로 살짝 웃어주었다. 연기야, 식은 죽 먹기지.
몇 분 안 지나서 백화점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 난 유채빈에게 접대용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채빈아, 우리 백화점 가는 길인데. 나중에 보자.^-^"
"어머, 백화점 가는 길이었니~♡ 나랑 같이 가자~!"
헉...제, 제길...이년 떼어놓는다는 게 또 붙였잖아...젠장. 빨리 쇼핑하고 기숙사로 돌아가야지.
버스를 타고 한 10분쯤 지나서 백화점에 도착하였다.
자, 잠깐...내가 여성의류 사면, 유채빈이 학교에 꼰지를 텐데...? 어떡하지?
아~ 여자친구 줄 거라면서 사면되겠네. 역시 난 천재야!
여성의류 매장에 가서 허벅지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짧은 노란색 핫팬츠와,
좀 깊이 패인 그 배꼽이 보이는 하얀색 끈나시를 골라 계산대로 갔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이런 거 찾는 시간만 한참 걸렸다. 젠장.
역시 이를 이상하게 본 유채빈이 나에게 토 쏠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머~♡ 진아~ 왜 여자 옷을 사고 그래~?"
역시 유채빈은 내가 생각한 대로 그 질문을 하였다.
"아, 여자친구 주려고. 시간이 안 나서 이런 건 못 산다고 나한테 좀 사달라네.^-^"
이건 접대용 미소. 하하...-_-; 계산대에서 직원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제길, 날 진짜 남자로 생각하는 건가? 왜 그렇게 쳐다 봐? 아씨, 짜증나는군.
빨리 계산을 마치고 기숙사로 가려고 했지만...했지만......
...유채빈이 뭐 살 거 있다고 좀 구경하다가 가라고 했다. 제길, 뭐야!-_-^
뭐, 소빈이도 옷 같은 거 사야지. 유채빈이 살 거 다 고르자,
남성의류 매장으로 가서 소빈이가 살 거 다 고르고 계산대로 갔다.
나도 남성의류 매장에서 내 겨울옷 좀 골랐다.
"어머~♡ 류진이도 그거 골랐네? 소빈이도 그거 골랐는데~"
그거라니? 베이지색 후드 티를 말하는 건가? 우연히 같은 날에 입으면 완전 커플 티다.
어쨌든, 뭐...다 사고 버스를 탄 뒤 기숙사 앞에 도착하였다.
"류진아~♡ 할 얘기가 있으니까~ 소빈이, 너 먼저 들어가줄래~?"
뭐냐...들어가건, 말건 그건 소빈이 맘이지. 그런데, 순순히 기숙사로 돌아가는 정소빈은 뭐란 말이다!
소빈이가 기숙사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고 안 보이자, 유채빈은 서서히 차가운 얼굴로 돌아왔다(?).
역시 이중인격자였군. 내가 눈썰미 하나는 좋거든. 성격이 어떤지 한눈에 보인다.
유채빈은 약간 화난 얼굴로 나에게 말하였다. 좀 짜증이 난다.-_-^
"야, 네가 뭔데 소빈이 옆에 졸졸 따라다녀?"
따라다니긴 누가!
"따라다닌다니? 너야말로 토 쏠리는 목소리 집어치워라, 짜증나."
내 말에 유채빈은 짜증이 팍팍 났는지, 내 따귀를 세차게 내리쳤다.
나 지금 맞은 거지...? 이거말고 최근에 맞은 게 벌써 10년 전인데...여자한테 맞았다.
"씹...나 지금 쳤냐? 나 최근에 맞은 게 10년 전이거든? 10년만에 네가 처음으로 때린 거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성별 속이고 남학교에 들어간 더러운 년!"
더러워...? 하! 더럽다고? 더럽다는 말에 열받아서 유채빈의 배를 발로 찼다.
네가 매를 사서 맞은 거야, 유채빈. 난 잘못 없어. 네 탓이야, 유채빈.
유채빈은 맞은 배를 감싸쥐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꺄아아아~ 저 좀 살려주세요~ 이 애가 절 자꾸 패요~"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수 쓰는 건가? 나 미움사게 하려고 수 쓰는 건가?
유채빈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소빈이가 여길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가슴 한쪽이 시려온다. 왜? 난 지금 저 녀석 좋아하지도 않아.
왜 가슴이 아파 오는 거야. 난 저 녀석 안 좋아해. 안 좋...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류진? 정말 네가 유채빈 팬 거냐?"
"유채빈에게 직접 물어봐."
너는 날 믿어줄 줄 알았어. 분명 유채빈한테 뭐라고 한 다음에 날 감싸줄 줄 알았어.
그런데 이게 뭐야? 그런 상상은 깨져버렸어. 넌 유채빈이 아니라 날 의심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믿은 내가 잘못이지. 12년 간의 난 너에게 뭐였지? 그냥 친구라는 이름을 가진 껍데기였나?
"류진, 정말 실망이다. 힘도 없는 애 배를 발로 차다니...너희 집으로 가자, 유채빈. 일어나."
하...나, 정말 저 녀석 좋아하는 건가? 미쳤어, 진짜. 정신차려, 류진. 정신차려야 해.
넌 저 녀석을 좋아하면 안 돼. 그러면...여자라는 사실까지 들통나버릴 테니까. 정신차려, 류진.
넌 저 녀석을 좋아하지 않아. 그냥 동정일 뿐이야. 저런 유치한 애의 말을 믿는 녀석을 동정하는 거야.
동정하는 거야. 난 저 녀석을 좋아하지 않아. 정신차려, 정신차리란 말이야.
하지만...심장은 계속 뛰고 있어. 저 바보보다...저 바보를 좋아하는 내가 더 바보야.
#8
♪터프 girl의_♀남학교_♂생활일기_♬
#9
힘없이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바보의 침대에 '풀썩-'하고 누웠다.
아냐, 아냐. 힘내자, 힘! 10일 후엔 몰디브에 가는 거야! 이렇게 힘빠져선 안 돼!
힘차게 일어서서 화장실로 들어가, 기분전환 겸으로 세수를 하였다. 후~ 시원하다.
그런 거에 가슴 깊이에 상처받는 나는 내가 아니야. 일본의 전설적인 싸움꾼 세이야.
아, 끈나시랑 핫팬츠가 있었지! 옷장 옆에 둔 쇼핑백에서 끈나시와 핫팬츠를 꺼내 화장실에서 갈아입었다.
오랜만에 입는 여성의류다. 와~ 딱 맞는다! 전신거울에 방벽에 붙어 있는 전신거울에 비추어 보았다.
와~ 잘 어울리네. 군살 하나 없는 쫙 빠진 몸. 싸움을 어지간하게 하였으니, 살찌는 게 이상하지.
앗, 지금 겨울이지. 아~ 춥다. 다시 갈아입었다. 공부나 할까? 교과서랑 참고서 가지고 독서실로 갔다.
빽빽하게 채워진 칸막이 책상. 딱 90개 있다. 이름도 다 붙어져 있네? 자...내 이름이 어디 있지?
찾았다! '205호 세이리 유즈키'라고 쓰여있는 책상 앞에 앉아 책상에 교과서와 참고서를 놓았다.
자...이제 맘 잡고 공부나 하자!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 한 30명 정도 있었다.
방학인데, 왜 공부하고 있을까(너도 공부하려고 하잖아). 꽤 많은걸? 어쨌든 영어 교과서를 폈다. 공부나 하자~
/6시간 후.
6시간 동안 계속 공부만 하였다. 영어 교과서엔...다 아는 것들만 있다. 시시하다.
설마 3학년 교과서에도 아는 것들만 있진 않겠지? 아무리 엄마랑 아빠가 죽어라 공부만 시켰다고 해도.
수학도 배운 것들만 있었다. 참고서? 필요 없었다. 돈만 아까워.
뻐근하다. 벌써 7시네...식당으로 가서 저녁이나 먹어야지.
...식당에 가면 볼 수 있을까? 거의 이 시간에 저녁 먹었으니까. 아마 볼 수 있을 거야.
식당에 가서 밥을 탄 뒤 언제나 밥을 먹었던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일부러 늦게 먹었는데도, 그 바보는 보이지 않았다. 벌써 먹은 건가?...이러니까 정말 사랑에 빠진 소녀 같잖아.
일부러 늦게 먹는다고 1시간 동안이나 먹었다. 보통은 10분에서 20분 정도만 다 먹었었는데, 말이다.
내 방으로 갔다. 아직 안 들어왔는지 불은 꺼져만 있었다. 유채빈이랑 놀고 있나...
아냐, 아냐. 그런 생각은 접자. 고갯짓을 하며 TV를 켰다. MBC로 틀었다. KBS나 SBS는 뉴스를 할 시간이니까.
드라마도 재미는 없지만...그래도 보았다. 난 컴퓨터는 체질에 잘 안 맞아서 말이다.
TV보다가 보기 싫어서 그냥 꺼버렸다. 불고 끄고 침대에 '철퍼덕-'하고 쓰러지다시피 누웠다.
그런 거 가지고 이런 한심한 짓까지 하다니...나도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그래도, 그냥 이렇게 있으면 기분이 풀어질 것 같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좀 기분이 풀리는 듯하다.
침대에 붙어 있는 커튼으로 침대를 가렸다.
-끼익...달칵
문이 열리는 듯 하더니 이내 문이 닫히고 사람이 들어왔다. 소빈인가 보다.
소빈이는 문 앞에 털썩 주저앉더니 뭐라고 중얼거렸다.
"존나 웃긴다, 정소빈. 유채빈은 원래 이중인격자였잖아...유채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니...정말 최악이야."
유채빈과 있다가 유채빈이 거짓말을 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나보다.
갑자기 소빈이가 불을 켰다. 커튼으로 가렸으나, 혹시 몰라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였다.
소빈이가 침대 앞에 오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 거야.
갑자기 죄를 지은 듯, 소빈이에게 미안해졌다. 저렇게 힘들게 해서 미안한 건가?
소빈이는 손으로 커튼을 걷었다. 난 이미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소빈이는 놀란 듯, '아-'하고 작게 탄성을 질렀다. 날 보니까 기쁘니? 아니면, 슬프니?
그것도 아니면 화가 나니? 날 보니까 화가 나는 거니? 뭐라고 말 좀 해봐. 난 다 들어줄 테니까.
"미안하다. 그깟 유채빈의 말 따위를 듣는 게 아니었는데...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냐, 미안할 거 없어. 변명조차 하지 않은 내 잘못이야.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아서 그래.
유채빈의 잘못만이 있는 게 아니라, 내 잘못도 있는 거야. 오해하게 만든 내 잘못도 있어.
난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자면서 울면 소빈이가 놀랄 테니까. 분명히 놀랄 테니까.
널 위해서가 아니야. 날 위해서야. 내가 갑자기 울면, 일어나서 소빈이를 보면, 굉장히 어색할 테니까.
어쩔 줄 모를 테니까. 그럴 테니까. 밥은 먹었니? 식당엔 없더라.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없더라.
일본의 살아있는 전설, 세이가 왜 이렇게 됐나 몰라.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싸움터에 있던 나였는데.
이제는 기숙사 안에서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네.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바보야.
"내일 아침엔...넌 날 무시하겠지, 그깟 이중인격자의 말을 믿었으니까.
네가 아닌 다른 사람 말을 믿었으니까. 미안해. 비겁하게 뒤에서 후회하고...나 정말 못된 놈이다. 용서하지 마."
그렇게 말해봤자 이미 늦었어. 용서 안 해도 되니까. 이미 용서했으니까.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지 마.
"잘 자라. 사랑한다."
소빈이는 내 뺨에 베이비 키스를 하고 방 밖으로 나갔다. 사랑한다고...? 날 사랑한다고?
헤헤. 만든 지 얼마 안 된 꿈, 벌써 이뤘다.^-^ 네가 날 사랑했으면 하는 꿈...이뤘다고.
내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느 때처럼, 씩씩하고 즐겁게 아침을 시작하는 거야.
그 때도 어색해 한다면...내가 먼저 다가가면 되니까, 나를 피하지 마.
너무 긴장했나? 몸이 좀 뻐근하다. 약간씩 긴장이 풀리는지 점점 잠이 오기 시작하였다.
/다음날 새벽.
어제 8시부터 잤더니 너무 일찍 일어났다. 세상에, 세상에...새, 새벽 4시...
평소 같으면 절대 일어나지 못할 그런 시간이다. 또 자면 밤에 잠 안 올 텐데...
잠도 확실하게 다 깨서, 그냥 방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냥 돌아다녀야지.
휴게실에나 갈까? 거기엔 잠 안 자고 그냥 노는 애들이 좀 있을 거야.
복도 끝에 있는 휴게실에 갔다. 헉...사람이 없다. 하긴, 이 시간에 노는 인간이 어디 있겠냐.
호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서 자판기에 넣고 네스카페를 뽑았다.
캔 커피는 레츠비나 네스카페가 제일 맛있어. 쓰지도 않고 딱 좋잖아.
한 7시나 8시쯤 되면 양호선생도 오겠지...? 앗...맞다, 컴퓨터가 있었지.
방에 가서 컴퓨터나 해야지~ 카페도 좀 돌아다니고...역시, 인터넷이 최고야.
네스카페를 다 먹고 쓰레기통에 버린 뒤, 방에 잽싸게 가서 컴퓨터를 켰다.
부팅이 다 되고, 인터넷 아이콘을 살짝쿵 클릭하여 다음으로 들어갔다.
뭐, 메일은 온 게 없었다. 딱 하나. 회원등록 때문에 온 메일.
좋아, 이제 만화에 대한 카페에 가입하자! '만화'라고 친 뒤, Enter를 눌렀다.
검색결과는...가히 짱이었다. 뭐 이렇게 많아...회원이 너무 많은 곳도 싫어.
유독 눈에 띄는 한 카페...만화가 팬 카페였다. 아는 것도 없지만...일단 가입해야지.
일단 그 카페로 들어갔다. 배경화면...꽤 예뻤다. 그림 한 번 잘 그리는 만화가로군.
'회원가입' 버튼을 클릭하고, 닉네임은 대충 '하늘빛 세이☆'라고 하였다.
잠깐, 잠깐. 만화가 님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난 그런 거 모르는데...
일단 '....'라고 치고, '가입' 버튼을 클릭하였다. 가입정보를 확인하고...
엥? 밑에 초록색으로 '인간'이라고 쓰여있었다. 옆에 칸에 따라 쓰라기에 그냥 따라 썼다.
'확인' 버튼을 클릭한 뒤 카페 주인의 환영 글이 있었다. '가입완료' 버튼을 클릭하니 배경화면으로 돌아왔다.
자료실에 가서 맨 위에 있는 자료실을 클릭하니...그림들이 많았다. 폰자료실이라고 한다.
웬 남자 그림이 있기에 그 그림을 클릭하였다. 참고로...컬러 일러스트였다.
잠시 후 그림이 뜨고...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헉...너무 잘생겼다! 왜 이렇게 잘생긴 거야!
역시...만화 캐릭터란...만화 캐릭터 때문에 내 눈도 높아졌다. 책임져, 잘생긴 캐릭터들아!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우울 모드였던 류진이. 금세 해피 모드로 바뀌었다.-_-)
아, 가입인사 게시판에 글 하나 올리면 정회원으로 등급 올려준다고 해서, 짤막한 글 하나 올렸다.
제목 '가입했어요!!' 내용 '안녕하세요, 202님의 팬이랍니다! 이제야 가입했네요.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완전 가식...-_-; 202님? 만화가 샘이다. 그 잘생긴 소년의 어머님...! 언젠가 그 만화책 사봐야지.
재밌다는데. 그 잘생기고 몸매 하나 죽이고, 머리칼은 눈부시며 돈 많아 보이는 그 소년의 이름은 승하랜다.
이름도 멋지다...그런데...이 소년에게는 죽을 만큼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다는데...(그래봤자 만화야.-_-)
흑...이런 남자 정말로 있으면 꼭 결혼해야지...(이봐, 이봐! 소빈이 좋아한다며!) 아, 그렇지...참.
이러쿵저러쿵 컴퓨터를 계속 하다보니, 벌써 7시 30분이 되었다. 헉...! 밥 먹어야 되는데!
나는 빨리 컴퓨터를 끄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밥을 타고 20분만에 밥을 다 먹은 뒤, 양호실로 놀러갔다.
뭐, 어때? 양호선생은 내가 여자인 거 아는데.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양호실 안으로 들어가니,
웬일이냐는 표정의 양호선생을 볼 수 있었다. 웬일이냐고? 그냥 놀러왔는데.
"샘, 그냥 놀러왔어요. 심심해서요."
"여기가 놀이터냐? 심심해서 놀러와?-_-^"
양호선생은 나의 등장으로 인해 무지 화난 듯 하였다. 그런 게 나한테 통할 리 만무했다.
오히려 더 눌러앉는다. 내 성격이야 이렇잖아. 후후...
"에이~ 양호실에서만 있으면 심심하시잖아요~"
나는 약간 목소리 톤을 높여 체질에도 안 맞는 애교를 좀 부렸고, 선생은 무지 귀찮아 보였다. 그래도 상관없다.
"아! 선생님, 저 9일 후에 몰디브 가요~"
"몰디브?"
"네! 심심해서요. 몰디브는 1년 365일 여름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제 비밀을 알고 있는 애들 몇 명하고, 일본에 있는 친구들 몇 명 데리고 가려고요."
"좋겠군..."
선생은 약간 부럽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훗, 내가 돈이 좀 많니? 우리 집이야, 넘치는 게 돈인데.
게다가 일본에서 이름 좀 날렸을 때, 자기 좀 부하로 키워달라는 인간들이 준 돈만 얼만데...
약간 얄미울 거다. 후후...
"야, 나 좀 데려가라. 매일 양호실에서만 있으니까 답답해 죽겠다."
"글쎄요~ 일단 몇 명만 엄마가 예약해 준다고 했는데~
따라오시려면 선생님 돈으로 오세요~ 그런데, 쪽팔리지 않으세요? 학생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쪽팔리던, 말던. 몰디브는 나도 못 가봤다, 이놈아!"
"쯧..."
선생한테 보아란 듯이 혀를 찼다. 열이 슬슬 오를 거다. 내가 이렇게 자랑을 해대는데.
"제길, 혼자 가라, 혼자 가! 너 같은 애한테 부탁한 내가 잘못이지!"
"선생님~ 선생으로써의 자각이 있으신 건가요~? 그렇게 욕을 틱틱 내뱉으시면 안 되죠~"
"야!"
나는 그 말 한마디를 내뱉고 얼른 양호실에서 나왔다. 메롱~♡ 약오르지? 까꿍~♡
창문으로 슬쩍 양호실 안을 보았더니 양호선생은 뭐라고 틱틱거리며, 화난 표정을 하고 있었다.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가려는데...
-빠가악!
"악!"
앞에서 오던 어떤 애하고 부딪혔다. 크흑...! 엄청 아프다.
"어...? 미안해. 앞을 제대로 못 보고 다녔네...아프지 않니?"
여자...목소리...? 기숙사에도 여학생은 못 들어오는데...아니, 기숙사생 외에는 못 들어오는데...
나는 약간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서 그 여학생에게 말하였다.
"아...괜찮아...나야말로 미안해. 그런데...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말을 끝낸 동시에 들려오는...양호선생의 목소리...
"강이은, 이 계집애는 옷을 만들어 오나, 왜 이렇게 늦어!"
"야! 강이원! 나 여기 있잖아, 미친놈아!"
#9 To be continued!!
♪터프 girl의_♀남학교_♂생활일기_♬
#10
어어...? 이거 분명 양호선생의 목소리야. 그리고, 양호선생한테 말하는 듯한 여학생의 목소리...
이름도 비슷하네. 그럼 남매인가? 하긴...성격도 비슷한 것 같다. 쌍둥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군...
제길,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당장 그 이은이라는 애를 잡아서 물어보았다.
"저기...너 양호선생이랑 남매야?"
"응! 그런데, 너 3학년이니? 왜 3층에 있어? 아! 아니면 3학년은 아닌데,
양호실에 볼일이 있었구나! 난 강이원, 저 자식한테 볼일이 좀 있어서...같이 들어가자!"
졸지에 또 양호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양호선생한테 뒤지게 맞겠군...젠장!
이은이라는 애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고, 나와 양호선생은 뭐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 둘은 왜 뭐 씹은 표정을 하고 있어?"
"시끄러워! 옷은 만들어 오냐? 왜 이렇게 늦었어?"
"너야말로 시끄러워! 거참, 되게 땍땍대네."
이, 이봐들...나는 눈에 안 보이니? 왜 둘이서 싸우고 난리들이야...
내가 그제야 생각났는지, 그 이은이라는 애는 나한테 악수를 청하며 자기소개를 하였다.
"아! 내 이름은 강이은이야. 근처에 있는 사린여고 2학년이고."
난 그 악수를 받으며 내 소개를 하였다.
"난 세이리 유즈키. 일본계 한국 혼혈아야. 한국 이름은 류진이고. 그냥 진이라고 불러. 나도 2학년이야."
"와~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참, 저 강이원 새끼는 24살이야. 나이값도 못하는 선생_♬"
뭐, 이런 것도 우연이라면...그런데, 양호선생 이름이 '강이원'이라고...? 가끔씩 반말 해줘야지~
이름은 예쁘군. 이원...이은...남매가 성격 하나는 죽여주게 똑같아.-_-;
"야, 쟤랑 친하게 지내지 마. 몰디브 간다고 존나 자랑을 해대더라."
이...이 자식(아예 반말 깜)...죽으려고 작정을 했나! 거기서 왜 몰디브는 왜 나와?
그리고...조오오오온나아아아아아? 그게 선생이 할 소리냐? 이런 싸가지가 손톱만큼도 없는 선생은 처음 봤어!
"정말? 류진아~ 나도 데려가주라~"
뭬...뭬라? 뭐...괜찮겠지. 내가 여자란 사실은 학교에 꼬발르지 않을 테고...
"뭐, 비밀만 지켜준다면. 나 사실은 여자거든. 저기 있는 저 강이원 양호선생도 알고 계신다."
"꺄~ 정말? 남학교에 다니는 거 스릴 넘치겠다~ 몰디브 언제 가는데?"
헉...예상의 정반대로 반응하였다. 그냥 무표정으로 있을 줄 알았는데, 스, 스릴 넘치다니...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어쨌든, 이은이도 몰디브 가는 일행에 끼어주고...
강이원 저 개자식은 오고 싶으면 자기 돈으로 오라고 그래~
"9일 후. 내 비밀을 아는 애들도 몇 명 가. 일본에 있는 친구들도 올 거고..."
"알았어! 우리 집도 돈이야, 넘쳐나니까, 9일 후 몰디브행 비행기로 예약해 놓을게.
아침 걸로 예약해 놓으면 되지? 몰디브~ 너무 좋다! 우리 바다에서 신나게 놀자!"
그래, 그래.^-^; 나야, 뭐, 일행이 늘어나는 게 좋지. 참, 쇼지에게 전화해야 하는데...
의자에서 일어서며 이은이와 싸가지 없는 양호선생한테 말하였다.
"아, 나 친구한테 전화해야겠다. 먼저 가볼게요. 나중에 보자~
그리고, 샘~ 오고 싶으시면 선생님 돈으로 오세요~ 그럼 몰디브 가기 전에 또 들러, 이은아. 난 205호야."
이게 또 약을 올리는 거지. 아마 잘 때는 쿠션을 내던지면서 분통을 참을 거다. 하하하!(악독한 인간)
싱글싱글 웃으며 방으로 갔다. 휴대폰으로 쇼지에게 전화하였다. 아직 집에 있을 거야.
-Rrrrrr...Rrrrrr...달칵. 모시모시(여보세요).
쇼지의 목소리였다.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그래. 너무 미안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와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목소리도 이상하게 나올 것만 같아서 아무 말도 안 하였다.
-누구야?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해야할 거 아냐! 제길! 아침부터 괜시리 재수가 없네!
자꾸 말을 안 하자 슬슬 짜증이 났는지 쇼지가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쇼지에게 말하였다.
[쇼...쇼지...나야, 나...세이리...나야...나야, 나, 세이리...]
겨우 말하였다. 더 말하면 울먹이는 목소리를 쇼지에게 들킬 것만 같아서 그만 말하였다.
(※ '[어쩌고 어쩌고]'는 일본어예요. '-[어쩌고 어쩌고]'는 전화 너머로 들리는 일본어이고요)
-[세, 세이리...? 세이리 유즈키? 너 세이리 맞지? 너 왜 이제야 전화했어!]
[미안해...만나고 나서 한국으로 오면 눈물만 흘릴 것 같아서.
어차피 다시 만날 건데, 그렇게 만나면 이별 같잖아.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어.]
훗, 말 한 번 멋지지~? 갑자기 해피 모드로 바뀌면서 목소리도 생기있어졌다.
이젠 용건을 말해야지...전화세 들라(너 돈 썩어나잖아.-_-).
[나 이번에 몰디브 가거든. 한 5일 정도 놀려고. 많이 가야지 재밌잖아. 같이 가자, 쇼지.^-^]
-[좋아, 우리들 경비는 우리들이 챙길게. 어차피 우리 집도 잘 살잖아. 언제 가는데?]
[1월 2일에 출발해. 아침에 가려고. 한국으로 와서 비행기 같이 타자.]
-[좋아. 몰디브에 갔다온 뒤에 한국에 며칠만 있을게. 며칠만에 만나는 건데, 재밌게 놀아야지.]
[응. 1월 1일에 한국으로 와. 알았지? 마중나갈게.]
-[그래, 나중에 보자.]
달칵. 쇼지와 전화통화를 한 뒤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며칠만에 듣는 쇼지의 목소리더라?
아마 일주일도 넘었을 거야. 일주일 동안 전화 한 번 안 하고 만나지 않으니까 불안했겠지.
불안할 거 뭐 있어. 이렇게 떡하니 살아있는데. 8일 후에 보자. 8일 후에 짠-하고 모습을 보이는 거야.
지금 몇 시지...8시 20분...맞아, 소빈이 생각을 못 했네...이런 나쁜 인간. 소빈이는 잊어버리다니...
12시간 째 모습이 안 보여. 들어오긴 들어온 건가? 내가 자고 있을 때 잠깐 들어왔을 지도...
옷장에 두었던 끈나시와 핫팬츠를 다시 꺼내보았다. 8일 후에 이걸 입는 거야.
보기 싫은 사람들은 모두 잊고- 신나게 노는 거야. 물싸움을 하면서 재미있게 노는 거라고.
끈나시와 핫팬츠를 다시 옷장에 집어넣었다. 마음이 약간 아파 왔지만...9일 후면 모든 게 정상일 테니까 괜찮아.
바람이나 쐬려고 기숙사 안에 있는 공원으로 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쳤다. 시원해.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깨끗해 보여.
벤치 등받이에 양팔을 얹어 고개를 뒤로 뉘였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마에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형!>_<"
류빈이었다. 그냥 나왔나보다. 류빈이는 나에게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빈아, 왠지 오랜만이네."
"최근에 출연이 없었잖아.-_-;"
"하하...그러게."
그러고 보니까 7편쯤부터 빈이가 안 나왔었다(작가의 농간이었다).
빈이는 약간 궁금하단 표정으로 나한테 물어보았다.
"누나, 가끔씩 누나...아니, 형 얼굴 봤을 때, 굉장히 힘들어 보였어. 무슨 일 있었어?"
역시 16년이나 같이 살아왔던 탓일까...내 표정을 금세 알아차리는 류빈이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소빈이랑 싸웠다고 할까? 그래, 싸운 거에 가까워.
"소빈이랑 싸웠어."
"아, 소빈이 형이랑 싸웠...뭐? 소빈이 형이랑 싸웠다고?!"
"응, 유채빈이라는 이중인격자 때문에..."
"유채빈은 또 누구야?"
빈이는 흥분하면서 나한테 물었다. 저, 저기...너무 오버하지 마렴.
"이중인격...그거 때문이야."
"이중인격이라니? 그럼, 그 유채빈이라는 년 때문에 싸웠어?-_-^"
욕은 어디서 배운 거라니...어쨌든 그렇다고 볼 수 있었다. 유채빈이 연기해서 싸우게 된 거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흥분하지나 마. 참, 9일 후에 몰디브 간다."
"와~ 정말? 몰디브? >_<"
이, 이 녀석...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무서운 녀석, 몰디브 간다니까 되게 좋아하네...
"응, 아침 비행기로 갈 거야, 1월 2일에. 소빈이도 가기로 했어. 쇼지랑 슈 알지? 걔네들도 가기로 했고,
류민이 오빠도 같이 가고 싶은데...공부한답시고 미국에 처박혀 있을 게 분명해."
"아...엄마가 비행기 예약해준다고 했지?"
"응, 비자만 발급받으면 돼."
"아싸~ 몰디브~"
"나, 어디 갈 데가 있다."
"응? 아, 잘 갔다와!"
녀석도, 저리 좋을까. 만화책 산다는 게, 깜빡했어. 15000원을 들고 당장 근처에 있는 큰 서점으로 갔다.
거기에 만화책도 판다고 래빈이가 말해주었기 때문에...여긴 일찍 연다는 말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서 만화책 사러 당장 왔던 것이다. 지금 시각 8시 40분. 정말 일찍 연다.
만화책 코너에서 <넌 너무 멋져>라는 만화책 1권부터 4권까지 모조리 뺀 뒤 계산대로 갔다.
15000원을 내고 거스름돈으로 700원을 받았다. 기숙사로 돌아와 당장 포장을 뜯고 보았다.
헉...너무 재밌다! 어머, 어머, 전교 1등에 그것도 무려 평균 100점...!(너도 공부 잘하잖아.-_-)
스포츠 만능?! 피아노도 수준급! 큰 키에 잘빠진 몸매, 찰랑거리는 머리칼!(그래봤자 귀 밑 10cm 정도야)
어쨌든! 완벽한 킹카가 이 만화의 주인공이라니...너무 좋다! 좋아,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이 킹카로 정했어!
2시간만에 만화책을 다 읽고 느낀 점...너무 재미있다! 흑...아주 잘 산 거야!
뭐, 학교에서는 모범생, 학교 밖에서는 불량아...라는 이중인격이 좀 그렇긴 하지만...얼굴이 용서해 주잖아?!
정말 이런 킹카가 세상에 있다면...난 당장 그 킹카에게 결혼해 달라고 할거야! 그것도 한국인이라면...!
다른 잘생긴 캐릭터들 저리 가라야! 진~짜 잘생겼어! 흑흑...이런 캐릭터를 두고 난...
아, 난 '만화책은 꼭 사서 보자'는 신조이기 때문에 만화책 빌려보는 일은 절대 없다.
간혹 재미없는 걸 샀을 때에는 그냥 장식용으로 쓴다. 하지만 난 강력추천을 받은 만화만 산다.
돈 아깝게스리 강력추천을 별로 받지 않은 걸 뭐 하러 사. 보지도 않을 건데.
당장 컴퓨터를 켜서 다음으로 들어가 팬 카페로 들어갔다. 왜? 닉네임 바꾸려고.
'내 사랑 승하☆'라고 닉네임을 바꾼 뒤 '수정' 버튼을 클릭하였다.
그리고 재미있는 만화를 추천하는 게시판으로 들어갔다. 글 한 번 많구려~
어느 글을 하나 클릭하였다. <궁>, <아름다운 그대에게>, <Hush>, <Cynical orange> 등등...많군.
언젠가 사봐야지~ 다른 글도 클릭하였더니 앞에서 말한 것들이 가끔씩 나왔다. 진짜 사봐겠다.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시간 빨리도 가네...내 책꽂이에 만화책들을 차례대로 꽂았다.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네. 방학 때는 점심시간이 12시 10분에서 2시 30분까지라던데.
-끼익...달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앗...소빈이 들어온 건가? 왠지 어색할 것 같다.
나는 어설프게 웃으며 소빈이에게 말하였다.
"아...어, 어제 안 들어왔던 것 같은데...어디에 있었어? 걱정 많이 했었어.^-^;"
내 말에 소빈이는 약간 놀란 듯 하더니 따지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였다.
"왜? 왜 걱정했는데? 난 어린 애 아니니까, 걱정 따위 하지 마."
뭐야...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소빈이의 말에 약간 화가 났다.
걱정한 것도 죄야? 룸메이트가 기숙사에 안 들어오는 건 당연히 걱정될 거리야.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따지듯이 말하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왜 그러는데.
제길, 또 어색해졌잖아. 더 어색해지기 전에 나가자. 그러는 게 나을 것 같아. 아니, 나아.
"나, 나 어디 좀 나, 나갈게. 자, 잠 못 잔 것 같은데, 침대에 누, 누워서 잠 좀 자."
이런,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난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말을 더듬은 거지?
생각하지 말자. 머리만 아파. 나는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가려던 찰나...
"가지 마."
소빈이의 말에 몸이 순간 멈칫하였다. 가지 말라니...난 어색해서 도저히 못 참겠어.
그냥 난 나갈래. 다시 나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소빈이가 내 손목을 잡았다.
"가지 말라고 했잖아."
"그, 그냥 나갈래."
"가지 마!"
소빈이가 소리를 질렀다. 그 때문에 내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하였다.
내 움직임을 느꼈는지 잡았던 내 손목을 놓으며 소빈이가 말하였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유채빈의 말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괘, 괜찮아. 나, 먼저 나갈게."
서둘러서 나간다고 하였지만...다시 손목이 잡혔다. 왜 이러는 거야, 대체.
그만해. 안 그러면 내가 폭발할 수도 있어. 자꾸 그러면 나도 화가 난다고.
"손 놔줘."
"싫어."
이런 거 정말 싫어.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싫단 말이야. 날 놔줘. 놔줘. 놔달란 말이야!
소빈이가 갑자기 내 팔을 끌어서 방에 들어오게 하였다. 그리고...
"뭐 하는 거...우웁!"
갑자기 거칠게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10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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